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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윤대통령 TK 지지율 하락, 심기일전해야

윤석열 대통령 전국 지지율이 30%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TK)지역서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전달보다 30%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본지가 여론조사기관 에브리씨앤알에 의뢰해 지난 20∼22일 대구경북지역 남녀 유권자 1천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 응답률 4.4%)에서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51.7%(대구 50.3%, 경북 53%)가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를 했다. 하지만 이는 본지의 지난달 여론조사에 비해 경북은 27.7%포인트, 대구는 32.5%포인트 각각 하락한 것이어서 윤 정권의 최대 지지 기반인 TK지역서도 민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임기 초반부터 크게 떨어진 것과 관련해 국정동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국정을 운영하는 동력이 떨어지면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5대 부문 구조개혁과 국가 정상화 등 국가적 ‘그랜드 플랜’을 실현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글로벌 위기에 따른 경제난 타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강력한 지지 기반 위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대구경북은 윤대통령 당선을 위해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보낸 바 있다. 문재인 정권의 이념적 정책에 대한 반발로 윤 대통령을 적극 지지한 측면이 많다. 윤 대통령에 대한 TK지역 지지율 하락은 정권교체 열망에 새 정부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새 정부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수도권 중심으로 기울고 있는 것은 지방민심 이반을 초래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최근 반도체 인력 양성과 관련, 수도권 대학 증원과 수도권 공장 증설을 허용한 것은 “지방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와 배치돼 정부 지방정책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TK 등 영남권의 윤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지지 기반은 국정운영의 원동력이다. 최근 저조한 지지율에 대해 정부여당은 경각심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 국민 불신이 깊어지면 국정 수행에도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새 정부의 심기일전 분발을 기대한다.

2022-07-26

은어 축제

은어(銀魚)는 동아시아에 서식하는 민물고기다. 산란과 무관하게 민물과 바다를 오가는 물고기다. 강에서 부화하여 바다로 내려가 자라고 산란기 이전에 일찍 강으로 다시 올라와 몇 개월 살다가 알을 낳는다. 물이 맑고 찬 곳을 산란 장소로 찾고 있어 은어는 청정 1급수에 서식하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피난처에서 맛있게 먹었다던 은어는 본래 묵어다. 선조는 전쟁 중 묵어를 맛있게 먹고 이를 은어라 부르게 했으나 뒷날 궁에서 다시 먹어보니 그 맛이 나지 않아 도루묵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도루묵과 은어는 다른 고기며 서식지와 모양, 생태, 맛, 조리법 등도 다르다.은어는 민물고기 중에서도 고급식재로 이름이 나 있고 살과 내장에 배어든 특유의 향이 일품이어서 영어로는 sweet fish라 불린다. 은어로 만든 요리는 은어구이, 은어찜, 은어 튀김 등이 있으며 회로도 먹을 수 있으나 민물고기의 특성상 기생충이 많아 반드시 익혀 먹는 것이 좋다. 옛부터 임금님의 수라상에 진상되던 최고급 요리다.봉화 내성천은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선달산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흘러 영주와 예천, 문경을 거쳐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하천이다. 이곳에 은어가 많이 서식한다. 군은 이에 착상해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 봉화 은어축제를 연다. 청정 1급수의 물고기인 은어의 이미지를 활용해 청정도시도 알리고 관광객도 불러들인다. 여름방학과 휴가철이라 직장인과 학생 등 가족단위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물속에서 은어도 잡고 잡은고기로 요리도 하는 체험놀이를 즐기며 한여름 더위를 식힌다.23년 전 처음 시작한 은어축제가 올해도 30일부터 열린다. 한번쯤 가볼 만하지 않겠나./우정구(논설위원)

2022-07-26

단순함의 미학

‘탑건: 매버릭’엔 1980~90년대 낭만적 허세가 있다. /영화 홈페이지 ‘탑건: 매버릭’을 봤다. ‘남산의 부장들’ 이후 2년 6개월 만에 극장에 가서 본 영화다. 코로나로 인해 극장에 가길 꺼려했고, 같이 영화 볼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볼 만한 영화가 없어 통 극장에 가질 않았다. 그런데 1986년 개봉한 ‘탑건’의 후속편이라니, 또 주변에서 재밌다고 난리 치니 극장에 가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고등학생 때로 기억한다. 청소년 관람불가였음에도 비디오 가게에서 ‘탑건’을 빌려 봤다.오프닝 화면과 함께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좀 뭉클해졌다. 1986년작과 똑같은 음악, 똑같은 구도의 시퀀스, 본편의 오리지널리티를 고스란히 되살려낸 연출이 1980~90년대 향수를 자극했다. 80년대에 나는 미취학 아동이었으므로 별로 할 말이 없지만, 90년대라면 다르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를 90년대에 보냈다. 그 시절에 보고 듣고 읽은 영화, 음악, 책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톰 크루즈가 철 지난 항공점퍼를 입고, 레이밴 선글라스를 끼고, 가와사키 오토바이를 타고 이륙하는 전투기와 나란히 달리는 장면에서 쾌감을 느꼈다.한 줄 감상평을 남기자면, “다시 군대에 가고 싶을 지경”이다. 오랜만에 가슴 뜨거워지는 영화를 봤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스펙터클한 영상미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투박하고 간단하지만 명료해서 좋았다. 선이 굵고 호방해서 통쾌했다. 석양, 해변 럭비, 술집 골든벨, 오토바이, 레이벤 선글라스, 록 밴드 음악, 제복 등 구닥다리 형식으로 폼 잡는 게 좋았다. 그게 흥행의 이유라는데, 사실 ‘주말의 명화’ 시절 영화들은 다 그랬다.‘다이하드’, ‘리셀웨폰’ 같은 액션 영화들은 물론이고, 팔씨름 하는 영화(‘오버 더 톱’), 양치기 돼지가 주인공인 영화(‘꼬마돼지 베이브’), 누가 오래 잠수하나 시합하는 영화(‘그랑블루’)도 있었다. ‘가을의 전설’이나 ‘브레이브 하트’, ‘늑대와 춤을’ 같은 영화는 서사의 아름다움과 함께 영상미가 압권이었다. 우리나라 드라마 ‘모래시계’만 봐도 마지막 장면은 지리산 노고단의 겨울 석양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역광 속 뒷모습을 담았다. 단순하지만 멋이 있었다. 아니, 단순해서 멋있었다.요즘 영화도, 음악도, 문학도 다 복잡하기만 하다. 내밀한 세계로, 미시적인 세계로만 파고들다보니 작고, 어렵고, 난해하다. 천재적이지만 멋이 없다. 근래 한국소설을 읽다보면, 장편도 아니고 단편임에도 자기가 설정한 이야기의 복잡성에 갇혀서, 작가 스스로 미로를 헤매는 그런 작품들을 종종 보게 된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계산적이고, 복잡다단하고, 속을 알 수 없다. ‘탑건: 매버릭’을 보며 제일 반가웠던 건 1980~90년대의 낭만적 허세,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 단순함이었다.얼마 전 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중년 남성이 커피숍 키오스크 사용법을 몰라 주문에 애를 먹자 애꿎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욕설을 했다. 아르바이트생은 자주 겪는 일이라는 듯 유쾌하고 유연하게 대처했다. 나이 어린 사람에게 대뜸 큰소리부터 지른 소위 ‘개저씨’를 비난하는 여론 가운데 키오스크 시스템이 디지털 문명에 익숙지 않은 고령 세대를 소외시킨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숍 키오스크뿐인가? 스포츠 경기, 공연, 항공권 예매도 이제는 온라인 서비스나 무인 시스템으로 거의 전환됐다. 각종 보안 인증 시스템도 문제다. 공인인증서는 폐지됐다지만 더 복잡한 것들이 생겨났다. 지난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위해 국세청 홈택스에 접속했다가 짜증나 죽는 줄 알았다. 세금 신고와 납부를 장려하려면 관련 용어와 절차부터 좀 쉽게 바꾸면 안 될까? 세무 전문가가 아닌 이상 알아볼 수 없는 어려운 한자어와 수식들을 보면서 ‘일부러 이러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오만해진다. 오래된 것은 모두 낡고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여긴다. 사회 시스템도, 영화도, 음악도, 문학도 모두 첨단을 지향하는데, 첨단으로 가는 방법이 많아질수록 절차는 복잡해진다. 그 복잡함은 결국 우리 스스로를 폐쇄된 세계 안에 가두게 한다. 도어락 비밀번호를 자꾸 틀려 집에 못 들어가거나 웹 사이트 패스워드를 분실해 영영 ‘온라인 미아’가 되기도 한다.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 곁에는 친구가 없다. ‘탑건: 매버릭’에서 매버릭은 중요한 순간에 늘 망설이는 루스터에게 이렇게 말한다. “생각하지 마.”

2022-07-26

고물가 시대 생존법

장을 보러 갈때면 한숨이 푹푹 나온다. 금겹살이라 불리는 돼지고기는 쳐다보지 않은지 오래 되었고 자두나 복숭아, 수박 같은 여름 과일도 가격 보고 놀라 금세 내려놓고 만다.높은 가격에 섣불리 카트에 담지 못하다 결국 향하는 건 세일코너. 그런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카트에 물건을 담을 떄마다 더해지는 가격 계산을 하다보니, 언제부턴가 장보기가 숙제마냥 피로하게 느껴진다.일이 있어 외출했다가 점심을 밖에서 해결해야 할 때도 난감하다. 냉면은 1만원 중반대를 훌쩍 뛰어 넘는데다가, 비빔밥이나 국밥도 9천원이나 달한다. 만 원 아래로 사 먹을 수 있는 메뉴가 굉장히 제한적이니, 이제 외식은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야 잘 하지 않게 되었다.물가 폭등 현상은 비교적 소득이 적은 20대에게 더 무겁게 다가온다. 최근 여러 신조어도 생겨났는데,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들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난 상황을 뜻하는 ‘런치 플레이션’, 앱을 통해 돈을 아끼는 ‘앱테크족’. 외식을 지양하고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로 끼니를 해결하는 ‘냉털족’ 등이 생겨났다.사회에 발을 내디딘 지 1년 차인 초년생 친구는 점심을 저렴하게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 서비스에 구독했다고 한다.편의점 구독 서비스란 단어가 생소해서 알아보았더니. 2000원에서 4000원 사이의 월 이용료를 내면 약 20~30%정도 상품을 할인가에 살 수 있는 멤버십 제도였다. 물론 상품 가격마다 다르지만 도시락은 약 1000원에서 1500원에서 정도 할인 받아 살 수 있었고, 커피 또한 할인받아 1000원 아래로 즐길 수 있었다.먹거리 외에도 와인이나 맥주 같은 주류, 또는 생리대와 마스크 같은 생활용품도 다양하게 보였다. 결제시 통신사 할인이나 기타 할인까지 더할 수 있으니, 월급 빼고 다 오른 웃픈 현실에서 편의점 구독화하기는 필수처럼 여겨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인터넷에서 물건을 살 때도 이젠 최저가 검색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정 쇼핑 사이트에서 물건 구매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쇼핑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G마켓이나 11번가, CJ온스타일 등 250여개 브랜드와 제휴를 맺어 할인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고, 일일이 쇼핑몰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이 아닌, 해당 플랫폼 페이지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면 결제 금액의 일부를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방식이다.본가에서 나와 1인가구를 꿋꿋이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날 때면 ‘이토록 아껴서 뭘 하나’ 싶을 정도로 시시하지만 유쾌한 정보와 감정을 공유하는 순간이 있다.대중교통 비용을 할인해주는 알뜰교통카드 발급이나 일정 금액 이상 꾸준히 저축시 2배 이상의 금액을 더해주는 저축 제도, 또는 소셜커머스 플랫폼에서 이벤트로 저렴하게 나온 핫딜 구매가 등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안부를 묻는다.최근 친구들에게 반응이 좋았고 나 또한 만족스레 이용하고 있는 건, 버려질 위기에 처한 농산물 구입이다. 생각보다 농산물은 맛이나 영양소에 큰 변화가 없더라도 작은 흠집이 있다거나 모양이 이상하거나, 또는 판로가 부족하여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여러 이유로 버려질 위기에 처한 농산물들을 저렴한 가격에 배달해주는 여러 플랫폼들이 생겨나고 있다. 검색만 해도 쉽게 찾을 수 있어서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업체를 선택하면 된다. 대부분 배달 주기도 원하는 기간으로 설정할 수 있고 선호하지 않는 채소가 있다면 뺄 수 있어서 편리하다.가지나 감자, 방울토마토, 브로콜리, 초당 옥수수 등 다양한 종류를 소량으로 박스에 담아 보내주고, 시세 대비 30% 저렴한 가격인 약 2만원 안쪽으로 살 수 있으니 1인 가구에 적합하다.물가 오름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원인 또한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이어져 있어 해결책이 쉽지 않다.아직도 지구 한 편에서는 참혹한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니 전 세계 공통적으로 쉬이 풀 수 없는 지난한 일임을 인지하고 나는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대응책을 찾아보려 한다. 또한 정부에서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이 지속적으로 강구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바라본다.

