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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방의원 자질’ 공무원들이 체크하고 있다

포항시 공무원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포항시의회 의정활동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상당수가 인사개입, 과다한 자료요구, 인격 모독 등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포항시지부는 지난 19일 “이번 조사결과, 부정적인 답변이 많았는데 새롭게 시작하는 제9대 포항시의회 의정활동은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설문결과 중 눈에 띄는 부분은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지방의회가 집행부인사에 개입한다는 내용이다. ‘시의원이 공무원 인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90.2%가 ‘매우 그렇다(46.2%)’ 또는 ‘그렇다(44%)’라고 응답했다. ‘시의원의 고압적인 자세나 인격 모독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69.3%가 ‘많은 편이다(34.9%)’또는 ‘보통이다(34.4%)’라고 응답했으며, ‘각종 자료제출 등으로 업무에 부담을 느낀 경험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매우 많다’가 33.3%, ‘매우 많은 편이다’가 37.8%를 차지했다.이번에 출범한 대구·경북 지방의회는 광역·기초할 것 없이 ‘국민의힘 의원총회’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1당체제로 구성됐다. 그러나 포항시의회의 경우 33명의 시의원 중 민주당(7명)과 무소속(3명) 의원이 10명이나 돼 충분히 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핵심 상임위인 자치행정위원회 위원장은 박희정 민주당 의원이 맡고 있다. 얼마든지 여·야 시의원들이 긴장감을 유지하며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물론 이번 설문조사 대상이 현 시의원들은 아니지만, 9대 포항시의회도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지방의회가 인사청탁 등 민원창구로 변하는 순간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잃게 된다.내년 1월부터는 그동안 자율에 맡겨졌던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지방자치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의무적으로 발표된다. 의원별 업무추진비 집행 현황, 회의 출석률, 의안발의 건수 등이 공개내용이다. 지방의원들은 집행부 공무원들이 항상 유권자의 입장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2-07-20

다가오는 빅블러 시대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급속한 디지털화로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빅블러(Big-blur)’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특히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사라진 ‘빅 블러’ 시대의 도래는 우리 사회에 매우 큰 변화를 예고한다.금융당국이 19일 금융산업 혁신과 디지털 전환 지원을 위해 금산분리 등 규제 완화를 속도감있게 추진하기로 하자 금융권이 일제히 환영했다. 금융사의 비금융 서비스 제공을 막아 온 낡은 규제가 해소되면 ‘금융의 BTS’로 상징되는 혁신 신사업과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와 ‘헬스케어 금융 플랫폼’이 현실화할 수 있다.은행업계에서는 은행의 자회사 업종 규제(은행업감독규정)에 ‘투자한도규제’ 방식을 도입해 비금융 서비스 진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법령상 은행 자회사가 영위할 수 있는 업종이 15개로 한정돼 있는데, 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자회사에 대한 투자 규모가 은행 자기자본의 1% 이내일 경우 투자를 허용해 달라는 주장이다.이렇게 되면 자기자본 20조원 내외인 시중은행은 비금융 자회사에도 2천억원 수준의 투자를 할 수 있다.자회사 업종 제한을 푸는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은행들은 사용자환경(UI/UX) 디자인 회사, 부동산 등 생활서비스 업체는 물론 소프트웨어나 디지털 인식기술 기업 등 비금융 자회사 인수가 가능해진다.보험사들도 투자 가치가 있는 게임사나 연예기획사를 보유하거나 보험과 연계된 사업모델 구축을 위한 AI(인공지능) 플랫폼 자회사, 흑은 건강관리 자회사 등의 회사 운영도 가능해진다.윤석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금융규제 혁신이 새로운 신성장동력이 되어주길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7-20

대구 맑은물 공급, 상생정신으로 해결을

대구시가 확보하려는 취수원 다변화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환경부 주관의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 이용협정과는 별개로 대구시가 경북 북부권 댐을 상수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에 따라 안동시와 협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어떤 결론에 도출할지 모르나 대구시 상수원 확보를 두고 환경부와 대구시가 서로 다른 길을 모색하는 모양새여서 최종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지난 18일 대구시 정책총괄단장 등 일행은 안동시를 방문해 홍준표 대구시장이 공약한 ‘맑은 물 하이웨이’ 정책 실현을 위한 사전 논의를 벌였다. 안동시도 권기창 안동시장이 밝힌 낙동강 유역 광역상수원 공급체계 구축과 대구시의 구상이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 대구시 정책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두 기관이 협력해 대구시 상수원 문제를 해결한다면 다행이겠지만 아직은 알 수 없는 단계다.일각에서는 사실상 정부 주관으로 해평취수장을 공동 이용키로 한 환경부 협정이 이뤄진 마당에 대구시가 별도의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혼란을 걱정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두 방법 중 어느 쪽에서든 해결책만 나온다면 환영받을 일이다.하지만 두 가지 방법 모두 걸림돌이 있어 결론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이용은 구미 정치권의 반대 등 여론이 뒤따르지 않는다. 영주댐과 안동댐, 임하댐 등을 영천댐으로 연결해 대구 취수원으로 활용하는 계획도 막대한 예산 소요 문제가 있다. 특히 대구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안동댐의 중금속 오염을 이유로 이 방법에 반대하고 있다.30년 끌어 왔던 취수원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지자체간의 상생과 협력의 정신이 밑바탕 되면 못풀 것도 아니라 본다. 안동시는 안동댐 등으로 대구시에 상수원을 공급함으로써 지방재정의 새로운 수입원을 발굴할 기회가 생긴다. 대구시와 구미시는 이로 인한 취수원을 둘러싼 충돌을 피할 수 있다. 정부는 분쟁을 해결해서 좋다. 지자체간의 이해충돌을 해소하고 서로가 이익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상생의 방법이다.30년 대구시민의 숙원을 풀기 위해 마주한 대구와 안동의 이번 논의가 지자체간 상생을 이끄는 모범적 사례로 이어지길 바란다.

2022-07-20

자연이 내리는 종족 번식과 유지의 명

오낙률시인·국악인 어디 출렁이는 물결이 바다나 호수, 또는 강에만 있을까? 해마다 여름이면 동해의 바다가 산으로 들판으로 넘치기라도 한 듯 세상이 온통 푸른 물결로 출렁인다. 그렇게 출렁이는 물결 위에 연꽃이며 참나리꽃, 원추리꽃, 개망초꽃 등의 여름꽃은 출렁이는 산촌의 푸른 물결 위에 반짝이는 윤슬이 되어 한여름의 시골 정취를 완성한다. 산촌의 여름은 푸르디푸른 물의 천국이어서, 온갖 생명으로 새로이 피어나는 물의 고향 같아서, 어쩌면 신록에 묻혀 사는 나조차도 신록처럼 푸르고 청순해야 마땅할지 모를 일이다. 생각해 보면, 나뭇잎으로 혹은 이름 모를 풀잎으로 피어나서 마치 바닷물보다도 더 푸르게 출렁이는 저들의 몸속에는 바닷물이나 강물보다 오히려 몇 배는 더 맑고 순수한 물이 가득 차 있음이니, 필자의 시선으로 저렇게 바람에 흔들리는 초원의 몸짓을 출렁이는 물결로 보는 것에 그 타당성을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가끔 젊은이들로부터 굳이 결혼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식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혼인을 거부하는 풍조가 혼기를 놓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만 유행하는 반갑잖은 풍조로 알고 있었는데 요즘은 한술 더 떠서 젊은 남성에게서도 그런 말을 종종 듣게 된다.필자는 그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농사를 지으면서 느낀 자연의 이치를 생각하며 안타까움을 느끼곤 한다. 농부들은 농사를 짓다가 때가 되었는데도 열매를 달지 못하는 개체가 발견되면 사정없이 자르거나 뽑아서 버린다. 소를 기르면서도 마찬가지다. 암소가 새끼를 가질 나이가 되어 몇 번이고 수정을 시켰는데도 새끼를 낳지 못하면 가차 없이 도태시킨다. 그렇게 농사행위에서도 자연의 순리가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데, 대자연의 입장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눈길에 종족 번식 행위를 거부하는 소수의 인간이 마냥 곱게 보일까 싶다.사람이 나이 들면 고독이 가장 무서운 형벌이 된다. 따라서 인간은 젊어서부터 고독을 경계하며 그에 합당한 대비책을 준비하게 된다. 작금의 사회에 비추어 볼 때 사람이 절대고독에 빠져드는 나이는 개인과 성별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략 70세 전후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것이 사람이 가정을 꾸리고 살아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비록 젊어서는 혼인을 거부하거나 무시하고 살 수 있겠지만 나이 들어 그때가 되면 다들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젊어서부터 지상 모든 생명체에게 내려지는 종족 번식과 유지의 명을 받지 못한 죄로 그들은, 가령 80세까지 살면 10년형. 90세까지 살면 20년형 운이 나빠서 홀로 100세까지 살게 되면 삼십 년 형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건강하게 혼인 생활을 지속한 사람은 가족이라는 작은 사회를 가꾸어온 공으로 그 사회 안에서의 행복을 죽을 때까지 만끽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형무소 생활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단지 육체가 고단한 생활이어서는 아닐 것이다. 진정 형무소 생활이 두려운 것은 고독이라는 단어가 그토록 두려운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2022-07-20

어떤 부끄러움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인간은 누구나 살면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학창시절에는 외모나 성적에서, 성인이 되어서는 부족한 경제력에서 부끄러움이란 감정을 갖는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비교하며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스스로에 대한 감정이다. 우리는 이런 부끄러움에 익숙하다.한편 이와는 질적으로 다른 부끄러움이 있다. 이번 학기 종강을 하고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 연구실로 찾아왔다. 학생은 방학을 맞아 본가에 내려가기 전에 안부 인사를 하러 왔다고 했다. 이번 학기 꽤 열심히 수업을 들었으며 곧 4학년이 되는 학생이라 진지하게 이야기 나눴다. 학생은 그림 그리기에 소질이 있어서 그 방향으로 계속 나가고 싶어 했다. 나는 대학교 4학년의 진로 변경이 늦은 것이 아니라며 좀 더 적극적으로 그림에 몰두하길 권유했다. 학기 말에 아르바이트로 몇 번 결석한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하지만 내 생각이 완전히 잘못된 것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학생의 고민은 어려운 가정 형편과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망이 충돌하며 생겨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대학을 다닐 수 없는 그 학생의 상황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재능이 있지만 돈 때문에 자기의 꿈을 포기하는 학생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인간은 보통 자기중심적이며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토대를 두고 주변을 인식하고 판단한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우리는 타인과의 연결보다는 단절에 익숙하다. 경험적 진실의 분명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 자체를 인정하고 겸손해지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최근에 목격되는 장면은 나와 타인 사이에 장벽을 높게 세우고 대립하는 형국이다. 나의 기준에 따라 타인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 취급을 받거나 무능력한 대상으로 전락한다.지난 3일 연세대학교에서 시급 440원 인상, 샤워기 설치 등을 요구하며 시위 중이던 청소 노동자들에게 세 명의 연세대학교 학생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이 발생했다. 학생들은 지난 4월과 5월에도 청소 노동자들의 시위를 경찰에 고소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학생들이 어떤 생각으로 청소 노동자들을 고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는지는 명확하다. 신성한 배움의 전당인 대학에서 ‘노조’의 불법시위로 자신들의 수업권이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분노의 표시이다.고소한 학생들에게 노조란 무엇이며 청소 노동자들의 요구 사항이 정당한 것인지를 질문할 여력은 없다. 청소 노동자가 존재해서 자신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도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청소 노동자들의 ‘시위’, 그 자체를 대상화시켜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존재로 규정할 뿐이다. 이러니 청소 노동자들의 요구에 침묵하고 있는 대학본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발언을 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우리는 왜 문제를 넓고 깊게 보지 못하는 것일까? 소수 대학생에게만 한정된 문제일까? 오늘 내가 편한 것은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노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노동은 자본으로 쉽게 치환되지만, 세상에는 그런 교환법칙에 따르지 않는 관계들이 더 많다.

