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영
참 따뜻하네
눈 내리는 골목길 담벼락에 서서
한 봉지 군밤을 건네받은 연인이 하는 말입니다
그 말 한마디에 군밤을 건네준
청년의 마음은 연탄불처럼 뜨겁습니다
참 따뜻하네
담장을 타고 온 그 말 한마디에 고개를 내밀고
눈 내리는 골목길을 봅니다
군밤을 나눠 먹으며 팔짱을 끼고 가는
젊은 연인들의 뒷모습에 대고 나도 한마디 합니다
눈이 내려서 세상이 참 따뜻하네.
위의 시가 보여주듯 이상하게도 눈 내리는 날은 따뜻하게 느껴진다. 시인은 그 따뜻함이 사람들 사이에 번지는 소소한 정을 눈이 가시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가시화의 초점은 군밤. 청년이 건네준 군밤을 받아든 연인의 ‘따뜻하다’는 말 한 마디가 청년의 마음을 뜨겁게 한다. 그 “군밤을 나눠 먹으며” 골목길을 팔짱 끼고 가고 있는 연인의 모습이 눈과 어울려 세상을 따뜻하게 한다…. “참 따뜻”한 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