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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6·3 地選, ‘TK폐쇄성’ 극복하는 계기되길

여야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룰 확정 작업에 분주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최근 당 행사에서 “국회의원이 입김을 행사할 수 없는 룰을 만들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권리당원이 100% 공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과거처럼 국회의원이 후보를 내리꽂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지방선거 때마다 현직 국회의원(당원협의회 위원장)의 공천전횡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직전(2022년) 지방선거 때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각 시·도당에 국회의원의 ‘내리꽂기 공천’ 잡음이 발생할 경우 다음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언했었다. 여야의 이러한 방침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이 ‘자기사람’을 공천하는 관행은 거의 일반화돼 있다. 국민의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 지역은 특히 지방선거 때마다 현역 의원의 공천개입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2022년 지방선거 때는 경북도당 공관위가 ‘교체지수’라는 낯선 여론조사 방식을 통해 3선 도전 단체장(포항·영주·군위)들을 경선에서 탈락시켰다가 번복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컷오프 과정에서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국민의힘은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서도 ‘기초단체장 평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선 차기 총선 경쟁자 싹을 자르려는 ‘제2의 교체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TK지역의 경우 특히 현역 의원의 입김이 강하다. 이 때문에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국회의원 ‘가방모찌’라는 자조적인 말도 나온다. 사실 현역 의원이 지역구 공천 작업을 주도하겠다고 나서면 당 지도부에서도 이를 말릴 명분이 별로 없다. 지방선거 결과는 지역구 의원이 책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기 총선 공천주체는 먼 훗날에 결정되기 때문에 현 공관위의 압박에 긴장하는 의원도 많지 않다. 결국 비상식적 공천에 대해서는 유권자가 심판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TK지역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세력들이 학맥, 인맥으로 카르텔을 형성해 ‘끼리끼리’ 먹고 사는 도시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구의 GRDP가 전국에서 꼴찌고, 시민소득이 울산의 3분의 1에 그칠 정도로 쇠락한 것도 TK지역의 이러한 정치적 폐쇄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TK지역은 국채보상운동이나 1960년대 민주화운동, 1970년대 산업화의 주역도시다. 우리 자녀들이 살아가는 이 지역 환경을 변화시키는 역할은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중심이 돼서 해야 한다. 극단적인 비교일지 모르겠지만 실리콘밸리에서 사는 아이와 폐쇄적 도시에서 사는 아이가 한평생 누리는 행복수준은 같을 수가 없다. ‘한국의 시간’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김태유 박사는 “자라는 아이에게 새총을 주면 산에 가서 참새를 많이 잡는 꿈을 꿀 것이고, 엽총을 주면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를 사냥하는 꿈을 꾼다”고 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TK지역 아이들에게 큰 꿈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리더들이 많이 출마하길 기대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11-18

與野의 당원중심 공천, 극단정치 부추긴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표들이 전국을 순회하며 ‘당원이 원하는 후보’를 공천하겠다는 의지를 경쟁적으로 밝히고 있다. 통상적으로 지방선거 투표율이 낮은 만큼 강성지지층을 결집해 선거에 이기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주 전남 나주에서 열린 전남도당 임시 당원대회에서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당원주권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당 대표로 기억되고 싶다”면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100% 당원이 주인 되는 경선을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내에서는 현재 1차 예비경선의 경우 권리당원 투표만으로 후보자를 컷오프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1박 2일 일정으로 경기도 곤지암리조트에서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을 열고 지방선거 대비에 본격 나섰다. 민주당은 이달 중 공천 룰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단장을 맡은 나경원 의원은 최근 전국 광역 의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당 연수에서 “선거 때마다 우리가 중도 타령해서 망한다고 생각한다. 잘 싸우는 사람, 당에 헌신하는 사람이 공천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장동혁 대표도 “누구라도 싸워 이길 수 있는 전사를 내보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했다. 당 지도부 모두 당에 대한 충성도(기여도) 중심의 공천 원칙을 시사한 것이다. 장 대표가 그간 강조해온 공천 키워드도 애당심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주 들어 공천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주 들어 사고 당협 후보자 심사와 전국 광역단체장 간담회 등을 통해 조직 정비에 나서는 한편, 지도부는 현안 점검으로 민심 잡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당 조직강화특위 위원장인 정희용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서울시당 워크숍에서 “철저히 당을 위해 당의 입장을 국민께 설명할 수 있는, 당을 대변할 수 있는, 강한 애당심을 가진 당협위원장이 선정될 수 있게 하겠다”며 ‘당심(黨心)’ 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여야가 당 지도부의 주장처럼 ‘당원중심’ 공천 룰을 확정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는 ‘극단정치’ 무대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공천무대가 강성지지층 중심으로 짜여지면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연장선으로 변질되고, 양 극단적인 후보를 공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당심을 중심으로 공천할 경우, 각 후보들도 권리당원 확보에만 혈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지역민을 위한 공약·정책은 뒷전이 되고 지지 당원 수만 겨루는 선거로 전락할 수 있다. 보통 집권 1년 차 지방선거는 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런 측면에서 국민의힘이 강성지지층을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게 되면 대구·경북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험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국민의힘이 서울과 부산만 사수해도 선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를 겪으며 전통 지지층조차 등을 돌린 상태에서 중도층 표심을 잡지 못하면 선거는 해보나 마나다. 국민의힘이 중도층 민심을 얻으려면 극우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그리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한동훈·유승민과도 손을 잡아야 외연 확장이 가능해진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11-11

