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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교원양성` 경쟁력 전국 최고

【경산】 대구대학교가 교원양성기관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 전국적인 명성과 경쟁력을 확보했다.대구대는 지난해 발표된 3주기 교원양성기관 평가에서 지역 사범대학 중 유일하게 `A` 등급을 받은 데 이어, 지난 2일 발표된 교육대학원과 교직과정 평가에서도 모두 `B`등급을 받아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원양성정원 감축 대상 대학에서 제외되었다.이는 대구·경북 지역 교원양성 기관 중 유일하며, 전국 교원양성 기관 중에서도 성신여대, 조선대와 함께 대구대가 유일하다.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인 제3주기 양성기관평가 계획에 따라 첫해인 2010년에는 사범대학이 있는 대학교 45개에 대한 양성기관 평가를 하였고 2011년에는 일반대학 교육과가 설치된 대학교 54개와 2010년 평가에서 기관별로 `C등급` 이하의 판정을 받은 대학(모든 대학 해당) 중 재평가를 포기한 대학을 제외한 35개 대학 등 총 89개 대학교를 평가했다.대구대는 2010년 평가에서 이화여대, 공주대, 고려대 등 전국 8개 사범대학에만 주어지는 `A`등급 평가를 받았지만, C등급 이하를 받은 교육대학원과 교직과정에 대해서는 재평가를 신청하였고 모두 `B`등급을 받았다.이 같은 성과는 대구대학교만이 가지는 탄탄한 교육여건 및 수준 높은 교육 프로그램 운영, 다양한 학과와 특성화 분야의 집중 육성 그리고 대학차원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으로 평가되고 있다.대구대학교 사범대학은 일선 학교 현장에서 기본이 되는 국민 공통교과를 비롯해 거의 모든 교과목(14개 교과)의 다양한 학과 및 유치원, 초·중등 그리고 특수학교까지의 모든 학제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또 교원임용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시험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190석 규모의 교원임용고시원을 운영하고, 전국의 유명 교수를 초청해 수시로 거의 모든 임용관련 특강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이 밖에도 대구대학교는 초·중등학교 교육 현장과의 연계성을 높이고 일선 교사의 교단 경험을 대학교육에 반영하고자 다수의 일선 교사를 겸임교수로 임용해 강의는 물론 교사와 교수 간의 공동연구도 함께 진행해오고 있다.최근 10여 년 전국 최고 수준의 교원임용고사 합격자를 배출해 서울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편입시험에 대거 몰리고 있어 그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11-09-07

어느 겨울 이야기

18세의 부모는 세상은 아직 설익은 과일같이 풋풋했지만 살고자 하는 의지는 자기의 목숨 때문이었을까? 오히려 관객에게 묻고 싶은 대목이다. 세월의 연륜으로 봐서도 감당하기엔 너무나 어린것 같이 보이는 사랑의 무게는 아픈 가슴 도려내는 잘못된 예견이었다. 주인공 혜화가 겪은 겨울 동안의 사랑 이야기라는 뜻이 담긴 `혜화, 동(冬)`은 아직도 세인의 가슴에서 식을 줄 모른다. 영화 `혜화, 동`은 젊은 관객들에게 사랑의 의미를 조용히 읊조리는 최루탄 영화다. 사랑에 실패한 여자 주인공 혜화는 “내가 이렇게 슬픈데 왜 세상 사람들은 우리의 처지를 몰라 주느냐”고 하소연도 울부짖음도 없다. 대신 떠나간 연인이 다시 찾아오자 아무런 반응도 없이 담담히 받아들일 만큼 웅숭스럽고 마음이 너그럽다. 겨울은 누구에게나 제한적이다. 솔잎에 얹힌 잔설 자락을 터뜨리는 설풍에도 좁은 마음은 더욱 움추리기 마련이다. 이 때 생각나는 시 한편에 마음의 한 구석이 누긋해 진다. “첫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누군가 자꾸 만나고 싶다. (어디론가 자꾸 떠나고 싶다)//낯익은 사람과의 만남도 좋지만/알면서도 한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을 더 더욱 만나고 싶다.//살아온 세상 얘기보다는/살아갈 세상을 얘기하면서/알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사연을 넋두리처럼 고백하고 싶다.//오랜 얘기를 하다 보면/서로가 가까워 졌어야 할 이유 하나로/그 땐 그저 푸념으로 남고 싶다//영화는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교직하며 그들이 타의에 의해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그리고 있다. 18세, 너무 어렸기에 두 사람은 사랑의 결과를 감당할 수 없었고 세상 사람들의 주변의 일들이 그들을 갈라놓게 한다. 세파를 차고 나갈 용기와 힘도 없는 가냘프기만 한 얘기 같지만 그러나 관객들은 사랑의 깊은 의미를 잠시 정의하며 세상의 맛을 느끼게 하는 묘사들이 참 감미롭다. /손경호(수필가)

2011-09-07

커피이야기

구자문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내가 사는 신시가지에도 커피집들이 많이 생겨났다. 대형 브랜드커피점들만 아니라 소규모의 커피집들도 여럿된다. 이미 꽤 많은 인구가 밀집돼 있기는 하지만, 아직 상가형성은 덜된 편이라 이 여럿 커피집들이 제대로 운영이나 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저곳 다녀보면 그런대로 많은 이가 찾는 것 같으니, 어느 정도 장사는 되는 것 같아 보인다. 임대료 등을 생각하면 아직 큰 이득을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차차 인구가 늘고 유동인구가 많아지게 되면 그런대로 차별화된 `멋진 커피집들이 있는 거리`가 될 것 같다.요즈음 `원가에 비해 커피 값이 너무 비싸다`, `거품이 너무 크다` 등등 매스컴의 타겟이 되기도 하지만, 커피집의 고급화와 다양화는 이 중소도시에서도 지속될 것 같아 보인다.필자가 처음 커피 맛을 보았던 것은 초등학교 2~3학년 시절로 기억되는데, 서울에서 잠시 시골학교로 전학와서 우리 집에 머물던 친척형의 커다란 머그잔 커피를 한 모금 얻어 마셔본 것이다. 몇 년후에는 우리 집에도 커피와 코코아를 비치해 놓게 돼 형과 누나를 따라 커피와 설탕을 비비고 뜨거운 물을 붇던 방식대로 쓰면서도 달콤한 커피를 한두모금씩 맛보았었다.그후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며 가끔씩 친구들과 다방에 가게 되면 조그만 커피잔에 반이나 찼을까, 작은 양의 커피에 설탕을 세 스푼 반씩 넣어 마시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는 커피맛보다 설탕물 맛에 커피를 마셨던 것 같다.본격적으로 커피 맛을 알게 된 것은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다. 아침 일찍 직장에 출근하면 우선 하는 일이 미국인 친구들과 길 건너 커피숍에 가서 커피 한잔과 베이글 한 조각을 주문하는 것이다. 나는 그 당시 좀 부드러운 `모카자바`, `수마트라` 등을 즐겨 마셨는데, 잔이 워낙 크기에 오전 내내 마셔가며 일하곤 했었다. 커피를 마셔야 졸지도 않고 일의 능률도 오른다고 생각했었다.커피의 기원은 라틴아메리카라고 한다. 안데스산맥 언저리에서 양치는 목동들이 발견한 것은 양들이 가끔 열매를 뜯어먹고 흥분하는 듯 한 야생 커피나무였다. 이를 이상히 여겨 자기들도 씹어보니 힘도 나고 흥분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후에 유럽인들이 이를 자기나라로 가져가 현재의 커피로 개발되었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이러한 커피열매들은 품종도 다르고 품질도 천차만별 이었는데, 지금은 세계 각지의 커피농장들이 가장 좋은 품종들을 이식하게 돼 품질의 차이 보다는 어떻게 볶느냐 혹은 어떠한 향료를 섞느냐에 따라 커피의 맛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한다.이러한 드립식 커피와는 달리 봉지커피, 즉 커피믹스로 세계에 수출되며 위세를 떨치게 된 것이 커피생산국이 아닌 우리 한국산 커피이다. 요즈음은 `아저씨 커피`로 불리며 원두커피와는 차별화돼 있지만, 필자를 포함한 많은 한국인들이 커피믹스에 길들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주 편하고 값싸게 한잔할 수 있는 것이 커피믹스다.커피시장은 다양하다. 몇백원짜리를 커피믹스를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4~5천원짜리 이상의 커피를 즐기는 사람도 많다. 커피도 커피지만 커피집이 주는 분위기를 즐기기도 하는 것이리라. 필자도 가끔 서울 등 대도시에 볼일을 보러 갔을 때, 멋진 커피숍 창가에 앉아 커피 맛에 그리고 창밖 대도시 분주함에 취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커피숍이 많아지는 것, 이것은 시민의 주요 기호품으로 자리 잡아가는 수요공급측면에서의 당연함이지만, 도시민의 휴식을 위해서도, 도시의 장소성 제고를 위해서도 중요한 것 같다. 창밖 풍경이 아름다운 멋진 커피숍, 오랜만에 친구와 수다를 떨고 싶은 짙은 커피향의 아늑함이 좋다. 거리 풍경이 너무 평범한 이 도시에서 이색적인 빌딩 화사드(Facade)와 함께 랜드마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소재가 이 커피숍들이라고 봐진다.