2022-07-26

라파엘로 걸작 ‘의자에 앉은 성모 마리아’

라파엘로作 ‘의자에 앉은 성모 마리아’. 1513년경, 피렌체 팔라초 피티 소장 피렌체 팔라초 피티(Palazzo Pitti)는 1458년 피렌체의 유명한 은행가 루카 피티를 위해 지어졌고 1549년 메디치 가문이 매입해 토스카나 대공의 저택으로 사용되었다. 피티 궁전은 대공 페르디난도 2세의 지시에 따라 1637년부터 1647년 사이 전시공간으로 새롭게 단장되었다. 이때 메디치 가문이 소장하고 있던 르네상스와 바로크 작품을 모아 전시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되는데 이곳이 피티 궁전을 대표하는 회화 전시관 ‘팔라티나 미술관’으로 라파엘로, 티치아노, 루벤스 등 서양미술사 최고 거장들의 작품 500여점이 소장되어 있다.피티 궁전의 개축을 책임진 사람은 화가이면서 건축가였던 피에로 다 코르토나였다. 화려한 대리석 계단, 백색의 스투코로 장식된 천장, 장식적인 건축에 조화를 이루며 벽면에는 몇 점의 회화 작품들이 아래 위로 걸려있다. 전시된 작품들 중 그 어느 것도 미술사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전시장 벽면에 걸려있는 작품들은 결코 자신의 목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지 않는다. 어쩌면 낼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건축 공간을 수놓는 화려한 장식 속에서 그림들조차도 장식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걸려 있기 때문이다.감상자의 눈높이 보다 훨씬 높은 곳에 걸려 있는 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작품 표면에 남아 있는 붓 자국이나 색감을 면밀하게 살피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그저 위를 쳐다보며 그림의 이미지만 겨우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모든 작품들이 불친절하게 걸려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작품들은 아주 적당한 눈높이에 설치가 되어 있어 비교적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 가능한데 그 중에 라파엘로의 걸작‘의자에 앉아 있는 성모 마리아(Madonna della Seggiola)’가 특히나 시선을 사로잡는다.1513년에서 14년경에 그려진 라파엘로의 작품은 원형의 틀 안에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묘사하고 있다. 라파엘로는 원형의 틀이 가지는 형태를 인물들의 움직임 속에 투영시킴으로써 틀과 인물 간의 관계를 조화롭게 해결한다. 원형과 조화로운 회화적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서 팔과 다리, 머리와 휘감긴 옷 주름 등이 서로 얽히고설킨 복잡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둥근 화면과 그림 속 인물들 간의 조화는 거의 완벽에 가깝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하지만 감상자를 응시하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시선이 어딘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경계하는 듯한, 겁을 먹은 듯한 표정 때문이다. 마치 둥근 천장을 통해서 침입자인 우리를 경계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아기 예수는 몸을 뒤로 움츠리며 어머니 마리아의 품을 파고든다. 그림 속 두 인물들은 왜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언제나 그렇듯 라파엘로는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성모 마리아를 표현했다. 하지만 그녀가 발산하는 아름다움은 여성의 세속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종교적 숭고미이다. 라파엘로는 인물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던 르네상스 거장이다. 그의 작품들은 후대 미술가들에게 중요한 모범이 되어 지속적으로 모사되었다.18세기 독일 출신의 미술사학자 요한 요아힘 빙켈만은 라파엘로가 미켈란젤로를 넘어서고 티치아노나 카라바조 보다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수백 년 동안 숱한 미술가들이 라파엘로의 작품을 모방했다. 어쩌면 그러한 이유로 후대 어느 시점에 와서는 그의 작품들이 조금도 신선하지 않은 그래서 오히려 식상한 것으로 여겨졌는지 모르겠다.실제로 1848년 영국에서는 ‘라파엘로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를 외친 미술가 그룹이 결성되었다. 라파엘전파(Pre-Raphaelite)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젊은 미술가들은 라파엘로 이후로 미술이 틀에 박혀 기계적으로 답습되는 퇴보를 걸어왔다 믿었고 시간의 흐름을 그 이전으로 돌려놓으려고 했다. /미술사학자  김석모

2022-07-25

그 길밖엔 없어 <Ⅲ>

지금 무엇을 어떻게 조사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를 통해 뭔가를 알아보려 하지 마십시오. 인공 장기까지 달았던 사람들이 그저 쉽게 죽겠습니까? 사모님이 받은 인공 콩팥은 하늘에서 뚝 떨어졌겠습니까? 사모님 장기는 어디서 왔는지 아십니까?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다른 것은 다 까먹어도 사모님 콩팥이 어떻게 왔는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형사님을 이용해 먹지는 않았습니다. 형사님께 빚진 것이 없었다면 형사님을 제법 괴롭혔지 싶습니다. 그러니 이런 일로 제게 전화하지 마십시오. 형사님은 그저 물어보는 것이겠지만 저는 취조당하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저는 형사님의 정보원이 아닙니다. 허 형사님께 부탁드리는 말씀입니다. 제가.허 형사의 아내에게 이식했던 인공 콩팥은 교통사고를 당한 노인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허 형사의 아내와 마찬가지로 당뇨로 인한 신부전으로 투석을 하고 있던 노인이 이식받아 육 개월 정도 사용했던 콩팥이었다. 콩팥을 바꿔 단다고 당뇨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질은 훨씬 나아졌을 것이다. 이틀에 한 번씩 혈액 투석을 하기 위해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 그런데 육 개월밖에 더 살지 못했다.아들이랑 백화점에 가는 길이었데. 갑자기 끼어드는 차를 피하려다 방호벽을 들이박은 거지. 설상가상으로 조수석 에어백이 작동을 안 한 거야. 아들은 찰과상, 아버지는 사망. 그렇게 된 사연이야.물건을 넘겨주던 병원의 직원이 우현에게 해 준 이야기였다.하여튼 우현 씨는 물건 냄새를 잘 맡는단 말이야. 중고 물건이 나올 줄 어찌 알았을까? 얼마 전에 우현 씨가 전화로 혹시 물건 나오면 꼭 먼저 연락 달라 했었잖아. 응급실에서 인공 장기 환자 사망이 있다고 콜이 오는데 우현 씨 생각이 바로 나더라고.병원 직원이 덧붙여 말했었다. 직원의 안주머니에 하얀 봉투를 넣어주며 우현이 대답했다.무슨 그런 큰일 날 말씀을 하십니까. 이식 기다리던 환자가 운이 좋은 거지요. 이건 감사의 표시구요. 이번에는 조금 더 넣었습니다. 유가족에게는 제가 직접 이체하겠습니다. 계좌번호만 보내주십시오.돈이 된다는 소문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여러 신생 업체가 덤벼들던 시기였다.박 팀장이 허 형사의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허 형사가 고개를 들었다. 박 팀장의 손에 종이컵이 두 개 들려 있었다. 박 팀장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까딱하고는 종이컵을 내밀었다.-한 대 피우자고.-바쁩니다.허 형사가 다시 모니터로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야, 허 형사. 아직 삐져 있는 거야? 왜 그래, 사나이가. 풀어.박 팀장이 종이컵을 든 팔로 모니터를 가리며 말했다.-삐지다니요. 왜 이러십니까.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담배가 웬 말입니까? 여기 폴더 안에 들어 있는 파일들 안 보이십니까? 일일이 다 확인해야 합니다. 둘이서. 내가 형사로 온 건지 모니터 요원으로 온 건지. 방해하지 마시고 혼자 가서 피우십시오. 열심히. 조심하십시오. 커피 쏟아지면 오늘 작업한 것 다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허 형사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박 팀장의 팔을 모니터 밖으로 빼냈다.-미안해. 그래서 이렇게 커피 뽑아 왔잖아. 그리고 천천히 해도 된다 했잖아. 자, 한 대 피우러 가자니까.허 형사가 고개를 들었다. 박 팀장이 웃고 있었다.-이번에는 안 풀려고 했는데. 아이 씨.허 형사는 한 마디 내뱉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 팀장은 허 형사의 손에 종이컵을 쥐어주고는 허 형사의 어깨를 툭 쳤다. 밖으로 나온 박 팀장과 허 형사는 주차장 뒤쪽 벤치에 앉았다.-그래. 뭐 나온 것 좀 있어?박 팀장이 허 형사가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여 주며 물었다.-뭐가 나왔다고 말하기는 좀 그런데요. 올더앤베러의 공장이 진주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사건 당일 진영휴게소에 서 있던 컨테이너 수송차량이랑 다른 트럭들 중에 올더앤베러 소유의 차들이 많았습니다. 올더앤베러에 전화해서 물어보니까 거의 주차장처럼 사용한답니다. 진주랑 가까워서 거기서 빈차로 대기하고 있다가 필요하면 진주로 와서 실어나가고, 일 없으면 휴게소에 세워놓고. 운전기사는 개인차량으로 진영 휴게소에 출퇴근하듯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답니다.허 형사는 담배 연기를 한 모금 들이마신 뒤 내뱉었다. 박 팀장이 허 형사의 무릎에 손을 얹었다.-수고하네. 지겨운 일 맡겨서 미안하다. 들어보니 아직 뭐 특별한 진척이 있는 것은 아니네. 그지?-진척이 있을 리가 있습니까? 이제 겨우 CCTV 파일 중 육십 퍼센트 정도 보았는데요. 일단 모두 살피고 나서 특별한 내용이 있든 없든 진영 휴게소와 올더앤베러 진주 공장에 한 번 다녀올 예정입니다. 사건 당일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휴게소의 같은 자리에 있는 컨테이너나 트럭들도 살펴보고, 휴게소에 없는 차량들은 진주 공장에 가서 살펴봐야겠습니다. 아직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일반 승용차에서 범행을 저지르기에는 좁을 것이고.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승합차가 오랫동안 서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저는 왠지 컨테이너 트럭이나 냉동 탑차 같은 것이 범행 장소로 유력할 것 같습니다. /김강 소설가