한국외교의 ‘성공무대’로 부상한 경주박물관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그리고 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다. 해외 정상이 이곳을 방문한 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50년 만에 공식적으로 경주박물관을 찾은 한국 수반이 됐다. 경주박물관은 그야말로 ‘신라의 정수’를 간직한 곳이다. 박물관 입구 마당의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비롯해 천마총 금관, 가야 기마인물형토기 등 국보만 15점에 이른다. 보물 43점을 포함해 소장 유물이 30만1087점이다. 관람객 수도 올 들어 지난해 전체(135만7552명)를 이미 넘어섰다. 박물관 내 ‘천년미소관’으로 이름 지어진 회담장은 APEC을 맞아 올해 새롭게 지어졌다. 이번에 이곳에서 한미·한중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려 세계 각국의 시청자들은 TV를 통해 원목 느낌을 최대한 살린 천년미소관 내부를 보고 감탄했을 것이다. 천년미소관과 마주 한 자리에는 ‘신라역사관’이 있다. 이곳에선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하는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이라는 주제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특별전은 12월 14일까지 열리니만큼 이번 기회에 우리 국민도 교동 금관(5세기 전반)부터 황남대총 북분 금관(5세기 중반), 금관총 금관(5세기 후반), 서봉총·금령총·천마총 금관(이상 6세기 전반)까지 신라 금관 6점을 관람해보길 권한다. 경주박물관을 정상회의 장소로 추천한 분은 이철우 경북도지사다. 이 지사는 “경주박물관은 신라 유물뿐 아니라 당과 서역의 교류 유물까지 전시돼 있어 역사적 상징성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요국 정상 회담의 최적지로 판단한다”면서 정부에 여러 차례 건의했다. 미중 정상회담은 양 정상의 스케줄 때문에 김해공항에서 열리게 됐지만, 한미·한중 정상회담이 경주박물관에서 개최됨으로써 경북도는 신라천년의 문화를 세계에 홍보하겠다는 당초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됐다. 한미·한중 정상회담은 난항을 겪던 한미 관세협상과 미중 갈등 등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지던 상황에서 열렸다. 하지만 한미정상회담에서는 극적으로 관세협상에 합의하면서 오래된 숙제를 해결하는데 성공했다. 미국과의 ‘안보 패키지’ 합의 역시 곧 문서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미동맹이 제 궤도에 올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중국의 서해 불법 구조물 문제와 한한령 등으로 갈등을 겪었던 중국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도 우리 국민은 조심스럽게 지켜봤다. 다행스럽게도 두 정상은 안정적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데 공감대를 이뤄 그동안의 알력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으로선 경주박물관이 한미·한중 정상외교의 획기적인 성과를 이룬 장소로 남게 됐다. 한국의 국격과 문화, 외교 면에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다. 한·미·중 정상들의 협상 스토리까지 간직하게 된 경주박물관이 앞으로 국내외 관광객의 필수 방문지가 되길 기대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11-04

오늘부터 경주는 세계외교의 중심이다

세계적 외교 이벤트인 APEC 정상회의가 오늘(29일)부터 본격적으로 경주에서 펼쳐진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한미 정상회담이 오늘 경주에서 열리고, 내일(30일)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미중 정상회담이 부산 김해공항에서 개최된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은 APEC 마지막 날인 11월 1일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김정은이 원한다면 만나고 싶다. 내가 한국에 있으니 그쪽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한국방문을 계기로 트럼프는 여러 차례 김정은과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북한이 트럼프 제안에 응답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김해공항을 통해 출국할 예정이다. 한미, 한중, 미중, 북미 간의 정상회담은 한국의 국익이 걸려 있을 뿐 아니라 세계 무역 질서를 가를 분수령이 된다. 우리 국민은 이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의장으로서 글로벌 정치와 경제를 좌우하는 정상들을 상대로 실용외교의 진면목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 8월 이 대통령 방미 이후 두 달 만에 열린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은 현재까지 오리무중이다. 양국은 지난 7월 큰 틀에서 무역합의를 했지만,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과 이행 방안을 두고는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는 모양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협상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시 주석은 지난 2014년 7월 이후 11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최근 양국은 상호 비자를 면제하며 민간 교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지만 중국이 서해에 무단으로 설치한 구조물로 인해 여전히 관계가 껄끄럽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의 앙금도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은 향후 한중 관계의 방향을 가늠할 이번 만남에서 양국의 현안을 매듭지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30일 정상회담은 ‘세기의 담판’으로 불린다. 세계 경제와 안보 정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직접 만나는 것은 집권 1기 때인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 4개월 만이다. 일단 양국 고위급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주말 최대현안이었던 ‘희토류 수출통제(중국)’와 ‘관세 100% 추가 부과(미국)’를 철회하는 중재안에 합의하면서 전면전은 피했다. 양국 모두 무역 갈등 확전이 가져올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데 이해가 일치한 것이다. 한미, 미중, 한중, APEC 정상 등 다자·양자 간 만남으로 이어지는 정상외교 슈퍼위크에 이 대통령은 무대의 중심에 선다. 의장으로서 가교 역할이 맡겨진 만큼 국익을 극대화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특히 APEC 중심 무대인 경북도와 경주시는 정상회의의 다양한 성과를 ‘포스트 APEC’의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10-28

경주 APEC 손님 감동시킬 준비 돼 있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드디어 다음 주말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개막한다. 개막식이 9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문단지와 경주 일대 신라 문화 유적지 등이 벌써부터 ‘핫 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정상회의장소인 HICO와 35개의 PRS(정상급 숙소), 국제 미디어센터, 만찬장 등이 집중된 경주 보문단지 주변은 지난 추석연휴부터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국내외 관광객들로부터 가장 인기를 모으는 곳은 21개국 정상들의 만찬장인 라한셀렉트호텔(옛 현대호텔)이었다. 현대호텔은 지난 2005년 11월 열린 부산 APEC 때도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했던 곳이다. 노 대통령은 당시 국빈 방한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는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부시 대통령과는 경주 현대호텔에서 만났다. 두 대통령은 경주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 한 후, 부부 동반으로 약 30분간 불국사 경내를 산책하며 국제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2009년 국가부주석 신분으로 방한한 시진핑 현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를 찾았을 때 환영 연회를 개최한 곳도 현대호텔이다. 이번 경주 APEC 때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가 이곳에 여장을 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APEC 정상의 배우자들은 불국사를 비롯해 경주 문화재 관람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지만, 정상들의 경주 관광 스케줄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져 아쉽긴 하다. 이번 경주행사 성공의 핵심은 주요국 정상들의 참석 여부다. 경주 APEC 회의 때는 미·중 정상 모두 국빈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서 경주에서 펼쳐질 국제 외교전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게 됐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APEC 부대행사인 ‘CEO 서밋’ 기간에 한미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이 연달아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주석은 29일 혹은 30일에 방한해 미중, 한중 정상회담과 APEC 정상회의 등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주 APEC회의는 신라 삼국통일 이후 가장 큰 국제행사”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듯이 경북도와 경주시는 ‘역대 가장 완벽한 APEC’을 목표로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면서 마지막까지 손님맞이 준비에 전 행정력을 집중시켜야 한다. 20년 전 부산 APEC회의 때 주회의장으로 이용된 해운대 누리마루는 당시 최첨단 회의 시스템과 고품격 서비스, 한국 전통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모두 겸비한 최고의 회의장이라고 극찬을 받았었다. 이번 경주 APEC회의에서 두드러진 성과가 나오게 되면 경북도와 경주시의 글로벌 위상도 그만큼 격상된다. 경주 APEC회의는 경제파급 효과만 2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아태지역 정상 부부를 비롯해 수 만명 규모의 국내외 손님들이 경주를 다시 찾고 싶은 감동적인 도시로 인식하도록 세심하게 배려를 하며 준비해야 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10-21