2022-07-20

안기러 가다

양태순 수필가 차가 느리게 달린다. 파도와 갈매기가 썸타듯 지분거리는 해안도로를 벗어나니 너른 내(川)가 펼쳐졌다.바다에 물들었던 눈이 파란색을 걷어 올리기 전 물소리가 젖어 들었다. 투명한 물소리가 차르르차르~찰 음악처럼 감겨들어 더없이 느긋하다.구부러진 길이 펴졌다 다시 구부러지는 동안 내가 따라왔다. 넓은 내를 꽉 채우지 못한 물길이 크고 작은 바위를 돌아서 혹은 틈을 비집고 저만의 길을 유유히 가고 있다. 깎인 바위가 둥그스름하다. 아마도 바위에 내려앉은 햇살이 고즈넉이 시간을 둥글게 익혔나 보다. 15킬로미터나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에서 제각각인 바위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불영사 일주문 앞에 섰다. 천축산불영사 현판이 일심으로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라 다그치는 듯하다. 부처의 그림자가 있는 절, 지친 마음이 이끄는 대로 닿은 곳이다. 거대한 문 앞에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많은 번뇌가 일어섰다 사그라지고 다시 안개처럼 피어나는 길 잃은 마음을 문밖에 두고 문턱이 없는 경계를 넘었다.솔향이 달려와 반겼다. 길옆으로 늘어서 있는 소나무가 인사를 하듯 수굿이 가지를 살랑이고 있다. 한껏 들이켜서 깊숙하게 채운다.숨어있는 새소리도 정겹다. 꽁지깃 까딱까딱 흔드는 재롱둥이 새가 눈앞에 있는 듯 흐뭇하다. 눈을 돌리니 하늘을 가린 나뭇잎 틈으로 들어온 빛이 빗질을 열심히 하는지 잎새들이 반짝인다. 모두가 청량한 향기로 다가온다. 살짝 내리막길을 따라 걷는 걸음에 자박자박 박자가 실린다.초록이 빚어낸 풍경에 눈도 마음도 시원해진다. 솔숲을 지나니 굴참나무와 싸리나무, 나무를 기어오르는 덩굴들이 어우렁더우렁 어울려 있다. 서로 가타부타 따지지 않고 제자리에서 자신만의 색을 내는 모습에서 마음 수양이 한참 부족한 자신을 발견한다.늘 가진 것보다 갖지 못한 것에 미련이 많다. 미처 채워지지 않는 물질적 정신적 허기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고약한 심보를 떼어내고 싶으나 쉽지 않다. 가끔 뒤죽박죽인 채로 날이 선 감정을 갈무리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마음이 고단하다. 이제는 정말 내려놓자 다짐한다.다리 아래로 계곡물이 출출 흘러간다. 없는 길을 만들며 수천 년을 굽이져 낸 길에는 갖가지 조형물이 계곡의 아름다움을 보탠다. 흔한 너럭바위를 비롯하여 새, 얼굴, 부처, 동물 등속이 보는 이의 심상에 따라 형상이 보인다. 내 마음이 부처면 남도 부처로 보인다는 말에 공감하는 순간이다.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불영사에 도착했다. 신라시대 기암절벽을 끼고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절, 저절로 신심이 우러나는 곳은 아니다. 일주문을 지나 걸어오는 동안 세속의 부질없는 생각들을 다 부려놓고 천축산에 폭 안기면 세상만사 다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절이다. 나보다 바람이 먼저 도착해 내 소식을 전했는지 품 벌려 맞아주는 불심이 향기롭다.불영지에 연꽃이 아련하다. 법영루 물그림자가 바람의 무늬를 밀어내고 연잎 위에 법경을 펼쳐놓았다.가만히 귀를 연다. 마음을 내리치는 죽비 소리에 속이 뜨끔 따가워진다. 모두가 내 탓이고 내가 부족한 탓이다, 방언 터지듯 고백한다. 슬며시 불심에 기대어 ‘그러나 오늘만은 아무것도 묻지 말고 안아주세요.’ 털어놓는다.산에서 내려다보는 부처를 올려다본다. 불쌍한 중생이라 안타까워할지 측은지심으로 기회를 줄지 아리송하다. 아무렴 어떨까.내가 내 마음 둘 데 없어 안기러 왔으면 안기면 그만인 것을. 천 근의 무게로 짓누르던 화기와 슬픔이 한쪽으로 비켜났는지 속이 편안하다. 아늑한 품속 같은 불영사에서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물소리 바람 소리 휘휘 몰려 와 경전을 풀어낸다. 받아적는 손이 바쁘다. 거리가 멀어 그림자로 다녀가는 부처의 마음을 마음에 들이며 고요히 두 손 모은다.

2022-07-20

병자(丙子)

육십갑자 중 열세 번째에 해당하는 병자(丙子)다. 천간(天干)은 병화(丙火)요, 지지(地支)는 자수(子水)다. 계절로는 병(丙)은 5월 더운 여름이고, 자(子)는 12월 추운 겨울이다. 추운 겨울에 호수나 바다 위에 떠있는 태양이다.병자일주(丙子日柱)는 음기가 가장 강할 때이므로 태양이 자기의 뜻을 펼치기가 사실 쉽지 않을 환경이다. 매사에 조심스럽고 차분한 것이 특징이며, 태양이 떠오르는 기운처럼 기회가 왔을 때 성취할 수 있게 스스로를 단련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그러나 자신이 곤란을 당하게 되면 인덕이 있어서 구호의 손길이 저절로 온다고 한다. 반면에 성격적으로 조금 불안정하여 엄청스럽게 정(情)이 많기 때문에 누구를 좋아하면 푹 빠지는 경향이 있고, 아니다 싶으면 남의 등에 칼을 꽂듯이 돌아서는 기질이 있다. 병화(丙火)는 대체적으로 외모가 수려하고 잘 생긴 사람이 많고, 친절하고 사교성이 좋아 인복이 따르는 경향이 있다.자수(子水)와 병화(丙火)는 서로 상극(相克)을 하고 있다. 적은 양의 물은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증발되기 십상이며, 많은 물은 불을 끄기도 한다. 물과 불은 서로의 영역과 성질이 다르며, 서로 대립되고 쉽게 섞이기는 어렵다. 그러나 외부의 조건에 의해 서로 합화(合化)될 수가 있다.“서로 반대되는 것은 하나다”라고 주장한 중세 독일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니콜라우스 쿠자누스(1401∼1464)는 반대물의 일치를 창안했다. 즉 반대되는 모든 것들은 하나에서 나와서 다시 하나로 돌아가는 과정에 있으므로 동일하다는 것이다.다시 말해 ‘있는 것과 없는 것, 삶과 죽음, 선하고 악한 것, 아름답고 추한 것, 귀하고 천한 것’ 등이 그렇다는 것이다. 대립된 양극단이 하나로 일치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대구 태생인 현진건(1900∼1943) 작가의 ‘운수 좋은 날’은 1920년대를 배경으로 김첨지라는 평범한 인물을 통해 하층민의 비극적인 삶을 그려내고 있다. 인력거꾼 김첨지는 아픈 아내가 오늘 하루만 나가지 말아 달라는 간청에도 일하러 나갔다. 며칠 전에 보리죽을 끓여 먹기도 어려운 처지에 설렁탕을 사달라고 해서 야단쳤던 적이 있었다. 오늘은 비까지 내리는 날이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나 운수가 좋다. 이 손님이 내리면 그 손님이, 그 손님이 내리면 저 손님이 타는 것이다. 더욱이 인력거요금에 시비하는 손님도 없었다. 그냥 달라는 대로였다. 그는 행복했다. 이제 아내에게는 설렁탕을, 그리고 젖배를 곯은 세 살 배기 아기에게는 죽을 사줄 수 있기 때문이다.대통의 운수는 계속 이어졌다. 일말의 불안을 한잔 술로 떨치며 설렁탕 한 그릇까지 사들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아내는 집에 죽어 있었고, 어린 아들이 엄마의 빈 젖을 빨고 있었다.같은 날,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동시에 일어났던 것이다. 그러면 동시에 일어난 날은 좋은 날인가, 아니면 나쁜 날인가? 재수 좋게 돈을 많이 벌었다는 입장에서 보면 좋은 날이고, 아내가 죽었다는 현실에서는 나쁜 날인 것이다. 그렇지만 삶은 문제의 연속이며 살아가는 것은 그러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사람은 태어난 환경과 유전적 자질에 의해서 만들어진 사주팔자의 틀 속에서 벗어나서 행복을 추구하는 의지가 있는 것이다.일상생활에서 희미하게나마 우리는 쿠자누스적 운명의 발길을 예감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지극히 아름다운 것 앞에서 절로 눈물이 솟고, 진정 행복한 순간에 우리는 불안해진다. 삶이 몹시 즐거울 때 참으로 죽음이 두려워지고 만남의 기쁨에 황홀해 있는 순간 이별의 슬픔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지지(地支) 자(子)는 아들 자(子)자 답게 왜소하며 양지바른 담벼락 아래서 놀이에 열중하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모습이다. 또한 쥐의 형태로 쥐 서(鼠)이며 야행성으로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고, 주로 은밀한 곳에 숨어서 살고, 숨어다닌다. 병자일주(丙子日柱)의 자(子)는 예의바르고 책임감이 강하며 스스로 통제하여 이치에 벗어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왕성한 번식력 덕분에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인내심과 지속력과 생활력이 강하고, 먹이를 모아놓는 습성 때문에 숨겨놓은 재산이 많을 수 있다.가정생활을 잘 꾸려나가는 데는 재산이 필요하다. 재산은 가정의 일부이고, 재산을 획득하는 기술은 가정을 운영하는 기술이다. 생활필수품이 마련되지 않으면 잘살기는커녕 사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연이 어떤 것도 불완전하거나 쓸데없이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면, 자연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것은 인간을 위해서다. 예를 들어 양털은 옷감을 짜는 사람에게 천을 만드는 원료가 되는 것이다. 또한 사냥도 재산 획득 기술의 일부이며 어떤 의미에서 전쟁 기술도 재산 획득 기술의 일종인 것이다. 그리고 재산이나 부가 본성적으로 생활필수품을 마련하기 위한 획득 기술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것을 알아야 되는 것이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1636년 병자년(丙子年) 12월에 일어난 병자호란으로 인해 삼학사(홍익한, 윤집, 오달제)는 충절을 기억하지만 청나라 심양에 인질로 끌려간 약 40만 명의 백성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눈물의 세월은 기억하지 않는다. 특히 조선으로 돌아온 여자들을 ‘환향녀(還鄕女)’란 이름으로 정죄하였다.호사다마(好事多魔)란 말이 있다. 즉 좋은 일에는 방해가 많이 따른다거나, 좋은 일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풍파를 겪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과거에 의미 없이 한 말과 행동의 결과가 현재의 인과로 드러나는 법이다. 그래서 생각하는 힘과 기다리는 힘, 인내하는 힘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청정한 세상인 정토(淨土)가 아닌 괴로움으로 가득찬 세상인 예토(穢土)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최상의 날을 경계하고, 운수좋은 날을 조심해야 한다. 후회스러운 그날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22-07-20

