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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이돈전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9-01 23:48 게재일 2011-09-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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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창한국작가회의 경북지회장
그는 어려서부터 총명해 어른들의 칭찬을 받으며 자랐다. 학교에서는 성적이 우수하고 품행이 방정하여 선생님들의 귀염을 독차지했다. 부모와 주위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명문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일찍이 입신양명의 지름길인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명석할 뿐만 아니라 용모도 준수하여 텔레비전 진행자로서도 인기를 누리게 됐다. 그 인기에 힘입어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드디어 대통령이 되는 교두보라 할 수 있는 수도 서울의 시장에 당선되었다. 거침없이 탄탄대로를 걸어 차기 젊은 나이에 대통령 후보 물망 올랐다.

그는 서울시장이 되자 서울을 명품 도시로 만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그의 선배 시장도 청계천을 복원해 대통령에 당선된 바가 있었다. 그는 선배를 본받아 한강을 정비해 경인운하를 만들고자 했으나 반대가 심해 그 이름을 바꾸어 아라뱃길이라 하고 이미 준공 단계에 있다. 그의 선배가 대운하를 4대강 정비 사업이라고 바꾼 것을 본받음이다. 또한 광화문 광장을 새롭게 조성해 르네상스 서울이라 했다. 아라뱃길이 완성되고 외국인들이 유람선을 타고 르네상스 서울에 오는 광경은 생각만 해도 그림 같다. 수많은 외국인이 아라뱃길을 통해 한강 나루에 내려 광화문 광장을 둘러보는 것은 꿈같은 일이 아니겠는가? 그의 치적은 후세에 길이 빛날 것이다. 그는 이런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이런 토목공사로 인해 선배 시장이 재임 시에 남긴 부채 23조원이 배로 늘어나 46조원이 되었다. 르네상스가 아니라 부채 서울이 됐다. 하수도 공사 예산을 줄인 까닭에 여름 장마에 광화문 광장이 물에 잠기었다. 겨레의 영웅이신 충무공 동상이 물에 잠기는 불경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혹자는 이것을 일러 이순신장군이 해군임을 배려한 시장의 업적이라 했다. 또 서울이 물바다가 되게 했다고 오세이돈이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다.

그에게 재앙이 닥친 것은 서울시교육청이 무상급식을 하기로 하면서부터다. 그는 무상급식을 싫어했다. 왜냐하면 무상급식은 있는 아이나 없는 아이나 평등하게 밥을 나눠 주는 것인데 이는 이른바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는 경제를 시장에 맡겨서 능력 있는 사람과 능력 없는 사람을 구별하는 것이다. 있는 아이나 없는 아이나 모두 무상급식을 하면 구별을 할 수 없다. 이 땅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은 성역과 같은 것이다. 이 성역에 토를 달면 좌파라는 딱지를 붙이고 금기시하는 풍토가 있다. 이른바 보수의 표를 얻기 위해서는 무상급식을 반대해야만 했다. 이른바 기득권층의 사람들은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즐겨 쓴다. 올해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새로 편찬하는 사회 교과서 집필 방침에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꿨다.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와 어떻게 다른가? 민주주의는 권력이 국민에게 주어지는 정체임에 반해 우리사회에서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시장 경제체제와 반공 이데올로기가 내포되어 있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대한민국의 법통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대한민국에서 찾는데 방점이 주어지는 용어다. 이러한 코드에 맞추어야 표를 얻을 수 있고 표를 얻기 위해서는 무상급식을 반대해야 했다. 그는 무상급식을 무산시키기 위해 주민투표라는 강수를 선택했다. 여론이 불리해지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시장 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주민투표에 나와 달라고 기자회견을 하다가 울기도 했다. 사람들은 밥 달라고 우는 아이는 보았지만 밥 못 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했다. 주민투표는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3분의 1이 투표에 참가해야 개표를 하는데 투표에 참가한 사람의 수가 3분의 1에 미치지 못 했기 때문에 개봉도 하지 못하고 투표는 끝났다. 그리고 그는 투표 전에 선언한 대로 시장 직을 그만두게 됐다. 대통령이 되려고 하다가 시장자리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의미도 없는 주민투표를 하다가 182억 원의 투표비용만 낭비했다.

그의 추락이 어찌 그만의 잘못이겠는가? 화려한 경력과 화려한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해 서울시장으로 뽑은 유권자들의 잘못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서울 시민들은 그가 아이들에게 밥 먹이는 것을 그렇게 싫어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후회한들 낭비한 182억은 찾을 수 없고 아라뱃길이라 불리는 경인운하의 문제점 해결도 모두 유권자의 몫이 되어버렸다. 그를 뽑은 유권자들의 잘못은 무엇인가? 텔레비전이 만들어낸 이미지만 본 것일 것이다. 공부 잘 하고 잘 생긴 사람이지만 그는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이 되고 서울시장이 되고 대통령의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지금 그는 끝 모를 곳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처음은 창대했으나 그 끝은 매우 보잘 것 없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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