마치 ‘범죄도시’ 영화 같은 캄보디아 비극

캄보디아 범죄 단체에 의한 경북도민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충격적이다. 예천 출신 한 대학생이 범죄 조직에 납치·감금돼 고문을 당하다 살해된 사건에 이어, 13일에도 캄보디아에 간 상주 출신 30대 청년이 범죄 조직에 납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경북경찰청은 그저께 “지난 8월 19일 캄보디아로 출국한 상주출신 A(30대)씨와 연락이 끊겼다”는 가족 신고가 지난 8월 22일 접수됐다고 밝혔다. A씨는 출국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가 닷새 뒤인 24일 텔레그램 영상 통화로 가족에게 “2000만원을 보내주면 풀려날 수 있다”고 말한 뒤 다시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경찰은 캄보디아 범죄 조직이 그를 감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8일 캄보디아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출국한 예천 출신 대학생은 출국 2주 만에 범죄 조직에 납치돼 고문을 당한 끝에 숨졌다. 그와 함께 붙잡혔다 구조된 한국인 B씨는 “학생이 너무 맞아서 걷지도,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상태였다.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고 증언했다. 숨진 대학생은 현재까지 시신조차 송환되지 못하고 있으며, 경찰은 가해자들이 ‘대치동 마약 사건’과도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 이처럼 캄보디아에서 한인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보이스피싱, 온라인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캄보디아 범죄도시’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이를 두고 마치 ‘범죄도시’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나 의원은 최근 SNS를 통해 “이재명 정권이 정치보복에 몰두하는 동안 해외에서는 우리 국민이 인신매매의 희생양이 되는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올들어 8월까지 330건으로 폭증했다. 이들은 대부분 ‘고수익 해외취업’에 속아 범죄조직에 납치된 것으로 예상된다. ‘캄보디아 범죄도시’ 사건이 심각하게 전개되자 대통령실은 13일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에는 외교부와 법무부, 경찰청, 국정원 등 관계 부처 관계자가 참여한다. 경찰도 캄보디아 대사관에 경찰 영사를 확대 배치하고, 국제 공조수사 인력도 보강할 계획이다. 특히 캄보디아 내 한국인 범죄 피해 사망자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코리안 데스크’ 설치 문제는 주권 문제가 얽혀있어 상대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리안 데스크는 해외 경찰에 파견 간 한국 경찰로 현지에서 주로 한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전담한다. 한인 살인사건 피해자가 가장 많은 필리핀에 2012년 처음 만들어져 현재 3명이 활동 중이다. 태국 경찰에도 한국 경찰관 2명이 파견돼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늦게라도 정부가 ‘캄보디아 범죄도시’ 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우리 국민이 국제 범죄조직의 주 타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국가적 수치다. 하루라도 빨리 우리 국민의 피해실태를 상세하게 파악해 더 이상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10-14

위기의식 커지는 국힘, 기댈 곳은 민심뿐

권성동 의원을 시작으로 당 주요 인사들에 대한 강제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란 위기의식이 확산하면서 국민의힘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3일 “의원들 두세 명만 모여도 어김없이 특검 수사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최근에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해, 나경원·김정재·윤한홍·이만희 의원에게 검찰이 의원직 상실형의 실형을 구형하자 당내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내란·김건희·해병대 특검의 수사 대상에 오른 국민의힘 현직 의원만 10여 명에 이른다. 3대 특검이 이미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진행한 현역 의원은 권성동 의원 외에 TK 출신 추경호(달성)·임종득(영주·영양·봉화)·조지연(경산) 의원, 그리고 윤상현·이철규·김선교 의원 등이다. 이 중 이철규·조지연 의원은 참고인 신분으로 압수수색을 당했고, 나머지 의원들은 피의자 신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특검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한 뒤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바꿔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의혹) 외에도 당시 국회 원내대표실 안에 있었던 의원 모두를 어떤 방식으로든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특검은 지난 2022년 보궐선거 공천 개입과 관련해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고,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선 김선교 의원을 출국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 상병 특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으로 임종득 의원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에 더해 행정안전부는 서울·부산 등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에 대한 비상계엄 가담 의혹 진상 조사에도 착수한 상태다. 수사 향방에 따라 특검 칼날이 당 전반을 겨눌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으로선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과 민생은 함께하지만 내란 관련 세력에게 관용은 없다. 내란과 민생을 철저히 분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1일 국민의힘이 동대구역 앞에서 개최한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는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조희대 대법원장 사퇴요구)이 트리거가 됐겠지만, 특검 수사에 대한 불안감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국민의힘의 산실인 대구에서 열린 장외집회는 ‘국민적 분노’로는 연결되지 못했지만 보수진영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됐다. 앞으로 추석 연휴 전까지 대전을 거쳐 서울로 올라가면서 강도 높은 장외투쟁을 이어간다니 어떤 성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다만, 국민의힘이 명심해야 할 부분은 장외투쟁이 오히려 민심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대구집회에서도 일부 드러났지만 성조기를 들고 ‘윤 어게인’을 외치는 극우세력이 집회에 섞여 들 경우,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도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국민의힘이 지금 기댈 곳은 민심밖에 없지 않는가.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9-23

정치권의 추석민심잡기, TK는 패싱?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누가 봐도 민심을 결집하기 위한 포석이다. 내년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17개 시도지사 ‘석권’을 목표로 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현재의 12곳은 꼭 사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꼭 이기겠다는 민주당의 의지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실제 당내 비중있는 중견의원들이 벌써 선거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주변에선 대구시장 선거에 성주 출신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나올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춘천시를 찾아 강원도민과의 타운홀 미팅을 했다. 이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은 그동안 대도시(광주, 대전, 부산)에서 열렸기 때문에 다음 순위는 대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 외면당했다. 이 대통령은 강원도민들과의 미팅을 주재하면서 “강원은 엄청난 희생을 치르는 지역이다. 강원도와 같은 접경지역이 치르는 특별한 희생을 다 보상해드릴 수는 없지만, 각별한 배려를 하겠다”고 했다. 그는 부산 미팅에서는 “지방 발전전략을 부산·울산·경남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행할 생각”이라고 했고, 광주 미팅에서는 광주 군공항 이전 해법을 찾기 위해 대통령실에 전담TF까지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정부 여당의 외연확장 행보에 대해 야당에서는 “정권전체가 마치 선거기획사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14~15일 1박2일 일정으로 부산에서 첫 현장 최고위원회를 연 것은 의외다. 당의 ‘산실(産室)’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을 패싱하고 PK지역을 먼저 찾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산시당에서 최고위원회를 연 뒤 가덕신공항 부지와 해양수산부 임시 청사를 방문하면서 PK지역 현안에 힘을 실어줬다. 최근 PK지역 민심이 요동친다는 위기감으로 인해 부랴부랴 부산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그렇다 치고, 국민의힘 지도부의 행보를 지켜보는 TK지역민들로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잡아놓은 물고기’ 취급을 당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다. 이러니 국민의힘에 대한 TK지역 민심 이반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지지율이 민주당에 뒤지는 경우도 더러 나온다.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처럼 정치력이 취약해진 TK지역은 예산국회를 앞두고 현재 사면초가 상황에 처해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모든 현안(TK신공항 건설, 대구 취수원 이전, 영일만 대교건설 등)이 사실상 중단돼 있다. TK정치권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현안해결의 해법을 찾기 위한 입법과 국비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TK 신공항 건설 관련 예산은 특별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정치권이 역량을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구시, 경북도는 물론이지만 지역 정치권도 여당 의원과 정부를 설득할 치밀한 논리를 개발해서 주요 현안이 국비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총력을 쏟아야 한다. ‘TK패싱’이란 말은 이 지역 현역 국회의원의 정치적 역량이 그만큼 초라하다는 말과 같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9-16

