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술시장만 보아도 알 수가 있다. 어디 전통그림이 그림인가? 생존 서양화가는 호당 몇천, 아니 때로는 억대가 될 수가 있다. 하지만 청전 이상범이나 변관식 심지어 조선시대 대표작가들의 작품가를 보라. 요즘 젊은 작가의 작품가격보다도 싸다. 아니 매매마저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한국화나 문인화는 소위 갈 곳이 없는 고립된 상태이다.
우리의 미술시장은 몇몇 메이저 화랑(소위 그들이 말하는)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외국의 그림은 우리나라미술시장이 매력적이라고 한다. 그들과 대기업, 컬렉트들이 우리 것 보다는 서양 것을 더욱 선호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미국에 있는 현대미술품들이 우리나라에 의해 고갈됐다고들 한다. 가격도 우리 손으로 그들의 작품가를 마구 올려놓았다고 한다. 크게 반성할 일이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고미술이라는 장르부터 대단한 인기가 있고 큰손들이 경매시장이나 화랑으로부터 거금을 들여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중국고미술 경매를 우리는 보지 않았는가? 청대의 작가의 그림이 우리 동시대의 작품가격의 100~150배로 비싸게 느껴질 정도로 매매가 이뤄진다. 이러한 고미술의 붐이 현대미술에 이어져 감히 우리나라 큰손들이 손댈 수가 없을 정도의 현대미술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장대천, 이가염이나, 오관중의 그림가격이나 인기를 보고 입이 딱 벌어진다.
이러한 중국의 미술문화를 보더라도 그들은 자국의 전래문화를 매우 소중히 여긴다. 자기들의 것이라면 세계 어디를 가서라도 반드시 회수하고 보존하려는 정신이 매우 높다. 물론 아리랑을 자국의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야욕도 드러냈지만 욕할 일만 아니다. 일본의 경우도 조그마한 역사적 자료라도 자국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가? “1%라도 확률이 있으면 그들(일본인)은 학자를 동원해 일본역사를 만들려고 한다” 어느 문화인이 한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는 일본에 있거나 서양에 있는 문화재들이 전부 약탈한 것으로만 간주한다. 하지만 선물한 경우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인정하지 않아서 반출된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우리의 미술품은 외국에서 인기가 높은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 가짜나 천대 받는 문화재가 간혹 외국의 박물관이나 소장가들에게 넘어가는 수가 있다고 한다. 몇 년 전인가. 한 학자의 손에 백제금동반가사유상이 손에 들어와 국보신청을 문화재청에 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것을 아닌 것으로 판명한 모양이다. 그 학자는 시료를 분석하는 등 온갖 자료를 다 동원하고, 부여의 어느 곳에 나온 것 까지 들먹였지만 결과적으로 무용지물이 됐고 부인은 화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물건은 다른 사람 손을 거쳐 일본인에 60억원에 매매된 사실을 들을 수가 있었다. 가짜로서 아무 탈 없이 일본이 건너간 이 불상은 일본인들이 자신의 모국인 백제에서 조상이 만든 최고의 걸작이 왔다고 흥분했다고 한다. 가슴 아픈 일이다.
우리나라는 전통문화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당장 돈이 돼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전통이라는 미술은 뒷전이다. 물론 아파트나 현대 건물에는 안 맞는다고들 하지만 그렇다면 비싼 그림이 왜 필요한가? 결국 궁극적인 목적은 투자가 아닌가? 만약 청전이나 소정, 지역의 석재나 죽농의 작품이 몇 억씩 한다면 그래도 아파트, 현대건물 타령만 하고 가만히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