2022-07-25

민주적 통제인가, 중립성 훼손인가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권력의 비대화는 부패 가능성을 증대시킨다. 공권력의 두 축인 검찰과 경찰도 마찬가지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주체가 바뀌어도 민주적 통제는 여전히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역설했고, 윤석열 정부는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주장한다. 하지만 두 정부는 모두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할 사정기관의 정치적 중립에는 관심이 없다.정권교체로 여야의 공수(攻守)가 바뀌었다. 정부여당은 민주적 통제를 명분으로 경찰을 장악하려는 반면, 야당은 수사기관의 중립성을 보장함으로써 정부여당의 영향력을 배제하려 한다. 집행 권력을 가진 정부여당은 입법이 필요 없는 시행령으로 경찰을 통제하려고 하는 반면, 입법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야당은 법적 제도화를 통해서라도 경찰의 중립성을 제고시키려 한다.‘민주적 통제’와 ‘중립성 훼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권력기관은 통제받지 않으면 부패되지만, 정치권력에 의한 통제가 강화될수록 중립성은 더욱 훼손된다. 권력의 속성상 모든 권력은 통제받아야 한다는 ‘당위론’과 권력에 의한 통제는 사정기관을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킬 뿐이라는 ‘경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권력정치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 엄존하는 딜레마이다.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권력이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문제는 통제의 구체적 방법론이다. 현재 추진 중에 있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은 경찰의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조직법과도 충돌한다는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행안부장관이 인사와 감찰을 무기로 통제할 경우 경찰은 무력화(無力化) 될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의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민주적 통제는 권력의 예속화에 불과하다.윤 대통령은 대선 때 “검찰의 중립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를 공약했다. 하지만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이 없는 상태에서 ‘윤석열 라인’을 중용하여 대통령-장관-검찰청으로 이어지는 직할체제를 구축했다. 이러한 코드인사가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말인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수사기관의 생명은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이다. 권력의 시녀가 된 검찰에게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민주적 통제의 이름으로 공권력을 예속화하는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정치는 ‘민주를 빙자한 독재’이며 ‘권력을 위임한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모든 권력기관은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지만, 공정성이 생명인 사정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정권이 검찰과 경찰을 허수아비로 만들면 당장은 통치하기 쉬울지는 몰라도 결국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온다.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중립이 충돌할 때는 시비를 가려줄 심판관이 필요하며, 그 심판은 바로 대통령과 국회에 권력을 위임한 국민이다. 심판은 공정해야하기 때문에 이념과 진영에 갇혀서는 안 된다. 정치인들의 권모술수와 감언이설에 현혹되지 않는 국민의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

2022-07-25

경북 농축예산 1조, 디지털 영농 대비해야

경북도가 올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농축산 분야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경제를 지원하고 디지털 농업 확산을 통해 농촌의 경쟁률을 점차 높여나가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이 작고 농사짓는 땅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특히 농촌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국내 농업의 경쟁력은 날로 쇠약해지고 있다. 경북도도 큰 범주에서 다를 바가 별로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세계는 식량안보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국제 곡물가격이 치솟고 인도의 밀수출 중단 발표 등으로 세계 각국의 식량 보호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19%정도로 매년 낮아지고 OECD국가 중 가장 낮다. 기후위기가 덮칠 경우 수입에 주로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식량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경북도의 농축산 분야 예산 증액은 이런 관점에서 바람직하다. 특히 4차산업이 주도하는 시대에 디지털 농업으로 대전환을 추구하는 전략은 더욱 권장돼야 할 부분이다.경북도가 새로 편성한 예산으로 추진하는 디지털 혁신 농업타운 조성사업은 각별히 주목된다. 경북도의 신개념 농촌마을로, 마을 전체를 영농법인화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키는 사업이다. 스마트팜과 식물공장 등의 첨단농업을 구심점으로 공동영농체계 구축과 청년농업인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그중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사업은 청년농업인에게 임대해 경영을 맡기는 것으로, 청년의 지역정착을 돕는 사업이다. 청년의 농촌 유입과 날로 줄어드는 농촌의 인구 대응에도 좋은 방법이어서 적극 지원이 있어야겠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로 기름값 등 물가고에 시달리는 농민들의 어려움을 돕는 예산도 농민의 민생안정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적절한 배분과 지원이 필요하다. 경북도의 농축산 분야 예산 1조원 시대는 웅도 경북을 대표하는 농축산산업의 부활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첨단화돼 가는 농축산 분야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투자로 경북 농촌의 성장동력을 키워주길 바란다. 부자농촌이 돼야 웅도 경북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2022-07-25

온열질환 주의보

전세계적으로 폭염이 이어지면서 일사병이나 열사병 등 온열질환에 걸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사병과 열사병은 이름이 비슷해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증상도, 위험성도 크게 다른 질환이다. 우선 일사병은 ‘열탈진’으로도 불리는데, 더운 환경에서 땀을 많이 흘려 수분과 전해질 부족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된 증상은 어지럼증, 두통, 구토 등이며,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그늘에서 충분히 쉬거나 전해질이 들어간 스포츠음료·주스 섭취, 샤워 등을 통해 증상을 쉽게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열사병은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될 때 체온 조절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치사율이 30%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열사병의 가장 큰 특징은 체온은 높은데 땀이 나지 않는 것이다. 체온조절 장애로 인해 체온이 40℃ 전후로 올라가면서 피부가 붉고 뜨거워지지만 땀은 나지 않아 피부는 건조하다. 메스꺼움, 구토, 두통,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동반되며, 판단장애, 섬망(일시적 의식 혼동) 등 이상행동을 보인다. 증상이 심해지면 의식을 잃고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다발성 장기손상 및 기능장애 등으로 인해 사망할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기온이 섭씨 40℃를 웃돌았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각각 500명과 1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무더위에 숨졌다. 국내에서도 최근 5년간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100명에 육박했다. 온열질환 예방법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득이하게 더운 환경에서 작업을 하거나 운동을 해야 할 경우는 자주 그늘에서 휴식을 취해주고, 충분한 수분섭취를 하도록 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7-25

‘뜨거운 감자’ 신세된 경주문화엑스포

경주문화엑스포대공원(문화엑스포)이 경제성 문제 때문에 지난 2018년에 이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경북도는 지난 13일 공공부문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문화엑스포와 안동에 있는 경북콘텐츠진흥원을 경북문화재단 산하에 통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방안에 대해 경주시의회 등에서 경주보문단지 상권침체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자, 그저께(24일) 경북도는 “경주시민이 원한다면 문화엑스포를 시민 품에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문화엑스포 관리 권한을 경주시에 넘기는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경주시로서는 국제적인 관광도시 위상을 위해 문화엑스포 기능확대가 절실한 반면, 경북도에서는 투입재정대비 성과가 미미하다고 판단돼 대대적인 수술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1996년 출범한 (재)문화엑스포는 현재 30명이 채 안되는 직원이 근무하면서, 문화 엑스포 개최와 함께 경주타워, 문화센터, 국제행사기념관 등을 관리하고 있다. 그동안 10차례 이상의 국제적인 문화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경북도와 경주시를 홍보해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민선7기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취임한 이후 경제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당시(2018년 7월) 경북도가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1998년 제1회 행사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9차례에 걸쳐 열린 문화엑스포에 1천756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지만 행사 수익금은 절반에도 채 못 미치는 801억 원에 그쳤다. 특히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 열린 해외문화엑스포의 적자가 심했다. 경북도의회에서도 그동안 문화엑스포의 적자경영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경북도가 경주시에 문화엑스포 관리권을 완전히 넘기겠다고 제안한 것은 엑스포 운영 예산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손을 떼려는 절차로 비쳐진다. 경주시로서는 기초자치단체 예산 사정상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경북도는 일단 문화엑스포 구조조정 문제를 수술대 위에 올려 놓기는 하되, 관광·문화홍보 기능은 강화하는 안을 고려했으면 한다. 경주보문관광단지는 경북도를 세계에 홍보하는 최고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2022-07-25

물소리 물장구소리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여름은 더워야 제맛이라지만, 너무 덥다 보니 각종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유례없는 폭염 경보에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수온상승으로 인해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가 하면 영국에서는 과다한 지열 탓에 자연발화 화재가 발생하는 등 지구촌은 보통 난리가 아니다. 지구 온난화의 습격인지, 산업 문명화의 경고인지, 기상이변에 따른 걷잡을 수 없는 재해재난이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듯하다. 꺾이는가 싶던 코로나19 변이종이 교묘하게 재확산되고 날씨마저 극성이니, 정말 한여름의 고역이 아닐 수 없다.타는 듯한 삼복(三伏)더위 중 가장 덥다는 중복이다. 가마솥이나 찜통 더위로 비유되는 복더위는 작렬하는 태양이 내뿜는 후끈한 열기로 대지를 인정사정없이 달구고 있다. 간혹 소나기나 장마가 열기를 식혀주기도 하지만, 숨이 막힐 듯한 무더위를 피해 바다나 계곡으로 떠나는 발길이 중복을 전후해 많아지는 하계휴가가 집중되기도 한다. 경제활동을 위한 일도 중요하지만, 특히 혹서기에는 쉼과 힐링이 있는 삶이 중차대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시 일손을 놓고 일상을 벗어나는 피서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봄날 아침에 들길 거니는 것/여름 한낮에 계곡에서 멱 감는 것/가을 저녁에 오동에 걸린 달을 보는 것/겨울밤에 소나무에 이는 바람소리 듣는 것(春朝行郊外/夏日泳溪中/秋日望桐月/冬夜廳松風)” - 강성위 한시 ‘四時四快’ 오언절구 전문. 여름날의 묘미는 무엇보다도 개울에서 물장구를 치며 물놀이를 하는 것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오래 전 당시 초·중학교를 다니거나 들일로 개울가를 지나치다가 좀 덥다 싶으면 그대로 물 속으로 뛰어들어 자맥질을 일삼기도 하고, 또래들과 어울려 채반이나 반도로 천렵을 할 때면 거의 한나절 이상을 물 속에서 살다시피 하곤 했다. 또한 달 없는 밤엔 비누와 수건을 챙겨 동네의 빨래터나 물목 좋은데로 가서 몸의 때를 제대로 벗기고 씻으며 가슴 속까지 서늘해지는 여름밤의 낭만을 즐기기도 했었다.‘석양이 함께 와/물장구치던 시냇가//그 물결 부드러워/바위들도 옷을 벗고//물소리/물장구소리/먼 옛날 그 시냇가//가슴 결에 묻어 놓은/수줍은 생각 하나//물결이 칠 때마다/애잔한 모습 되어//소년은 냇가에 앉아/지난 세월 줍고 있다’ -拙시조 ‘시냇가에서’ 전문. 밤낮없이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고향의 시냇가를 거닐다 보면 아련한 추억들이 물보라로 일어서거나 물빛 웅성거림으로 소용돌이치는 듯하다. 나뭇잎배를 띄우며 바다에 이르는 마음을 그려 보기도 했었고, 풀섶의 반딧불이를 쫓으며 작은 꿈이나마 오래도록 초롱하게 빛나기를 보듬기도 했었다. 잔잔한 여울의 속삭임이 유년의 재잘거림처럼 다가오고, 세차게 굽이치는 물살이 소년의 다부진 포부 마냥 거침없이 달려가던 시절이기도 했었다.하천정비사업으로 물길이 달라지고 아늑한 예전의 자취는 사라졌지만, 하염없이 흘러가는 물은 여전히 부드러운 율(律)과 한결 같은 격(格)으로 여울지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끝없는 경전의 올을 풀어내고 있다. 물소리에 스민 사연과 물장구에 어우러진 무구함이 때때로 삶의 장단을 부추기는 듯하다.