‘이준석의 보수재편’ 성과낼 수 있을까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주 경북대와 영남대 교문 앞에서 안전모를 쓰고 직접 작업차에 올라 현수막을 설치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돼 눈길을 모았다. 정치성이 강한 연출이지만, ‘이준석 답다’는 생각은 든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도 예비후보 등록을 하자마자 대구에 내려와 시민들에게 출퇴근 인사를 했다. 대선후보가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나홀로’ 출퇴근 인사를 하는 모습을 대구시민들도 그때 처음 봤다. 이 대표가 TK대학가에서 현수막을 달며 언론과 접촉한 것은 얼마 전 대구를 다녀간 조국 전 혁신당 대표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두 사람은 최근 ‘2030세대 극우화’ 논쟁으로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치권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감한 의제를 선점하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가 대구에서 조 전 대표의 ‘2030 세대 극우론’을 쟁점으로 만들 경우 TK출신 젊은 층 외연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철수 의원과도 ‘지방선거 연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미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서울에서 각각 ‘구청장 1곳 불출마’와 ‘서울시장 불출마’를 조건으로 연대하는 방식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는 모양이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권에서도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이러한 딜(deal)이 가능할 것이다. 이 대표는 오 시장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에 대해 “정치적으로 인적 교류도 많고, 거의 한 팀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한때 욕설까지 주고받았던 안철수 의원과도 화해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그는 최근 B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 내 탄핵찬성파와의 연대 여부와 관련, “안철수 의원과는 여러 가지 해볼 수 있는 게 많다”고 했다. 두 사람은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개혁보수’라는 동일 노선을 취하고 있고, 둘 다 경기도에 지역구를 두고 있어 ‘선거 연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나온다. 지난 7일에는 두 사람이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도 같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오세훈·홍준표 정책 통합 전략’ 보고서를 공개한 적이 있다. 세 후보 캠프의 공약을 각각 정리한 뒤 이 대표가 공통 키워드를 찾아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 보고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과의 관계를 변수로 개혁신당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향한 지지세 확장에 성공한다면 이 대표로서는 국민의힘과의 연대 수준을 올릴 수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극우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에도 이 대표의 개혁 보수 이미지는 더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론, 이 대표가 국민의힘 내 탄핵찬성파와의 접점을 넓히면서 보수진영 재편을 하는데 자신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이 대표의 ‘보수재편 시나리오’가 어떤 정치 지형을 만들어 낼지 주목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9-09

국힘,‘尹 부부’에 대한 입장정리부터 하라

장동혁 대표 취임 이후 국민의힘 당내갈등이 차츰 해소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제1야당의 내분은 여당 입법독주의 핵심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당대회 당권경쟁 때부터 “내부총질을 하면 결단하겠다”고 강경자세를 보였던 장 대표는 최근 연일 ‘원팀’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장 대표와 사사건건 부딪혔던 6선의 조경태 의원도 지난 주말 중진회의 참석 후 “내부 갈등과 분열을 극복해나가겠다. 앞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소통을 자주 했으면 좋겠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장 대표와의 갈등을 수습하려는 의지를 표현한 말로 여겨진다. 8·22 전당대회 과정에서 마치 ‘콩가루 집안’ 같았던 국민의힘이 이제 한 가족이 된 것처럼 보인다. 의원 107명이 하나로 뭉쳐 여당 폭주에 맞서야 한다는 당위성을 공유한 듯하다. 지난주 중진의원 회동에서 지적됐듯이, 국민의힘이 단일대오를 유지하려면 우선 탄핵반대파와 찬성파가 진심으로 서로의 생각을 인정해 주는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 그러자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당의 정체성부터 선명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대구지역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열성 당원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윤 부부에 대한 특검 수사 강도에 반발심을 가지고 있다. 유죄 여부를 떠나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전직 대통령 부부에 대한 동정심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정심은 탄핵 찬반과 관계없는,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 표현이다. 대구·경북 출신 국회의원들의 경우 ‘친윤계’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민심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당내 탄핵찬성 의원들이 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에 동조해 이러한 동정심마저 매몰차게 걷어차면 당은 산산조각 날 수밖에 없다. 찬탄파 의원들도 국민의힘이 열성당원 없는 정당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탄핵반대파가 당의 주류라고 해서 소수인 찬탄파 인사들을 쫓아내려고 해서도 안 된다. 그들은 당심보다 민심을 얻는데 주력하고 있지 않은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국민 10명 중 6명이 찬성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들이 없으면 외연확장이 불가능하다. 내년 지방선거나 2028년 총선을 감안하면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나아가서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도 한솥밥을 먹어야 좁은 울타리를 벗어날 수 있다. 민주당이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은 야당의 내분이다. 서로 편을 갈라 당심과 민심 모두를 갉아먹고 있는데, 이보다 더 좋은 정치지형이 있겠는가. 국민의힘 찬탄, 반탄 두 계파는 하루빨리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포용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최근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맞서 상임위 보이콧에 나서자 상당수 국민은 잠시나마 당이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이콧’이 정기국회 개막으로 흐지부지 됐지만, 과거처럼 당 지도부가 나서 메시지만 남발하는 모습은 누구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기자들도 뉴스 가치가 없어 보도를 꺼린다. 국민의힘이 앞으로 ‘정청래의 민주당’과 싸워 민심을 얻으려면,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를 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회의원직까지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9-02

