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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혁신 없이 미래 없다

등록일 2025-06-23 18:16 게재일 2025-06-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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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보수정치의 미래가 암울하다. ‘국민의 힘’이 아니라 ‘국민의 짐’이 된 지 이미 오래다. 권력에 부화뇌동하는 가짜보수는 민심을 모른다. 대선에 패배하고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생각하니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혁신의지도 없다. 오죽하면 보수진영 내에서도 “망해야 정신 차린다.”, “당을 해체하라”는 등의 격앙된 반응이 나오겠는가.

보수의 참패는 자업자득이요 인과응보다. 중병에 걸린 환자가 수술해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을 무시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 패배의 원인을 알려면 진정한 반성이 필요하고, 그 반성을 토대로 환골탈태할 때 비로소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개혁 성향의 젊은 비대위원장 김용태가 “대선 패배에 대한 오답노트를 제대로 작성해야 한다”고 한 것은 올바른 인식이다. 보수가 자기비판에 인색하거나 기득권 유지에 연연하면 재기는 불가능하다.

무엇을 성찰하고 반성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심을 외면하고 권력의 시녀 역할을 했던 부끄러운 정치행태다. 이른바 ‘윤핵관’과 ‘친윤’으로 지칭되는 권력 해바라기들이 정당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당의 위기를 초래한 주범이다. 이들은 대부분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양남(영남+강남)지역’ 의원들로서 권력에 줄 서는 선수들이다. 비상계엄은 잘못이라면서도 탄핵에는 반대하고, 정상적으로 선출된 대통령 후보 김문수를 한덕수로 교체하려고 한밤중에 쿠데타를 벌인 것도 이들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정치인들이 당의 주류를 이루고 있으니 진정한 반성과 혁신이 될 리가 없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5대 개혁안’은 보수의 재기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임에도 친윤들은 반발했고, ‘윤핵관 권성동’은 의원총회 40분 전에 비대위원장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취소했다. 마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낡은 보수가 개혁 보수의 당연한 요구를 거부했으니 민심 이반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21%)이 민주당(46%)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한국갤럽, 6월 13일).

게다가 신임 원내대표는 친윤과 TK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송언석(3선·김천)의원이 당선되었다. 김 비대위원장의 개혁안에 반대했던 송 대표가 ‘혁신위원회’를 구성하여 당을 쇄신하겠다니 개혁도 ‘내로남불’이 아닌가. 둘 중 누가 더 개혁적인가는 삼척동자도 안다. 민심의 엄중한 명령을 받들어 ‘당 해체 수준의 혁신’을 추진해야 함에도 위기모면용으로 개혁하는 척 흉내만 내거나, 자신을 밀어준 친윤·TK의 정서에 신경을 쓰면 떠난 민심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혁명은 단칼에 반대 세력을 제거할 수 있지만, 개혁은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안고 가야하기 때문이다. 개혁의 대의를 망각하고 사익에 혈안이 된 ‘낡고 늙은 보수’와 결별해야 민심이 돌아온다. 더 이상 국민이 외면하면 재기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뼈저린 반성과 혁신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지 않으면 미래가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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