2022-07-25

안전의 핵심, 불안전한 행동

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영화 ‘버티컬 리미트’는 K2 등정에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주 생생하게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한계에 도전하는 인간들의 좌절과 승리를 보여주는 이런 소재의 영화들은 생각보다 꽤 많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인간승리를 그린 실화 바탕의 영화 ‘히말라야’도 그중의 하나이다.K2는 히말라야의 8천 미터 급 봉우리 중에 하나이며, 에베레스트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영화에서 카메라는 자주 인광을 형형하게 발하는 설원과 깍아지른듯한 겨울 빙벽을 비춘다. 그 겨울 빙벽에 자일로 이어져 매달려 있는 사람들. 산소 부족과 호흡곤란,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뇌에 물이 차는 현상으로 두뇌가 활동이 느려지면서 인지하고 판단하는 데 지장을 받는다.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맞부딪히게 되는 자연과 일대 일로 붙는 처절한 극한의 싸움, 눈보라처럼 호되게 내려치는 그 도저한 정신을 보며 함께 고난을 극복하며 산의 정상을 공격하는 스토리의 주인공인 양 감동을 느끼지만 안전이란 관점에서 영화를 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상이 악화됨에도 불구하고 등반을 강행하는 이들에게 눈 폭풍이 덮치고 속수무책이 된 채로 희생되는 결과는 절차와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불안전한 행동의 대가이기 때문이다.최근 5년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2017년 964명에서 2021년 828명으로 줄어들고 있다지만 하루 2.3명이나 되는 소중한 생명이 안타깝게 희생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는 위험을 무릅쓰고 일궈낸 기적 같은 감동이 아닌 철저히 기본을 지키고 위험을 보는 눈으로 불안전한 상태를 없애고 안전한 행동을 체질화하여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 주인공이 돼야 한다.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법’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언론에서도 사고나 안전상의 문제를 연일 크게 보도하고 있고 배달 오토바이 사고로 희생된 가장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헬멧을 쓰지 않은 문제점을 제기해도 여전히 거리에는 헬멧을 쓰지 않거나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왜 그럴까? 안전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나한테는 사고가 비켜 간다는 생각? 아니다. 시각적으로 또는 청각으로 받아들이는 위험이 손끝이나 발끝으로 즉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자동차도 안전벨트와 에어백 등으로 사람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전략에서 사전에 설정한 차간 거리를 유지하고 도로의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완전히 제로화 시키는 데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사람이 ‘불안전한 행동’을 하며 얻는 이익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표준을 생략하여 작업이 단축되었다던가 돌아가지 않고 무단 횡단하여 약속시간에 늦지 않았다던가 헬멧을 쓰지 않아 땀을 덜 흘렸던 보상이라 여겨졌던 기억들로 인해 ‘불안전한 행동’이 완전히 근절되지 않고 산업재해 통계가 여지없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2022-07-25

선거 불복은 곤란하다

김진국 고문 정치에서 품격이 사라졌다. 노골적이고, 천박한 공격만 난무한다. 인터넷 단문의 영향이 크다. 정치 팬덤과 진영정치의 당연한 결과다.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표현을 잘하는 정치인이 설치는 세상이다. 민주당에서 ‘탄핵’, ‘촛불’, ‘레임덕’이라는 자극적인 말이 계속 나온다. 지난주에는 박홍근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 대표연설에서 ‘레임덕’과 ‘탄핵’을 공개 거론했다. 직접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말한 건 아니다. 그렇지만 의도는 분명하다. ‘탄핵할 수도 있다’라는 위협이다. 민주당은 현재 국회 299석 가운데 169석을 차지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 등 무소속 의원 7명도 민주당 출신들이다. 국민의힘 115석을 제외한 나머지는 사실상 민주당에 가깝다. 마음만 먹으면 탄핵도 할 수 있다.선거 때는 지지 후보에 따라 유권자도 갈라진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결과에 승복하는 게 민주주의다. 그렇게 국민은 다시 하나가 된다. 공약이 서로 충돌하고 대결을 벌이지만 선거 때와 달라진 조건이 아무것도 없는데, 이긴 후보를 계속 공격하는 건 그러한 선택을 한 유권자를 비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취임 직후에는 대개 지지도가 오른다. 선거 때 찍지 않은 사람도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 새 정부가 일을 잘 해줬으면 하는 희망을 품는 시기다. 역대 대통령을 봐도 집권 중반기가 돼서야 부정적 여론과 긍정적 여론의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각종 여론조사마다 지지율이 30%를 겨우 넘는다. 부정 평가는 60%를 넘는다. 뭘 해보지도 못한 상태에 지지율이 위기에 빠졌다.물론 가장 큰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 윤 대통령은 ‘공정’ 가치의 상징으로 당선됐다. 조국 사태 등으로 불공정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을 때 윤석열 검찰총장이 그 대척점에 서 있었다. 그런데 취임 초 인사 문제와 관련해 잡음이 계속되면서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윤 대통령이 겸손한 자세로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또 불만의 원인이 된 가족과 측근들을 자제시키고, 대통령이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신뢰를 얻어야 한다.그렇더라도 야당의 흔들기는 지나친 점이 있다. 선거를 통해 국민은 윤 대통령의 정책을 선택했다. 그러면 최소한 체계를 갖추고 정책을 추진할 시간은 주는 게 민주주의의 금도(襟度)다. 서투른 국정에 조언하고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탄핵과 촛불을 이야기하는 건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기 충분하다.윤 대통령은 허니문 기간이 없었다. 당선되자마자 지방선거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나 그 지지자들도 대통령 당선인에게 박수를 보낼 여유가 없었다. 이어진 선거를 위해 전투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그때까지야 어쩔 수 없는 시간표 탓이라 해도 그 이후에도 ‘탄핵’과 ‘촛불’이란 말까지 꺼내며 몰아붙이는 건 지나치다. 아무리 많이 싸우는 정치라 해도 절제가 필요하다.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2개월 만에 광우병 파동으로 위기를 겪었다. 광우병을 왜곡·과장한 TV 보도 이후 민주당과 연예인들이 앞장선 촛불집회가 온 나라를 흔들었다. 대통령 지지율은 20% 아래로 떨어지고,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국정 동력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광우병은 근거 없는 선동이었다. 민주당 극렬 지지자들은 SNS로 당시의 경험을 반복하자고 선동하고 있다. 정당이 여기에 휘둘리면 안 된다. 선거 이외의 방법으로 선거를 뒤집는 세력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윤 대통령도 야당과 야당 지지자들을 끌어안는 노력을 좀 더 해야 한다. 선거는 끝났다. 여고, 야고, 대통령은 모두 손을 잡아야 할 상대다. 원인이 무엇이든 국정 실패의 모든 책임은 결국 대통령에게 돌아온다.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경쟁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하나로 뭉치고, 힘을 모아야 한다. 선거가 나라를 쪼개고, 선거가 끝나도 승복하지 않고, 바로 다음 선거전을 시작한다면 나라가 위험하다. 아무리 불만스러워도 선거 불복은 용납할 수 없다. /본사 고문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2-07-24

내가 물로 보이냐

이원만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어느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해양조난사고 상황에서 휴대폰, 식량, 모자, 물 중에서 한 가지만 가질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 건가를 물었다. 당연히 물을 선택할 거라고 생각한 선생님은 깜짝 놀랐다.휴대폰이 가장 많아서다. 당황함을 감추고 선생님이 왜 휴대폰이냐고 물으니 아이들은 “휴대폰으로 검색하면 언제 비가 오는지 알 수 있어서 빗물을 모으면 되요.” “조난상황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검색할 수 있잖아요.” “휴대폰이 있어야 위치추적이 되요.” 다양한 대답을 내놓았다.선생님은 와이파이의 범위를 따지기보다는 아이들의 생각이 짧은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어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내친 김에 호기심이 동한 선생님은 사막같이 건조한 곳에서 길을 잃었다면 물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 휴대폰으로 검색해보라고 했단다.1분도 안 돼 아이들은 “적정기술이 있어요.” “와카워트요.”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스테노카라라는 딱정벌레 물구나무서는 걸 보고 만들었데요.”선생님도 아이들에게 검색어를 물어 찾아보니 에티오피아와 예멘지역에 사는 와카라는 무화과나무에서 따온 이름인데 딱정벌레가 이른 아침 안개가 끼면 물구나무를 서서 몸에 맺히는 이슬을 입으로 흘려보내 마시는 것에서 착안한 방법이고 이미 상용화되고 있는 적정기술이었다.선생님은 질문만 제대로 하면 휴대폰으로 수업을 할 수 있겠구나 싶어 이번에는 너희들이 먹는 수돗물이 어디에서 오는 건지 알아보라고 했다.시청홈페이지냐 무슨 정부기관이냐 왈가왈부가 있었지만 형산강, 안계댐, 진전지, 오어지, 눌태지, 임하댐, 영천댐, 곡강천까지 줄줄이 튀어나왔다. 심지어 아이들은 설거지 할 때 물을 샤워기처럼 틀면 물을 절약할 수 있다느니 물을 받아놓고 쓰는 습관과 토트넘선수들이 유럽의 물에 비해 우리수돗물이 더 깨끗하고 안전하다고 했다는 이야기까지 온갖 물이야기가 줄줄이 쏟아졌다.미소를 띠며 선생님은 질문을 이어갔다.“여러분이 학교에서 축구하고 땀과 먼지가 범벅이 되면 집으로 달려가 샤워부터 하죠? 그 땀과 먼지는 누가 가져가요?” “물이요” 뭔 질문이 그러냐고 시큰둥한 아이들에게 “그럼, 더러운 걸 가져가 주는 고마운 물에게 여러분은 뭘 줄 수 있어요?”갑자기 조용해진 아이들은 휴대폰 검색도 하지 않고 선생님을 쳐다본다. “글죠? 고마운 마음밖에 줄게 없죠? 그리고 아끼겠다고 약속하고. 빨래도 덜 자주하고 세제도 미세플라스틱 안생기거나 적게 생기는 걸로 찾아서 쓰자고 엄마한테 이야기 해야겠죠?”그러면서 물이 온갖 동식물을 키워주고 우리 생명도 유지할 수 있으니 ‘물을 물로 보지 말라’는 말로 수업을 정리했다고 한다.하지만 수업이 끝난 뒤에도 아이들의 물에 대한 검색은 끝나지 않고 계속 돼서 투발루며 빙하며, 가뭄이며 홍수며 기상이변으로 번져갔다.심지어 서로 다투다가 “ 날 무시하는 거야? 날 물로 보는 거야?” “그래, 널 물로 본다. 대단한 물!”하고는 깔깔거리는 모습에 함께 웃었다고 한다.앞으로 100년 동안 지구상의 물의 성질이 달라질 거라고 한다. 빙하가 사라지고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다. 기온이 높아지면 구름이 더 많은 물을 품을 수 있고 불안정해진 대기흐름으로 어떤 곳은 가물고 어떤 곳은 홍수가 질 것이다. 바닷물이 산성화되면 산호초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 동식물들이 죽을 것이다.벌써부터 껍질이 얇아지는 조개들이 발견되고 조금씩 변형이 이루어지는 플랑크톤이 발견되고 있다. 그 물들이 더 이상 생명이 살 수 없게 되는 티핑포인트가 어디인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우리는 해수산성화라는 지구역사 5천년 동안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큰 사건을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거북의 3천500년 지구역사가 마감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흔한 물, 지구의 표면적 70%가 넘는 엄청난 바다를 채운 물, 그 물을 물로 보면 안 되는 이유다.여름 가뭄이 심하다. 포항시민에게 물을 대주는 저수지와 댐들의 수위가 궁금하다. 영천과 임하댐은 다른 행정구역인데 생명수를 보내준다니 고맙다.옛날 어른들은 자식들이 타지에 나가 건강하기를 물 한 그릇을 떠놓고 빌었다. 정화수는 12시와 새벽 1시 사이 동네 우물에 고이는 새물이다.등불과 대나무가지를 들고 가며 길 위에서 잠든 벌레들을 치우며 물 한 그릇을 담아왔다고 한다. 자기 자식의 건강을 위해 벌레들의 생명을 죽일 수 없다는 마음이 담긴 물이다.오어지의 연못에 떨어지는 빗방울. 그 빗방울이 그리는 동그라미. 그 동그란 방석에 마음을 앉혀놓고 바라보며 ‘물은 저렇게 우리에게 오시는 구나’ 생각에 잠긴다.