2011-09-06

전통미술의 푸대접

권정찬화가·경북도립대학 교수한복을 입고 호텔에 들어가려다 저지를 당한 사건은 정말 우리로서는 황당한 일이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우리의 한복을 차려입고 들어가는 데 왜 막는 다는 말인가? 참 한심한 일이다. 이러한 우리문화에 대한 푸대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요즘 미술시장만 보아도 알 수가 있다. 어디 전통그림이 그림인가? 생존 서양화가는 호당 몇천, 아니 때로는 억대가 될 수가 있다. 하지만 청전 이상범이나 변관식 심지어 조선시대 대표작가들의 작품가를 보라. 요즘 젊은 작가의 작품가격보다도 싸다. 아니 매매마저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한국화나 문인화는 소위 갈 곳이 없는 고립된 상태이다.우리의 미술시장은 몇몇 메이저 화랑(소위 그들이 말하는)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외국의 그림은 우리나라미술시장이 매력적이라고 한다. 그들과 대기업, 컬렉트들이 우리 것 보다는 서양 것을 더욱 선호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미국에 있는 현대미술품들이 우리나라에 의해 고갈됐다고들 한다. 가격도 우리 손으로 그들의 작품가를 마구 올려놓았다고 한다. 크게 반성할 일이다.중국이라는 나라는 고미술이라는 장르부터 대단한 인기가 있고 큰손들이 경매시장이나 화랑으로부터 거금을 들여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중국고미술 경매를 우리는 보지 않았는가? 청대의 작가의 그림이 우리 동시대의 작품가격의 100~150배로 비싸게 느껴질 정도로 매매가 이뤄진다. 이러한 고미술의 붐이 현대미술에 이어져 감히 우리나라 큰손들이 손댈 수가 없을 정도의 현대미술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장대천, 이가염이나, 오관중의 그림가격이나 인기를 보고 입이 딱 벌어진다.이러한 중국의 미술문화를 보더라도 그들은 자국의 전래문화를 매우 소중히 여긴다. 자기들의 것이라면 세계 어디를 가서라도 반드시 회수하고 보존하려는 정신이 매우 높다. 물론 아리랑을 자국의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야욕도 드러냈지만 욕할 일만 아니다. 일본의 경우도 조그마한 역사적 자료라도 자국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가? “1%라도 확률이 있으면 그들(일본인)은 학자를 동원해 일본역사를 만들려고 한다” 어느 문화인이 한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는 일본에 있거나 서양에 있는 문화재들이 전부 약탈한 것으로만 간주한다. 하지만 선물한 경우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인정하지 않아서 반출된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우리의 미술품은 외국에서 인기가 높은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 가짜나 천대 받는 문화재가 간혹 외국의 박물관이나 소장가들에게 넘어가는 수가 있다고 한다. 몇 년 전인가. 한 학자의 손에 백제금동반가사유상이 손에 들어와 국보신청을 문화재청에 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것을 아닌 것으로 판명한 모양이다. 그 학자는 시료를 분석하는 등 온갖 자료를 다 동원하고, 부여의 어느 곳에 나온 것 까지 들먹였지만 결과적으로 무용지물이 됐고 부인은 화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물건은 다른 사람 손을 거쳐 일본인에 60억원에 매매된 사실을 들을 수가 있었다. 가짜로서 아무 탈 없이 일본이 건너간 이 불상은 일본인들이 자신의 모국인 백제에서 조상이 만든 최고의 걸작이 왔다고 흥분했다고 한다. 가슴 아픈 일이다.우리나라는 전통문화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당장 돈이 돼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전통이라는 미술은 뒷전이다. 물론 아파트나 현대 건물에는 안 맞는다고들 하지만 그렇다면 비싼 그림이 왜 필요한가? 결국 궁극적인 목적은 투자가 아닌가? 만약 청전이나 소정, 지역의 석재나 죽농의 작품이 몇 억씩 한다면 그래도 아파트, 현대건물 타령만 하고 가만히 있을 것인가?

2011-09-06

비겁하기는 마찬가지다

좀 낫고 못한 차이는 있으나 잘잘못을 따질 필요없이 서로 비슷비슷함을 가리켜서 오십보 백보라 한다. 오십보 도망친 사람이 백 보 도망친 사람을 비웃는다는 뜻으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 마찬가지란 말이다. 전국시대에 위나라 혜왕은 진나라의 압박에 견디다 못해 도읍지를 옮겼다. 그래서 혜왕은 국력회복을 자문하기 위해 제후들에게 왕도정치론의 스승인 맹자를 초청했다. “선생께서 천리길도 멀다 않고 이렇게 와 주신 것은 과인에게 부국강병의 비책을 가르쳐 주기 위함이 아니겠소?”맹자 왈, “전하 저는 귀국의 부국 강병과 상관없이 인의(仁義)에 대해서 아뢰고자 왔습니다” “인의의 정치라면 과인은 평소부터 힘써 베풀어 왔소. 예컨대 하내지방에 흉년이 들면 백성을 하동지방으로 옮기고 하도에 기근이 들면 하내의 곡식으로 구호하도록 힘쓰고 있지만 백성은 과인을 사모하지 않고 또 이웃 나라의 백성수도 줄어들지 않고 있소. 대체 어찌된 일이오?” “전하께서 전쟁을 좋아하시니 전쟁터에서 백병전(白兵戰)이 벌어지기 직전 겁이 난 두 병사가 무기를 버리고 도망을 쳤습니다. 그런데 오십보를 도망친 병사가 백보를 도망친 병사를 보고 비겁한 놈이라며 비웃는다면 전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겠나이까?” “그런 바보 같은 놈이 어디 있소? 오십 보든 백 보든 도망치기는 마찬가지 아니겠소?” “그걸 아셨다면 전하, 백성을 구호하시는 전하의 목적은 인의의 정치와 상관없이 부국강병을 지향하는 이웃나라와무엇이 다르옵니까?” 혜왕은 대답을 못했다고 한다. 이웃나라와 똑같은 목적을 가지고 백성을 구호한 것은 진정으로 백성을 생각해서 구호한 양 자랑한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사회도 또한 정치도 비슷하다. 우리나라 속담에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고 그야말로 피장 파장이다. /손경호(수필가)