악(惡)도 궤멸은 안 되는데 하물며 보수 세력을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극시 ‘파우스트’의 앞부분 ‘천상의 서곡’에서 파우스트를 유혹하려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제안을 허락하면서 신(창조주)은 “인간은 자칫하면 풀어지기 쉽고 무조건 쉬기를 좋아하기에 그들을 유혹하며 자극하게 될 악마의 역할을 할 동료를 붙여주려 하지”라고 말한다. 한편 파우스트가 그에게 접근한 메피스토펠레스에게 “대관절 자네는 뭘 하는 자인가?”하고 물었을 때, 메피스토는 “항상 악을 탐하면서도 오히려 늘 선을 이룩하는 그 힘의 일부입니다.”라고 대답한다.이처럼 신의 위치에서 본다면 악마란 증오나 거부의 대상이 아니라 휴식이나 만족감에 빠지기 쉬운 인간을 흔들어 일깨우고 자극하는 존재가 된다. 신은 악마를 생성의 힘을 지속시키기 위한 자극제로서 절대 필요한 존재로 여긴다. 이런 의미에서 악도 신의 세계를 유지하는 요소 중의 하나다. 선과 악은 대립적 특성을 가지기는 하지만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을 보다 높은 질서와 조화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한다. 이는 우주에서 낮과 밤 또는 음양의 조화와 작용으로 만물이 생성되고 운행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신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증오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동료나 장난꾸러기 정도로 여기며 꼭 필요한 존재로 본다.생물종의 다양성은 지속적인 지구 생태계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심지어는 해충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익충의 먹이공급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사회에서도 다양성은 매우 중요한데, 고대 로마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 민족들의 문화와 종교의 다양성을 포용했던 시대에는 번창하였지만, 동일 종교와 순수를 추구 강요하면서는 로마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우리 사회도 다양한 철학, 문화, 신념들을 포용하며 상호 존중하여야 보다 풍성하고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몇 해 전 당시 정치권의 중심에 있던 어느 인사가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는 말을 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을 때, 나라의 주요 정치인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보수 궤멸’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으며, 지금 생각해도 섬뜩하다. 민주사회란 다양한 사고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자극과 견제를 통해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변화발전을 이어가는 곳이다. 진정한 진보라면 보수가 설사 악이라 하더라도, 궤멸시키려 하기보다는, 보수를 거울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건전한 양식의 진보라면 보수를 인정할 수 있는 자신감과 아량이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보수도 진보를 존중하고 수용하며 때로는 진보와 협의 협력할 줄 아는 능력과 자세를 갖추어야 사회가 보다 풍요롭고 발전적이 될 것이다.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보수라는 쪽에서도 ‘진보의 궤멸’을 생각해선 결코 안 될 것이며, 오히려 제대로 된 보수라면 진보가 건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진보 쪽에도 “이전 정부에서 ‘증오의 대오’를 ‘정의의 대오’로 착각하는 실책을 저질렀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음을 보수는 기억하길 바란다.

2022-07-19

채무감축 위한 재정혁신, 시의적절하다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 홍준표 시장 체제의 대구시는 지난 14일 “강도 높은 재정혁신으로 예산을 줄여 올해 5천억원, 4년 내 1조5천억원의 재원을 마련하여 홍 시장 임기 내에 대구시가 안고 있는 빚의 60% 이상을 줄이겠다”고 밝혔다.현재 대구시의 채무는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19.4%로, 22.6%인 서울시에 이어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두 번째로 높고, 1년 동안 채무비율이 4.5%포인트 늘어 증가율은 1위이다. 대구시의 채무액은 지난해 말 기준 2조3704억원에 달한다. 현재 대구시가 연간 치러야 하는 이자만 400여억 원이다.지난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를 올리는 소위‘빅스탭(big step)’을 사상 처음으로 단행했다. 이제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고금리시대가 오는 것이 확실한 이상 채무 감축이 가장 시급한 좋은 경영 전략이다.이에 앞서 대구시는 시청 조직을 2실 12국 3본부 90과에서 3실 9국 2본부 86과로, 19개 사업소를 8개 사업소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유사·중복 조직을 통·폐합하고, 부서 간 칸막이를 제거하여 상호협력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작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개편하는 조직 혁신에 착수했다. 아울러 시는 산하 18개 공공기관이 기능 중복과 방만 경영 등의 문제가 있다고 파악하고 11개로 통폐합하는 구조개혁을 통해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28년째 지역내총생산(GRDP) 만년 꼴찌로, 세수를 늘리기도 어려운 대구시 입장에서는 예산을 절감하여 지출을 줄이고 채무감축을 위한 재정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또한,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지 않으려는 현 세대의 도리이기도 하다.홍 시장은 자신의 어릴 때를 회고하며 “우리 가족은 부모님 생전에 빚에 허덕이는 비참한 생활을 했다. 그래서 나는 성인이 되면서 가난하더라도 빚을 멀리 했다. 빚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안다”고 했다. 기업도 경영이 어려워지면 구조조정을 통해 규모를 축소하고, 고금리 시대에는 가장 먼저 채무를 상환하려는 노력을 한다. 지방 정부에서는 조직을 혁신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예산을 절감하여 최대한 지출을 줄이고 채무감축으로 이자를 줄이는 재정혁신 방안은 바람직하다.조직개편과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 과감한 지출 구조 조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불유불급한 자산을 매각하여 마련된 재원으로 채무를 감축하고, 채무 감축으로 줄어드는 이자를 복지비용이나 미래 준비에 투입하려는 홍준표 시장의 재정혁신 방안은 시의적절하다.홍 시장이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서 78.8%라는 대구 시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은 지금 당장에만 매몰되어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책이 아닌, 지금은 힘들지만 대구의 미래와 미래 세대를 위해 험난한 길을 기꺼이 가자고 하는 그의 솔직함과 정공법 때문이다.홍준표 시장과 대구시는 공언(公言)한 대로 채무감축을 위한 재정혁신으로 건실한 재정 기반 위에 대구 미래 50년을 준비해주기 바란다. 그것이 국채보상운동의 진원지 대구의 정신이며, 파워풀한 대구를 건설하는 초석이고 대구의 영광을 되찾는 길이다.

2022-07-19

유통업 경기 급랭, 골목상권 무너질까 걱정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대면소비활동이 재개됨으로써 살아날 것 같던 유통업 체감경기가 다시 악화할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가파른 물가상승으로 소비자 지갑이 다시 닫힐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통업 경기위축은 서민경제의 실핏줄인 골목상권의 위기 전조 증세여서 걱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그저께(18일)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84’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RBSI가 100이하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지수 하락폭은 코로나 충격을 받은 지난 2020년 2분기 22포인트 하락 이후 두 번째로 컸다. 물가·금리 상승과 자산가치 하락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데다, 하반기에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게 주된 이유다. 유통업체 중 편의점과 백화점의 경우 간편식품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거나, 물가상승에 덜 민감해 비교적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슈퍼마켓과 대형마트는 고전을 면치못할 것으로 나타났다.골목상권의 대명사인 슈퍼마켓은 지난 분기 대비 RBSI가 48포인트나 하락(99→51)했다. 엔데믹이후 대면소비로 전환됐지만, 대형마트와 편의점 사이에 끼여 운영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간편식품은 편의점에서 사고 농축산물, 신선식품 등 식료품은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산층과 서민층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형마트도 장보기를 최소화하거나 당장 필요하지 않은 상품 소비를 포기하며 경영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유통업계는 이번 조사에서 예상한 바와 같이 경영 애로요인으로 ‘물가상승’(34.2%)과 ‘소비위축’(27.0%)을 가장 많이 꼽았다. 문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앞으로 더 악화할 것이라는데 있다. 특히 유통업체 중에서도 슈퍼마켓과 전통시장 같은 골목상권들이 걱정이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자영업자나 상인들이 능동적으로 소비패턴 변화에 대응하고, 가격·상품 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2022-07-19

국민의힘 ‘혁신위 카드’ 주목한다

심충택논설위원 국민의힘 내분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실체 없는 의혹으로 윤리위를 소집해 당 대표를 몰아내더니, 이제 이준석 축출의 배후로 지목받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이 링위에 올라와 내분을 주도하고 있다.현정권 실세로 알려진 장제원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말씀이 무척 거칠다. 권(성동) 대행은 집권여당 대표로서 막중한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며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직격했다. 대통령실 공무원 사적채용 논란과 관련한 권 대행의 발언내용에 불만을 제기하며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장 의원은 윤 대통령 당선인시절 비서실장을 하며 대통령실 인사를 주관했다. 권 대행이 청와대 사회수석실에 임용된 우모씨의 채용과정을 언론에 해명하면서 ‘장 의원에게 압력을 넣었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거칠다’며 지적한 것이다.집권당 핵심인사들이 당 내분의 중심에 서면서 권력투쟁으로까지 비치자 윤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1∼15일 전국 18세 이상 2천51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과 관련한 긍정 평가는 33.4%로 추락했다. 부정 평가는 63.3%로 올라갔다. 부정 평가는 대구·경북(긍정평가 3.8%p 상승)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상승했다.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윤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반대로 떨어진 것은 대선 당시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년 후 총선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신호다. 민심이반의 원인에 대해 야당 쪽에서는 윤 대통령 인사스타일과 적폐청산 수사를 꼽고 있지만, 주된 이유는 집권당 중진들의 권력다툼 때문이다.국민의힘 내분사태는 그동안 윤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가 애써 확장해 놓은 당의 외연을 갉아먹고 있다. 집권당의 텃밭인 TK 민심도 예전과 같지 않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선장 없는 난파선 상태로 계속 갈 경우, 차기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국민의힘이 차기 총선에서도 메이저 정당을 유지하려면 당의 리더십을 확고하게 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당장 급한 것은 당의 뉴스메이커가 ‘윤핵관’이 아니라 ‘혁신위’가 돼야 한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이준석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공천 혁신을 주창하면서 출범했지만, 친윤(윤석열)계는 ‘이 대표의 사조직(배현진 의원)’, ‘이준석 혁신위(김정재 의원)’라고 비하하며 당의 공식기구로 인정하지 않았다.최근 권 대행이 “혁신위원회는 최고위 의결을 거친 공식기구로 당내 상황에 위축될 이유가 전혀 없다”며 혁신위에 힘을 실어준 것은 현명한 처사다. 권 대행도 언급했지만, 국민의힘이 수권정당으로 신뢰를 받으려면 혁신위가 특정 정치 세력이나 특정인에 편중되지 않는 ‘혁신안(공천룰 포함)’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지난 18일부터 ‘의견수렴 경청회’라는 타이틀로 활동에 들어간 혁신위가 정국흐름을 바꿀 수 있는 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2-07-19