2022-07-24

필즈상 허준이 교수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한국도 드디어 과학의 노벨상과 같은 최고의 상의 수상자를 갖게 되었다. 이달초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Fields)상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인 한국계 허준이 교수가 수상했다.노벨상은 매년 분야별로 1∼2명씩 선정하는데 반해 필즈상은 4년에 한 번 2∼4명을 선정하고 반드시 40세 이하여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노벨 과학상보다 타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미국에서 유학 시 교내에 필즈상 수상 교수가 걸어가면 “저 교수가 필즈상 수상자”라고 손짓을 하면서 존경과 부러움을 보이던 기억이 있다.필자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공부하던 40여 년 전 같은 캠퍼스에서 공부하던 허명회 고려대 명예교수의 자제가 허준이 교수이다. 허준이 교수는 당시 스탠퍼드 캠퍼스에서 태어났다.미국서 태어나긴 했으나 2살 때 부모를 따라 귀국해 중고등학교와 대학, 대학원을 한국서 다니고 박사과정을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갔기 때문에 성격 형성에 가장 중요한 청소년기를 한국에서 보냈다. 그는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특별히 잘한 것도 아니고 고교는 중퇴하고 홈스쿨링으로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대에 입학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서도 저학년 때 학점이 좋은 것은 아닐 정도로 최소한 학점상으로는 특출한 학생이 아니었다.허준이 학생은 문학을 즐기고 상상력이 풍부하여 창의적인 학생이었다. 미국 유학을 가려고 했을 때도 여러 개 대학 중 일리노이대학(UIUC)만이 받아 주었는데 그 대학에서 유명한 리즈추측(Read’s Conjecture)을 증명하면서 일약 수학계의 스타로 올라섰다. 이후 수학계의 신데렐라로 등장한 허준이 교수는 스탠퍼드, 프린스턴의 정교수를 거쳐 드디어 필즈상을 수상했다.중고교 시절, 대학 시절 학점상으로 최정상이 아니었던 허준이 교수가 11개의 추측을 증명할 정도로 탁월한 창의력을 발휘한 원동력은 무엇일까?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본다. 창의력은 타고나는 건가? 길러지는 건가? 후자라면 분명히 교육 환경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한국서 청소년을 보낸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이 ‘한국교육의 개가’라고 하기도 하지만 사실상 ‘암기식 한국교육의 이단아’로 성공한 케이스로 판단된다.창의력은 타고난 재능과 교육의 융합체라고 할 수 있다. 타고난 재능만 가지고 기본적인 지식이 없다면 창의가 발휘될 수 없고, 타고난 재능이 없다면 지식만 가지고도 창의력은 발휘되기 쉽지 않다.비행기를 발명한 미국의 라이트 형제는 타고난 호기심과 창의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베르누이 정리에 의한 유선형의 원리를 교육받지 못했다면 비행기를 만들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라이트 형제의 업적은 그러한 원리 위에 디자인과 속도를 낼 수 있는 설계에서 창의력을 발휘하였다.‘창의력은 지능과 비례하는가’하는 것도 재미있는 질문이다. 지적능력의 지표인 IQ는 일정 이상만 넘으면 창의력과 관계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너무 높은 IQ는 암기력이나 이해도가 빨라 오히려 창의력에 방해가 된다는 이론도 있다. 따라서 한국적 교육환경에서의 수석합격, 수석졸업생들은 오히려 덜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고, 어느 정도 공부는 잘하지만, 호기심이 많고 돌연변이적 사고를 하는 학생들이 오히려 더 큰 창의적인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중요한 것은 이러한 창의성 뒤에는 이들이 한 곳에 열중하고 미치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허 교수도 마찬가지이다. 하루 4시간씩 수학만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그의 부친의 성격을 잘 아는 필자로서는 허 교수가 그러한 집중력과 한 곳에 미치는 성격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즐기는 사람을 못 당한다는 말이 있는데 한 곳에 열중하고 미친다는 것은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사실 미국의 중고교생들은 보통 오후 3~4시에 집에 돌아와서 논다. 논다는 의미는 다양한데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친구들과 떠들기도 하고 음악도 듣고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그러한 시간을 한국의 학부모들은 논다고 생각하여 밤늦게까지 공부시키는 한국의 중고교 교육을 오히려 그리워하기도 한다. 수학·과학 경시대회 같은 곳에서 한국이나 아시아국가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건 그런 과도한 학습 덕분일 것이다.그러나 대학, 대학원을 가서는 중고등학교때 ‘놀던’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은 어쩐일일까? 결국 창의력은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기본적인 원리를 가르쳐주고 충분히 사고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창의력은 결국 교육적인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결론 지을 수 있다.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을 축하하며 이번 수상이 한국교육 방식과 환경의 근간을 바꾸는데 기여 하길 기대해 본다.

2022-07-24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하여

김규종 경북대 교수 얼마 전 인터넷에 의미심장한 통계자료가 올라왔다. 한국갤럽이 제시한 ‘우리 사회 차별 정도 인식’의 8개 항목 수치가 그것이다. 구체적인 항목을 열거하면 이렇다. 빈부 차별, 비정규직 차별, 학력-학벌 차별, 장애인 차별, 성 소수자 차별, 국적-인종 차별, 성(性)차별, 나이 차별이다. 여덟 가지 차별 가운데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사회문제라 할 것이다. 그중에서 몇 가지만 생각해보고자 한다.차별 정도가 매우 심각하거나 약간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을 보자. 빈부 차별 81%, 비정규직 차별 79%, 학력-학벌 차별 75%, 장애인 차별 72%, 국적-인종 차별 62%, 성 소수자 차별 58%, 나이 차별 54%, 성차별 41%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위 네 가지 차별의 뿌리는 하나다. 돈에서 발원하는 차별이다. 가장 극심한 차별로 나타난 빈부 차별에서 그 아래의 차별들이 순차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부유한 부모 아래 성장한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사교육을 받고, 이름난 특목고에 진학하여 ‘스카이’에 들어가거나 외국 유학하고 와서 세상에 나서면 남 부러울 게 없다. 그들은 빈부 격차나 비정규직이 겪어야 할 설움과 고난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물며 학력과 학벌에서 오는 차별이나 아침저녁으로 우리 사회의 장애인이 경험해야 하는 온갖 수모와 차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특수한 신분을 가진 자들의 자식들이니 말이다.2차 대전 후에 독립한 신생국 가운데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라는 평가를 듣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얼마나 자랑스럽고 뿌듯한 수식어인가?! 하지만 저변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사뭇 다르다. 세계 전체에서 빈부 격차가 가장 크다는 미국에 뒤질세라 바로 뒤에서 쫓아가는 나라가 한국이다.돈과 권력과 명예를 모두 움켜잡으려는 인간들의 탐욕 때문에 나라 전체가 시끌벅적하다. 이런 배경에 굳건하게 자리하는 것이 각종 차별이며, 그 선두에 빈부 차별이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역할은 이미 답이 나와 있는 셈이다. 그러나 보라. 엊그제 뉴스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현 정부는 부자와 대기업을 위한 대대적인 세금 손보기에 들어갔다고 한다. 직장인을 위한 감세 규모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극소수 부자들을 위한 종합부동산세 감면으로 줄어드는 세수가 1조7천억 원인데, 노동하는 직장인들의 감세 규모는 1조6천억 원에 머물고 있다. 대기업들을 위한 법인세율은 현행 25%에서 22%로 낮춰서 이 부문의 세수 역시 6조8천억 원이 줄어들 것이라 한다.2019년 12월 기준으로 종부세를 내는 한국인은 전체 인구 가운데 2.5%다. 국민 가운데 압도적인 절대다수인 97.5%는 종부세를 내고 싶어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2.5%의 부자들을 위한 감세 규모가 국민의 절대다수를 점하는 직장인들의 감세 규모보다 크다는 것은 빈부 격차에서 유래하는 빈부 차별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하겠다는 의지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기막힐 만큼 막막하고 답답한 세상 아닐 수 없다.

2022-07-24

철저한 방역으로 안전한 여름축제 이어가야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경북도내 자치단체들이 여름축제 개최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사람이 대거 몰리는 여름축제를 감행하자니 코로나 재확산이 우려되고 안하자니 3년만에 여름 특수를 맞는 지역 내 소상공인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진퇴양난이다.여름방학과 여름휴가가 본격화되는 7월말부터 8월말까지 경북도내는 각종 여름축제가 줄지어 개최된다. 이달 28일부터 안동의 ‘문화재야행’이 시작되고 상주의 ‘한여름밤 축제’, 영덕 ‘황금은어축제’, 포항 ‘검은돌장어축제’, 울릉도 ‘오징어축제’ 등 수십개 행사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맞춰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코로나19로 2년여 묶여왔던 축제가 풀리면서 일선 시·군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행사를 준비하고, 특히 지역 내 소상공인들은 모처럼만에 맞는 여름특수에 잔뜩 기대를 모으는 분위기다.그러나 전파력이 강한 BA.5 변이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행사를 준비 중인 시·군은 한편으로 축제가 코로나 감염의 기폭제가 될까 걱정이다. 국내서도 하루 7만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빠르면 8월 중 하루 30만명 발생을 우려하는 전망도 나와 고민이 깊어간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서는 하루 확진자가 20만명을 돌파해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된다.우리나라도 국내 입국자에 대해 1일차에 코로나19 유전자검사(PCR)를 받게 하는 등 코로나 재유행에 대비해 당국이 방역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강력한 조치가 없어 얼마나 방역효과를 거둘지 알 수 없다.그렇다고 여름축제를 취소하기에는 아쉬운 면이 많다. 거리두기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기에는 소상공인들이 겪어야 했던 과거의 아픔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코로나 재유행에 대비해 고위험군 관리, 4차접종 확대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불안하다. 국민이 안심할 더 치밀하고 과학적인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19에 대한 다양한 대응 경험을 갖고 있다. 여름축제도 당국의 주도면밀한 준비와 국민의 경각심이 더해 안전한 축제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2022-07-24