전공의들 ‘내외산소’ 기피…소아과가 걱정

대구지역 6개 수련병원(경북대병원·칠곡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대구의료원)들이 지난 주말 전공의 모집을 마감한 결과 대부분 정원의 절반만 채웠고, 그마저도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로 불리는 필수의료 분야는 지원자가 없는 경우가 수두룩했다고 한다. 수련병원들이 진료과별 지원자 현황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병원 안팎에서는 필수의료과목은 대부분 미달이거나 지원자가 0명이고, 피부과·영상의학과 등 인기과에 지원자가 몰렸다는 말이 나온다. 기존 필수의료과 전공의 상당수는 수도권 병원으로 옮겼거나, 진료과목을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 윤석열 정부가 느닷없이 추진한 의료개혁이 오히려 필수의료 과목을 아예 망가뜨리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필수의료 중 특히 걱정되는 진료과목은 소아청소년과(소아과)다. 소아과 의사부족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의대에서부터 소아과가 힘들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전공의 지원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소아과 개업의들도 미용·통증 클리닉 등으로 간판을 바꿔 달거나 폐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대도시인 대구에서도 소아과 병원이 귀해지면서 병원 문을 열기 전에 보호자들이 아이를 안고 길게 줄을 서는 ‘오픈런’ 풍경이 낯설지 않다. 열이 펄펄 나는 아이와 밤새 시름을 하다 날이 새자마자 병원으로 달려온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요즘은 예약받는 소아과도 많아져 제때 진료를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 정부는 10여 년 전부터 밤 시간대와 휴일에 진료를 보는 ‘달빛어린이병원’을 각 시·도별로 도입했지만 큰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소아과 전문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원무과 직원 등 간호사를 포함한 수반 인력 및 교대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설사 인력을 구하더라도 야간 수당 등에 대한 기존 수가가 너무 낮아 이직이 잦다고 한다. 의대생들의 필수의료과목 기피로 앞으로 소아과 진료 전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 추세대로 수련 전공의들이 줄어들 경우 3~4년 뒤에는 소아진료 공백 대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의대생들이 소아과를 기피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낮은 수가(진찰·수술비)다. 동네 소아과 수익의 대부분은 진찰료인데 1인당 평균 진료비는 1만2000~1만4000원 선이다. 그리고 우는 아이를 달래면서 진료하는 게 어려울 뿐 아니라, 맘카페 등에 입방아라도 오르면 엄청난 곤욕을 치러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소아과 진료난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건당국도 잘 알 것이다. 필수 진료 과목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 체계 도입과 공공의료 확충 등 파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당장 소아과 전문의면서 소아 진료를 포기한 의사 중 진료 수가를 높이고 근무 여건을 개선하면 소아 진료로 복귀할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소아진료 대란이 생기기 전에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이가 아파도 주변에 갈 병원이 없다면 누가 아이를 낳으려고 하겠는가.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8-26

지방선거 앞둔 여야 모습, 너무 다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대야(對野) 관계에서 엇박자를 내는 게 아냐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있다. 공개석상에서 이 대통령은 ‘상생의 정치’를, 정 대표는 ‘내란세력 척결’을 이슈화하고 있어, 국민의힘에 대한 관점이 서로 다른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두 사람은 ‘내년 지방선거 석권’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면서 이심전심으로 서로의 역할을 분담한 것 같다. 이 대통령은 ‘민심’, 정 대표는 ‘당심’ 잡기에 주력하면서 여권의 외연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도를 가진 듯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계속 국민통합과 민생안정 메시지를 내왔다. 민심을 의식해서다. 야당 지도부와도 여러 차례 만나 덕담을 주고받았다. 지난주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이제 정치 문화를 바꿔야 한다. 여야 분열의 정치에서 탈피해 상생의 정치를 만들어가자”고 했다. 반면, 정 대표는 야당을 없어져야 할 존재로 보고 있다. 그는 그저께(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16기 추모식에서도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만났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국민 전체를 포용하라”는 조언이 쏟아지고 있지만, 민심보다는 강성당원을 챙기는데 올인하는 것 같다. 그는 최근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당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이러한 ‘정리된 모습’과는 달리, 전당대회를 이틀 앞둔 국민의힘은 여전히 ‘사분오열(四分五裂)’된 상태다. 지난 17일 열린 마지막 TV 토론회에서도 ‘반탄파(탄핵 반대)’와 ‘찬탄파(탄핵찬성)’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을 두고 충돌했다.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반탄파를 향해 “계엄 옹호를 해선 안 된다”, “윤 전 대통령을 버려야 한다”고 했고,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계엄을 선택한 것은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 “우리 당에 무슨 내란 동조 세력이 있느냐”며 서로를 공격했다. 지금까지의 합동연설회나 TV토론 과정을 종합해 보면, 비전과 혁신 경쟁은 실종된 지 오래다. 여전히 ‘반탄파’는 강성 당원 표를 노리며 한물간 ‘배신자’ 유행가를 부르고 있고, ‘찬탄파’는 끊임없이 영남권 현역의원 공격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있다. 이러니 컨벤션 효과(정당 지지율 상승)를 내야 할 전당대회가 오히려 민심이반의 계기가 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모레(22일) 전당대회에서 당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새롭게 탈바꿈시킬 리더를 뽑지 못하면 당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된다. 민주당 정 대표는 최근에도 ‘국힘은 10번, 100번 정당을 해산시켜야 한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처럼 집권당의 정당해산 칼끝이 턱밑까지 올라왔는데도, 국민의힘은 그 긴박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이젠 상대를 향해 탈당하라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지난 주말부터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를 둘러싼 극우 논란까지 더해지며 당이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전당대회 이후 당이 둘로 쪼개질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 국민의힘 앞날이 바람 앞의 등불 같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8-19

중대재해 극약처방, 후폭풍 감당할 수 있나

“모든 산재 사망 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직보하라.” 지난 9일 휴가에서 복귀한 이재명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처음으로 내린 지시 사항이다. 전날 경기 의정부 DL건설 아파트 공사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을 보고 받고 나온 주문이다. 건설현장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대통령이 직접 실시간 챙기겠다는 의미다. 중대 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고 공감이 간다. 소년공 생활을 겪어본 이 대통령에겐 산재 사고가 남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중대재해 사고 발생 건수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는 매일 2명 이상 산재 사고로 사망했다는 통계도 있다. 특히 건설업의 산재 사망률은 다른 업종은 물론 선진국에 비해서도 몇 배 높다. 대통령이 직접 나설 정도로 긴급대책이 필요한 상황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의 잇따른 공사현장 사망사고를 두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책했다. 그 뒤 이 회사의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심정지 사고가 또 발생하자 “면허취소 등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 이후 건설업계는 산재 불안감으로 인해 공포 분위기에 휩싸여있다. 대구시내에서도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중인 아파트 건설현장 4곳이 중단된 상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2년부터 최고 경영자에게도 산재의 형사 책임을 묻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강경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 중이다. 그렇지만 이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중대재해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현장의 안전 불감증이 주요 산재 원인이겠지만 건설업계의 하도급 시스템, 외국인 근로자의 소통 문제, 고령 인력 등의 구조적인 이유도 있다. 특히 위험도가 높은 공사장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가 주로 배치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건설업계뿐 아니라 지난 2024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이상 모든 사업장에 확대 적용됨에 따라 대구·경북지역 영세기업들도 매일 초비상 상태다. 금형·주물업 등 대구시내 공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뿌리산업 사장들은 매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으로 근무한다고 한다. 뜨거운 쇳물이나 무거운 금속을 다루는 공정이 있는 업종이 많아 직원들이 잠시만 방심해도 산재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재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조선·철강·화학업종의 대기업 CEO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중대재해법상 형사처벌 근거가 되는 경영진 과실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의도를 가진 ‘고의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이 아니더라도 재해만 발생하면 대부분 경영진 과실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 중에는 만약 사고가 나서 사장이 구속되면 그날로 사업을 접어야 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자연적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계도 막연해진다. 극약처방만으로 산재사고를 막는 방법은 뿔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8-12