쌀값 대폭락,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 내놔야

45년만의 쌀값 대폭락으로 농민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안 오른 물가가 없다는데 유독 쌀값만 폭락을 거듭하니 농민 걱정을 덜 정부 대책이 빨리 나와야 한다.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의하면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kg당 4만4천851원으로 지난해 10월 5만5천원보다 20% 가까이 떨어졌다. 최근 5년간 평년가격(4만7천원)보다도 낮다. 산지 쌀값 폭락은 지난해 풍작으로 수확량이 늘어났는데도 코로나19 영향으로 학교 등의 집단급식이 중단돼 쌀소비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때문이다. 게다가 쌀값 폭락 조짐이 보였는데도 정부가 제때 시장격리 조치를 하지 못하는 등 정책이 실기한 것도 한몫했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문제는 쌀값이 폭락하자 쌀가공업체들이 미리 계약금을 지불하고도 쌀을 사가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각 지역 농협미곡종합처리장(RPC) 쌀 저장고에는 재고 쌀이 잔뜩 쌓여있다는 것이다. 햅쌀 수확을 두 달 앞둔 지금에는 재고가 없어야 마땅하지만 올해는 전국 농협 창고마다 작년 배 수준의 재고가 쌓여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북도내의 경우 재고물량이 7만7천t으로 지난해 6월말과 비교하면 두배가 넘는다. 전국적으로 이런 물량이 59만여t에 이른다.두 달 뒤 햅쌀이 나오면 당장 물량을 보관할 장소가 없으며 가격도 더 떨어질 것이 뻔하다. 전국쌀생산자협회는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쌀값 대폭락을 규탄하는 시위도 벌였지만 근본 해결책은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쌀값 폭락으로 인한 피해가 농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밖에 없다.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쌀 10만t을 추가로 시장격리키로 했지만 농민들은 가격안정에 도움이 안된다는 반응이다. 추가물량 중 경북에 배정된 1만4천t도 재고분의 겨우 18% 수준이다.농민들은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정부가 시장개입에 나서야 가을 쌀값 대폭락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수확기를 앞두고 수확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다는 농민의 마음을 정부는 잘 새겨야 한다. 정부는 쌀값 폭락을 막고 농민 보호를 위한 정교한 대책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

2022-07-19

폭염의 경고

우정구 논설위원 폭염(暴炎)이란 평년보다 기온이 매우 높아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기온인 상태를 말한다. 혹서(酷暑), 맹서(猛暑)라고도 부른다. 조선시대에는 여름철 폭염을 가리켜 교만한 태양이라는 뜻의 교양(驕陽)이라고 불렀다 한다. 태양에 대한 원망의 뜻이 담긴 표현이다.기상청은 하루 체감온도가 최고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 폭염주의보를 내리고, 35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일 때는 폭염경보를 발령한다. 33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32도까지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극히 적다가 33도로 오르면서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통계를 기준으로 했다고 한다.2018년 여름은 역대급 폭염이 지구를 덮친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의 낮 기온이 39.6도까지 올랐고, 강원도 홍천은 41도를 기록했다. 지구촌 곳곳이 폭염세례로 몸살을 앓았다. 기상과학자들은 이를 지구온난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결과며 앞으로 이런 폭염이 더욱 심하게 닥칠 것을 예측했다.기상청은 올여름도 장마가 물러나면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고했다. 지난 6월 중 전국의 평균 최고기온과 폭염 일수, 열대야 일수가 역대급 기록을 가진 1994년, 2016년, 2018년도를 능가했다고 하니 이제부터 본격 더위가 시작되는 듯하다.외신보도에 의하면 지금 전 세계가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에서는 폭염과 함께 산불까지 발생해 온 나라가 비상이다. 스페인은 낮 최고기온이 45.7도에 달하는 이례적 폭염으로 36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전한다.길어지고 잔혹해진 폭염현상, 인류가 자초했지만 그 대가가 너무 크고 두렵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7-19

도둑맞은 가난

매 선거철마다 보이던 풍경 가운데 하나. 선거를 앞둔 후보가 가난한 쪽방 촌에 2~3일 가량 머물며 기자들과 인터뷰를 한다. 대한민국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가난한 우리 이웃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진심어린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이런 쪽방촌이 무수히 남아있다.영국의 래퍼 겸 작가인 대런 맥가비는 이와 같은 광경을 ‘가난 사파리’(돌배게, 2020)라 부르며 꼬집는다. 정부와 시민단체로부터도 평소 때에는 소외되고 배제되어 있다가, 선거철이 되면 관심이 집중되는 광경을 비꼬는 말이다. 2017년 영국의 켄징턴 북부에 위치한 임대아파트 그렌펠 타워 화재사건으로 150명가량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후 정부와 언론은 빈민층의 실태를 집중조명 했지만, 여론의 관심은 금새 더 자극적인 화제로 옮겨갔고, 빈민층에 대한 관심은 금방 사그라졌다. 맥가비는 그와 같은 사회적 풍경을 진열창 앞의 안전한 거리에서 원주민을 잠시 구경하며 동정을 표하다가, 금세 잊어버리고 만다며 이를 ‘사파리’에 비유한 것이다.우리가 이와 같은 영국의 풍경에 선거철 정치인들의 모습을 겹쳐 본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들에게도 진정성은 있다. 그렇게나마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가난을 잠시나마 보고 듣고 경험해보는 것이 어쩌면 그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하지만 거주민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인 민폐만 끼치며 어떠한 배려도 보이지 않은 채, 떡볶이를 먹고 국밥을 먹고 라면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모습에서 무슨 진정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은 단지 가난을 소비할 뿐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말이다.이것을 단지 정치인들만의 문제라 말할 수 있을까. 매년 이즈음이 되면 생기던 대학생 쪽방촌 체험도 그렇다. 정작 그곳에 사는 주거민의 동의는 구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체험 프로그램 속에서, 가난은 현실이 아니라 단지 테마 체험에 불과하다. 브라질의 호싱야, 인도 뭄바이의 다라비,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타운십 등지에서 이루어진 슬럼가 투어처럼 말이다. 그들에게 가난한 사람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한 때의 감정적 여흥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여행을 하며 이국의 정서를 체험하듯 가난을 잠시 체험해볼 뿐이다.사람들은 가난을 이해하지 못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람들은 자신이 가난을 알고 있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가 가난하고 불우했다 생각하지만, 그와 같은 가난은 상대적인 개념일 뿐, 앞서 거론한 지역에서의 절대적 가난과는 전혀 다르다. 그들이 말하는 가난이란, 자신의 물질적 욕구가 여러 제반으로 인해 충족되지 못했던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거나 현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질적 수준이 모자랐던 시간에 대한 노스탤지어에 가깝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가난이란 실제적인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들은 잔인하리만치 자신이 경험한 세계가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이 여전히 가난한 것은 자신과 달리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가난은 생을 위협하는 재난이 아니라, 자신이 정복해온 삶의 여정의 트로피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문제는 이와 같은 상황이 실제로 절대적 가난에 처한 사람들의 내면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의 가난을 부정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다른 가난한 사람들을 배척한다. 적어도 자신은 자신보다 가난한 사람들보다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위해, 그들의 삶을 부정하고 그들의 노력을 부정한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이 사회의 중산층이라 여기지만, 하루하루 몰려오는 빈곤에 따른 여파는 그들로 하여금 자신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이나 비슷한 생활수준의 타인에게 분노하게끔 만든다. 예컨대, 자신의 노력으로 쟁취한 것을 가난한 사람들이 빼앗거나 무임승차한다는 식이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인터넷 공간만 돌아봐도 자신의 실제적 가난을 인식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자신은 이미 가난을 극복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반, 자신은 가난하다 말하지만 실제 경제적 수준은 절대적 가난과는 한참은 거리가 먼 사람들이 반이다. 진정한 절대적 가난에 처한 사람들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여러 방식으로 그들의 삶은 감춰지고 사라진다. 문제화되지 않기에, 그와 같은 사람들과 공간은 한국 사회에서 없는 것으로 셈해지고 만다.이제는 TV 프로그램마저 달동네와 쪽방촌을 조망하지 않으며,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의 나름의 힘든 삶을 가난으로 포장해 보여줄 뿐이다. 소설가 박완서의 ‘도둑맞은 가난’보다 훨씬 더 질이 안 좋은, 심지어 그와 같은 ‘가난장난’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실이다. 이제는 가난한 사람들마저 스스로를 부정할 수밖에 없게 된 현실이, 대한민국의 현재이다. 부디 이번에는 그 많은 공약과 정책들이 무사히 이행되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2022-07-19

내향인으로 살아남기

내향적인 사람으로 산다는 건 오해를 사는 일의 연속이다. /언스플래쉬 사람마다 정해진 에너지가 있다는 말을 온몸으로 깨닫는 요즘이다. 근무 시간 내내 몸 여기저기가 고장 난 것처럼 삐걱거리고 책상 앞에 앉아 원고를 쓰노라면 일순 머리가 핑 돌기도 한다.연비가 좋지 않아. 내 몸은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자책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여기가 아프다, 저기가 아프다, 골골대면서 모처럼 찾아오는 휴일엔 밖으로 나가기는커녕 침대에 누워있는 것으로 시간을 다 쓴다. 어쩌면 나는 게으른 사람인 걸까? 소중한 주말을 멍하니 흘려보내면 그런 생각이 떠오르고 쉽게 우울해진다.그러다 최근, 나 자신을 변호하기 좋은 말을 발견하게 됐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오은영 박사가 한 이야기였다. 시도 때도 없이 누워있는 아이를 보며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는 긴장감이 높다. 특히 변화가 있거나 새로운 걸 할 때는 긴장을 많이 한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긴장한다. 그래서 집에 오면 그 긴장을 완화시키려고 누워있는 거다. 게으른 게 절대 아니다.”그녀의 말에 위안받은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의 무수한 ‘집순이’, ‘집돌이’들, 특히 언제 어디서나 누워있는 것을 생활화하는 이들은 눈빛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을 테다. 그렇다. 우리를 단순히 게으른 자로 취급해선 안 된다. 사회를 살아가는데 남들보다 더 많은 힘이 필요할 뿐.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는 ‘집순(돌)이’들도 두 부류로 나눠진다. 집에서도 바쁘게 움직이는 쪽과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쪽. 당연히 나는 종일 누워있어야만 하는 쪽이다. 침대 밖을 나오는 것도 힘든데 하물며 집 밖으로 나서는 일은 문자 그대로 강행군이나 다름없다. 오랫동안 고대해왔던 만남, 혹은 좋아하는 사람을 보러 가는 발걸음조차 무겁다. 누군가를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눠도 신경 써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말을 꺼내는 상대의 의도를 돌아보게 되고 대화 도중 문득문득 떠오르는 침묵이 불안하고 스스로의 말을 끊임없이 검열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피로감이 쌓이는 것이다.외향적인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 맺음에서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봤을 때 내향적인 사람은 어딘가 불편하게 보일 수 있다. 자신만큼의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고 서운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럴 때면 내향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를 떠올려 보기를 권한다. 바깥으로 뻗어가지 않고 안쪽으로 향한다는 것. 모두의 에너지가 향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면 상대를 이해하기가 조금은 수월해진다.내향적인 사람, 다시 말해 내향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오해를 사는 일의 연속이다. ‘요즘 뭐 하고 살아? 오랜만에 얼굴 좀 보자’는 연락은 내향인들에게 있어 강도 높은 업무를 부여받은 것과 비슷하다. 약속이 정해지는 순간부터 약속 당일까지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디서 만나야 하지? 만나서 먹어야 할 음식은? 어떤 주제의 대화를 나누어야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을까? 그 시간대는 사람들이 붐빈다던데 차라리 다른 곳에서 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상대를 만나기도 전에 완전히 지쳐버린다.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억울한 목소리로 외치고 싶다. 알아요. 나도 이런 내가 싫단 말이에요.싫어도 별수 없다. 자기 자신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은 인류의 오랜 소망으로 여러 장르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변형의 형태를 보라. 마블 코믹스의 ‘스파이더맨’은 루저에 가까운 인물이 거미에 물려 하루아침에 슈퍼 파워를 갖게 되는 서사를 담고 있지 않은가.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나 자신에서 탈피하여 완벽하게 다른 것으로 탄생하는 상상은 즐겁지만 결국 허구에 그칠 수밖에 없다. 내향인은 자신이 내향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한다. 이것은 슬프거나 끔찍한 일이 아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을 자는 것처럼 당연한 일일 뿐이다.그러니까 이 글은 수다스럽고 불필요한 자기 대변으로 끝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내향인의 누명을 한 꺼풀 벗겨내고 싶다.당신의 지인이 연락을 잘 받지 않는다던가, 만남을 차일피일 미룬다면, 그것은 당신이 싫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그는 자신의 지난한 일상을 살아내기 위하여 가진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아껴서 사용하는 중이며 스스로와의 대화를 나눌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미덥지 않더라도 약간의 애정으로 내향인을 들여다보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보다 당신을 많이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을 돌파하기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애쓰고 있다는 것을.