나홀로 추락하는 쌀값

지난 12일 전국쌀생산자협회 소속 농민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쌀값 안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가을 추수를 한달 반 정도 앞둔 가운데 현지 쌀값이 45년 이래 가장 낮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 데다 햅쌀이 나오면 쌀값은 더 떨어질 것이 뻔하니 정부가 대책을 세워달라는 것이다.안오른 물가가 없다는 고물가시대에 유일하게 쌀값만 나홀로 폭락세다. 현재 산지 쌀값은 4만4천여원 수준. 작년 10월보다 20% 가까이 떨어졌다. 농민들은 쌀값을 한공기밥(100g)으로 환산하면 224원꼴이니 “개사료 값만 못하지 않느냐”며 자조한다. 막대사탕이 500원, 껌이 800원 하는데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값이 이 정도니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쌀값이 떨어진 것은 작년 경우 풍작인데도 코로나19 여파로 쌀소비가 줄었고 정부의 수급안정을 위한 시장격리 조치가 실패한 데 있다. 그러나 잘 따져보면 식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쌀소비가 지속해 주는 데 근본 문제가 있다. 작년 1인당 쌀소비량은 56.9kg으로 1963년 통계 작성이래 가장 적었다. 1991년 116.3kg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민족이지만 식생활이 점차 서구화돼 밥 대신 빵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라면이나 즉석밥 등 대체식품 수요가 증가한 데 원인이 있는 것이다. 요즘 젊은층의 식생활 패턴으로 본다면 앞으로도 쌀 수요는 더 늘 가능성이 낮다.쌀만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90%가 넘는다. 그러나 쌀만으로 국민의 다양한 식품기호를 맞출 수 없다. 국제 밀가격이 폭등을 해도 밀 수입을 멈출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세계적인 초인플레이션 시대에 나홀로 추락하는 쌀값을 정부가 어떻게 방어할지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7-24

‘대학생 창업’의 모델 만들고 있는 디지스트

디지스트(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내 창업기업들이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잇달아 정부육성 프로그램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어 주목된다. 디지스트 기초학부생이 대표인 엘엠엔틱바이오텍은 지난주 정부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선정돼 2년간 5억원의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 받게 됐다. 팁스는 세계시장을 선도할 기술을 보유한 창업팀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기업은 손가락만 한 마이크로 칩 기판에 자기장을 이용해 세포나 바이오분자를 원하는 대로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암 진단과 치료제 선정에 도움을 주는 플랫폼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원천기술을 가진 디지스트 김철기 교수(화학물리학과)가 기업 기술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자성학의 세계적 권위자다. 디지스트에서는 이외에도 세계가 주목하는 학생창업 벤처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학원생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설립된 실리코팜도 팁스에 선정돼 5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실리코팜은 내년까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바이오 신약 개발의 혁신적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지난 2019년 창업한 학생기업인 ‘씨위드’도 2020년 팁스에 선정됐다. 이 기업은 가축 사육과 도축을 기반으로 하는 기존 축산업에서 벗어나 해조류 배양액에서 소고기를 생산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으며, 배양육 브랜드인 ‘C Meat(씨밋)’을 이미 상표등록했다. 디지스트의 놀랄만한 대학생 창업 성과는 우리나라 대학들이 실험실 기술과 창업교육을 접목해 시장이 원하는 인재와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으론 대학이 창업요람으로 전환되려면 원천기술을 가진 우수한 지도교수확보와 전폭적인 정부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것도 역설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생 스타트업 대부분은 적은 자본으로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인터넷 쇼핑몰 등 1인 창업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이공계, 상경계열,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스트 같은 혁신적인 창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2022-07-24

오십견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 십수 년 전에 경험한 일이다. 지하주차장에서 주차 공간을 확인하려고 뒤를 돌아보려는데 목이 돌아가지 않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후진을 위해 오른팔을 들어 올리려니 심한 통증으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평소 워낙 부실하던 몸이라 곳곳이 삐걱대는 건 예사였으나 통증과 함께 팔과 목을 움직일 수 없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몹시 당황했었다. 이튿날 병원에 가보니 오십견이라 했다. 인체가 기계라면 오십년이나 사용했으니 여기저기 고장이 나게 마련이다. 여러 질병명 중에서 세월의 의미가 담겨있는 대표적인 것이 오십견이 아닌가 싶다. 이는 단순히 오십대의 어깨에 생긴 염증이 아니라 반 백년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세월의 무게를 더한 용어일 것이다.공자는 오십이 되어 천명을 알았다고 한다. 천명은 하늘이 인간에게 맡긴 사명이다. 하늘의 명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을 것이므로 ‘지천명’은 불가항력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십견은 치료가 어려워 그야말로 세월이 약이다. 병원 처방이 있고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단번에 상처를 도려내듯 깨끗하게 치료하기는 불가능하고 세월이 가야 비로소 조금씩 낫는다. 나도 오십견 진단을 받고는 부지런히 병원 치료를 했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어깨 부근에 고인 물을 뽑아내기도 했고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도 열심히 했다. 별 차도가 없어 한방치료를 겸하기도 했으나 마찬가지였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온갖 민간요법 정보와 먼저 겪은 자들의 경험담에 의하면 가장 좋은 운동이 수영이란다. 병원 치료를 열심히 받고 수영을 부지런히 하면 일년 만에 완치가 되고,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두면 완치에 열두 달이 걸린다니 그게 그거다. 그러나 오십견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는 속설을 믿고 방치하면 후유증으로 평생 고생할 수 있으니,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할 경우는 근육이 경직되지 않도록 적절한 스트레칭이 필요함을 명심해야 한다.육십을 훌쩍 넘은 사람이 뜬금없이 무슨 오십견 얘긴가 할 수도 있겠다. 남의 얘기이거나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몇 주 전에 비슷한 증세를 겪었고, 일년도 열두 달도 아닌 몇 주 만에 회복이 되었으니 이건 뭐지? 다행이면서도 어리둥절하다. 뭐 좋은 일이라고 양쪽 어깨를 골고루 다녀갔던 오십견이 육십 중반에 다시 찾아왔으니 황당함과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구나 바쁜 일로 열심히 자판을 두드려대던 중이었으니 큰 낭패였다. 즉시 한의원을 찾았고, 치료에 공을 들였고, 휴식을 일처럼 중요하게 실천했더니 불과 몇 주 만에 호전되었다. 그렇다고 인생 육십의 무게가 오십보다 가벼워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육십을 ‘이순’이라 하여 남의 말이 귀에 거슬리지 않아 이해하고 관용하는 경지를 이르는 말이다. 나잇값을 하자면 자아를 덮고 있는 가면을 벗어야 한다. 이순이 되면 그동안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남기 위해 썼던 가면을 벗어 던지고 진짜 자기를 만나야 한다. 스스로 존재 이유를 의심하게 하던 내면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인생은 완성이 아니라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2022-07-24

더 많이 등장하기를

유영희 작가 요즘 핫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감탄과 열광이 주를 이룬다. 나 역시 3회부터 본방사수 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 12월 이 드라마를 홍보할 때 제작사가 우영우를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자폐증’을 앓는 변호사라고 홍보했다고 한다.이에 대해 자폐 당사자 모임 ‘에스타스’는 이런 표현은 자폐 차별적 표현이라고 반발하면서 자폐는 질병이 아니라 신경생물학적 원인으로 인한 영구 손상이기 때문에 장애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요구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현재 방영되는 드라마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 표현하고 있다. 나 역시 자폐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그러나 자폐 당사자 모임의 염려가 아직 다 해소된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우려는 우영우 같은 고기능 자폐인이 자폐 스펙트럼을 대표하는 것으로 일반인에게 잘못 인식되어 저기능 자폐인이 소외될까 하는 것이다. 이 역시 드라마에서 저기능 자폐인을 등장시켜서 어느 정도 해결은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자폐 당사자나 그 가족은 이 드라마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우영우의 아이큐가 164로 설정되어 있으니 일반인 입장에서도 너무 비현실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 그 염려에 공감이 간다.이 드라마를 처음 보고 자폐인이 정말 변호사가 되기도 할까 조사해보니 미국에 자폐인 변호사가 두 명 있었다. 에릭 웨버는 2015년에 변호사가 되었는데, 어려서부터 육상 선수로도 활동했다. 2018년 24살의 헤일리 모스도 변호사가 되어 로펌에 근무하다가 현재 장애인 인권운동을 하고 있다. 오늘 기사를 보니 모스도 우영우 드라마를 응원하고 있다고 한다. 변호사는 아니지만, 동물학 교수 템플 그랜딘 역시 자폐인인데, 동물의 세계를 잘 이해하여 동물복지를 배려한 소 도축장 시설을 설계했다,이들 모두 보통 사람보다 더 능력이 좋다고 해서 그 능력이 저절로 이만큼 발휘된 것은 아니다. 그들을 이해해주는 부모나 선생님이 없었다면 그들은 정신병원에 가거나 시설에 방치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들의 존재를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현재 우리나라에는 2021년 현재 자폐 등록자는 3만3천 명, 미등록자는 2만 명으로 5만여 명의 자폐인이 있다고 한다. 이들을 다양성의 관점으로 존중하는 문화가 좀 더 자리 잡는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자폐인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힘을 얻을 것이다. 실제로 다문화주의 국가에서는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하는 자폐인들이 꽤 있다고 한다. 우영우 같은 비현실적인 허구 인물이라도 정확한 정보와 함께 대중매체에 등장한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오히려 이런 인물이 더 많이 나오면 일반인들에게 다양성의 외연을 넓혀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은 배우가 고기능 자폐인 역을 하더라도 더 자주 노출된다면 그들에 대한 시선도 바뀔 것이다. 얼마 전 다운 증후군 정은혜 씨가 직접 드라마에 출연했는데 자폐 당사자가 드라마에 직접 출연할 날도 곧 오리라 믿는다.

2022-07-24

민선 8기, ‘시민이 행복한, 위대한 영천’ 건설

최기문 영천시장 먼저 지난 4년 동안 시정에 많은 관심과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신 시민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더 살기 좋은 영천을 만들어 달라는 시민들의 염원에 힘입어 지역 곳곳을 누비며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이었다. 시민과 공직자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힘을 모아주신 덕분에 시민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교통행정을 펼칠 수 있었고, 40년 만에 자양면에 상수도를 넣을 수 있었다.아울러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경마공원(금호) 연장과 같은 미래 영천발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이 모두는 시민들과 공직자들의 협조와 성원 덕분이라 생각한다.민선 7기에 이어, 민선 8기에도 고향 영천을 위해 한 번 더 일할 기회를 주신 시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이번 선거에서 영천 시민들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공정하고 진실된 정책 중심의 선거를 만들어 주셨고, 수준 높은 영천 시민의 ‘의로운 정신’을 보여주셨다. 영천을 더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 달라는 시민들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오직 시민만 바라보며 열심히 달려가겠다.이번 선거에서 저를 지지했든 지지하지 않았든 모두가 같은 영천시민이다.시민 모두를 위한 정책을 개발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시민 한분 한분의 목소리를 항상 잊지 않고 기억하며, 더욱 낮은 자세로 소통하고 화합하여 대통합의 영천을 만들어 가겠다.아울러 시민행복과 지역발전이라는 궁극적인 마음은 서로 통한다고 생각한다. 소속 정당을 떠나 필요한 경우에는 누구라도 찾아가 협조를 구하겠다.또한 지역구 국회의원, 도ㆍ시의원 다수가 여당 소속인 만큼 여당의 이점을 살려 현안해결 및 국가예산 확보 등에 한층 더 힘을 실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새롭게 시작되는 민선 8기에도 ‘시민을 행복하게, 영천을 위대하게’라는 시정 목표 아래 ‘새롭게 도약하는, 더 큰 영천’을 만들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우선 생동하는 경제도시 만들기에 매진하겠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경마공원(금호) 연장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영천에 도시철도가 다니는 기적을 앞당기겠다.사통팔달 교통 인프라 구축과 110만평의 산업단지와 지식산업혁신센터 건립, 미래차 부품기업으로의 전환으로 특화된 기업유치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힘쓰고, 탄약창 군사보호구역 해제를 추진해 주민 재산권 보호와 시가지 균형발전에 힘쓰겠다.다음으로, 전국에서 찾아오는 부자농촌을 만들어 나가겠다.기후변화에 대응한 스마트팜 단지 조성과 마늘 특구 지정에 따른 규제 특례를 활용해 마늘융복합센터, 마늘공판장 등 특화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농산품 해외수출 유통망 구축, 청년 농업인 육성으로 농업 소득증대에 박차를 가하겠다.셋째, 평등한 복지ㆍ교육 구현에 힘쓰겠다. 어르신 공공일자리 확대, 노인복지회관 건립,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온종일 아이 돌봄 체계 구축, 중·고교생 무상 교복비 및 안전귀가 택시비 지원으로 맞춤형 복지ㆍ교육을 실현해 나가겠다.마지막으로, 품격 높은 문화·관광 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올 하반기 착공되는 영천경마공원의 성공적인 건설과 시립박물관, 문화예술회관 건립으로 문화·예술 공간을 확충하고, 신성일기념관 건립, 보현산권역 관광벨트사업을 잘 마무리해 매력적인 문화·관광 도시 조성에 힘쓰겠다.앞으로의 4년, 민선 8기도 오로지 시민만 바라보며 ‘시민이 행복한, 위대한 도시 영천’을 만들어 가는데 혼신을 다하겠다.시민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지지, 하나된 마음이 모여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고, 살기 좋은 우리 영천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천의 더 큰 도약과 살기 좋은 영천을 향한 발걸음에 항상 함께 해주시길 당부 드린다.