취재 위축시키는 ‘언론중재법’ 살아나나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언론개혁을 주도할 특위 위원장에 ‘강성’ 최민희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임명했다. 정말 ‘전광석화’처럼 언론개혁을 추진할 모양이다. 최 의원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의 전신인 민주언론운동협의회(민언협)가 1985년 창간한 월간 ‘말’의 1호 기자다. 정치권에 들어오기 전 민언련 사무총장, 상임대표 등을 지내며 민언련의 ‘대모’로 불린 인물이다. 정 대표는 최근 “언론개혁은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과 언론중재법이 핵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21대 국회에서 유야무야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22대 국회 임기 시작 다음 날 곧바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악의적인 언론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에 손해액의 3배 이내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 내용이다. ‘악의’는 “허위 사실을 인지하고 피해자에게 극심한 피해를 입힐 목적”으로 정의했다. 언론사 사회부에 오래 몸담은 기자들은 한 번씩 경험해 봤겠지만, 필자도 1980년대 경찰서를 출입하면서 언론중재위에 제소당한 적이 있다. 출입처 관내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취재 과정에서 경찰이 확보한 피해자의 일기장 내용 일부를 기사에 언급한 것에 대해 유족 측이 명예훼손 혐의로 중재위에 제소한 것이다. 정정보도를 하는 선에서 매듭이 지어졌지만, 중재위의 조정과정을 뒤돌아보면 지금도 아찔하다. 만약 정 대표가 발의한 언론중재법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기자들의 취재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언론중재위는 지난 6월 13일 언론중재법 제정 20주년 학술세미나에서 “2010년부터 청구건수가 2000건을 넘었고, 2016년부터는 3000건을 넘어섰으며 2020년부터는 4000건 내외의 사건이 청구되고 있다”고 했다. 중재위 제소건수가 계속 늘고 있다는 말이다. 언론중재위의 ‘언론관련 판결분석보고서’에서도 2005년 30건에 불과했던 배상 건수가 매해 증가세를 보이다가 2022~2023년에는 각각 80건을 넘긴 것으로 기록돼 있다. 미디어오늘은 “손해배상 건수가 많아졌다는 것은 언론 상대 소송이 그만큼 빈번해진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신문협회는 지난 6월 1일 발행한 신문협회보에서 “언론에 대해 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하고, 정정보도 시 원 보도의 크기 및 분량으로 게재하도록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대표적인 언론 규제 법안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정 대표를 비롯해 언론개혁을 중대한 개혁 과제로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철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급한 일 아니니까 나중에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추진 의사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권력을 견제해온 유일한 도구인 언론이 권력자들의 부정부패에 대해 ‘언론중재법’이 무서워 침묵을 선택하게 되면, 우리사회는 친여권 매체들이 매일 만들어 내는 ‘창문’으로 세상을 볼 수밖에 없게 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8-05

‘타운홀미팅’ 일정 TK는 언제 잡힐까

이재명 대통령은 광주·대전에 이어 지난 25일 부산에서 가진 세 번째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지방 발전전략을 부산·울산·경남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행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침 북극 항로가 활용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졌기 때문에, 부산이 북극항로 개척에 따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연내에 해양수산부가 이전하는 부산을 북극항로의 거점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부산시민들이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실 수 있는데 우리 정부에서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겠다”면서 “좌초되지 않도록 하는 게 첫 번째고, 지연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두 번째”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부산에서 언급한 북극항로 개척과 신공항 건설은 대구·경북(TK)지역에서도 겹치는 현안이다. 북극항로 개척은 경북도가 일찌감치 기획하고 있는 사업이다. 경북도는 지난해부터 북극항로 상용화에 대비해 포항 영일만항을 ‘거점항만’으로 건설하는 내용의 용역을 발주해둔 상태다. 국제컨테이너 터미널을 갖춘 영일만항은 북극항로 ‘관문항’으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TK신공항사업은 현재 가덕도 신공항과 마찬가지로 첫 삽도 뜨기 전 개항 연기 가능성이 제기된다. 내년부터 당장 토지 보상에 들어가야 하지만, 재정 문제에 부딪혀 한 발짝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만약 연말까지 건설비 조달계획이 확정되지 못하면 내년에 예정된 토지보상과 기본설계의 지연이 불가피해 2030년 개항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25일 광주에서 열린 첫 번째 타운홀 미팅에서 광주 군공항 이전 해법을 찾기 위해 대통령실에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그 후 대통령실은 곧바로 정부·지자체가 참여하는 6자 협의체를 가동했다.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의 취지와 목적은 TK 신공항사업과 판박이처럼 비슷하다. TF는 그동안 광주시가 추진했던 소음도 측정, 이전지역에 대한 보상 규모와 방안, 이전부지 개발계획과 관련한 자료를 국방부·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으로부터 넘겨받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8월중 첫 회의를 연다고 한다.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는 이 대통령이 직접 챙길 것으로 보여 건설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TK지역으로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다. 대구시는 최근 민주당 대구시당에 이어, 국민의힘 대구시당과도 정책협의회를 가지고 ‘TK지역 현안의 국정과제화’를 건의했지만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산, 광주처럼 TK지역이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며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는 ‘타운홀 미팅’ 밖에 없을 것 같다. 현재 다음 타운홀 미팅 장소로는 대구를 비롯해, 인천, 울산, 서울 등지가 꼽히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위상과 대구시장 공석인 점을 감안할 때, TK지역이 뒷순위로 밀릴 가능성은 다분하다. 이 지역 민주당 시·도당을 비롯한 여야 정치권의 역할이 기대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7-29