2022-07-19

구미시의회 권위의식부터 내려놔야

김락현경북부 제9대 구미시의회가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시민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제8대 구미시의회는 불미스런 일로 두 명의 시의원이 연이어 자진사퇴를 했고, 또다른 한 시의원은 윤리특위에 3번이나 회부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하는 등 ‘역대 최악’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이것 말고도 크고 작은 불미스런 일들은 나열하기 힘들 정도이다.본지 기자는 구미시의원들의 이러한 행태가 그릇된 권위의식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시의원에게는 집행부를 감시, 견제하기 위한 여러가지 권한이 부여된다. 하지만, 간혹 일부 시의원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집행부를 ‘관리(管理), 감독(監督)’할 수 있는 특권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착각이 잘못된 언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지난 8대 구미시의회는 ‘구미시의회에 출석·답변할 수 있는 관계공무원의 범위에 관한 조례’에 답변할 수 있는 관계공무원이 시장의 보조기관 중 실·국장, 담당관, 과장급으로 명시가 되어 있음에도 ‘국장급’만 답변하도록 했었다.답변하는 관계공무원의 급이 질의하는 시의원의 급과 어느정도 맞아야 한다는 괴상망측한 논리를 내세웠다.시민들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하던 사람들이 급(級)을 따지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지만, 어찌된 일인지 대부분 그릇된 권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실망스런 모습을 연출했었다.특히, 나이 어린 시의원이 나이가 많은 공무원에게 ‘막말’에 가까운 언행을 하는 모습들은 시의원의 품위 손상과 함께 구미시의 품격까지 땅에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의정활동과 관련된 문제를 지적 하는 것은 시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지만, 일단 면박부터 주고 시작하자는 식의 언사는 절대 해서는 안될 일이다.이런 점에서 9대 구미시의회의 시작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답변하는 관계공무원을 국장급에서 과장급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제9대 구미시의회는 그릇된 권위의식을 버리고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길 바란다.권위는 자신의 목에 힘을 준다고 올라가는 게 아니다. 자신을 낮추면 낮출수록 올라가는 게 바로 권위이다.구미/김락현 기자 kimrh@kbmaeil.com

2022-07-18

추리소설의 규칙-노리츠키 린타로

로널드 녹스 여름의 책 읽기란 쉽지 않다. 마음먹고 책 몇 권을 싸 들고 시원한 카페로 나와도 종일 후텁지근한 여름날의 공기 속에 파묻혀 있던 마음은 선선히 글자를 읽어내려 들기 어렵다. 어제 다 끝내지 못한 일 생각이나 이런저런 걱정들을 하다 보면 어느새 눈은 글자의 표면 위 같은 곳을 한참 맴돌고 더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게 된다. 한여름의 열기에 한 번 데워진 마음이란 깜짝 놀랄 만큼 시원한 방 안에 들어와도 쉽사리 차분해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여름의 책 읽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인간의 감정에 다가가는 내용을 가진 책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뒷감당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그래도 이렇게 열기에 데워진 마음으로 읽기 좋은 책은 단연 추리소설일 것 같다. 역사의 숨겨진 결들을 눈에 담으며 어쩔 수 없이 지나치게 감정을 이입할 수밖에 없는 역사소설이나 작가의 현란한 문장에 가득 눈이 즐거워지게 되는 요즘 작가들의 소설보다도, 언제나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사건이 일어나고 마치 정해진 듯한 규칙으로 사건이 해결되기 마련인 미스터리는 무엇보다도 장르가 주는 안정감이 있다. 게다가 사건의 해결 과정이 탐정과의 두뇌 대결로 이어진다는 점도 좋다. 이미 한낮의 열기로 데워진 감정을 다시 소모하기보다는 머리를 써서 읽어내면서 이리저리 추리를 해보는 읽기의 과정이란 얼마나 청량한 경험인가. 그래서인지 나는 언제나 읽기라는 행위에 조금 물렸을 때의 처방으로 추리소설을 읽곤 한다.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조금씩 추리소설의 붐이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미풍에 그치고 있는 점은 추리소설의 오래된 팬으로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식민지 시대와 그 이후 활동했던 김내성이라는 걸출한 추리작가 이후 이상우, 김성종 등 널리 알려진 추리작가가 존재했고, 최근 본격문학과 장르문학 사이의 경계가 해소되면서 점점 새로운 세대의 추리작가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미 앞서 미스터리 장르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유럽과 일본의 장르적 열풍에 비하면 아직은 소소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나마 추리소설의 오랜 고전들이나 최근 활발하게 쓰이고 있는 해외 추리소설들이 충실하게 번역되고 있는 점들이 위안이 된다. 노리츠키 린타로 미스터리의 플롯이란 사실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되는 그 사이에서 펼쳐지는 시간이 핵심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스터리에서는 규칙이란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미스터리에서 추리란 인간의 사고가 움직이는 로직을 의미하는 것이니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되는 과정에서 인간 마음의 사고가 움직이는 알고리즘이 중요하지 않을 리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추리소설계에는 유명한 규칙들이 존재하는데 S.S.반 다인(Van Dine)이 1928년에 발표한 20법칙이나 로널드 녹스(Ronald Knox)가 역시 같은 해에 발표한 10계 같은 규칙들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사실 모든 규칙이 그렇지만, 그 세세하고 까다로운 부분에서 미를 발견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규칙이란 따분하고 답답한 것이다. 한국에서 좀처럼 미스터리붐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도 그곳에 있을지 모른다. 어쨌거나 일본의 추리작가 노리츠키 린타로가 쓴 단편 ‘녹스머신’에서는 앞서 로널드 녹스가 제시했던 추리소설의 10계 중 가장 독특한 계명, 추리소설에는 중국인을 등장시켜서는 안 된다는 규칙에 의문을 가진 등장인물이 중심이 된다. 이 말도 안 되는 규칙은 분명 황화론을 배경으로 중국에 대한 공포가 유럽에 퍼져 있을 때 만들어진 내용일 것으로 이를 마주한 인간은 이를 이해하기 위한 추리를 해 나가다가 결국 시간을 거슬러 로널드 녹스를 만나 그가 그 규칙 속에 숨겨둔 비밀을 함께 만들어낸다. 규칙이란 어차피 작가와 독자 사이의 약속이니 말이다. 이 노리츠키 린타로의 ‘녹스머신’이 포함된 동명의 중편집은 최상의 추리소설 마니아의 규칙해설서 같은 것으로,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규칙이 지루해진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홍익대 교수 송민호

2022-07-18

그 길밖엔 없어 <Ⅱ>

허 형사를 안심시키기 위해 한참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우현이 고개를 돌려 한 차례 한숨을 내쉰 뒤 허 형사를 보았다.-다른 대안이 없으신 것 아닙니까? 인공 콩팥 이식을 받기는 받아야겠고 신품을 쓰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럽고 그런 것 아닙니까? 완전한 조건을 원하신다면 중고를 쓰시면 안 되지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이거 다 불법입니다. 알고 계시지요? 주위 경찰 동료들에게는 비밀로 하셔야 합니다. 이식을 받으시든 받지 않으시든. 허 형사님을 믿겠습니다.결국 허 형사의 아내는 중고 인공 콩팥을 이식받았다. 지방의 한 준 종합 병원의 수술실에서 우현이 데리고 온 외과 의사가 수술을 했다.-너무 걱정 마십시오.의사를 따라 수술실로 들어가던 우현이 허 형사에게 말했다.수술이 끝난 후 병실로 찾아온 우현에게 허 형사가 물었다.-어떻게 구한 콩팥인지?우현은 정말로 듣고 싶은 것이냐 되물었고 허 형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이식을 받은 후 허 형사의 아내는 건강을 되찾은 듯 보였다. 부종도 조절이 되었고, 간간이 반복되던 구역도 사라졌다. 주치 의사가 인공 신장 이식을 받았는지 물었고 허 형사는 그렇다 대답했다. 어디서 받았는지, 무엇을 이식 받았는지 의사는 캐묻지 않았고 허 형사도 말하지 않았다.아내의 당뇨가 나은 것은 아니었다. 인공 콩팥 이식으로 콩팥의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다른 합병증들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콩팥이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 다른 장기들 또한 기능이 좋았을 리 없었다. 심장과 뇌의 혈관들, 손과 발의 신경들에 합병증이 생겼다. 인공 심장과 인공 췌장 등의 이식을 받으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현이 말을 했지만 허 형사와 그의 아내는 더 이상의 수술을 원하지 않았다. 중고였음에도 인공 콩팥을 이식받는데 들어간 비용이 적지 않았다. 이미 그들의 삶은 많은 제약을 받고 있었다.인공 콩팥 이식 수술을 받은 지 삼 년이 되던 해 허 형사의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심혈관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이었다. 투석을 시작하면 평균 잔여 수명이 십 년입니다. 십 년 안에는 결국 사망하거나 혹은 이식을 받아야 합니다. 아내를 납골당에 남겨 두고 돌아오며 허 형사는 주치 의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허 형사가 다시 우현의 자료를 찾아 꺼낸 것은 박 팀장이 한 말 때문이었다. 허 형사는 어느 정도 수사가 진행이 된 뒤 인공 장기 브로커들을 만나볼 생각이었지만 인공 장기관련 브로커를 먼저 만나보라는 박 팀장의 충고를 무시할 수 없었다. 일을 대강 하는 것처럼 보여도 박 팀장은 베테랑이었다.우현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아이고. 오랜만입니다. 어쩐 일이십니까? 우리 허 형사님이 전화를 다 주시고. 사모님은 좀 어떠십니까?우현은 허 형사의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굳이 허 형사가 우현에게 말할 필요가 없었다. 허 형사가 뭐라 대답할지 머뭇거리는 사이 우현이 말을 이었다.-요즘 심장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만 췌장은 조금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아직 상품이 많이 나오지 않은 탓에. 그래도 허 형사님 일이라면 제가 꼭 만들어 드려야지요. 사모님 일인데. 당연히 그래야지요.허 형사는 잠깐 망설이다 물었다.-폐는? 인공 폐도 나왔다던데. 혹시 물건 있어?헛기침을 몇 차례 한 후 우현이 대답했다.-사모님 일로 전화하신 게 아니네요. 폐는 무슨 이유로 찾으실까? 제가 의사는 아니지만 이쪽 계통에서 일한 지가 제법 되거든요. 폐하고 당뇨하고는 크게 관계가 없는데. 사모님이 담배를 피우시는 것도 아니고. 물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시구나. 그냥 묻고 싶으신 거구나. 그걸 이렇게 돌려 물으시네.눈치가 빨랐다. 허 형사는 자신이 너무 성급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다른 뜻은 아니고. 사건을 하나 맡았는데 인공 폐 이야기가 나와서. 그저 궁금해서. 혹시 우현 씨가 들은 이야기가 있나 해서.-우현 씨는 무슨. 씨까지 붙이십니까? 그냥 우현이라 하면 됩니다. 저도 뉴스 정도는 보고 삽니다. 혹시 얼마 전 있었던 올더앤베러 최 회장 사건 말씀입니까? 허 형사님 담당 사건입니까? 그게 말입니다, 말하자면.허 형사가 우현의 말을 끊었다.-바로 아네? 올더앤베러 사건인 줄.-당연하지요. 업계에서는 벌써 이야기가 한 바퀴 돌았지요. 그 모델의 인공 폐 이식은 처음이었거든요. 작동을 잘할지 어떨지가 관심의 대상이었는데. 좀 허무하게 되었습니다.-우리 전화로 이러지 말고 잠깐 보는 건 어떨까? 잠시만 만났으면 하는데.우현이 대답했다.-만날 필요까지야. 저는 고객 아니면 만날 일 없습니다. 특히 형사하고는. 제 직업이 브로커인데 공권력과 만나고 다녀서야 되겠습니까? 대답부터 드릴게요. 저는 그 사건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습니다. 관계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제 되었지요? 전화 그만 끊어야겠습니다. 사모님께도 안부 전해주시고요.-잠깐만.이미 전화가 끊긴 뒤였다.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만 갈 뿐 우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잠시 후 우현으로부터 문자가 왔다./김강 소설가