2022-07-24

우리 별자리 28수

시간은 공간과 달리 형체가 없다. 따라서 옛날에는 하루 24시간의 흐름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의 시간이란 왕이 알려주는 것이었다. ‘관상수시(觀象授時)’라 하여 옛날 제왕들에게는 하늘의 모양을 살펴 백성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임무 중의 하나였다.세종대왕은 장영실에게 명해 시간을 알려주는 물시계 자격루를 만들어 이를 통해 시간을 재서 종을 쳐 백성에게 알렸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 종루(현재 종각)를 짓고 하루 두 번 종을 쳤다. 그것을 인정(人定)과 파루(罷漏)라고 한다. 인정이란 저녁에 성문을 닫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28번의 종을 치는 것이고, 파루는 새벽에 성문을 연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33번의 종을 치는 것이다. 28번의 종소리는 밤하늘에 자리한 28개의 별자리에 알려 백성이 편안한 밤을 맞이하라는 뜻이었으며, 33번은 불교의 33천天에 하루를 알리는 시작이라는 의미였다. 또한 새해가 되면 달력을 만들어 신하들에게 달과 날짜를 알려주었다. 1년 주기의 농사일에 참고하기 위해 양력을 부분적으로 도입하여 절기를 정하고 달력에 표시했다. 옛사람들은 시간이란 흐르는 것과 동시에 끝없이 순환하는 것으로 여겼다. 천체의 운동 주기를 일 년으로 하고,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주기를 한 달로 하였으며, 낮과 밤이 바뀌는 지구의 자전주기를 하루로 삼았다.그렇다면 인정의 의미인 밤하늘 28개 별자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달은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약 27일 7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앞서 우리는 지구에서 관찰했을 때 태양이 ‘황도12궁(黃道十二宮)’을 따라 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달도 별자리 위를 움직인다. 이 길을 ‘백도白道’라고 한다.달의 길인 백도와 태양의 길인 황도와의 차이는 약 5°정도 경사각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달이 하늘의 백도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약 28일 동안에 달은 초승달, 반달, 보름달, 반달, 그믐달로 변해간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달이 가는 길을 28등분하여 이 시간을 한 달로 정했다. 이것이 음력(陰曆)이다. 더불어 달이 지나는 길의 28개 별자리를 28수라고 불렀다. 나아가 28수를 각각 7자리씩 묶어 동방칠수, 서방칠수, 남방칠수, 북방칠수로 나눴다. 그리고 상징적으로 동서남북을 지키는 수호신을 정했다. 동쪽에는 뿔 달린 청룡, 서쪽에는 백호, 남쪽에는 상상의 새 주작, 북쪽에는 거북이와 뱀이 결합한 현무가 그것이다.동방7수는 28수 중 춘분날 초저녁 동쪽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첫째 별자리 각수(角宿·용의 뿔·서양에서 쳐녀자리)를 시작으로 차례차례 등장하는 7개 별자리 별들을 일컫는다. 북방7수는 하짓날 초저녁에 여덟째 떠오르는 별자리(남두육성, 궁수자리)부터 7개의 별자리 별들을, 서방7수는 추분날 초저녁에 열다섯째 떠오르는 별자리(안드로메다)부터 7개 별자리 별들을, 남방7수는 동짓날 초저녁에 스물둘째 떠오르는 별자리(쌍둥이자리)부터 7개 별자리 성수(星宿·모든 별자리의 별)를 의미한다. 28수를 동양에서만 구분했던 것은 아니다. 기원전 1900년경 바빌론에서도 28수로 나눴는데 점차 주변으로 퍼졌다고 한다.참고로 해가 지면 곧바로 깜깜해지면서 별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 햇빛의 반사로 하늘이 어둑어둑한 때가 있다. 이를 혼각(昏刻)이라 하며, 해가 뜨기 전에 하늘이 희끄무레해지면서 별이 보이지 않게 되는 때를 신각(晨刻)이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이 둘을 합쳐 ‘트와일라잇(twilight)’라 부르며, 동양에서는 박명(薄明)이라고 한다. /박필우(스토리텔러)

2022-07-24

청송군의 무료버스 운행, 시도해 볼만해

청송군이 내년부터 군민은 물론 외지에서 청송을 방문하는 사람까지도 모두 시내버스를 무료로 타게 하는 시내버스 무료승차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정부 승인이 필수여서 이의 성사를 위해 청송군은 현재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청송군은 이 사업이 윤경희 군수의 공약이기도 하지만 “보건복지 확대 차원에서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이 사업에 대한 정부 승인이 나면 지자체 조례를 개정해 시행할 방침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시내버스 무료승차 사업은 지난 지방선거 때 전국적으로 단체장의 공약으로 등장해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일부서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홍준표 대구시장 후보도 어르신 시내버스 무료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올 하반기 70세 이상 노인부터 시행한 뒤 예산사정을 봐가며 점차 확대 검토하겠다고 했다. 일부 지자체는 전면은 아니더라도 부분적인 무료교통을 시행하는 곳도 있다. 충남도는 지난 4월부터 만18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버스요금을 받지 않고 있다. 도는 가계교통비 부담 완화와 대중교통 활성화로 탄소중립 기여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강원도 춘천시도 올 어버이날부터 지역내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회 시내버스 무료이용 카드를 지원하고 있다. 도시철도를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 무료승차를 허용하고 있다.청송군의 전 군민 무료버스 운행제는 청송이라는 특수한 여건을 고려하면 제도 시행을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 군수는 “청송은 노인층이 대부분인 만큼 무료승차 대상을 조금 넓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현재 청송의 인구는 2만명이 조금 넘는다. 2018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34%다. 오지로 갈수록 고령층 많아 노인복지 차원에서 무료버스 운행은 오히려 필수다.또 청송은 산소카페라는 별명처럼 청정 도시다. 버스를 전기버스로 교체하면 좋은 공기를 유지할 수 있고 청송군의 시내무료버스 운행이 알려지면 관광객도 늘어나 지역경제도 도움이 된다. 일석삼조의 효과가 일 것이다. 해 볼만한 사업이다.

2022-07-21

KF-21 국산 전투기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초음속 전투기 KF-21이 첫 시험비행에 성공하면서 대한민국의 우주항공기술이 또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성공에 이은 쾌거여서 더 감동적이다.KF-21은 우리 공군의 노후 전투기인 F-4와 F-5를 대체하기 위해 시작한 8조8천억원이 투입된 초대형 국책사업.우리의 힘으로 초음속 전투기가 개발됨으로써 우리는 이제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이 됐다. 세계 7번째로 독자 위성을 쏘아올린 누리호와 더불어 한국의 우주항공기술이 세계적 수준임을 확인한 셈이다.KF-21은 최고속도 2천200km로 음속의 1.8배다. 7.7t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앞으로 고도, 속도, 기동능력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시험비행을 거치면 2026년부터는 양산체제도 갖춘다.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우리 전투기를 만들자”고 선언한 지 21년 만에 이룬 쾌거다. 윤석열 대통령은 KF-21의 성공 비행을 “자주 국방으로 가는 쾌거”라고 말했다. 초음속 전투기의 공식 명칭은 ‘KF-21 보라매’다. 숫자 21은 시제 1호기가 첫 출고된 2021년과 21세기는 우리의 하늘을 우리 손으로 지킨다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KF-21의 국산화는 두 가지 큰 의미가 있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자주국방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국가 경제면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 첨단기술이 탑재된 KF-21 사업에 700군데 이상의 국내 중소업체가 참여했다.앞으로 개발이 완료되면 생산유발효과 24조원 등 엄청난 경제파급 효과가 있다.KF-21의 개발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 못지않은 국가적 성과라는데 국민 모두가 자부심을 가져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7-21

‘통합신공항 조기착공’에 黨·政 총력 쏟아라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조기 착공을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통상적으로 예산협의회는 각 시·도당 주관으로 열렸지만,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지방시대’를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각 광역자치단체와 내년도 예산을 협의하고 있으며, 지난 18·19일 호남(광주·전북·전남)과 제주·강원 자치단체와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이날 협의회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은 TK지역의 최우선 관심사이자 홍준표·이철우 시·도지사의 1호 공약이다. 국민의힘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통합 신공항 조기 착공 약속을 한 만큼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하루빨리 편하고 안전한 공항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지역 국회의원 전원이 서명한 ‘통합신공항 건설 특별법 제정 및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당론 지정 촉구 결의문’을 권 대행에게 전달하며 “중남부권 중추공항으로서 TK신공항을 조속히 착공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법률과 행정 절차가 3년 이상 단축되는 특별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대한민국이 수도권 병에 걸려서 이대로 가면 지방이 소멸되는 건 물론이고 나라도 어렵다. 어떻게 하면 지방을 좀 더 살릴 수 있을지 패키지로 예산을 주는 방안을 새롭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권 대행이 이날 정책협의회에서 “특별법 제정은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지만, 민주당 대표로 유력시되는 이재명 의원은 대통령 후보 시절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홍준표 식’으로 건설하겠다”며 누차 공언한 바 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도 하루라도 빨리 건설해야 하는 만큼, 지방시대를 선언한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은 이번 예산협의회를 계기로 통합신공항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혜를 짜내야 한다.