TK신공항, 내년 토지보상 들어갈 수 있을까

지난 주말(18일)에는 대구시의회 의원들의 본회의 질의모습을 TV를 통해 시청했다. 새 정부 들어 대구시의원들이 최대현안으로 여기는 이슈가 무엇인지 궁금해서다. 예상대로 현재 표류 중인 TK신공항 건설 사업이 가장 민감한 현안으로 거론되는 듯했다. 군위군이 지역구인 박창석 의원은 이날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TK신공항 건설이 사업방식 혼선, 재정 조달 불확실성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면서 “이제 논의단계를 넘어 실질적 착공 준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계획된 신공항 사업 로드맵대로라면 내년부터 대구시가 토지보상 작업에 착수해야 하는데 이러한 일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데 대한 질책이었다. 김 대행은 이에 대해 “아직 정치권, 예산 부서와 협의가 지연돼 자금 조달 계획이 확정되지 못했다. 연말까지 자금 조달 계획이 확정되지 않으면 내년 토지 보상 관련 절차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불가피하게 신공항 개항 시기 지연도 예상된다”고 답변했다. 연내에 국회의 관련법안(신공항 특별법)처리, 이에따른 정부 예산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TK신공항 사업이 계속 불확실성 속에서 표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행은 민주당 육정미 의원(비례대표)이 “내년에 재원 조달 방안이 확정 안 되면 토지 보상 절차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냐”고 재차 확인하자, “국비가 먼저 확보되어야 보상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현재 TK신공항 사업의 전체 보상비(토지, 이주단지 조성)는 45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대구시는 지난 정부에서 사업 첫 해(2026년) 들어갈 토지 보상비(공공토지비축사업비 2766억원)를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투자자금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현재 TK신공항 사업을 위해 정부에 내년부터 5년간 11조5393억원의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해 둔 상태다. 그러나 이 기금을 받으려면 지원근거가 담긴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설사 공자기금을 전액 지원하더라도 대구시가 갚을 역량이 없다는 것이다. 공자기금도 결국 대구시가 지방채를 발행해서 매입하는 부채이기 때문에, 일정기간이 지나면 갚아야 한다. 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으로 공자기금을 빌린다는 생각인데, 이자율을 3%로 잡더라도 이자만 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30년까지는 이자만 갚게 되지만, 2031년부터 10년간은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아야 한다. 대구시 재정상태로는 공항 건설 사업비 전액을 공자기금으로 조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해법은 이재명 정부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광주도심 군공항 이전사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TK신공항건설도 정부 도움을 받아 추진하는 것이다. 대구·광주 군공항 이전 사업은 정치권이 ‘쌍둥이 법안’을 발의했을 정도로 유사한 부분이 많다. 이 지역 정치권과 대구시, 경북도는 이 해법이 성사될 수 있도록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7-22

동네북 신세가 된 ‘TK 정치’

6·3 대선 이후 대구·경북(TK)이 정치 사회적으로 ‘동네북’ 신세가 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여야에서 나오는 ‘찐윤 세도정치’나 ‘언더찐윤’ 같은 생소하고 비아냥대는 정치 단어들이 대부분 TK사회를 겨냥하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지난주 당 혁신위원장을 사임하면서 당내에 ‘찐윤 세도정치’ 카르텔이 있다고 했다. 세도정치는 조선후기 특정 가문이 권력을 독점하며 온갖 전횡을 저지른 것을 말한다. 조선시대처럼 찐윤 그룹이 당내 인사를 비롯한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폭로성 발언이다. 누가 들어도 TK 출신이 주축인 당 지도부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찐윤’의 구성원에 대해 “윤석열 완장 차고 관저 가서 술 얻어먹고 호가호위하던 국회의원”이라고 했다. 대선 직전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꾼 김상욱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찐윤’과는 또 다른 ‘언더찐윤’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언더찐윤’이 누구를 지칭하느냐는 질문에는 “대구·경북, 부산·경남, 울산, 강원에 있는 의원이다. 20∼30명쯤 된다. 언론에 나서지 않고 수면 아래에서 조용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최근 여기에 포함되는 일부 중진의원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들은 늘 말없이 무리를 이루며 무슨 사태가 벌어지면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변화를 거부하고 이익을 챙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성동·이철규·윤상현·나경원 의원과 같은 ‘친윤’ 의원과는 행동에 차이가 있다고 했다. 두 의원의 발언이 주관적이고 과장이 섞인 부분이 있지만, 정계에서는 ‘언더찐윤’의 존재에 수긍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김성태 전 의원 같은 경우에는 “김상욱 의원 말이 맞다”고 공개적으로 동의하기도 했다.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전직하하고 있다. 10%대로 떨어진 경우도 종종 나온다. 지난 11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은 43%, 국민의힘은 19%를 기록했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0년 11월 17~19일 이뤄진 조사 이후 처음이다. 놀라운 것은 TK지역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27%)이 민주당(34%)에 역전당했다는 사실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힘에 대한 TK지역 민심이 급속도로 이반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나는 TK지역민의 이러한 정치성향 변화가 사회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외부에서는 아직도 이 지역이 국민의힘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자들만 사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TK지역민들도 이제 특정 정당에 대한 ‘묻지마 지지’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터득해 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찐윤’ 카르텔로 지목된 TK의원들은 이 지역 민심을 잘 분석해보길 바란다. 다음 총선이 아직 3년이나 남았다며 느긋하게 있을 때가 아니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7-15

