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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민심을 직시하라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
등록일 2025-04-28 18:45 게재일 2025-04-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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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국민의힘이 ‘탄핵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대선은 코앞인데 민심에 역행하는 행태들이 가관이다. 탄핵된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는커녕 부아만 돋우고, 친윤 후보들은 계엄옹호와 극우행태로 민심이반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파면된 대통령과 친윤 후보들이 ‘이재명 당선 도우미’로 나선 것인가?

민심이 두렵다고 비겁하게 외면하지 말라. 잘못했으면 사죄하고 고치는 것이 진정한 보수다. 대선은 ‘우리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다. 내 편 목소리만 듣고 ‘이것이 민심’이라고 우기는 ‘바보들의 행진’이 무슨 소용인가? 각종 여론조사는 “대통령 파면 결정이 잘됐다”는 응답이 70% 안팎으로 압도적이다.

그럼에도 파면된 대통령은 사저로 돌아가 지지자들에게 “이기고 돌아 왔다”, “대통령 5년 하나 3년 하나”라고 했다니 어이가 없다. 당과 보수를 궤멸의 위기에 빠뜨려 놓고서는 이게 도대체 대통령 했다는 사람이 할 소리인가? 게다가 후보들은 탄핵 책임을 둘러싸고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자해소동을 벌이고 있다. 비상계엄이 “2시간 해프닝이었다” 또는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라고 주장하는 후보들이 본선에 진출한다면 국민들이 지지하겠는가?

최근 여론조사(리얼미터, 4월 21일)에 의하면 국민의힘 5강 후보들의 지지율 합계(35.9%)가 이재명 후보 한 명(50.2%)보다 작다. 또한 대선후보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국민의힘 4강(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과 한덕수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이재명 후보(최소 52% 이상)에 비해 14%∼21%의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한국갤럽, 4월 24일). 이처럼 심각한 민심을 외면하고 경선토론회에서는 ‘네 탓 타령’에 ‘키높이 구두’나 물어보고 있으니 제정신이 아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낡은 보수와 단절하고 새로운 보수의 길을 열어야 한다”면서 “살가죽을 벗기는 수준의 고통스러운 변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보수 재건은 요원한 과제”라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도 “보수 대통령이 연속 탄핵 당했음에도 당은 제대로 된 반성과 변화의 길을 거부하고 있다”고 하면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중도확장성이 크고 탄핵에서 자유로운 두 사람이 경선에 불참했다는 사실은 민심을 외면한 당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중진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대선은 다가오고 당이 가야할 길은 멀고 험한데 아직도 좌고우면(左顧右眄)하고 있으면 어쩌겠다는 말인가? 민심의 응징을 받고 난 후에 비로소 후회하면서 ‘탄핵의 강’을 건너려고 하는가?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권력에 줄서는 정치가 계엄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고 하면서 “깊이 뉘우치고 국민께 사죄드린다”고 했는데, 왜 당 지도부는 아무 말이 없는가?

이제라도 제발 정신 차리고 분노한 민심을 직시하라. 파면된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을 떼고 자숙해야 하며, 당과 후보들은 민심을 받들어 철저히 환골탈태해야 한다. ‘민심의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일그러진 모습을 똑바로 보라. 민심을 받들면 살고 외면하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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