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10총선이 9개월 정도 남았다. 여야가 한창 외연확장을 위해 혁신안을 내놓거나 인재를 발탁할 시기다. 그런데 의외로 집권당이 조용하다. 민심을 흔들만한 이슈를 능동적으로 내놓지 못하고 민주당을 공격하는데만 당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내조하는데 만족하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민주당은 역동적이다. ‘김은경(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혁신위’가 중심이 돼 중도유권자의 마음을 끌만한 쇄신안도 내놓고 있다.
민주당 혁신위는 조만간 ‘꼼수 탈당’ 방지책을 핵심으로 한 2호 쇄신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각종 비위 의혹이 터졌을 때 당 차원에서 징계도 받기 전에 탈당한 뒤 슬그머니 복당하는 행위를 제도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최근 돈봉투 의혹과 코인(가상화폐) 투자에 연루된 의원들이 조사를 받기 전에 자진 탈당하면서 꼬리 자르기를 한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하다. 민주당 혁신위는 지난달에는 1호 쇄신안으로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를 내걸어 주목을 받았었다. 당내 반발이 심해 무산될 가능성이 크지만, 민주당이 총선에 대비해 외연확장을 서두르는 역동성은 충분히 감지된다.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 체제 이후 아직 유권자를 감동시킬만한 쇄신책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은경 혁신위’에 대해서는 “혁신위원장 할아버지가 온다고 한들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에 뒤지는 여당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내년 총선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고 하지만, 당 지도부는 ‘청년에게 인기없는 정당, 특정지역 정당’이라는 한계를 주도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여당 지도부는 최근 하태경 의원이 TV 대담프로에 출연해 이준석 측근인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을 과감하게 포용해야 한다는 말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내년 총선의 승패는 수도권과 2030 청년세대가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2030유권자 수는 1천400만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들에게 한표라도 더 얻으려면 알량한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정책과 공천에서 깜짝 놀랄만한 쇄신안을 내놓아야 한다. ‘천아용인’은 지난번 당 지도부 경선 때는 모두 탈락했지만, 수도권과 2030세대 지지를 견인할 역량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일각에선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170석을 얻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판세분석인 것 같은데,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이런 식으로 자만하면 순식간에 훅 날아갈 수 있다.
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20대 지지율은 30% 안팎이다. 절반 이상이 비토세력이다. 30대 지지율도 20대와 비슷하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민심과 2030세대를 우호세력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민주당에 절대 이길 수 없다. 지금처럼 무력한 집권당 신세를 벗어나려면, 당내에서 ‘민주당 혁신위’ 같은 젊은 쇄신그룹이 활발하게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