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재정적자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는 유럽의 선진국들과 일본의 경우만 보아도 복지포퓰리즘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잘 알고 있다. 이같은 국민의 인식을 전제로 한다면 개표도 못할 만큼 낮은 투표참여 결과를 놓고 서울시민들의 다수가 전면 무상급식을 지지한다고 해석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이번 투표결과를 야권이 승리했다고 자만한다면 큰 오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투표과정에서 많은 국민들은 복지논쟁의 향방보다 정치권의 비민주적 행태에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투표율이 낮은 것 자체가 이같이 황당한 정치권의 행태에 대한 의사표시일 수도 있는 것이다.
주민이 뽑아준 시장직을 시장업무 수행과 관련된 정책사안에 대해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실시한 오세훈 전 시장은 민주의식을 가진 정치인인지 알 수 없다. 주민이 탄핵을 하지 않는 한 임기만료까지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주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자세가 아닐까. 또 자신의 소속 정당과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투표와 시장직 사퇴에 당의 지원을 호소한 것은 민주정당인의 정도를 벗어난 것이기도 하다. 당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거치지 않은 사안에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의 정치행보는 가당치 않은 처사인 것이다. 이렇게 할 바에는 왜 당의 공천을 받아 시장에 출마했는지 묻고 싶다.
이번 투표에서 야당이 보인 투표불참 운동도 민주시민으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였다. 법원이 투표자체를 막지않은 이상 주민들이 투표장에 가서 자신들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주민의사 수렴의 정상적 민주절차다. 만약 투표가 불법이라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 투표 효력은 당연히 상실되는 것이다. 이같은 투표불참 운동을 벌였던 야당은 과연 민주정당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투표에 빌미를 준 곽노현 교육감은 정당공천으로 출마하지는 않았지만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가 가담해 서울시민들에게 내세운 이른바 진보진영의 단일 후보였다. 그러나 이번에 야권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 2억원의 돈거래 혐의가 드러난 것은 민주선거의 뿌리를 흔든 부도덕한 처사라 할 것이다. 선거에서 유권자의 후보선택권을 금전으로 원천 봉쇄한 행위는 `진보`가 아닌 `부패 수구 퇴보`인 것이다. 앞으로 수사와 사법적 판단에 따라 처리되겠지만 진짜 진보를 희구하는 국민들에게는 엄청난 배신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은 이번 투표로 많은 비용과 짜증스런 시간을 보내는 손실을 입었지만 한가지 얻은 것이 있다면 입으로 민주와 진보를 외쳐도 누가 진짜 민주주의자인지, 누가 가짜 진보주의자인지를 가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
더 이상 가짜들이 판치는 세상은 없어야겠다. “짜가는 가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