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영
슬픔의 밥솥에 밥을 안친다
슬픔은 껍질을 벗기면 가라앉는 마늘처럼
알싸하고 달았으니
밥을 먹고 슬픔은 설거지를 한다
우리의 밥은 당신의 집보다 아름답다
슬픔도 집은 필요하니까요
새는 공중에도 잠시 집을 짓는다
멀리 날고 있는 것이 새인지 벌레인지
중요하지 않다고 거짓말하는
응원이 필요한 치어(稚魚)리더 여기 있습니다
회사가 없는 사회인은 이자가 많아서 걸린다
방 안에 눈물이 고인다.
슬픔이 물든 밥을 먹는 사람들. “회사가 없는 사회인”이 그러한 이들이다. 슬픔은 돈과 연결된다. 돈이 없으면 빌려야 하고, 빌리면 이자를 내야 한다. 그때부턴 이자를 갚기 위해 삶을 살아야 한다. 슬픔은 삶을 설거지해주어서, 아름답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나 이 말은, 벌레도 멀리 날기에 새를 부러워할 필요 없다는 ‘응원’의 거짓말임을 시인도 알고 있다. 그래서 눈물이 방 안에 고이는 것은 막을 수 없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