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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의 시대정신

등록일 2025-05-12 18:16 게재일 2025-05-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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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시대정신’이란 ‘오늘의 문제를 진단하고 내일을 모색하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시대정신은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공동체의 당면과제를 해결하게 해준다. 차기 대통령이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확고한 시대정신이 있어야하는 까닭이다.

6·3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후보들은 저마다의 필요에서 시대정신을 말하지만, 국가를 위해 정말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정신이다. 새 대통령이 죽어가는 민주주의를 살리고, 두 동강 난 나라를 통합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헌법 제1조)”이라고 천명한 나라에 ‘민주’도 ‘공화’도 모두 허울뿐이었다. 오만한 집행권력은 느닷없이 계엄을 선포해서 탄핵되었고, 독선에 빠진 입법권력은 행정부의 무력화와 사법부 협박으로 민주주의의 핵심인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있다.

‘여소야대’의 경우 정부와 국회가 충돌할 수 있고, 한 정파가 정부와 국회를 모두 장악하면 독재의 위험이 커진다. 6·3 대선이 끝나면 우리는 이 둘 중 어느 하나의 위험에 또 다시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정치선진국은 관용과 자제,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그 위험성을 극복하지만, 정치후진국은 독선적 권력의 일방적 폭주로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린다. 권력의 절제와 정치적 타협을 모르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민주주의는 사망할 수밖에 없다.

한편 ‘공화주의 정신’은 어떤가? ‘통합의 상징’인 대통령이 ‘분열의 아이콘’이 된지 이미 오래다. ‘우리’와 ‘저들’로 편을 나누는 진영정치의 중심에 대통령이 있었다는 사실은 국가적 불행이다. 공화정(共和政)의 국헌을 준수하겠다고 선서한 대통령에게 ‘공화정신’이 없었으니 나라는 전쟁터가 되었다. 한 나라 두 국민, 적대적 진영정치, 심리적 내전이라는 ‘세계 최악의 문화전쟁’을 극복하려면 새 대통령은 반드시 ‘통합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은 유권자의 표심을 겨냥해 ‘선거용 통합 행보’를 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공화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평소와는 달리 후보의 말 바꾸기 빈도와 그 폭이 크다면 선거용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선거 때의 공약(公約)은 대부분 공약(空約)으로 끝난다. 중요한 것은 통합하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실천행동이다. 미사여구로 말만 떠벌리는 후보는 ‘유권자를 기만한 죄’로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차기 대통령은 확고한 공화정신으로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나라의 사활이 걸려있는 민주와 반민주, 통합과 분열의 기로에 서있다. 이것은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며,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저절로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새 대통령이 민주공화정에 걸맞은 ‘진정한 민주주의자인 동시에 공화주의자’인가에 있다. 이런 후보를 식별하기 위해서는 그가 약속하는 ‘장밋빛 미래’에 속지 말고 ‘평소의 행동’을 살펴보아야 한다. 정치인의 말은 포장지에 불과하고 행동이 그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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