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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밤

등록일 2024-10-28 18:21 게재일 2024-10-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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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영

참 따뜻하네

눈 내리는 골목길 담벼락에 서서

한 봉지 군밤을 건네받은 연인이 하는 말입니다

그 말 한마디에 군밤을 건네준

청년의 마음은 연탄불처럼 뜨겁습니다

참 따뜻하네

담장을 타고 온 그 말 한마디에 고개를 내밀고

눈 내리는 골목길을 봅니다

군밤을 나눠 먹으며 팔짱을 끼고 가는

젊은 연인들의 뒷모습에 대고 나도 한마디 합니다

눈이 내려서 세상이 참 따뜻하네.

위의 시가 보여주듯 이상하게도 눈 내리는 날은 따뜻하게 느껴진다. 시인은 그 따뜻함이 사람들 사이에 번지는 소소한 정을 눈이 가시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가시화의 초점은 군밤. 청년이 건네준 군밤을 받아든 연인의 ‘따뜻하다’는 말 한 마디가 청년의 마음을 뜨겁게 한다. 그 “군밤을 나눠 먹으며” 골목길을 팔짱 끼고 가고 있는 연인의 모습이 눈과 어울려 세상을 따뜻하게 한다…. “참 따뜻”한 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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