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임박하면서 정치권이 바쁘게 움직임이고 있다. 워밍업 단계라서 그런지 여야 모두 우선은 선거기간 내내 상대 약점을 공략할 프레임 짜기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보통 대통령 임기 초반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는 야당이 제기하는 ‘정권심판론’이 모든 정책과 이슈를 압도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특이하게 ‘야당 심판론’이 힘을 얻는 것 같다. 초반 ‘프레임 전’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밀리는 형국이다. ‘야당심판론’은 지난주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판결에 대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윤 어게인’ 세력과의 절연 요구를 거부하면서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무기징역 선고에 대해 “안타깝고 참담하다”면서 “아직 1심 판결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항소심에 대해 여운을 남긴 장 대표의 발언은 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에 스스로 갇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장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 내란 세력들과 함께 국민의 심판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면서 국민의힘을 대상으로 위헌정당 심판 청구를 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내 비쳤다. 그리고 조승래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 때 당선된 8개 지역(인천, 대전, 충남, 충북, 세종, 강원, 경남, 울산) 광역단체장들을 콕 집어 ‘윤석열 키즈’라고 명명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들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다. 해당 지역 시·도지사 선거 이슈를 ‘윤석열 키즈’ 심판론으로 몰아가겠다는 계산이다. 만약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전략대로 ‘야당심판론’이 모든 이슈를 삼킬 경우, 국민의힘으로선 2018년 지방선거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년여 뒤에 치러진 2018년 6·13 지방선거는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광역단체장 17곳 중 대구·경북을 제외하곤 민주당에 전패했다. 그 당시와 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은 TK를 빼곤 전 지역에서 레드카드를 받은 상태다. 보수정당에 우호적인 PK(부산·울산·경남)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 지지도를 누른 지 오래됐고, TK에서조차 두 정당 지지도가 비슷하게 나오는 결과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 지지율이 낮은 국민의힘 후보는 여권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오로지 개인역량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현재로선 장 대표의 ‘윤 어게인’ 기조는 변할 것 같지 않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더라도 다음 총선공천 때까지 당권은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 대표의 이러한 생각은 큰 착각이다. 지금 영남권 의원을 중심으로 한 당 주류세력이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를 의식해 곁에 붙어 있지만, 선거에 지면 그날부터 돌아설 가능성이 아주 높다. 장 대표가 이러한 ‘배신의 시간’을 겪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강성지지층과 거리를 두고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이게 국민의힘과 장 대표가 사는 길이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