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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지는 오후

등록일 2024-11-05 18:15 게재일 2024-11-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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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사랑이 피어날 때도 그랬지만

사랑이 질 때도 저랬었겠지

감탄 속에서 떠오르는 꽃망울들이

스스로 유배의 길을 떠나겠지

떨어지는 벚꽃 잎처럼

그녀의 얼굴에도 이제 곧 그늘이 지겠지

향기 속으로 번져가는 우리의 생도

한때는 저렇게 미소 지었으련만.

예나 지금이나 서정이 솟아오르는 터전은 지나가버린 사랑의 시간이다. 하지만 피어난 벚꽃처럼 아름다운 그 시간 역시 “스스로 유배의 길을 떠나”는 벚꽃처럼 져버릴 터, 이 흩날리는 벚꽃도 또한 처연한 아름다움을 발한다. 서정이 풀려나오는 곳은 이 사라져가는 사랑의 모습에서다. 그 모습은 서정의 향기를 세상에 퍼뜨리고, “우리의 생도” 서정을 통해 “향기 속으로 번져”간다. 서정시의 원형을 보여주는 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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