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봉책(彌縫策)이란 말이 있다. 글자도 어렵고 뜻도 깊다. 빈 구석이나 잘못된 것을 임시 변통으로 이리저리 주선해 일시적인 눈가림으로 꾸며대는 계책(計策)을 말한다. 그때 그때의 사정과 형편을 보아 그에 알맞게 그 자리에서 일시적으로 처리하는 임기응변과 같다. 이 말이 주는 암시는 어디까지나 순간적이고 임시적인 것이지 영구적이고 완전무결한 처리는 아닌줄 알고 있다. 미봉책의 어원이 고사성어(古事成語)라서 역사적 의미가 담겨져 있다. B.C 707년 춘추 시대인 주나라 환왕때의 이야기라 한다. 환왕은 명목상의 천자국(天子國)으로 전락한 주나라의 세력을 만회하기 위해 정(鄭)나라를 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정나라의 장공은 국력을 배경으로 천자(임금)인 환왕을 무시했다. 환왕은 우선 장공으로부터 왕실 경사(집사)로서의 정치상 실권을 박탈했다. 이 조치에 분개한 장공이 조현(신하가 임금을 뵙는 일)을 중단하자 환왕은 이를 구실로 징벌군을 일으키고 제후들에게 참전을 명했다. 환왕이 총사령관이 되어 출전했고 이런 일 곧 천자의 자장 격지(왕이 군사를 거느리고 나가 싸움)는 춘추시대 240여년 동안 전후 후무한 일이었다. 장공에게 항의가 들어왔다. “지금 진나라 군사는 전의(戰意)를 잃고 있습니다. 하오니 먼저 진나라 군사부터 공격하면 반드시 패전할 것입니다. 그러면 환왕이 지휘하는 중군은 혼란에 빠질 것이며 상대방은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하고 퇴각할 것입니다. 이 때 중군(중간 군대)을 치면 승리할 것입니다” 장공의 전략은 적중했고 왕군은 대패하고 환왕은 어깨에 화살을 맞은 채 물러가고 말았다. 우리사회에서 임시 조치란 말도 있다. 갑자기 생긴 일을 우선 임시로 둘러맞춰서 처리하는 경우도 간혹 본다. 뒷처리가 엉망이라서 항상 비난의 대상이 된다. 군대용어로 배아픈 병사 배에 머큐름 바르는 시대는 지났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