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유빅(이건수 옮김)
가능한 적은 말을,
많은 말은
골(空洞)을 막아버리기 때문,
그래야 작별의 인사와도 같은 울림이 생기고.
가능한 적은 말을
그래야 말 한마디 한마디는 울림통 속을
돌고돌아
자신만의 메아리를 만들어내지.
넓은 공간 속에서
언어와 공동(空洞)은
서로 섞여들고,
언덕 너머 들릴 것만 같은
종소리,
그것도 한없이 느리게.
프랑스 현대시인 기유빅의 시. 말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말들의 인플레이션. 시인에 따르면 말은 ‘공동’과 “서로 섞여들” 때 “자신의 메아리를 만들어”낼 수 있고, 넓게 퍼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적은 말을” 해야 한다. 말이 많으면 말들이 “공동을 막아버리기 때문”에. “울림통 속을/돌고돌아” 나오는 ‘말 한마디’는, 듣는 이의 마음 역시 천천히 울릴 테다. “언덕 너머” “한없이 느리게” 울려오는 종소리처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