2022-07-18

詩의 향연 속으로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폭염과 소나기를 번갈아 가며 여름날의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반짝이는 모래와 찰랑이는 파도가 사람들을 부르고,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와 숲의 그늘이 도심을 벗어난 발걸음을 반기는 듯하다. 감소세를 보이던 코로나19 확진자가 오미크론 하위변이의 증가세로 다시 고개를 드는 듯해도 산과 바다로 떠나는 사람들의 발길은 거침없어 보인다.교외로 떠나는 발길만이 분주해진 것이 아니다. 300만 도민의 제60회 경북도민체육대회가 화합과 감동의 축제로 성황리에 막이 내렸는가 하면, 찾아가는 음악회나 춤 공연, 전시회, 시낭송회 등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크고 작은 행사가 백화제방(百花齊放)처럼 열렸거나 열리고 있다. 모처럼 활기띠는 도심과 명소 곳곳엔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니, 서로 만나고 소통하며 교류와 공감의 폭을 넓혀가는 가운데 살맛나는 세상이 한결 느껴지게 되는 것이리라.지난주 경상북도교육청문화원에서 열린 ‘제1회 경상북도교육청 시낭송 in 포항 페스티벌’은 시낭송과 춤, 노래의 어울림으로 한여름 밤을 아름답게 수놓은 시의 향연이 아닐 수 없었다. 동해 바다와 연오랑세오녀, 향가, 독도아리랑 등을 비슷하거나 다르게 시낭송의 이미지화, 시노래, 시퍼포먼스 등으로 다양하게 선보이며 시가 어떻게 낭송으로 꽃피워지고 이채롭게 표현, 전달되는지 멋스럽게 보여준 감동의 드라마였다. 문자로 쓰여진 시가 음성과 몸짓으로 청중들에게 스밈과 울림으로 다시 태어난 복합적인 콘텐츠였다.이러한 콘셉트는 경상북도교육청 구미도서관에서 주최하고 경상북도교육청에서 기획한 시낭송 축제로, 경북을 4개권역(서부권, 동부권, 북부권, 중남권)으로 나눠 각 권역별 시낭송가와 문화예술인들이 지역적인 특색을 살린 시를 이색적으로 각색, 연출하여 시의 저변확대와 시낭송문화를 일궈 나가는 아이템으로 진행됐다. 지난 4월 구미에서 ‘행복한 꿈의 詩작’을 시작으로 7월에는 포항권역에서 ‘동해 백만의 詩 꽃피우다’를 주제로 포항시낭송회와 소리나눔, 경주시낭송회 등의 시낭송가들이 참여했으며, 10월 안동, 11월 경산에서 열린다 하니 사뭇 기대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시 삼백편을 알면 생각에 간사함이 없다(詩三百 思無邪)는 옛 성현의 가르침도 있지만, 시는 일상의 양념이나 윤활유처럼 부드러움과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해준다. 더욱이 코로나로 인해 지치고 힘들어 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보듬고 달래며 삶의 의욕을 부추기는 매개물로 시낭송이 주는 위안과 효능은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러한 맥락에서 지난 주말 비 내리는 저녁답에 포항철길숲 한 켠에서 열린 포항문인협회의 ‘문학이 흐르는 숲길’ 주제의 시낭송과 수필, 소설 구절 낭독 등의 문학행사는 지나가는 시민들도 동참해 시를 향유하는 등 의미있게 열렸었다.시를 읽고 낭독을 즐기며 문화와 예술을 사랑할수록 그 도시의 품격과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다. 좋은 문학작품은 단순히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라, 대중과 사회가 공감하고 지속가능한 내일을 지향하며 더 나은 세계를 추구하는 지역의 꿈과 의지의 산물인 것이다.

2022-07-18

강한 기업을 만드는 미에루카 경영

정상철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미에루카 경영은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구성해서 쉽게, 편리하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고객, 경영, 조직, 문제, 지혜 등 보이기 시작하면 기업은 강해진다. 미에루카는‘눈으로 보이게 하다’의 일본말이고 도요타자동차에서 생산 현장은 물론 모든 경영일반에까지 적용되고 있다.사거리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혼란과 혼돈으로 후진국형 교통시스템이 될 것이다. 선진국은 복잡하게 보이는 거미줄 같은 교통시스템이 신비하게 돌아가는데, 눈으로 보이는 구조와 세가지 색으로 심플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가정에서 보면 계절이 바뀌어 옷장에 옷을 찾을 때 불편함을 겪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계절 칸을 구분하고 평상복, 외출복 등 표기해놓으면 찾는 데 편리하고 같은 옷을 또 사는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기업에서 보면 문제를 드러내지 못해 개선 못하는 잠재적 문제가 70%, 눈에 보이는 문제는 30% 정도라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를 발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것은 인식의 문제와 기술적 분석에 의한 속의 문제를 드러내게 하는 것이다.끊임없는 개선문화를 갖고 있는 도요타자동차는 직책 간부 인사평가에서 문제발굴능력을 30%, 개선력을 20% 평가한다. 생산현장 뿐만 아니라 조직상의 문제도 드러내어 효율적인 구조로 개선하는 것이다. 문제를 드러내면 개선은 시작되는 것인데, 문제를 문제로 못보는 것도 큰 문제다. 이는 학습과 훈련을 통해서 속 문제까지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제조업의 생산 속 문제를 드러나게 하려면 생산의 재조건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 설비, 사람, 재료, 방법 등 각 상세분석에서 문제를 찾아내고 개선하면 생산 안정화를 통해 프로세스 수준을 높여 경쟁력 확보와 지속가능한 경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생산 현장에서도 5S(정리, 정돈, 청소 등)와 VM(Visual Management)을 통한 살아있는 현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예컨대 정리를 통해 필요없는 물건은 과감하게 버리고 여유 공간이 생기면 흐름을 좋게 하는 레이아웃(Layout) 설정과 정해진 위치에 정해진 물건을 품목의 크기, 모양, 무게, 정해진 양에 맞게 설계한 보관대 설치와 VM을 표기하면 일을 편리하게 하는 현장관리가 되는 것이다.‘보이면 해결된다’는 식의 단순한 문제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실제 기업활동에서도 이상 상태나 문제를 발견했다해도 그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실질적 효과를 위해‘근본원인의 가시화’가 중요한 것은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를 알고 근본적인 대책수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미에루카 경영의 보다 중요한 점은 보이게 됨으로써 뭔가 새로운 것이‘자라나는’것이다. 눈이 뜨이면 현상이 보이게 되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나가는 현장을 만드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현장은 무너지고 오직 보이는 현장만이 살아남을 것이다.‘보인다는 것’, 그것은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이며 강한 기업을 만드는 생명선이다. 강한 현장력은 합리적인 경영자의 경영능력에서 시작된다.

2022-07-18

코로나 더블링 재유행, 서민고통도 더블링

한주 단위로 신규 확진자 수가 2배로 늘어나는 코로나 더블링 현상이 수도권, 비수도권 할 것 없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 주말 이틀 연속 4만명대를 기록했다. 일요일 기준 12주 만에 최다 발생을 기록하면서 코로나19 재유행은 폭풍전야 분위기다. 정부는 18일부터 4차 예방접종을 50대 이상으로 확대하고 18세 이상 기저질환자와 장애인·노숙인 시설입소자까지 예방접종 범위를 넓혔지만 확산 중인 BA.5 변이를 잘 제어할지 의문이다. 2차(86.9%)와 3차 접종률(65%)을 감안하면 4차 접종률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BA.5 변이 바이러스는 16일 일본서 하루 11만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세계적으로도 빠른 확산세다. 미국은 이달 13일로 끝났던 코로나19 대응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3개월 더 연장했다. 우리도 8월중 15만∼20만명의 신규 확진자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오랜 거리두기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코로나 재유행은 생각만 해도 끔찍스럽다.윤석열 정부는 코로나19 재유행 우려에 4차 접종 대상자를 확대하는 조치말고는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은 게 없다. 과학방역 하겠다는 윤 정부의 대응이 이 정도라면 다소 실망스럽다. 그러나 영업시간과 모임을 제한하는 거리두기가 시행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또다시 경제적 고통을 주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하지만 걱정이 되는 부분도 많다. 특히 학생들의 여름 방학과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사람의 이동이 많아지고 있다. 거리두기 해제로 사람들의 경계심도 많이 풀려 코로나 재유행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새 정부는 과거와 다르게 좀 더 주도면밀한 방역으로 선제 대응해 국민의 보건안전을 지키고 국민을 안심시켜 주었으면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물가와 금리인상, 무역수지 적자 등 어느 하나 좋아보이는 구석이 없다. 특히 서민층은 더위와 경제난으로 하루하루 생활이 힘겹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까지 덮친다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서민층을 위한 정부의 따뜻하고 세심한 보호 대책이 있길 바란다.