2011-09-06

안철수와 박원순, 참신성과 도덕성

이대환 `ASIA`발행인·작가오세훈은 무대에서 퇴장했다. 퇴장 당했다고 말해도 틀리진 않는다. 한 방송사의 `나는 가수다`에서 인기를 높인 어느 가수를 시늉하듯이 무대에 꿇어앉기도 했지만, 더 나아가 울어도 보았지만 `퇴장`을 막진 못했다. 대통령 특보 박형준의 훈수에 따른 결과든 스스로의 결단에 따른 결과든 그의 이름으로 발의한 주민투표에서 개표요건조차 갖추지 못해 `시장직을 걸겠다`는 약속의 길로 떠나야 했던 것이다.곽노현은 위태위태해 보인다. 조만간 무대에서 스스로 퇴장할 것 같기도 한데, 질질 끌어서 한국의 민주주의 헌법이 보장하는 3심 재판제도를 충분히 활용한 다음에 퇴장 당하거나 간신히 살아남을 수도 있겠다. 어느 쪽으로 결말이 날 것인가? 누구보다도 `부정부패 척결`을 목청껏 외쳐댄 그의 양심은 이미 정답을 갖고 있을 것이다.과연 학생들에게 점심밥 주는 방법론을 놓고 `180억 원짜리 주민투표`까지 벌여야 했을까? 주민투표가 발의된 직후에도 나는 `한심한 일`이라고 이 지면을 통해 발언했지만, 지금도 나는 변함없이 `한심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의원이 뒤늦게 “주민주표로 갈 사안이 아니었다”고 지적해 여당 내부에서 회초리 같은 비판과 공격을 받았다. 가령, 정몽준 의원은 “한가하신 말씀”이라고 쏘았다.물론 내 생각과 박근혜 의원의 판단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나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양보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성숙의 기준에서 비판한 것(일종의 이상주의적 비판)이었고, 박 의원은 지방자치단체마다 형편에 맞게 진행되는 무상급식이라는 기준에서 비판한 것(일종의 현실주의적 비판)이었기 때문이다.세상의 일에는 종종 역설적 결과가 일어나는 법이다. 발의하지 말아야 했을 `주민투표`라는, 내 기준으로는 `어리석고 불필요한 일`이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 일이 전혀 뜻밖에도 현실정치의 무대에 서지 않으려 해온 인물들을 그 무대로 불러들이고 있다.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 두 사람이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누가 이 엉뚱한 결과를 예측이나 했을까? 주민투표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박형준도, 주민투표를 발의한 오세훈도, 주민투표는 `나쁜 투표`라는 선동으로 투표율 떨어뜨리기 운동에 매달렸던 민주당이나 민노당도 정말 그것만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주민투표와는 애써 표면적 거리를 유지하려 했던 청와대도 몰랐을 것이다.안철수, 박원순은 왜 `서울시장 후보`로서 민심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을까? 내가 보기엔 조금도 복잡하지 않다. 간단하다. 그 참신성과 그 도덕성 때문이다. 서울시장으로서 어느 정도 합당한 능력이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하여 민심은 웃어 버린다. 그 웃음에 담은 대답은 “아무려면 정치해온 인간들보다야 나을 텐데, 그 참신성과 그 도덕성만 해도 우리는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라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현재의 민심이 한국정치의 어떤 문제점에 대해 목말라 있는가를 얼마든지 추측할 수 있다.민심의 첫 번째 갈증은 정치와 정치인의 참신성이다. 참신한 정치인이 참신한 정치를 창조한다.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 단계에서 `복지`가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대두된 것처럼, 도대체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 단계에서 정치집단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피하지 말아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양보와 타협`이다. 우리의 민심이 언론매체를 통해 날마다 부아를 끓이며 보아온 것은 `너를 죽여서 나만 살자`라는 극한적 대립과 투쟁이다. 공중부양에서 해머까지, 특히 국회는 그 표본이다.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 이념적 성향까지 끼어들면 기어코 갈 데까지 가고야 만다. 서울시의 주민투표도 그러한 것이었다. 얼마든지 타협할 수 있는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발의한 쪽이든 투표불참운동을 펼친 쪽이든 `학생들 점심 주는 방법론`을 보수와 진보의 진검승부로 몰아가고 말았다.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 단계에서 마침내 절실한 문제점은 참신한 정치이고, 그 요체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양보와 타협의 정치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곽노현의 경우처럼 `돈의 뒷거래`라는 의심을 받게 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오히려 대화와 협상을 통한 양보와 타협의 정치를 타락시킬 뿐이다. 바로 여기서 도덕성의 문제가 심각해진다.`대화와 협상을 통한 양보와 타협의 정치`가 지금 우리에게 요청되는 절박한 정치문화라고 주장했지만, 그것은 강한 도덕성 위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 안철수와 박원순. 두 사람의 실체가 곧 적나라하게 드러나겠지만, 현 시점에서 서울의 민심이 두 사람에게 쏠려가는 이유는 명백하다. 한국정치의 참신성과 도덕성에 대한 민심의 갈증이 그들을 부르는 것이다. 비단 서울뿐이겠는가? `깨어 있는 시민`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 방방곡곡이 마찬가지이다.

2011-09-05

박수 칠 때 떠나라

이경우대구본부장장수는 전장에서 죽어야 한다. 그것이 장수의 명예다. 때로는 힘이 모자라거나 세가 불리하다고 작전상 후퇴를 해서 후일을 도모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에서는 많은 장수들이 승산이 보이지 않을 때면 장렬한 전사를 선택한다. 자신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고, 자신의 국가에도 의무를 다하는 방법은 오직 그 길 뿐이라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얘기지만 스포츠에서 선수는 경기장에서 쓰러져야 한다. 힘이 다 할 때까지 싸우고 지면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 그보다 먼저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퇴장하는 방법도 있다. 그것이 한창시절 팬들로부터 받은 사랑에 대한 보답이다. 더욱 멋진 모습을 보이려면 잘 나갈 때 내려오는 것이다. 그래야 떠나면서 뒷꼭지에 비아냥대신 박수를 받을 수 있다.구질구질 경기장에서 제대로 성적도 못 내고 은퇴하는지 마는지 어느 사이 핫바지 방귀 새듯 쓰러지는 선수들, 개인적으로도 안쓰럽다. 멋지게 은퇴하는 선수들도 많다. 앞으로 얼마든지 더 뛸 수 있을 듯한데도 정상에서 내려오는 선수를 보는 것은 감동이다. 숱한 장애를 젖히고 꼭대기에 올라갈 때까지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 것인가.세계여자골프계의 지존 로레나 오초아가 지난해 봄 깜짝 은퇴했다. 그 전까지 골프계의 여제로 군림했던 소렌스탐(스웨덴)을 꺽은 지 3년 만에, 바로 같은 날짜에 은퇴를 선언했다. 그동안 골프계 세계 정상에서 누구의 침범도 허용하지 않았던 그녀는 “1인자일 때 물러나고 싶었다”는 퇴임의 변을 남겼다. 얼마나 깔끔한가. 그녀가 돈 많은 사업가와 결혼하게 됐다거나 더 이상 골프를 할 수 없게 된 때문은 아니었다. 29살은 아직 많은 미련을 갖게 하는 나이였다.우리나라에도 있다. “팀이 필요로 하지 않는 선수라면 언제라도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며 지난 해 가을 쿨하게 그라운드를 떠난 삼성 라이온즈의 양준혁. `야신`이라 불렸던 그는 야구인생 32년에 프로경력 18년차로 2천 안타를 비롯, 각종 기록을 갖고 있었다. 빗 속에 치러진 마지막 경기에서 내야 플라이에도 전력 질주한 그 양준혁은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나 지금은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어제 끝난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많은 별들이 사라지고 또 새로 떴다. 재기를 벼르는 선수도 있고 후배에게 길을 열어주고 명예롭게 떨어지는 별도 있다. 옐레나 이신바예바도 그 중 한 사람이다. 29세. 러시아 출신의 여자 높이뛰기 선수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대구스타디움을 찾은 많은 관중들은 내심 그녀의 재기를 기대했다.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번 연속 바를 넘지 못하고 탈락했던 그녀는 대구에서도 결국 주저앉고 말았다.왕년의 화려했던 기록들, 세계 기록만도 무려 27개나 갈아치웠고 IAAF(국제육상경기연맹)가 선정하는 `올해의 여자 선수`에 세 번이나 뽑혔던 그녀였다. 2003년 세계선수권을 거머쥔 이후 내리 6년 동안 무패 행진을 이어왔던 그녀였다. 그녀가 내년에 다시 부활할지는 그녀 자신에게 달렸다. 장대높이뛰기 선수에게 29세라는 나이가 장애가 될지도 개인의 문제다. 4m85의 기록으로 이신바예바를 뛰어 넘어 우승한 브라질의 파비아나 무레르는 30살이다. 분명한 사실은 영원한 것은 없다는 냉정한 현실이다.스포츠만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전성기가 다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언론의 하마평들은 벌써부터 이맛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5선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내년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세가 불리해지자 먼저 던진 카드라고 폄하한다. 특히 현역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 요구가 드센 우리 지역에서는 자가발전식 반론이 교묘히 세탁돼 여론인 양 공공연히 떠돈다. 파장이 자신들에게 미칠까 두려워서일 것이다. 스포츠에서도, 정치에서도 박수 받으며 떠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

2011-09-05

김명곤 전 문광부장관 동양대 석좌교수로

【영주】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장관이 대학 강단에 선다. 김명곤 전 장관은 영주시에 소재한 동양대학교(총장 최성해) 석좌교수에 임명돼 지난 1일부터 동양대 연극영화학과의 전공선택과목 `공연예술특강`(3학점)을 강의한다.김 전 장관은 서울대 독어교육과를 나와 언론학 석사, 뿌리깊은 나무 기자, 교사(배화여고), 방송인(SBS 사선과 사람 진행) 등 다양한 경력과 대학에서 정식적인 강의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또, 1993년 국민영화 서편제로 청룡상 남우주연상, 배꼽춤을 추는 허수아비로 현대연극상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등을 수상한바 있다다. 아리랑 대표와 국립중앙극장장 등을 거쳐 지난 2006년 문화관광부장관으로 재임했다.2010년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조직위원장을 역임해 한국의 소리를 세계에 알리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영화배우이면서 한국 최초로 명창 박초월 선생(인간문화재)의 판소리를 이은 소리꾼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김 전 장관은 최근 한 방송에서 현대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션 가운데 한 사람인 방시혁과 공동으로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김명곤 전 장관은 “창작 현장에서의 연기, 극작, 연출 등의 경험을 토대로 현장제작실습을 지도하겠다”며 “자신이 직접 운영해온 극단과 국립극장의 경영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실무지도에 적극 반영 할 것”이라 교수 입문의 포부를 밝혔다.동양대학교는 김명곤 전 장관의 영입으로 연극 영화 뮤지컬 등의 배우, 극작, 연출 등 현장지도와 문화관련 산하단체나 현장 네트워크의 강화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김세동기자

