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일찍 커버린 아이의
빈방에 앉아 창밖을 본다
썼다 지웠던 안부처럼
꽃눈이 환하다
꽃의 자리를 더듬으며
아이는 먼 곳을 생각했겠다
가끔 눈이 매웠겠다
내게도 강이 있어
길게 흐를 수 있다면
아이의 다정이 아직 남아
아껴놓은 비밀을 읽을 수 있다면
이 마음을 갚을 수 있을까
새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 창밖엔 새로 피어날 듯 “꽃눈이 환하”고, “일찍 커버린 아이”도 이제, 창밖 “꽃의 자리를 더듬으며” 자신이 나아갈 길-“먼 곳”-을 스스로 찾기 시작할 테다. 시인은 아이에게 닿는 긴 강이 자신에게 여전히 있어서 아이의 “아껴놓은 비밀을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 아이가 그에게 준 “마음을 갚을 수 있을” 것이기에. 물론 “아이의 다정이 아직 남아” 있어야 그 갚음은 가능하리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