2022-07-18

디지털 임플란트

중년의 나이를 지나 자연 치아를 잃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 하지만 임플란트 시술은 상당한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고, 시술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려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이를 해소하기 위해 나온 기술이 바로 ‘디지털 임플란트’다. 디지털 임플란트 시술에는 3D 프린터와 치아의 형태를 정확히 기록하는 구강 스캐너가 사용된다. 치과의사의 손과 눈으로 직접 했던 작업들이 첨단기술의 도움을 받아 더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된 것.디지털 임플란트는 수술 과정에서 디지털 방식을 적용,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치아가 어디에 위치해야 할지를 정하고, 가장 이상적인 위치에 임플란트를 식립할 수 있는 보조장치를 사용해 수술을 진행하게 된다. 디지털 임플란트는 건물을 짓기 전에 모든 설계를 마친 후 실행을 하는 것처럼 수술을 진행하기 전에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에 수술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이상적인 위치에 임플란트를 식립할 수 있다.수술 시간도 크게 줄어든다. 일반적인 임플란트는 올바른 위치에 임플란트를 식립하고 있는지 자주 확인해야 하지만 디지털 임플란트는 가이드를 사용해 위치를 잡아줘 임플란트 위치를 확인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또 디지털 임플란트는 수술을 할 때 신경관이나 상악동, 인접 치아의 뿌리 등을 잘 피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수술 전 컴퓨터 상에서 이러한 구조물들을 피해서 3차원적인 위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디지털 임플란트는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 듯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7-18

‘원헬스시티’

남광현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만342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확진자수가 6천65명으로 가장 낮았던 한 달 전 6월 19일의 약 6.7배나 된다. 코로나19 BA.5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화되는 상황에서 전파력이 가장 센 새 변이 BA.2.75(일명 켄타우로스)마저 상륙해 전파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코로나19 확진자 급감으로 잠시나마 누렸던 일상회복의 기쁨이 큰 만큼 다시 거리두기 등 방역체계 강화에 대한 우려가 더없이 높아지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이러한 코로나19, 원숭이 두창과 같은 인수공통 감염병은 물론이고 인간과 동물의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슈퍼바이러스 발생, 가습기 살균제 등 각종 화학물질 사고, 남세균 녹조와 같은 유해 조류의 대발생 등 사람과 동물, 환경과 보건이 합쳐지는 ‘원헬스(One Health)’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등에 따르면 ‘원헬스’란 ‘사람과 동물, 환경 등 생태계의 건강이 모두 연계돼 있다는 인식 아래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기 위한 다차원적 협력 전략’을 의미한다. 이렇듯 ‘원헬스’는 의사, 수의사, 환경보건전문가들을 하나로 협력하게 만들며, 공중보건, 축산방식, 환경독성 등 다양한 연구분야에서 협력적 연구가 진행된다.‘원헬스’에서 더 나아가 ‘원헬스시티’는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인간, 동물 및 환경의 건강과 4차 산업의 고도화를 이루는 도시를 추구한다. 또한 도시전체에 IoT, AI, 클라우드 기술을 채용한 환경, 수의 및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한 환경(에너지, 대기질, 수질, 폐기물 등), 동물(반려동물, 축산 등), 사람(빌딩, 물류, 교통 등)의 관리를 도모한다. 앞으로 이러한 ‘원헬스시티’가 대구경북에 접목된다면 지역 주요 환경보건 이슈인 낙동강 유해물질 유출사고, 산업단지 악취문제, 심각해진 폭염재난 그리고 코로나19 감염병 등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더욱이 지난 5월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 25번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이 ‘원헬스시티’의 개념과 잘 연계되어 전망이 밝다. 이 과제에서는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의료·건강정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건강정보 고속도로’ 시스템의 구축이 제안됐다. 그리고 이 시스템에 맞춤형으로 제공하기 위한 의료 마이데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의 법·제도적 장치 마련이 제안됐다. 아울러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 및 개방, 바이오 디지털 활용 인공지능 개발 등 데이터 기반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정밀의료를 촉진하는 디지털헬스 정책의 강화도 제안됐다.국가물산업클러스터가 운영되고 있는 대구는 첨단 물관리 기술에 에너지 및 ABB(AI·빅데이터·블록체인)기술이 접목된 물분야 글로벌 선도 ‘원헬스 워터시티’로, 메타버스 수도를 지향하는 경북은 바이오와 탄소중립 기술을 기반한 초혁신 ‘원헬스 메타라이프시티’ 생태계로의 조성을 기대한다.

2022-07-18

K2 美기지이전 협상시작…신공항 순항

대구시는 지난 17일 “대구 군공항(K2)내 미군기지를 대구경북통합신공항으로 이전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미 국무부에 신청한 ‘협상권한위임 절차’가 완료됐음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협상권한위임 절차란 미 국무부가 주한미군에게 K2내 미군시설 이전을 위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공식적으로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미군기지를 옮기려면 미 국무부의 승인이 필요하다.대구시는 지난 2020년 11월부터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군공항이전 특별 분과위원회’를 신설해 국방부, 외교부, 주한미군, 대구시가 협상을 추진해왔다. 미군기지 이전협상은 신공항 건설 사업 1단계인 ‘군공항 이전 기본계획’수립의 핵심 절차지만, 그동안 미 국무부가 이의를 제기해 진전되지 않고 있었다.이제 주한미군에게 협상권한위임이 승인됨에 따라 대구시와 국방부, 주한미군은 미군시설 이전 절차를 위한 실무 협의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대구시는 조만간 국방부, 주한미군과 K2내 미군기지 이전 논의를 거쳐 ‘통합신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완료할 예정이다. 다음달 초까지는 연구용역 결과를 경북도·국방부와 함께 공동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같은 날 대구공항 민간공항 이전 사전타당성 검토 결과를 발표한다. 우려되는 점은 K2내 미군기지 이전과 비슷한 사례인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이전 과정을 보면, 미 정부로부터 협상권한을 위임받은 주한미군과의 협의도 그렇게 낙관할 수 없어 대구시의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이제 통합신공항 건설문제와 관련된 ‘잠복된 문제’들이 거의 외부로 노출되고 ‘협상의 장’도 마련된 만큼, 대구시와 경북도는 일심동체가 돼 성과내기에 몰두해야 한다. 우선 대구·경북 정치권은 통합신공항 특별법이 국회에서 빨리 통과되도록 총력을 쏟아야 한다. 신공항 교통인프라와 주변 공단·후적지 개발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국비지원을 명문화하는 특별법이 꼭 관철돼야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지역 국회의원들의 역량을 기대한다.

2022-07-18

지지율이 무너지는 다섯 가지 이유

김진국 고문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불안하다. 한국갤럽이 15일 발표한 지지율은 32%다. ‘잘못한다’는 53%다. 심지어 다시 투표하면 이재명을 찍겠다는 사람이 50.3%이고, 윤석열 후보는 35.3%라는 여론조사 결과(미디어토마토)도 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취임 2분기에 20%대로 급락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 광우병 파동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취임 1년도 안 돼 20%대로 떨어졌다. 취임 초 지지율 급락은 국정 동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5년 단임 대통령이 이때를 놓치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다행히 이 전 대통령은 곧 지지율을 회복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비주류 대통령으로 고생했다. 두 대통령 시절 집권당이 불안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북 송금 수사로 민주당 주류였던 호남 세력과 갈등을 빚었다. 당을 쪼갰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박근혜 대표와 긴장 관계였다. 여야 대립은 늘 있는 일이다. 문제는 당내 갈등이다.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경험이 없다. 그래서 국민이 불안하다. 지난 선거는 비호감 선거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가 싫어 윤 대통령을 선택한 유권자가 대부분이다. 뽑아놓고는 걱정이다. 국정 운영 능력에 반신반의한다. 믿음을 주는 게 관건이다.그런데 첫째, 집권당 꼴이 말이 아니다. 대표가 자격정지다. ‘윤핵관’끼리도 관계가 묘하고, 어수선하다. 장관과 청와대 인사에 대해 말이 많다. 일부는 탈락했다. 누가 추천했느냐를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여론조사에서도 인사 불만이 가장 크다. 그런데도 불안해하는 국민을 향해 “이전 정부와 비교해보라”라고 윽박지른다. 반성이 없으니 더 나아질 희망도 없다.둘째, 정부가 과거로 달린다.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지겨웠던 ‘적폐 청산’의 후속편이다. 문재인 정부 때 윤 대통령이 그 일을 했다. 정의가 뒤집힌 일들이 너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에만 매달리기에는 미래가 너무 엄중하다. 빨리 끝내야 한다. 전문가에게 맡겼으면 대통령만이라도 민생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셋째, 정권을 교체한 건 ‘빠 정치’가 싫어서다. ‘다름’을 용납하지 않고, 공격하는 정치다. 정권이 바뀌어도 같은 일을 반복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집 앞에서 욕설로 소음 테러하고 있다. 더구나 “대통령 집무실 시위도 허용되는 판”이라고 부추기는 건 대통령이 할 말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을 선과 악으로 갈랐다. 상대편에 친일파, 토착 왜구란 딱지를 붙였다. 국제 정세도 현실이 아니라 식민지 지식인의 눈으로 가공의 세계를 그렸다. 이런 흑백논리가 반복되면 곤란하다. 토착 왜구의 대척점에 빨갱이, 간첩이 있다. 정책도 문 정부는 종전선언, 평화협정, 탈원전 등을 절대 선으로 놓고 비타협적으로 밀어붙였다. 반작용으로 반대 방향으로만 돌격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넷째, 대통령은 많이 들어야 한다. 대통령 말이 너무 길다고 한다. 회의하면 대통령 혼자 말하고, 끝나는 일도 있다고 한다. 혼자 다 아는 지도자는 위험하다. 들어야 많은 사람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다섯째, 가족과 측근 프레임을 빨리 벗어야 한다. 전임 대통령들도 모두 가족 리스크가 있었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후보 시절부터 많은 구설을 겪었다. 공격적인 음해가 지금도 계속된다. 인사 때마다 김 여사 이름이 입길에 오르내린다. 절제되고 투명한 활동이 필요하다. 공식조직의 지원을 받는 게 도움이 된다.‘윤핵관’ 프레임도 빨리 벗어야 한다. 몇 사람이 대통령과의 사적 인연을 즐기는 동안 대부분 사람은 멀어진다. 공조직의 힘이 빠진다. 점을 쳐서 맞힐 확률은 반반이다. 하지만 결과는 0% 아니면 100%다. 우연히 맞힌 그 절반 때문에 미신에 빠진다. 윤 대통령의 기적적인 승리를 예측한 사람도 많다. 자랑할 일도 아니다. 국정에는 입을 못 대게 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의혹만으로도 민심이 흔들린다. ‘○○법사’, ‘○○사랑’ 같은 비선과 팬클럽을 차단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섭섭해도 단호해야 흔들리는 민심을 수습할 수 있다. /본사 고문

2022-07-17

교사 인사원칙, 충분한 의견 듣고 개정하라

대구시교육청이 26년간 유지했던 초등교사 인사관리 원칙을 개정해 내년 3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예고했다. 교사 수급 불균형, 달성군 지역 교사 부족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시교육청은 지난 1996년부터 동부(동구·수성구·중구), 서부(북구·서구), 남부(남구·달서구), 달성 등 4개 교육지원청 체제를 갖추고, 초등교사는 해당 교육지원청 관할 학교끼리 인사교류를 해왔다. 교육지원청 간 전보인사는 교사 희망에 따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예고된 인사개정안은 교사들이 선호하는 근무지인 동부와 남부를 ‘경합지원청’으로 분류하고, 경합지원청 근속 만기 연한(8년)이 지나면 근속 경력이 많은 순으로 비경합지원청(서부·달성군)으로 ‘강제전보’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새로운 인사원칙 도입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자 교육지원청 간 전보 인사 범위를 3분의 1로 제한할 예정이다. 그리고 내년 인사에서 경합지원청 근무교사가 비경합지원청 근무를 자원하면, 1개 학교 만기 근무(보통 4년) 후 다시 희망하는 교육지원청으로 전보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를 두기로 했다.내년 인사부터 상당수 교사가 강제 전보 방식으로 교류되기 때문에 큰 혼란과 갈등이 예상된다. 예를들어 현재 수성구 시지지역에 있는 교사가 달성군내 면단위 학교로 발령 날 경우, 근무환경이 크게 열악해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달성군 등 비경합지원청에 근무하는 교사는 승진가산점이 있었기 때문에 자원하는 교사들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가산점 인센티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비경합지원청은 교사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시교육청의 교사 인사원칙 개정 취지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당장 내년부터 강제전보 인사원칙이 시행되는데 대해 심리적 부담이 클 것이다. 향후 군위군이 대구에 편입돼 개정된 인사원칙이 적용되면 교사들의 반발은 더욱 심해질 뿐더러, 법률적인 문제도 발생할 것이다. 아직 인사개정안을 다듬을 시간이 있는 만큼, 일선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신중하게 결정하길 바란다.