2011-09-05

유네스코-IHE 총장 영남대 특강 “물은 곧 인류의 미래” 역설

【경산】 UN 산하 물·환경 전문 교육기관인 유네스코-IHE의 솔로지나기 총장(62)이 지난 2일 영남대를 방문했다.대구·경북이 `2015 세계물포럼` 유치 의지를 불태우는 상황에서 관심을 끄는 행보다.유네스코-IHE는 UN 차원에서 21세기 지구촌 물 문제를 다룰 때 중심에 서는 물과 환경 전문 교육기관으로 UN 산하기관 중 유일하게 학위를 수여할 수 있으며, 네덜란드에서 실시한 `델타 플랜`의 기술과 경험을 개발도상국들과 공유하도록 1957년 델프트(Delft)에서 설립된 후 2002년 유네스코로 이관됐다.솔로지나기 총장은 범정부기구인 UNESCO-IHP(국제수문자원계획) 정부 간 위원회 의장이자 대구경북물포럼 회장인 이순탁 영남대 석좌교수의 초청으로 영남대를 방문했다. 그는 이효수 총장을 만나 “물은 인류의 공동 자산이며, 그 물을 관리하는 노하우도 인류가 공유해야 한다. 물은 곧 인류의 미래다”라고 강조하면서 유네스코-IHE가 추진 중인 글로벌캠퍼스 구축계획을 설명했다.유네스코-IHE의 재학생 600여 명 중 95% 정도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개도국 출신이라 설명한 솔로지나기 총장은 “현재 전 세계 보건 이슈의 70% 정도가 물 때문에 발생하고 있고, 병상에 있는 환자의 50%가 물 때문에 질병을 얻은 이들이다. 그런 만큼 각 대륙에 유네스코-IHE 글로벌캠퍼스를 구축하고 더 많은 물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이효수 영남대 총장은 “2009년부터 영남대도 녹색혁신(GIFT)플랜을 추진 중인데, 그중에서 `물`은 매우 중요한 관심분야다. 유네스코-IHE의 글로벌캠퍼스 구축을 위한 협력파트너가 되고 싶다”는 의향을 전달했다.한편, 솔로기나기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영남대 천마아트센터 챔버홀에서 `잘못된 예측으로부터의 교훈-수문예측모형의 가치효과`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이날 특강에서 기존 기법들에 대한 평가와 수문예측모형의 가치에 대해 설명한 그는 “독특한 예측모형은 없다. 최고의 예측모형도 없다. 백업 시스템은 항상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모형을 완전히 신뢰하면 안 된다. 모형은 훌륭한 의사결정 도구이지만, 예측과정에서 모형을 실행하는 사람을 절대 빼놓으면 안된다”면서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심한식기자

2011-09-05

미봉책 세상

미봉책(彌縫策)이란 말이 있다. 글자도 어렵고 뜻도 깊다. 빈 구석이나 잘못된 것을 임시 변통으로 이리저리 주선해 일시적인 눈가림으로 꾸며대는 계책(計策)을 말한다. 그때 그때의 사정과 형편을 보아 그에 알맞게 그 자리에서 일시적으로 처리하는 임기응변과 같다. 이 말이 주는 암시는 어디까지나 순간적이고 임시적인 것이지 영구적이고 완전무결한 처리는 아닌줄 알고 있다. 미봉책의 어원이 고사성어(古事成語)라서 역사적 의미가 담겨져 있다. B.C 707년 춘추 시대인 주나라 환왕때의 이야기라 한다. 환왕은 명목상의 천자국(天子國)으로 전락한 주나라의 세력을 만회하기 위해 정(鄭)나라를 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정나라의 장공은 국력을 배경으로 천자(임금)인 환왕을 무시했다. 환왕은 우선 장공으로부터 왕실 경사(집사)로서의 정치상 실권을 박탈했다. 이 조치에 분개한 장공이 조현(신하가 임금을 뵙는 일)을 중단하자 환왕은 이를 구실로 징벌군을 일으키고 제후들에게 참전을 명했다. 환왕이 총사령관이 되어 출전했고 이런 일 곧 천자의 자장 격지(왕이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 싸움)는 춘추시대 240여년 동안 전후 후무한 일이었다. 장공에게 항의가 들어왔다. “지금 진나라 군사는 전의(戰意)를 잃고 있습니다. 하오니 먼저 진나라 군사부터 공격하면 반드시 패전할 것입니다. 그러면 환왕이 지휘하는 중군은 혼란에 빠질 것이며 상대방은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퇴각할 것입니다. 이 때 중군(중간 군대)을 치면 승리할 것입니다” 장공의 전략은 적중했고 왕군은 대패하고 환왕은 어깨에 화살을 맞은 채 물러가고 말았다. 우리사회에서 임시 조치란 말도 있다. 갑자기 생긴 일을 우선 임시로 둘러맞춰서 처리하는 경우도 간혹 본다. 뒷처리가 엉망이라서 항상 비난의 대상이 된다. 군대용어로 배아픈 병사 배에 머큐름 바르는 시대는 지났다. /손경호(수필가)

2011-09-05

똑똑이와 똘똘이

조현명시인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지식을 암기하고 알고 적용하는데 머무른 산업사회의 교육이 창의성을 강조하는 지식정보화사회의 교육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정작 학교현장은 대체적으로 창의적인 인간을 강조하고 있을 뿐 어떻게 길러 낼 수 있는지 구체적인 묘안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암기식 주입식 교육과 선행학습, 강요된 자율학습, 과외학습, 학원교습이 교육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다.최근 이런 말을 들었다. “당신의 자녀를 망치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아주 심하게 과외학습을 시키고 학원교습을 시켜라! 그러면 당신의 자녀는 자기의 꿈을 잃어갈 것이며 자기주도성을 상실해갈 것이며 자존감도 잃어버려 결국 인생을 망치는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그렇게 망가진 아이들을 고치고 치료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이른바 학습치료가 그것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학습치료`라고 쳐보라. 얼마나 많은 글들이 책들이 소개되는가를 살펴보라. ○○교육이라고 이름 한 존재들은 아이를 망치기도하고 다시 고쳐주기도 하는 그런 웃긴 존재들이다. 그래도 망가진 것을 되돌려주니 참으로 고맙고 기특하다고 해야 할까.왜 미래사회의 인재상을 창의적인 인간으로 볼까? 그 이유는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체계적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다음 이야기로 간단히 답을 얻어 보기로 하자. 예일대학 심리학과 석좌교수인 스타인버그가 쓴 `성공적 두뇌`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똑똑이와 똘똘이가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똑똑이는 학교에서 최고의 우등생이고, 똘똘이는 소문난 개구쟁이였다. 어느 날, 이 두 친구가 산길을 가다가 호랑이를 만나게 되었다. 똑똑이가 보니까 호랑이는 250m 떨어져 있는데 달려오는 속도는 시속 50km 정도라고 파악되었다. 똑똑이는 정확히 계산을 해보더니, “야, 우리 이제 17.88초 후면 죽었다!”라고 재빨리 결론지으면서 친구 똘똘이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똘똘이는 태연스럽게 자기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우등생인 똑똑이는 열등생 똘똘이를 비꼬았다. “멍청하긴, 니가 뛰어봤자지. 호랑이보다 빨리 뛸 것 같아?” 그러자 똘똘이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야, 나는 너보다만 빨리 뛰면 돼”스타인버그 교수는 인간 두뇌를 연구한 결과로 인간의 지능이 분석력, 창의력, 적용력 세 종류로 구분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제껏 대부분의 교육이 분석력만 측정하고 계발한다고 지적했다. IQ테스트나 대입수능시험은 전적으로 분석적 능력만 측정한다는 것, 똑똑이와 똘똘이 이야기에서 누가 분석적 지능이 뛰어나겠는가? 그런데 누가 먼저 호랑이에게 잡혀 죽을까? 우등생 똑똑이의 분석적지능이 제 아무리 뛰어나도 실제 위기 상황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창의력이 높은 똘똘이가 위기상황을 피해가는 걸 알 수 있다. 미래사회는 변화가 심한 사회이다. 변화를 헤쳐 나가는 데는 창의력만한 게 없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그런데 이 똑똑이와 똘똘이의 이야기에 결함이 하나있다. 위의 이야기에 나오는 똘똘이는 어째 좀 도덕적이지 못한 똘똘이라 보인다. 왜냐하면 남을 죽이면서 내가 살려고 하는 경쟁상태를 조성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 이런 비도덕적인 똘똘이가 얼마나 많은가? 남을 밀쳐내고 성공하는 인간을 미래에 잔뜩 길러내어 보아야 어떻게 한 사회가 제대로 지탱되겠는가? 그래서 도덕적인 똘똘이를 생각해본다. 이야기 마지막을 다음과 같이 다시 구성해본다.똑똑이가 열등생 똘똘이를 비꼬았다. “멍청하긴, 니가 뛰어봤자지. 호랑이보다 빨리 뛸 것 같아?” 그러자 똘똘이는 말했다. “야 너는 옆으로 피해 내가 앞으로 달려 갈테니” 똑똑이의 마음이 갑자기 찡해지면서 눈물이 핑도는 눈길로 똘똘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야! 우리 꼭 살아서 보자”라고 하며 뛰어갔다.창의성이 있는 인간이며 적용력이 있는 인간인 도덕적인 똘똘이를 키우는 교육환경이나 시스템을 어떤 나라가 가장 빠르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미래사회에서 국가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다 라고 많은 미래학자들이 강조해서 말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그 길에 들어서 있는가? 라고 질문해보고 싶다.

