자크 프레베르 (김화영 옮김)
누군가 연 문
누군가 닫은 문
누군가 앉은 의자
누군가 쓰다듬은 고양이
누군가 깨문 과일
누군가 읽은 편지
누군가 넘어뜨린 의자
누군가 연 문
누군가 아직 달리고 있는 길
누군가 건너지르는 숲
누군가 몸을 던지는 강물
누군가 죽은 병원
프랑스 현대 시인 프레베르의 시. ‘누군가’는 누구일까. 시는 그 누군가를 조명하지 않는다. 조명하는 건 그의 손과 발이 닿은 사물들과 장소들. 클로즈업 된 이것들을 통해 그 누군가가 자살하기 직전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누군가’는 문을 열고 들어와 의자에 앉고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편지를 읽는다. 편지를 읽자 충격 받은 그는 급히 방을 뛰쳐나가 강물에 몸을 던진다. 편지의 메시지는 어떤 내용이었을까?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