2022-07-21

윤석열의 비책, ‘초심자의 행운’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초심자의 행운’이란 말이 있다. 어떤 분야에 막 입문한 초보자가 일반적인 확률 이상의 성공을 거두거나, 심지어 그 분야의 전문가를 상대로 승리하는 기묘한 행운을 일컫는다.심리학적으로는 일종의 확증편향에 의한 현상이란 해석이 있다. 즉, 초보자가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을 때는 크게 기억에 남는 반면, 초보자가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때에는 금방 잊혀지기 때문이다. 실제 전문가와 실력으로 맞붙었을 때 초보자가 승리하는 경우에 대한 해석도 있다. 누구도 초보자가 잘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고, 스스로도 별 기대가 없기에‘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지 않고서 임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정치초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자 대통령실 주변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 취임 두달 남짓한 새 정부가 잘한 것도 꽤 있었다. 청와대를 국민들한테 돌려준다든지, 국민통합을 위해서 광주 5.18기념식에 전부 다 내려가 참석한다든지, 또 대통령의 권위적인 문화를 상당히 벗어던지고 도어스테핑을 통해 국민과 가까이 가려고 한 것… 등등이다.그러나 국민들 피부에 와닿는 것은 달랐나보다. 문재인 정부와 뭔가 달리 국정을 운영할 거라고 생각하고 교체를 했는데, 지난 정부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지지율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현재의 대통령실 구성에 문제가 많으니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인사는 검찰 출신의 내부자 집단이, 정책은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가, 나머지 자잘한 정무는 국민의힘 출신이 맡고있는 현재의 권력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주어진 일을 매끄럽게 처리할 수는 있어도 창의적으로 전략을 짜고, 정부와 정치권을 아우르는 캠페인을 전개할 수 없는 조직 구성이다.따라서 대통령실의 정무·홍보라인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개편하거나 힘을 실어줘야한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고, 그때그때 잘못을 바로잡아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홍보라인도 정부나 대통령의 활동상황을 소상히 알리는 데 진력해야 한다. 내각의 장관들은 현장을 뛰도록 해야 한다. 장관들이 책상머리 앉아서 보고서만 뒤적거려선 안된다. 배후지원을 해야 할 당 지도부도 정신차리도록 군기를 잡아야 한다.마지막으로 그런 노력들이 국민들 눈앞에 보이도록 연출해야 한다. 파울로 코엘료는 소설 연금술사에서“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도전은 언제나‘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다”고 했다.뭐든지간에 시작할 때는 초심자의 행운을 만나게 되겠지만, 그 뒤에 가혹한 시험을 어떻게 통과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어쨌든 윤석열 정부 임기 초반 지지율 회복의 비책으로‘초심자의 행운’을 노려보면 어떨까. 획기적인 윤석열표 정책을 제시하고, 좌고우면않고 직진으로 윤석열다움을 보여주면 좋겠다.

2022-07-21

대통령의 지지율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민심은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독재자를 만들기도 한다.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율도 그런 민심을 반영한다. 정권이 출발할 때의 지지율은 문재인(84%), 김영삼(71%), 김대중(71%), 이명박(52%) 순이었고, 지지율의 최고점은 문재인(84%), 김영삼(83%), 김대중(71%), 박근혜(67%) 순으로 기록했다. 임기 말의 지지율은 문재인(45%), 노무현(27%), 김대중(24%), 이명박(23%) 순이었는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노무현은 친인척의 비리가 드러나 지지율이 하락했고 박근혜는 탄핵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 했다.눈여겨 볼 것은 직선제 이후 역대 대통령 중에서 문재인의 지지율이 단연 1위라는 사실이다. 평균(52.6%)도 1위고, 최고점도 1위, 임기말 지지율도 압도적 1위다. 불가사의한 일이라는 말도 있지만, 갈라치기와 ‘쇼통’의 효과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민중이 촛불시위로 대통령을 탄핵했다는 흥분된 분위기에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기대가 절대적 지지로 모아진 것일 터이다. 편을 갈라 상대를 적폐로 몰고, 포퓰리즘과 프로파간다로 민심이반을 막은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최고의 지지율을 자랑하지만 정작 임기 5년 동안 문재인 정권이 잘 한 거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경제를 파탄내고 외교를 망쳤으며 안보는 오히려 적을 이롭게 하기에 급급한 꼴이었다.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인데도 소위 ‘대깨문’들은 사이비 교주를 맹신하는 신도들처럼 요지부동이다. 그들은 목이 터져라 ‘조국수호’를 외쳤고, 이제는 ‘개딸’들이 되어 수많은 범죄 의혹에 연루된 이재명을 결사옹위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태들을 보노라면 민심이란 게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이명박 정권은 상당한 기대를 모으며 출발했지만 얼마를 못가서 광우병파동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그 여파로 그의 대표적 국책사업인 4대강사업도 최악의 실책으로 매도되었다. 하지만 4대강사업은 서울시장 시절의 청개천복원사업과 함께 역사적인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어느 정권도 엄두를 못 낼 일을 토목사업의 CEO였던 대통령이 해낸 것이다. 광우병파동은 그야말로 광란이었고, 박근혜를 탄핵시킨 촛불시위도 그보다 훨씬 더 나쁜 정권을 탄생시킨 동력이 되었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이제 겨우 시작한지 두 달 남짓 되었는데 이전 정권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준 것과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자유우방들과의 외교를 정상화 한 것, 지난 정권이 파괴한 법치를 바로 세우고 그동안 은폐해온 악폐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등이다. 인사과정에 다소의 잡음이 있었던 것과 불어닥친 경제난의 활로를 열지 못 한 아쉬움이 있지만, 벌써부터 폄하하고 실망하기 보다는 기대를 가지고 응원할 여지가 더 많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지금은 윤석열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 좌파세력의 무조건적인 음해와 저항을 막아낼 우파의 결집이 절실한 시점이다.

2022-07-21

힘내라! 경북, 그리고 포항

윤영대 수필가 지난 15일 제60회 경북도민체육대회가 포항에서 개최되었다. 5월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대규모로 열린 것이며, 무더운 삼복더위 속에서 29개 종목 1만1천545명이 참가하여 나흘간 승리를 위한 땀을 흘렸다.개회식 준비는 어떻게 하는지 조금은 궁금해서 낮 3시쯤 종합운동장으로 가봤더니 ‘환동해의 꿈, 경북에서 세계로’ 슬로건이 걸린 입구부터 차량이 통제되고 있었다. 개막식은 6시부터지만 뜨거운 햇볕 아래 벌써 많은 관객이 웅성거리고 자원봉사자들은 기념품을 나누어 준다. 식후 축하공연에 노래할 이찬원과 전유진의 팬클럽회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열성적으로 나누어 주는 풍선을 받아들고 이것저것 홍보물도 받다 보니 한 아름이다. 줄지은 천막 아래는 농수산물 홍보판매장과 메타버스 체험관 등 먹거리, 즐길거리도 마련되어 있었다. 코로나 재확산위험이 예고된 마당에 이렇게 큰 행사를 해도 괜찮을까 걱정되기도 했다.공식행사가 끝날 저녁 8시경 다시 갔더니 낮과는 전혀 다른 별천지다. 성화가 불타고 있는 운동장에 마련된 의자는 거의 찼고 스타디움도 관객으로 가득하여 형광 불빛을 흔들어 대며 축하공연을 환호하고 있었다. 무대에는 휘황찬란한 영상의 멀티미디어 쇼가 거창하고, 대회 엠블램 탑 위로 밤하늘을 수놓는 드론 쇼도 펼쳐졌다. 이어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으면 ‘희망 빛 나래, 포항’을 주제로 한 대회의 현란한 불꽃 잔치에 관중들은 빠져든다. 레이져 빔이 경기장을 훑어주면 관중들은 대형 스크린에 비친 가수들의 흥겨운 무대 모습에 열광한다. 젊은이들이 많지만 나이 든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고 모두 마스크를 쓴 채 환호성을 지른다.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해방감이다. 10시경 끝나고 많은 인파와 함께 나오며 이 열정으로 코로나 팬데믹도 잘 이겨나가기를 바랬다.포항지역 6개 해수욕장은 이미 개장되어 이번 체전으로 그동안 침체 된 지역 경기가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고 주요 관광지는 3년 만의 특수를 누렸다는 소식이다. 16, 17일에는 환동해의 중심 해양레저도시 포항을 즐기기 위해 카이트 보딩, 윈드서핑, 수상 오토바이 챔피언십 경기가 영일대를 비롯한 여러 해변에서 열렸다. 그동안의 답답했던 일상이 풀리자 시민들은 좀 해이해진 듯한 마음으로 즐기는 듯 버스킹 무대에서는 한여름 밤의 연주를 듣는 시민들이 모여있는 풍경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또 26일부터는 2년간 열리지 못했던 프로 야구 삼성라이온즈와 한화의 3연전이 포항구장에서 펼쳐지게 된다. 이렇게 대규모 경기와 공연, 축제 등이 펼쳐지고 있고, 7월 초 500명이던 경북 확진자가 이번 주 3천명, 포항 550명을 넘어 6차 유행이 심히 걱정된다.4일간 종목별 경기장에서 투혼을 불태운 결과 포항이 종합우승하며 ‘더 큰 포항, 위대한 도약’을 이루기 위한 날개를 폈다. 이번 도민체육대회를 성공적으로 끝낸 힘찬 마음으로 응원하자. ‘힘내라! 경북, 그리고 포항’.

2022-07-21

반도체와 반교육

장규열 한동대 교수 경제가 몸살이다. 대통령의 고백처럼 ‘세계가 힘든 터에 뾰족한 방법이 없는지’도 모른다. 코로나를 헤쳐오면서 풀렸던 돈들이 인플레이션을 추동하고 자칫 빠져나갈 달러를 방어하려면 금리의 추가상향조정도 이미 보인다. 물가는 치솟는데 노동문제까지 겹치니 누가 해도 어려울 판이다.국민도 안다. 우리만 죽을 쑨다면야 똑똑한 국민이 가만히 있었겠나. 온 세상이 힘든 판이니 정부라도 지혜를 모아 노력해 달라는 게 아닌가.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데 주무장관마저 공석이 아닌가. 정책의 이름이야 어떻게 부르든 국민은 모른다. 하루가 멀다하고 급격히 올라가는 감염추세를 꺽어야 하지 않겠나. 국민이 안심하고 건강하게 일상을 이어가도록 지켜주시라.경제가 힘든 가운데 한 가닥 힌트가 보인다. 반도체. 세계증시의 폭락기도 가운데에도 대만의 반도체기업, TSMC가 사상초유의 이익을 기록하며 초강세를 보인다. 시장트렌드와 수요추세로 보아 반도체시장의 장기적 성장과 발전은 거의 분명하다. 사물인터넷과 자동차 등 관련업계 수요와 4차산업혁명의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 더욱 급격한 상승세가 예견된다고 한다.이에 우리 관련업계는 물론 정부의 정책기조도 반도체산업에 초점을 맞추는 중이다. 정부가 최근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2027년까지 반도체 관련 대학정원을 5천700명 늘리기로 했다. 2031년까지 관련 인재양성 규모를 4만5천명에 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분야에 집중하여 투자하겠다는 생각에는 같은 마음이다.교육이 이뤄야 할 바를 생각하면 한 가닥 걱정도 있다. ‘교육이 바로 경제다’라는 생각. ‘돈이 안 되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만 배워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위험하다. 배우는 아이들을 경제를 일으키기 위한 도구로만 바라보는 정책이 건강할 수 있을까. 그렇게 인식되며 자라나는 아이들은 혹 세상을 돈으로만 바라보지 않을까.귀하고 소중한 가치들을 풍성하게 가르쳐 험하고 거친 세상에도 넉넉하고 여유있는 인성으로 길러야 하는 게 아닌가. 어른들의 기준과 욕심으로만 아이들을 몰아간 끝에 각박하고 메마른 사람들만 기르게 된다면 어찌 되는가. 대학정책은 가르치는 학문분야들의 영역 간 균형과 상생 관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반도체 관련 분야에만 투자를 몰아세우는 방식도 아슬아슬하다. 견제와 균형은 교육에도 필요하다.반도체로 가다가 반교육이 될까 두렵다. 반도체를 일으키려다가 절반만 가르치거나 아예 교육에 반하는 결과를 낳으면 어찌하겠나. 교육은 사람을 길러야 한다. 교육은 인적자원을 기르는 일이 아니며, 사람은 돈 만드는 기계가 아니다. 교육이 길러낸 사람이 다양한 분야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하며 주변을 밝히고 이웃을 섬기도록 이끌어야 한다.재주와 욕심으로만 그득한 인성들이 저지르는 실수는 차고도 넘친다. 이해와 관심, 공감과 배려와 함께 쌓아올린 실천력으로 승부하는 사람을 길러야 한다.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2-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