2011-09-02

삶과 꿈

이원락포항장성요양병원장사람들 모두는 아름다운 꿈을 갖고 싶어 한다. 그들은 좀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들이 그냥 하루하루를 별 탈 없이 지내는 생활로 만족한다면, 그는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지기를 포기한 자이다. `우리 같은 인간이야 별 수 있나, 걱정 없이 지내면 되는 것이지!` 라고 하는 것은 꿈을 아무데나 버려 버리는 것이 된다. 꿈이 없는 삶은 살아도 생명이 없는 삶이다. 이들은 막연한 희망이나, 희미한 것에 의존하게 된다. 일반 사람들은 다양한 꿈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꿈은 붉을 수도 푸를 수도, 깊을 수도 얕을 수도, 클 수도 적을 수도 있다. 여하튼 누구나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좋은 꿈을 가지려면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가 있어야 아름다운 꿈이나 건설적이고 새로운 꿈을 품을 수 있다. 지혜는 내 속에서 희망을 솟아나게 하고, 새로운 것을 그리게 하며, 생명의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고비를 만나거나 어둠 속에서 헤맨다면, 이때야 말로 바로 꿈이 필요한 때가 된 것이다. 대낮에는 세상 일로 인해 꿈을 꿀 수 없고, 어두워야 가능하다. 역경이나 힘이 드는 침울한 시간은 꿈을 만드는 절호의 찬스이다. 우리에게 불리한 시간은 지혜를 짜내는 꿈을 생산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우리들은 판에 박힌 일상생활에 지쳐 있다. 우리들 대부분은 평범한 세상의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좀 더 아름다운 꿈을 가지려고 노력하면 우리는 희망 속에서 살 수 있다. 젊은이는 비전을 갖게 되고, 노인들은 미래 속으로 자기를 던져 넣을 수 있다. 지혜를 동반한 꿈은 클수록 좋다. 그들에게는 일을 저지를 정도로 별나고 큰 꿈을 가져도 좋다. 꿈꾸는 자는 삶의 모습이 다르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이 된다.사람들은 꿈을 가지고 있을 때, 그것이 자기의 욕망의 편에 서 있는 것인지, 또는 반대로 비교적 객관화가 가능한 상태인지를 보아야 한다. 그가 시도하는 많은 꿈의 계획을, 종교에서 말하는 신(神)의 편에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부자나 출세 등 자기만을 위한 희망이라면 개인의 욕망 수준으로서 의미나 가치가 줄어든다. 또 몸도 건강하고 쾌락도 누리는 꿈은 절대자, 신의 편에는 있지 않다.꿈의 실현을 위해서는 좋은 친구나 멘토, 또는 스승에게 자기의 꿈을 말하고, 여러 가지 도움이나 지도, 충고 등을 받는 것은 잘하는 행위이다. 잘못된 부분을 지도 받음으로서 내 꿈은 더욱 확실하게 된다. 그리고 꿈의 성취를 위해 우리는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 작전을 잘 짜야 한다. 이런 일을 하면서 그는 꿈의 홍익성 유무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때 그는 일의 수행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거나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때로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거나, 노력을 하면서 희생도 감수하지만 그 꿈을 이룰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결과는 종교의 신에게 맡겨야 한다. 몸과 마음의 움직임은 인간이 하지만, 결과는 신의 범위에 속한다. 내가 꿈꾼다고 모두 성취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의 새로운 삶을 아름답게 그려 가면서 살아가도 투자한 결과는 반대로 나타날 수도 있다. 신의 입장에서 볼 때, 인간은 모든 면에서 나약하다. 그래서 이때는 신에게 결과를 위탁한다. 인간은 오로지 노력할 따름이다. 즉, 꿈을 꾸면서 투자하고 노력하면서 희생하지만, 그러나 그 응답은 인간의 손에 있지 않다.그렇더라도 그의 투자와 노력은 실패한 것이 아니다. 그는 인생에서 노력한 만큼의 배운 점이 있고, 그 노력만큼 절대 진리의 편에서 서 있었다는 것은 그에게 큰 수확으로 남는다. 누가 인정하지 않아도 꿈을 위한 인생을 살아간다면 그는 지혜자의 반열에 속할 수 있다. 그는 넉넉한 마음의 소유자가 될 것이다. 신(神)만이 그의 노력을 인정할 수 있기에, 여기서 종교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각각의 나이에는 그 나이에 적합한 꿈이 있다. 꿈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격을 수양하고, 또 거기서 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는 신만이 알고 있다.

2011-09-02

토·일 강풍 주의보

기상청은 “12호 태풍 `탈라스`의 간접 영향으로 3일과 4일 경북 동해안 지역에 바람이 강하게 불겠다”고 1일 예보했다. 기상청은 태풍 탈라스가 1일 오후 일본 오사카 남쪽 600㎞ 부근 해상으로 북상해 시속 14㎞ 전후 속도로 북서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풍 중심 부근에는 최고 38m/s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고 했다. 이 태풍은 북태평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북∼북북서진해 3일 아침에는 일본 시코쿠 섬 동쪽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됐다.이에 따라 3일 오전 동해 먼바다와 울릉도·독도는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일부 받아 태풍특보가 발효된 뒤 4일 오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에 앞서 2일 오전부터는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남해동부 해상에 바람이 강하게 불고 물결이 높게 일 것으로 보이고, 그런 현상은 3∼4일 동해안까지 확대돌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기상청 관계자는 “독도 인근 동해 최고 어장인 대화퇴의 경우 3, 4일 태풍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항해하거나 조업하는 선박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최근 내륙 대부분 지방에 나타났던 무더위는 탈라스와 함께 북서쪽에서 다가오는 찬 공기의 영향을 받아 물러가고 점차 평년 기온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김남희기자

2011-09-02

분노는 전쟁의 아들이다

분개하여 성을 내는 것을 분노라 한다. 기독교 교리에 보면 화를 잘 내면 말썽을 일으키고 골(한때 벌컥 성이 나는 기운)을 잘 내면 실수가 많다. 짜증을 부리며 조급하게 굴지 말라. 어리석은 사람이나 짜증을 부린다. 함부로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은 용사보다 낫다. 제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은 성을 탈취하는 것보다 낫다는 말로 성서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몽테뉴의 `수상록`에 보면 분노는 기묘한 용법을 가진 무기다. 다른 모든 무기는 인간이 무기를 이용하지만 분노라는 무기는 반대로 인간을 사용한다고 했다. 분노의 범위는 시간상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분노를 무서운 것이라 생각할 것이 아니라 경멸하는 마음으로 취급해야 한다. 노하는 원인과 동기에는 피해에 대한 감수성의 예민이다. 아무도 피해를 받았다고 느끼지 않는 이상 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모욕은 피해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아니 그보다 더 노여움을 격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성 속에서 모자라는 부분의 것의 보충을 분노로써 하는 것이다. 화를 내는 사람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손해를 보는 것은 노기(怒氣)는 일시적인 광기라서 스스로 분노를 제압하지 못하면 분노가 반대로 그대를 제압하기 때문이다. 옛 성현들의 말씀이 골이 나거든 무엇인가 말하든가 행하기 전에 열까지 세어라. 그래도 노함이 그치지 않거든 백까지 세어라. 그렇게까지 해도 안되거든 천까지 세어라.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분노는 타인에 대하여 유해하지만 분노에 휩싸인 당사자에겐 더욱 유해하다”고 했다. 인간의 노여움은 명예심에서 오는 것이다. 명예심은 개인의 의식과 불가분의 것이다. 노여움에 있어서 인간은 무의식적이지만 자기가 개인이라는 것-독립적인 인격이란 것이라는 것을 나타내려는 것에 노여움과 윤리가 숨겨져 있다. /손경호(수필가)

