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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국...김 열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9-06 21:37 게재일 2011-09-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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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콩나물을 다듬으신다 어머니 또 웅그리고 앉아 콩나물을 다듬으신다 어머니 콩나물 대가리를 끊어뜨리신다 어제는 큰애가 월급봉투를 들고 현관문 앞에서 쓰러졌다 어머니 어느새 돋보기 낀 모습으로 콩나물을 다듬으신다 식식거리던 둘째가 소주병을 집어던져 거울이 깨졌다 콩나물이 어머니를 다듬으신다 어머니가 노란 어머니를 다듬으신다 어제는 막내가 돈도 없이 집을 뛰쳐나갔다 어머니 주르륵 눈물 고이신다 눈물이 어머니를 다듬으신다 나이보다 속 깊은 막내 누긋해져 오늘밤엔 돌아올 거라 믿으신다 어머니 눈물을 다듬으신다 세상 식성은 달라도 콩나물국은 시원하다 뿌우연 돋보기 닦아내듯 어머니 콩나물을 다듬으신다

콩나물국을 끓이기 위해 콩나물을 다듬으시는 어머니는 어쩌면 답답하고 맛없는 세상에 시원한 콩나물국 한 그릇 건내기 위해 말없이 콩나물을 다듬고 있는지 모른다. 이리 저리 세상살이가 힘든 자식들의 그 울분과 분노를 다 들여다보시며 조용히 앉아 콩나물을 다듬어시는 어머니는 좋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 땅의 어머니들의 심정이 다 그렇지 않을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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