혁신 거부하는 국힘, 다음 선거는 포기했나

국민의힘 혁신위가 출범 닷새 만에 좌초됐다. 지난 2일 혁신위원장을 수락한 안철수 의원이 7일 전격 사퇴를 선언한 것이다. 당내 인적 청산과 혁신위원 인선 문제에 대해 송언석 비대위와 충돌한 것이 이유다. 안 의원은 “최소한 두 분에 대한 인적 쇄신안을 제안했지만 비대위가 거부했다”고 했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에 내정된 후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중심의 혁신위 구성과 12·3 계엄부터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책임있는 인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을 주장해왔다. 안 의원은 인적 청산 대상과 관련해선, “지난 주말 송언석 비대위원장을 만나 2명의 인적 쇄신안을 비대위에서 받을 수 있겠는지 여러 번 의견을 나눴지만 결국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가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한 2명의 실명(實名)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일종의 정치적 책임을 지는 자리에 계셨던 분들”이라고 했다. 당시 당 지도부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를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 의원이 요구한 인적 청산은 출당 또는 탈당 조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 인선 과정에서도 갈등을 빚었다. 안 의원은 이재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 박은식 전 비상대책위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혁신위 합류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 소속이고, 호남 출신의 박 전 위원은 마찬가지로 당의 개혁 필요성을 주장해 온 원외 인사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지난 7일 발표한 혁신위원 명단에는 2명이 쏙 빠졌다. 사실 국민의힘이 지난주 ‘안철수 혁신위’를 띄웠지만, 민심을 돌릴만한 혁신을 기대하는 국민이 많지 않았다. 당내에서도 “기득권 세력이 당 내외 비판 여론을 분산하고 자기희생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삼기 위해 안철수 혁신위를 만들었다”는 뒷말이 나왔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아마 안 의원이 큰 운동장에 30평짜리 운동장을 따로 긋고 그 안에서만 혁신하라는 주문을 계속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영남 자민련’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적 쇄신과 인재 영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 ‘당3역’인 원내대표와 사무총장, 정책위의장이 모두 친윤계인 TK와 PK 중진들이 장악하고 있어 자체적인 인적 쇄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앞서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도 5대 개혁안을 내걸었지만 친윤계의 반발로 끝내 의결이 무산됐다. 지금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7일 발표한 정당별 지지도 조사를 보면, 민주당이 53.8%, 국민의힘이 28.8%를 기록했다. 양당 간 격차가 25.0%p까지 벌어졌다. TK지역에서는 민주당 42.4%, 국민의힘 45.7%로 오차범위 내 접전 상태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만약 내년 지방선거에서 현재 거론되는 ‘홍준표 신당’이나 이준석 개혁신당이 영남권에 유력한 후보를 낼 경우, 국민의힘은 TK지역의 기반마저 붕괴할 수 있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7-08

무기력한 국힘, TK민심도 심상찮다

국민의힘에 대한 대구·경북(TK) 민심 이반현상이 심각하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지지율이 민주당에 뒤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전에 없던 일이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TK지역 정당지지도 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이 40.7%로 국민의힘(35.4%)을 5%p 이상 앞섰다. 전국적으로도 민주당(50.6%)이 국민의힘(30.0%)을 압도했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TK지역 정당지지도 조사에서는 국민의힘(31%)과 민주당(28%)이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전국적으로는 민주당 43%, 국민의힘 23%였다. 국민의힘으로선 당 지지도 하락보다 더 위기의식을 가져야 될 부분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TK민심이다. 갤럽 조사에서는 TK지역에서도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한다’(44%)는 응답이 ‘못한다’(33%)를 10%p 이상 앞섰다. ‘친 이재명 정서’가 TK지역에서도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은 대구 23.22%, 경북 25.52%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최근 정당별 지지도를 종합해 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격차가 20% 정도로 굳어지는 것 같다. 중도층의 야당 외면에 보수 지지층의 이탈이 맞물린 결과다. 국민의힘 내에서조차 “대선 패배 이후 당이 한 달 동안 쇄신안 하나 내놓지 못하고 퇴보적인 걸음을 한 걸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라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이 당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깊은 기득권 구조가 있다면, 그 기득권이 당의 몰락을 가져왔으면서도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면, 국민의힘에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옛 친윤(친윤석열)계를 비롯한 구(舊)주류 세력을 겨냥한 발언이다. 국민의힘은 지금 계엄과 탄핵 사태, 뒤이은 대선 패배까지 겪고도 반성은커녕 국민에게 어필할 개혁안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탄핵 반대 당론’ 철회 등 김용태 전 위원장이 내놓은 혁신안들은 그가 퇴임하면서 흐지부지돼 버렸다. 옛 친윤계와 영남권 의원 지지로 당선된 송언석 원내대표가 등장한 이후로는 당이 쇄신보다는 당권 경쟁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이재명 대통령은 진영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적인 행보를 하면서 국정 지지도를 견인하고 있고, 민주당은 여전히 국회에서 독주하고 있지만 지지도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국민의힘도 이제 기댈 곳은 민심뿐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리더십으로 자기 파괴적 수준의 내부 개혁을 하지 않는 이상 지지율 반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친윤 정치’ 청산은 불가피하다. 김용태 전 위원장이 퇴임식에서 밝혔듯이, 지금 보수 야당은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국민이 외면한다. 윤석열 정권의 유산이라는 굴레에서 자유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이 친윤계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면 TK국회의원들이 당 혁신에 가장 앞장서야 한다. 강성 보수 지지층의 ‘배신자 낙인’을 겁내서는 갈수록 당이 위축될 뿐이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7-01

장·차관 국민추천제, 성과낼 수 있을까

이재명 정부 장·차관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그저께(16일) 고위급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민추천제(‘진짜 일꾼찾기 프로젝트’) 시행 현황과 관련해 “15일까지 7만4000여 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추진 한 주 만이다. 추천자리는 직위별(정무직, 개방형 직위, 공공기관장 및 임원, 정부위원회 위원 등), 전문분야(31개)별로 나눠져 있으며, 본인 추천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기존의 밀실인사나 낙하산인사 등 각종 인사 논란을 피하고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인사제도라는 점에서는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칫 인기투표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일각에서는 어차피 누군가를 앉히는 데 명분을 구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프로젝트 시행 첫날에는 법무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검찰총장 추천이 가장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일부 정치인은 ‘셀프 추천’을 해 눈총을 받았다. SNS에 게시된 흥미있는 정부 부처별 추천케이스를 보면,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에 아이유, 봉준호, 유재석 등 유명 인사가 추천됐고, 방송통신위원장에 진보 진영 지지를 받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추천됐다. ‘환자 중심 의료개혁’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새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추천도 많았다. 부산시의사회는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을 장관 후보로 추천하면서 “의료 최전선의 외상외과학 교수로서 뛰어난 전문성과 헌신을 보였고, 군인으로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남다른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일해왔다”는 사유를 밝혔다. 검찰총장에는 ‘검찰개혁’을 주장해온 임은정 부장검사 추천도 올라왔다. 임 부장검사는 자신의 SNS에 “법무부와 검찰을 바로 세워달라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그 추천에 담긴 기대와 열망이 무겁고 뭉클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걸었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부정선거를 주장해온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선거관리위원장에 추천했다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장·차관 국민추천 프로젝트는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도 시도를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에도 정부 고위직 인사를 희화화하는 창구가 되거나, 공직 인사가 업무 역량이 아닌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SNS에 ‘국민추천제가 인기투표냐’는 글이 다수 올라오는 것에 대해 “인기투표가 아니다. 추천 횟수는 참고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국민 추천제를 통해 접수된 국민 추천 인사 명단은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거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인사 검증과 공개 검증 절차를 밟는다. ‘인사는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실이 갖고 있는 인사풀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국 곳곳에 흩어진 인재를 국민추천으로 발탁하는 제도는 긍정적인 발상이다. 이번에 추천된 다양한 인사를 어떻게 적재적소에 활용하느냐에 따라 새 정부의 역량이 달라질 수 있다. /심충택논설위원

202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