2011-09-02

오세이돈전

권석창한국작가회의 경북지회장그는 어려서부터 총명해 어른들의 칭찬을 받으며 자랐다. 학교에서는 성적이 우수하고 품행이 방정하여 선생님들의 귀염을 독차지했다. 부모와 주위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명문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일찍이 입신양명의 지름길인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명석할 뿐만 아니라 용모도 준수하여 텔레비전 진행자로서도 인기를 누리게 됐다. 그 인기에 힘입어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드디어 대통령이 되는 교두보라 할 수 있는 수도 서울의 시장에 당선되었다. 거침없이 탄탄대로를 걸어 차기 젊은 나이에 대통령 후보 물망 올랐다. 그는 서울시장이 되자 서울을 명품 도시로 만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그의 선배 시장도 청계천을 복원해 대통령에 당선된 바가 있었다. 그는 선배를 본받아 한강을 정비해 경인운하를 만들고자 했으나 반대가 심해 그 이름을 바꾸어 아라뱃길이라 하고 이미 준공 단계에 있다. 그의 선배가 대운하를 4대강 정비 사업이라고 바꾼 것을 본받음이다. 또한 광화문 광장을 새롭게 조성해 르네상스 서울이라 했다. 아라뱃길이 완성되고 외국인들이 유람선을 타고 르네상스 서울에 오는 광경은 생각만 해도 그림 같다. 수많은 외국인이 아라뱃길을 통해 한강 나루에 내려 광화문 광장을 둘러보는 것은 꿈같은 일이 아니겠는가? 그의 치적은 후세에 길이 빛날 것이다. 그는 이런 꿈에 부풀어 있었다.그러나 이런 토목공사로 인해 선배 시장이 재임 시에 남긴 부채 23조원이 배로 늘어나 46조원이 되었다. 르네상스가 아니라 부채 서울이 됐다. 하수도 공사 예산을 줄인 까닭에 여름 장마에 광화문 광장이 물에 잠기었다. 겨레의 영웅이신 충무공 동상이 물에 잠기는 불경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혹자는 이것을 일러 이순신장군이 해군임을 배려한 시장의 업적이라 했다. 또 서울이 물바다가 되게 했다고 오세이돈이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다.그에게 재앙이 닥친 것은 서울시교육청이 무상급식을 하기로 하면서부터다. 그는 무상급식을 싫어했다. 왜냐하면 무상급식은 있는 아이나 없는 아이나 평등하게 밥을 나눠 주는 것인데 이는 이른바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는 경제를 시장에 맡겨서 능력 있는 사람과 능력 없는 사람을 구별하는 것이다. 있는 아이나 없는 아이나 모두 무상급식을 하면 구별을 할 수 없다. 이 땅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은 성역과 같은 것이다. 이 성역에 토를 달면 좌파라는 딱지를 붙이고 금기시하는 풍토가 있다. 이른바 보수의 표를 얻기 위해서는 무상급식을 반대해야만 했다. 이른바 기득권층의 사람들은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즐겨 쓴다. 올해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새로 편찬하는 사회 교과서 집필 방침에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꿨다.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와 어떻게 다른가? 민주주의는 권력이 국민에게 주어지는 정체임에 반해 우리사회에서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시장 경제체제와 반공 이데올로기가 내포되어 있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대한민국의 법통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에서 찾는데 방점이 주어지는 용어다. 이러한 코드에 맞추어야 표를 얻을 수 있고 표를 얻기 위해서는 무상급식을 반대해야 했다. 그는 무상급식을 무산시키기 위해 주민투표라는 강수를 선택했다. 여론이 불리해지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시장 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주민투표에 나와 달라고 기자회견을 하다가 울기도 했다. 사람들은 밥 달라고 우는 아이는 보았지만 밥 못 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했다. 주민투표는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3분의 1이 투표에 참가해야 개표를 하는데 투표에 참가한 사람의 수가 3분의 1에 미치지 못 했기 때문에 개봉도 하지 못하고 투표는 끝났다. 그리고 그는 투표 전에 선언한 대로 시장 직을 그만두게 됐다. 대통령이 되려고 하다가 시장자리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의미도 없는 주민투표를 하다가 182억 원의 투표비용만 낭비했다.그의 추락이 어찌 그만의 잘못이겠는가? 화려한 경력과 화려한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해 서울시장으로 뽑은 유권자들의 잘못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서울 시민들은 그가 아이들에게 밥 먹이는 것을 그렇게 싫어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후회한들 낭비한 182억은 찾을 수 없고 아라뱃길이라 불리는 경인운하의 문제점 해결도 모두 유권자의 몫이 되어버렸다. 그를 뽑은 유권자들의 잘못은 무엇인가? 텔레비전이 만들어낸 이미지만 본 것일 것이다. 공부 잘 하고 잘 생긴 사람이지만 그는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이 되고 서울시장이 되고 대통령의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지금 그는 끝 모를 곳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처음은 창대했으나 그 끝은 매우 보잘 것 없이 되고 말았다.

2011-09-01

몸매의 경제학설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한 여성 작가의 장편소설이 출판된 것을 축하해 주는 자리가 있어 참석하게 되었다.극히 사적인 축하 자리여서 그런지 참석자라고는 불과 네 사람, 대학 선생이 두 사람에 뜻밖에도 전직 국회의원 한 분이 와 계셨고, 그리고는 책을 낸 소설가가 참석자의 전부였다.정치인도 참석해 있고, 요즘 세상이 워낙 복잡한 탓에 화제가 자연스레 현실 이야기로 쏠렸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오세훈 시장 주민투표부터 최근의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문제까지 두서없이 화제에 올랐다.여성 작가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급한 건 무상급식, 즉 아이들에게 공짜로 밥 먹이는 게 아니라 보육문제다.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우리나라 출산률이 그렇게 낮은 건 돈 때문이니 보육문제부터 신경 써야 한다. 그럼 무상급식 문제는 돈 문제 아니냐고 누군가 반문하니, 그래도 중요한 건 보육비 같은 큰 돈이지 고작 한 달 오만 원짜리 급식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전직 국회의원 분이 반론을 폈다. 그렇지 않다. 아이가 하나인 가정에서는 오만 원이지만 둘인 가정에서는 그게 십만 원이 된다.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이런 논조였다.필자는 필자 나름의 계산법을 제시해 보았다. 내 친구 중에 일산에서 택시 운전하는 시인이 하나 있다. 이 시인 택시 기사는 하루 24시간을 꼬박 일하고 하루는 쉬는 격일제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의 기본급은 64만원이다. 하루하루 사납급을 다 채워 넣어야 하고, 정해진 액수만큼 넣지 못하는 날은 그만큼 월급에서 깍여 나가게 된다. 사납금 다 채워 넣고 매일 3만원이나 5만원은 집으로 가져가 저금을 해야 겨우 백만 원 넘기는 수입을 잡을 수 있다. 이런 수입자에게 5만원, 10만원이 작은 돈은 아닐 것이다.전직 국회의원 분이 필자의 원조에 힘을 내서 보육문제든 급식 문제든 지금 복지가 관건이라는 주장을 폈다. 서민들 사는 게 팍팍해서 복지를 확대해야 할 때다. 지금 각 가정마다 아이를 낳지 않아 인구가 감소할 지경인데, 이렇게 되면 대학도 문을 닫는 곳이 생기게 되고 주택 건설사들도 불황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러니 각종 복지 혜택을 통해 출산을 장려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것이 자연스레 경제 성장으로도 연결된다.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가는 속에 필자는 문득 요즘 여자들의 몸매 관리가 그토록 치열한 것도 다 돈 문제 때문일지 모르겠다는 `이상한` 생각을 만들어 냈다.인터넷을 보면 `하의 실종`이라는 말을 거의 매일 접하게 된다. 몸매를 날씬하게, 예쁘게 만들고, 그런 몸매를 또 과시하듯 짧은 스커트나 바지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들. 이런 여성들이 미인상이 된 시대에 아이를 낳아 적당히 살집이 늘어난 여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아무리 여자보다 어머니가 아름답다고 외쳐댄들 몸매 열풍에 넋을 빼앗긴 여성들 귀에 들어갈 리 없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혹시 몸매는 곧 돈이라는 관념이 이 여성들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회사 같은 곳에서는 여성이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가지면 직장을 그만두길 바라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그렇지 않아도 여성이 아이를 가지게 되면 이 아이를 뱃속에 데리고 있는 열 달 동안, 그리고 아이가 세상에 나온 후 몇 년 동안을 경제생활에 전념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 한국 같은 복지 수준의 사회에서는 여성이 결혼을 한다거나 아이를 가진다는 것이 경제생활에서의 도태를 의미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결혼한 여성, 아이를 가진 여성, 살집이 있는 여성은 곧 경제적으로 무기력하거나 무능력한 여성이라는 도식이 알게 모르게 성립해 버린다.여성들은 섬세하고 민감하다. 그러니 몸매가 경제가 되는 시대에 즉각 반응하게 된다. 자신들이 왜 그토록 몸매에 신경을 쓰는지 알지 못한 채, 그것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이 시대의 험난한 생존조건에 적응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어떤가? 꽤 그럴듯한 몸매의 경제학설이 아닌지 모르겠다.

