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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을 지배하는 자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1-08-31 22:41 게재일 2011-08-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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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란 노동의 산물이다. 본래 문명은 제가 스스로 낳아야 하는 것이다. 문명은 정신이 아니고 지식이요 기술이기 때문에 남의 것을 받으면 반드시 해가 되는 것이다. 보통 세인들이 말하는 문명은 사람의 지혜가 열리어 사회가 정신적·물질적으로 진보한 상태나 또한 일정한 역사적 시기에 이룩된 사회 발전과 문화의 총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문화는 문명이 발달돼 생활이 편리해지는 일이며 진리를 구하고 끊임없이 진보·향상을 꾀하는 인간의 정신적 활동과 또한 그에 의해 얻어지는 물질적·정신적 소산을 종합하여 일컫는 말이다. 문명이란 말하자면 막연한 동질성으로부터 명확하고 일관된 이질성으로 진보하는 것이다. 국가에 있어서의 사치와 극도의 문명은 쇠퇴의 확실한 전조다. 그것은 모든 개인이 자기의 이익만 생각하고 공익을 돌아보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는 문명이라는 것이 극히 소수의 사람들의 인격과 의견으로 인해 세워진다. 또 교묘하게 만들어져서 교활하게 보전되는 규칙과 관습에 의해서만 유지되는 아주 지극히 희생적인 것임을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오늘날 세계인들은 문명의 혜택으로 삶의 만족도가 엄청나게 나아지고 있으며 그 속에서 풍족한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혜로운 몇 사람의 재능으로 인류의 문화는 행복의 극치에 달하고 있으며 편리하고 편안한 행복지수가 날로 높아만 간다. 문명이란 요컨대 자연에 대한 일련의 승리이기 까지 하다. 참된 문명은 모든 인간이 스스로 주장하는 모든 인간에게 부여하는 데 있지만 문명은 소수자를 높이기 위해서 다수자를 열등화시킨다는 것이다. 현대문명의 위기는 기술문명이 토끼같지만 정신문명이 거북으로 뒤를 쫓는다. 문명이란 하나의 상태가 아니라 하나의 운동이며 항구가 아니라 항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떠한 문명도 아직 문명의 목적지에 도달해 본 적이 없다. 인간은 분명 문명사회의 방랑자이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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