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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정치적 편향성

등록일 2023-06-26 19:51 게재일 2023-06-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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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권력을 감시·견제하고 정의·진실을 위하여 정론직필(正論直筆)해야 할 언론의 ‘정치적 편향성’이 심각하다. 공익과 사실에 충실해야 할 언론마저 정파적 보도를 서슴지 않는다. 편 가르기를 비판하면서도 늘 어느 한 편에 서 있으니 자기모순이다. 상업화된 언론사와 ‘기레기(기자+쓰레기)’가 된 언론인들에게 불편부당(不偏不黨)을 기대할 수는 없다.

정파성은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객관성을 상실한 언론을 누가 믿겠는가.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발표(2023/06/14)에 의하면 한국의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조사대상 46개국 중 41위로서 최하수준이며 아시아·태평양국가들 가운데는 꼴찌다. 국내언론 분석에서는 정파성이 강한 신문과 방송의 신뢰도가 최저였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론의 정파성이 문제되는 것은 모든 언론들에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이념적·정치적 성향이 아니라,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실(fact)을 왜곡·조작하거나 축소·은폐·확대하는 불공정한 행태들이다.

언론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견지하면서 정의와 진실을 논하려면 무엇보다 언론인들의 소명의식이 중요하다. 언론인은 진실을 먹고 사는 지식인이다. 돈·권력·명예가 아니라 정의·공정·진실을 추구하는 참 언론인들이 많을 때 비로소 ‘언론다운 언론’을 기대할 수 있다. 언론인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권력과 야합하여 곡학아세(曲學阿世)하면 언론도 죽고 나라도 죽는다. 이해관계에 따라 펜대가 휘어지는 ‘기레기’들을 어떻게 언론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특히 진영논리에 갇힌 편파적 언론의 내로남불 행태는 선악의 이분법적 양극화를 악화시킨다. 공정해야 할 언론이 편 가르기를 주도함으로써 오히려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참 언론인이라면 ‘속 시원한 해장국 언론’에 열광하는 확증편향의 유혹에 굴복하면 안 된다. 올곧은 언론인은 ‘중도(中道)’의 길을 가야 한다.

중도란 단순히 좌우의 중간적 입장이 아니라, 정의와 진실을 치열하게 추구해 나가는 적극적 중도, 비판적 중도를 말한다. 중도는 어정쩡하게 중간에 서는 것이 아니라 분명하게 진실의 편에 서는 것이다.

한편 언론의 공정성에 대한 권력의 책임 역시 무겁다.

최근 KBS·MBC 등 공영방송의 운영을 둘러싼 정부와 언론사·언론노조 간의 갈등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언론의 공정성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주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권력만 잡으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언론으로 길들이려고 한다. 권력이 겉으로는 ‘공정언론’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에게 유리한 ‘편파언론’을 만들려하기 때문이다.

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한다. 권력이 언론을 어용화하면 부패된 권력은 비극을 맞는다. 권력은 자신을 감시·비판하는 언론이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오바마(B. Obama) 전 대통령이 “비판적인 언론 덕에 더 정직하게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던 것처럼, 권력은 언론을 길들이려 할 것이 아니라 언론의 비판에 감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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