2011-09-01

웃음은 감정이다

만약 이 세상이 눈물의 골짜기라면 웃음은 거기에 걸려있는 무지개이다. 육체에는 술, 정신에는 웃음이란 말이 있듯이 웃음은 인간의 본능이다. 웃음은 인간의 고유한 것인데 생각하는 동물로서 웃음을 아는 건 인간밖에 없다. 웃음과 눈물을 함께 가진 동물이 사람 아니고 또 있을까? 웃음과 눈물은 같은 감정의 바퀴를 돌리게 돼 있다. 그러나 하나는 풍력을 사용하고 또 하나는 수력을 사용하는 데 지나지 아니한다. 일본 속담에 “웃는 얼굴은 화살이 비켜 가고 화가 난 주먹도 웃는 얼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소는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미소는 우리를 푸르게 한다. 아침 햇살이 이슬을 말리듯 미소는 우리의 눈물 방울을 없애 준다. 사랑의 눈길만이 볼 수 있는 부드러운 의미를 가진 미소가 있다. 소설가 정비석은 “아무도 모르게 나에게만 빙그레 웃어 보이던 그 아리따운 웃음, 황량한 사막에 외롭게 피어난 한 떨기 꽃송이처럼 온 세상의 아름다움을 한 몸에 차지한 듯이 거룩하도록 아름답던 그 웃음은 깊이 잠들었던 나의 영혼을 황홀하게 뒤흔들어 깨워주는 것만 같았다”고 했다. 웃음이란 몸 전체가 즐거워지는 감동이며 그 감동은 주로 있는 그 자리에서 표현되는 것이다. 웃음은 겸손할 때 그것이 자만심에서 나온 것이 아닐 때는 눈물보다 슬기롭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웃음이 긴장의 해이가 될 수 있고 울음이란 흥분에서 생겨나는 배설이라 한다. 그래서 웃음이란 것은 완전히 평온하고 흔들림 없는 정신 표면에 떨어지지 않고서는 그 효과를 낼 수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무관심이란 것이 웃음의 필연적인 조건이 되는 경우도 있다. 웃음에도 층이 있고 종류가 있다. 웃음이란 사람에 따라서 상식을 토대로 한 감정의 나타남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지는 감정도 달라진다. 웃음은 목적이 아니고 부산물이란 말이 생겨난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2011-09-01

봉화 산머루와인 시음회

【봉화】 농업회사법인 청량와인(대표 김원기)이 백두대간 산자락의 청정봉화 자연 속에서 자란 산머루만으로 제조한 와인을 출시했다. 봉화 제1농공단지 내에 입주한 청량와인(주)은 와인 판매에 앞서 지난달 30일 박노욱 봉화군수와 지역기관단체장, 산머루 재배농가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시음회를 개최했다.사진청량와인은 2008년 11월 관내 산머루 재배농가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 및 유통망 구축을 위한 봉화군 산머루제조 자동화 시설 설치사업자로 선정돼 본격 사업을 시작했다.2010년 1월 산머루 와인 제조를 위한 자동화 시설를 설치하고 관내에서 생산된 2010년산 산머루를 1년간 제조, 숙성한 산머루 와인을 생산했다.`솔마루`란 제품명은 백두대간의 산등성이를 이어주는 `마루금`과 봉화의 상징인 소나무의 `솔`을 합친 말이다.솔마루는 풍부한 일조량과 산간지대의 큰 일교차로 맛과 향이 뛰어나고 최고의 당도를 자랑하는 지역특산주이다.봉화군 관계자는 “봉화 산머루 와인은 대도시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을 매료시켜 안정적인 시장 확보와 함께 지역에서 재배한 산머루의 대단위 소비처 확충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방유수기자 success3788@kbmaeil.com

2011-09-01

내외 구분이 분명한 내시집

조선시대 내시(內侍)는 궁궐 내의 여인들을 넘보지 못하게 생식기를 잘라내야 했다. 조선시대 내시부(內侍府)에는 140명의 내시가 있었는데, 이들은 궁중내 살림을 맡아보았으며 결혼을 하거나 양자를 두어 대를 이을 수도 있었고 족보도 만들었다. 내시는 양민 중에서 선발했으며 내시가 되기 위해서는 남근과 고환뿌리까지 모두 거세하게 된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 과정에서 지망생 중 80%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거세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면 자신의 고환이 든 항아리를 갖고 궁에 입궐하게 되며 내시가 죽을 경우 항아리에서 남근을 꺼내 봉합한 후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경상북도 청도에 가면 `청도 임당리 김씨고택`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이집을 `내시집`이라 부른다. 이집은 내시가계를 16대까지 이어온 집으로 정3품 통정대부(通政大夫)의 벼슬까지 지닌 궁중 내시로 봉직한 김일준(馹俊, 1863~1954)이 낙향하여 지은 집이다. 문화재적 보존가치가 높아 1988년 9월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78호로 지정되었다가 2005년 1월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245호로 승격됐다. 우리나라에서 조선시대 내시집이 국가지정 문화재로 등록된 것은 이집이 처음이다. 이집의 건축 초창 년대는 사당 지붕의 막새기와에 `강희(康熙)25년 병인(丙寅) 윤4월`이란 명문이 남아있어 1686년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짐작되지만 건물 구조나 치목 양식으로 보아서는 1800년대에 현재의 모습으로 확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이 집은 가옥의 배치부터 일반 전통가옥과는 다르다. 안채와 작은 사랑채, 고방, 광이 `口`자형 몸채 독립공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몸채 바깥에 큰 사랑채가 있다. 건물의 향(向)은 큰사랑채만 남향이고 안채는 서북향, 작은 사랑채는 서남향을 하고 있다. 이곳의 지형조건 상 안채와 작은 사랑채를 얼마든지 남향으로 앉힐 수 있음에도 이집은 그렇지 않다. 몸채 밖의 큰 사랑채 위치 또한 대문채와 몸채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대문과 몸채의 중문을 통해 안채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안채와 작은 사랑채의 방향은 임금이 있는 궁궐방향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조선시대 반가(班家)의 구성은 남녀유별 유교적 사상이 철저하게 녹아있다. 그 중 하나가 사랑채와 안채 사이에 중문을 설치하고 대문을 들어와 중문을 거쳐야만 안채에 들도록 한 것이다. 안채로 드나드는 아녀자들을 사랑채의 어른이 `은근히` 볼 수 있도록 건축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집은 대문에서 안채로 들어가려면 보통 집에는 없는 큰 사랑채 앞을 `반드시` 지나야만 드나들 수 있도록 하였다. 흡사 큰 사랑채에서 안채로 드나드는 아녀자들을 감독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우리나라 유일의 조선시대 내시가(內侍家)인 `청도 임당리 김씨고택`은 일반 사대부 고택보다 훨씬 더 엄격한 내외 공간 구분을 하고 있는 소중한 건축문화유산으로 길이 보존되어야 할 것이다./영남이공대 교수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2011-09-01