2022-07-17

신공항 이견 조정, 사업 순항에 총력 쏟자

홍준표 대구시장의 새 특별법 추진으로 다소 혼선을 빚었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이 대구시와 경북도 두 기관의 합의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경북도는 최근 지역정치권과의 간담회에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기존의 기부 대 양여방식과 대구시가 밝힌 특별법 제정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방식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투트랙 방식은 속도감 있는 공항 건설을 위해 이미 예산이 확보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기부 대 양여방식을 유지하되 대구시가 추진하는 수정된 내용의 특별법 추진에도 힘을 보태기로 한 것이다.수정된 특별법은 △제대로 된 민간공항의 국비건설 △군공항은 기부 대 양여방식으로 추진하되 부족한 부분은 국고지원 △공항 배후도시와 산단, 도로, 철도 등 연계사업에 대한 포괄적 행·재정적 지원 그리고 △이미 완료된 절차와 업무를 승계하도록 해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와 관련 주호영 의원은 기부 대 양여방식에 국고지원이라는 살을 붙인 것이라 설명했다.이철우 경북지사의 말대로 “대구시와 경북도의 이견은 더 나은 방안을 찾아가는 건전한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두 기관이 새로운 투트랩 방식에 합의함으로써 이제 신공항 건설사업은 조속하고 성공적인 완성만 남은 셈이다.신공항 건설은 대규모 사업비가 투자되는 지역의 대역사다. 이 사업의 성공 여부에 따라 지역의 미래 성패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의 유치는 물론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대구·경북의 도시들이 활기를 찾고 그야말로 소멸위기에서 벗어나는 동력이 생겨나는 사업이다. 지역민의 기대가 큰 것도 당연하다.홍 시장은 “중남부권 물류여객의 관문공항으로 만들겠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힌 적도 있다. 특히 군부대 이전부지에는 국제규모의 관광시설 등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해 대구의 옛 영화를 되찾겠다고도 했다. 구체적 사업은 진행돼 봐야 알겠지만 새로운 공항 건설과 군부대 후적지 개발은 지역의 그림을 바꿀 만큼 파급력이 큰 사업이다.민선 8기 출범을 계기로 지역정치권의 단합된 힘으로 신공항 건설사업에 매진하는 모습을 지금부터 보여주어야 한다.

2022-07-17

제로 코로나의 後果

우정구 논설위원 중국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책으로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선택한 유일한 나라다. 제로 코로나는 코로나19 감염증 환자가 0 상태일 때까지 주민과 지역을 국가에서 엄격 통제하는 방식이다. 만약 한 명의 확진자라도 발생하면 그 지역은 전면 봉쇄가 되고 주민들은 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 경제활동도 물론 중단된다.도시가 봉쇄된 상하이에서는 생필품이 부족해진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 안에서 각자의 물건을 내놓고 서로 필요한 물건을 물물교환하는 일까지 벌어진 바 있다. 대학교 기숙사에 있던 학생들은 집에 못가 발을 동동 굴렸다고도 한다.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코로나사태 초기에는 확진자 수를 줄이는 등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확진자가 급격히 늘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커져 갔다. 일각에선 3연임을 앞둔 시진핑의 정치적 이유로 정책이 철수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지난 2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두 달간 봉쇄됐던 상하이는 ·13.7%를 기록했다. 중국경제의 대추락을 의미하는 결과여서 충격적이다.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중국경제는 하반기 전망도 밝지 못하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18%의 성장률을 보였던 중국경제의 추락 원인을 두고 여러 갈래 해석이 있으나 제로 코로나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어 시선을 끈다.우리 속담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잡으려고 국민의 경제활동까지 막았던 중국의 방역정책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셈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7-17

제헌절에 즈음하여

김규종 경북대 교수 제헌절은 1948년 7월 17일 헌법이 공표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2022년 7월 17일은 74번째 맞이하는 제헌절이었다. 그동안 우리 헌법은 9차례 개정되었는데, 그 가운데 2, 5, 6, 7, 8차의 개정은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것이었다. 달리 말하면 대통령 1인을 위한 헌법개정이 다섯 번이나 이루어졌다는 얘기다. 더욱이 마지막 헌법개정은 지난 1987년의 일이었으니, 35년 동안 헌법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영화 ‘1987’에도 나오지만, 1987년 헌법개정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피와 눈물과 희생이 있었는지, 우리는 안다. 대통령 직선제 쟁취를 위해 거리에서 광장에서 지하철에서 최루탄과 맞서 싸운 눈물겨운 투쟁의 기억은 아직도 새롭다.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희대의 사기극을 종식하고자 6월 10일, 18일, 26일의 ‘평화 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의 높은 정치의식은 기억할 만하다.오늘의 대한민국은 1987년 개정된 헌법에 기초하고 있다. 21세기 20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20세기 80년대 헌법에 의지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 헌법(憲法)은 낡아빠진 ‘헌’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헌법은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니 하는 말이다. 동서고금에 유용한 격언이 ‘만상의 본질은 변화’에 있다는 말이다. 변하지 않는 유일자(唯一者)는 사멸한 것이기 때문이다.전투경찰과 백골단의 최루탄과 각목과 쇠파이프에 맞서 꽃병과 투석으로 맞서야 했던 시대에 개정된 헌법이 인공지능 로봇이 활보하는 우리 시대에 얼마나 부응할지는 자명하다.35년 동안 진행된 변화양상을 보노라면 눈앞이 아찔할 정도다. 이동통신과 전자우편, 인터넷과 가상공간, 똑똑한 전화기(스마트폰)의 세계적인 보급이 현저하다. 4차 산업혁명이 눈부시게 현현하는 시대 아닌가?!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이질적인 시공간을 창출한 시점에 우리의 법과 정의 개념은 구시대에 머물러 있다. 단순한 권력구조 개편만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시대를 인도할 시대정신을 담아낼 담대하고 원대한 청사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앙권력과 이념의 시대에서 지방분권과 실사구시의 시대로, 나와 가족에서 우리와 공동체로, 지역과 세대 갈등에서 국민통합과 화합의 시대로 나아가야 할 때다.한국 사회는 누적된 갈등이 폭발하기 직전이다. 각자도생을 꾀하는 개인과 조직 때문에 사회 전반의 활기와 진취적인 기상이 위축되고 있다. 소소한 이익과 분노로 인한 갈등 요소가 곳곳에서 분출하고, 작은 이해관계의 충돌에도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 나아가 동아시아와 세계정세 또한 우리의 치밀한 미래기획과 슬기로운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사정이 이럴진대 이번 제헌절을 맞이하여 국가 운영의 근본적인 틀을 혁신할 수 있는 웅대하고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시대의 내용은 새로운 형식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분발을 촉구한다.

2022-07-17

3일간의 행복

강길수 수필가 ‘우와! 이게 웬 복이야! 나라꽃을 이곳에서 만나다니….’하고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순간, 숙소가 멀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사흘간 오가며 나라꽃 무궁화의 웃음을 보며 오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행복의 물결이 밀려들었다. 초등학교 때 배웠던 ‘우리나라 꽃’ 노래가 절로 흥얼거린다.칠월 중순의 둘째 날 아침이다. 숙소가 교육장과 멀어 조금 언짢았던 기분이 되살아나며 모텔 문을 나섰다. 첫 길이라 얼마간 이곳저곳 돌면서 교육장 가는 길을 찾았다. 간선도로에 연결된 주택지 도로다. 노변으로 상가가 형성되어 있다. 얼굴, 목, 등에서 땀이 났다.그런데 초입을 들어서자, 보도에서 활짝 웃는 얼굴들이 도열하고 서서 오는 이를 반기고 있는 게 아닌가. 언짢았던 기분도, 흐르는 땀의 불편도 휙 사라졌다. 바로 무궁화의 인사 덕분이다.“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강산에 우리나라 꽃. 피었네, 피었네, 우리나라 꽃. 삼천리강산에 우리나라 꽃.….”누구나 즉석에서 따라 부르며 배울 수 있는 이 쉽고 아름다운 동요가, 가슴 깊은 곳에 숨어 살아있음을 알아채던 기쁜 순간이다. 집에 돌아와 웹사이트에서 가사와 멜로디를 찾아본다. 기억은 틀리지 않았다. 눈망울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로 동요를 듣는 기분은 ‘나와 너, 우리가 바로 하나’라라는 공동체 의식을 키웠던 그 옛날 기억도 되살렸다.무궁화는 우리 민족과 예로부터 관련이 깊다. 신라의 최치원이 당에 보낸 문서에서 우리나라를 ‘근화향(槿花鄕)’ 즉, ‘무궁화 나라’라고 불렀다. 또, 옛 중국 동진(東晉)의 문인 곽박(郭璞·276~324)이 쓴 지리서(地理書) ‘산해경(山海經)’에서 ‘군자 나라에는 무궁화가 많은데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더라(君子之國有薰華草朝生暮死)’라고 하였다.무궁화가 어떻게 나라꽃이 되었는지 공적 선정 자료는 못 찾았다. 다만, 16세기부터 ‘무궁화’란 말이 쓰인 것을 보면, 백성의 삶 속에 먼저 나라꽃으로 자리 잡았다 싶다. 구한말 신문화가 밀려오면서 남궁억, 윤치호 등이 국화의 필요성을 알고 무궁화를 국화로 하자고 한 바 있다. 그때 애국가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이 들어가, 무궁화는 나라꽃으로 자리매김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구절은 1896년 11월 21일 독립문 정초식 때, 배재학당 학생들의 애국가에서 처음 불렀다 한다.대통령 표장(標章)이나 국가 기관 마크 등 많은 데 무궁화무늬를 쓴다. 그러나 정작 무궁화를 심고 가꾸는 일에 우리 사회는 소홀히 해온 게 사실이다. 한데, 이곳엔 누가 무궁화를 심었을까. 주민이든, 지자체든 심은 분들에게 마음의 박수를 보낸다. 인천광역시 남동구 문화서로 23번 길과 89번 길을, 아침저녁 무궁화 웃음 속에 걸었던 3일간의 행복은 내게 나라꽃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고맙고 또, 고맙다.무궁화를 온 나라가 애써 가꾸고 마음에 새겨, 3일간의 행복이 평생 가면 좋겠다.

2022-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