“짜가는 가라”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남긴 교훈을 간단히 정리하기는 어렵다. 우선 무상급식과 관련 퍼주기식 무상시리즈가 국가 재정을 거덜내는 복지포퓰리즘이 판을 치게 됐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고,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보편적 복지가 실시돼야 한다는 국민여론을 보여주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투표가 정상적 투표가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정치쇼였고, 야당의 대응 또한 민주적 방식이 아니란 주장이 만만찮은 것도 사실이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여당 출신 오세훈 전 시장 낙마의 직접적 계기를 만든 무상급식을 이슈화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선거당시 경쟁후보 매수혐의가 드러나면서 정작 무상급식의 문제는 뒤로 밀리고 정치공해의 혼탁속에 선량한 국민들 정신만 혼란스럽게 된 것이다. 곽 교육감은 2억원의 거금을 경쟁후보에게 건네준 것을 대가성 없는 선의의 인정이라 주장하지만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마도(魔都)와 같은 이미지로 변하는 모습에 한숨이 나올 뿐이다. 정말 서울서 벌어지고 있는 이 사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국민들은 재정적자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는 유럽의 선진국들과 일본의 경우만 보아도 복지포퓰리즘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잘 알고 있다. 이같은 국민의 인식을 전제로 한다면 개표도 못할 만큼 낮은 투표참여 결과를 놓고 서울시민들의 다수가 전면 무상급식을 지지한다고 해석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이번 투표결과를 야권이 승리했다고 자만한다면 큰 오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투표과정에서 많은 국민들은 복지논쟁의 향방보다 정치권의 비민주적 행태에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투표율이 낮은 것 자체가 이같이 황당한 정치권의 행태에 대한 의사표시일 수도 있는 것이다.주민이 뽑아준 시장직을 시장업무 수행과 관련된 정책사안에 대해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실시한 오세훈 전 시장은 민주의식을 가진 정치인인지 알 수 없다. 주민이 탄핵을 하지 않는 한 임기만료까지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주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자세가 아닐까. 또 자신의 소속 정당과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투표와 시장직 사퇴에 당의 지원을 호소한 것은 민주정당인의 정도를 벗어난 것이기도 하다. 당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거치지 않은 사안에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의 정치행보는 가당치 않은 처사인 것이다. 이렇게 할 바에는 왜 당의 공천을 받아 시장에 출마했는지 묻고 싶다.이번 투표에서 야당이 보인 투표불참 운동도 민주시민으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였다. 법원이 투표자체를 막지않은 이상 주민들이 투표장에 가서 자신들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주민의사 수렴의 정상적 민주절차다. 만약 투표가 불법이라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 투표 효력은 당연히 상실되는 것이다. 이같은 투표불참 운동을 벌였던 야당은 과연 민주정당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이번 투표에 빌미를 준 곽노현 교육감은 정당공천으로 출마하지는 않았지만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가 가담해 서울시민들에게 내세운 이른바 진보진영의 단일 후보였다. 그러나 이번에 야권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 2억원의 돈거래 혐의가 드러난 것은 민주선거의 뿌리를 흔든 부도덕한 처사라 할 것이다. 선거에서 유권자의 후보선택권을 금전으로 원천 봉쇄한 행위는 `진보`가 아닌 `부패 수구 퇴보`인 것이다. 앞으로 수사와 사법적 판단에 따라 처리되겠지만 진짜 진보를 희구하는 국민들에게는 엄청난 배신이 아닐 수 없다.국민들은 이번 투표로 많은 비용과 짜증스런 시간을 보내는 손실을 입었지만 한가지 얻은 것이 있다면 입으로 민주와 진보를 외쳐도 누가 진짜 민주주의자인지, 누가 가짜 진보주의자인지를 가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더 이상 가짜들이 판치는 세상은 없어야겠다. “짜가는 가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싶다.

2011-08-31

남북 긴장완화 계기 되길 기대하며

김영문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 교수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함께 경색된 남북관계 정상화의 길도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김 위원장 러시아 방문의 목적은 지난 5월의 중국 방문과 마찬가지로 후계 세습을 비롯한 정치적인 목적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목적은 경제 협력을 위해서 일 것이라는 것은 김 위원장의 수행 단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북한이 진정 북·러 간의 경제협력을 위한 것이라면 나선경제특구에 대한 투자유치와 전력을 포함한 에너지 및 추가 식량지원 등 경제적인 지원요청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남·북·러 가스관 및 철도연결 사업이 핵심협력과제라는 것이 정상회담 준비과정과 결과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는 이 프로젝트들을 위해 엄청 공을 들이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북한에 대해서는 지난 8·15경축사 축전을 통해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직접 “러시아와 남·북 간 가스화·에너지·철도 건설 분야 3자 계획을 비롯해 모든 방향에서 북한과 협력을 확대할 뜻이 있다”는 경협의지를 표명했다. 그리고 우리 남한에 대해서는 지난 8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통해 가스관건설을 위해 북·러 양국의 대화를 언급할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이번 회담을 마친 후에는 `3자 특별위원회 발족`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 가스관 철도 연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러시아는 이 사업을 통해 중국에 비해 다소 부진했던 대북한 외교에 대한 자존심 회복은 물론 북한이 옛 소련에 진 100억불의 빚 상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기회를 함께 엿볼 것이다. 한편 2012년 강성대국 진입을 천명한 북한으로서는 경제적으로 안정이 절실한 시점에 있지만 천안함 사태로 인한 우리의 5·24조치에 의해 남북경제협력이 개성공단을 제외하고는 전면 중단된 상태에 있다. 그리고 대 중국 경제협력 역시 지난 방중 때 제대로 얻어내지 못한 탓으로 부진한 실정에 있다. 반면 한·중·러 간 가스관 및 철도연결 프로젝트는 북한으로서는 공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입은 물론 통과료 수입만 각각 연간 1억불이라는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이다. 이 때문에 북·러 양국 모두가 이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려 할 것이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분명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우리는 북·러 간의 경제협력 중 러시아가 공을 들이고 있는 가스관과 철도연결 사업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사업들은 당연히 우리 남한과 북·러가 함께 협력해 해결해야 할 프로젝트이며 동시에 한반도 정세 안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북한을 경유하는 러시아의 가스공급은 이미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한 바 있으며 그 후 이명박 정부에서는 2008년 9월 두 나라가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한 프로젝트이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실행이 중요한 것은 북한은 물론 주변국들이 남북한의 교류협력과 나아가서는 남북통일이 자신들에 미칠 수 있는 이익을 부각시켜 통일을 도와야 한다는 마음을 이끌어 내자는 통일정책과도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이제 남은 일은 3국이 모두 필요로 하는 이 사업을 우리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느냐에 있다. 정부당국은 정경을 분리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이다. 만약 북한의 도발에 대한 선 사과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면 그에 따른 후속 조치도 내 놓을 수 있는 유연성 있는 외교정책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중·러 주변국 특히 러시아와의 외교역량을 강화하므로 북한으로 하여금 이 프로젝트를 꼭 실현할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사안 사안에 따라 적절히 구사한 대북정책으로 남북현안을 적극적으로 하나하나 풀어갈 때 남북한 간의 화해협력의 시대는 앞당겨 질 것이다.

2011-08-31

문명을 지배하는 자

문명이란 노동의 산물이다. 본래 문명은 제가 스스로 낳아야 하는 것이다. 문명은 정신이 아니고 지식이요 기술이기 때문에 남의 것을 받으면 반드시 해가 되는 것이다. 보통 세인들이 말하는 문명은 사람의 지혜가 열리어 사회가 정신적·물질적으로 진보한 상태나 또한 일정한 역사적 시기에 이룩된 사회 발전과 문화의 총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문화는 문명이 발달돼 생활이 편리해지는 일이며 진리를 구하고 끊임없이 진보·향상을 꾀하는 인간의 정신적 활동과 또한 그에 의해 얻어지는 물질적·정신적 소산을 종합하여 일컫는 말이다. 문명이란 말하자면 막연한 동질성으로부터 명확하고 일관된 이질성으로 진보하는 것이다. 국가에 있어서의 사치와 극도의 문명은 쇠퇴의 확실한 전조다. 그것은 모든 개인이 자기의 이익만 생각하고 공익을 돌아보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는 문명이라는 것이 극히 소수의 사람들의 인격과 의견으로 인해 세워진다. 또 교묘하게 만들어져서 교활하게 보전되는 규칙과 관습에 의해서만 유지되는 아주 지극히 희생적인 것임을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오늘날 세계인들은 문명의 혜택으로 삶의 만족도가 엄청나게 나아지고 있으며 그 속에서 풍족한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혜로운 몇 사람의 재능으로 인류의 문화는 행복의 극치에 달하고 있으며 편리하고 편안한 행복지수가 날로 높아만 간다. 문명이란 요컨대 자연에 대한 일련의 승리이기 까지 하다. 참된 문명은 모든 인간이 스스로 주장하는 모든 인간에게 부여하는 데 있지만 문명은 소수자를 높이기 위해서 다수자를 열등화시킨다는 것이다. 현대문명의 위기는 기술문명이 토끼같지만 정신문명이 거북으로 뒤를 쫓는다. 문명이란 하나의 상태가 아니라 하나의 운동이며 항구가 아니라 항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떠한 문명도 아직 문명의 목적지에 도달해 본 적이 없다. 인간은 분명 문명사회의 방랑자이다. /손경호(수필가)

2011-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