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線넘은 이준석의 TK비난, 이유가 뭔가

심충택 논설위원 내년 총선(4월 10일)이 다가오면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대구·경북(TK) 비난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최대지지기반인 TK를 공격해서 뭔가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속셈이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치러진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좌파진영이 TK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4·15총선을 코앞에 둔 2020년 3월 6일 김어준은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를 통해 코로나 발생 원인을 대구시민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했고, 민주당 한 청년위원은 “대구는 손절해도 된다”는 막말을 했다. 좌파시인 김정란은 “대구는 독립해서 일본으로 가시는 게 어떨지”라고 조롱했다. 당시 이런 발언들은 TK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좌파진영의 결속력을 높이는 도구가 됐다.이준석은 최근 MBC 정치대담 프로에 출연해 단골 비난 메뉴인 ‘TK 현역의원의 수준’을 언급하면서 TK지역민들이 마치 일반국민과는 동떨어진 비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것처럼 표현했다.그는 ‘TK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라는 사회자 질문에 “요즘 들어 여론조사 기사를 보면 항상 붙는 2개의 문구가 있다.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층에서 어쩌고 저쩌고, 그리고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어쩌고 저쩌고, 이게 모든 여론조사에 들어가 있는 문구”라고 대답했다. 마치 TK지역이 60대 이상 노인세대와 함께 타지역과는 다른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언급한 것이다.이준석은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장군 흉상이전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그 사례로 들었다. 노인세대와 TK지역에서만 흉상 이전에 대한 찬성률이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홍범도 장군의 경우, 항일투쟁에 앞장선 것은 맞지만, 러시아 스탈린체제에 부역한 공산당원이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나는 유사시 북한과 최일선에서 맞서 싸워야 할 육사생도들이 매일 공산주의자 조형물을 보면서 거수경례를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비정상적이라고 본다.이준석은 한때 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과 함께 우리나라 청년정치인의 역동성을 대변했다. 그는 대표로 취임한 이후 당의 외연을 호남까지 확장시키면서 국민의힘 전성시대를 만들어냈다. 박지현의 성과도 대단하다. 민주당내 팬덤정치와 86그룹을 정면으로 공격한 것은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박지현도 최근 단식 중이던 이재명 대표를 찾아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는 바람에, 표리부동하다는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다. 청년정치인들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이준석 전 대표도 잘 알겠지만, TK지역은 우리나라 근대화의 산실이다. 6·25전쟁 때는 북한과 중국공산당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곳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때는 TK지역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자유와 민주를 중시하는 보수정권이 탄생할 수 없었다. 이 지역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라는 사실은 정치적인 판단대상이 아니다. 이준석이 정부·여당에 대해 비판일색인 다양한 방송 대담프로에 출연해 TK를 타깃으로 비난을 퍼붓는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2023-09-19

정치인의 ‘거친언어’, 유머로 바꿀 수 없나

심충택 논설위원 정치인들의 험한 말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마디마디에 지성은 찾아볼 수가 없고 살벌한 기운만 넘친다.정치인들의 막말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는데 최근에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진영을 극도로 의식하면서, 중간지대에 있는 국민은 안중에 없다. 이런 정치문화가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면서, 정치인이 이제 독버섯 같은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치인들의 거친 언행들이 사회병리의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민주당 박영순 의원이 최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북한에서 쓰레기가 나왔어, 쓰레기가”라고 내뱉은 것은 탈북자에 대한 그의 증오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행위다.박 의원은 전대협 부의장 출신이다. 지난달 말 민주당 전남도당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영교 최고위원은 “일본의 대변인 노릇이나 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국민의힘은 일본 총독부보다 더 못된 짓을 하고 있다”고 했고, 장경태 최고위원은 “당장 멈추지 않으면 독립운동에 버금가는 국민적 운동이 용산총독부를 향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했다. 지난주에는 최강욱 의원이 대정부 질문 중 대통령을 일컫는 자리에서 “윤석열씨”라고 했다. 지난달엔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게 치욕스러웠다”고 했다. 국민이 선거로 선출한 대통령까지 일상의 조롱거리로 삼는 것이다. 기본적인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다. 의회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 등 공인에 대해 존칭을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다.민주당내에서 이처럼 거친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이러한 난폭한 언행은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 심해질 것이 뻔하다. 강성팬덤의 입맛에 맞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말을 사용하다보니 언어가 계속 더 험악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당 정치인 지지자들이 SNS나 커뮤니티에 쓰는 말들도 난폭하기 짝이 없다.온갖 조롱과 멸시, 저주에 가까운 글들이 인터넷에 넘쳐난다. ‘이데올로기 전쟁’이 지금처럼 일상화 한 적이 있었나 싶다.정치인들은 지금 추석명절을 앞두고 특히 고물가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싸늘한 민심을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지난 주말에는 전북 전주의 한 빌라 원룸에서 생활고를 겪은 듯한 4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숨진 여성 곁에는 한동안 먹지 못한 듯 쇠약한 상태의 4세 남자아이가 있었다니 충격적이다. 올해 하반기는 취업문이 더 좁아져 기업채용공고를 기다리는 청년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은 지금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정치인들은 지금부터라도 위기가정과 청년취업 등 민생을 돌보는데 집중해 주길 바란다. 사회분위기를 황폐하게 하는 거친 언어들은 다수 유권자의 반발과 환멸을 불러올 뿐이다. 선거 판세에도 당연히 도움이 안된다. 국민은 자기와 이데올로기가 다른 상대까지도 유머로 감싸 안는 그런 정치인을 보고 싶어 한다.

2023-09-12

광역비자제도가 인구문제 해법될 수 있다

심충택 논설위원 요즘 어떤 자리에 가도 가파르게 떨어지는 출산율이 화제다. 우리세대에서 국가소멸이 가시권 내로 들어온 탓이다. 만약 이 시점에서 인구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는 후세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지난해 연말, 역대 가장 낮았던 4분기 합계출산율(0.702명)과 관련한 사설을 쓰면서 ‘인구재앙’을 언급했던 적이 있다. 만약 우리나라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걸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가 0.6명대로 떨어지면, 대한민국의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올해 2분기 출산율은 0.701명으로 더 떨어졌다. 통상 1분기에 아이를 가장 많이 낳고 해가 바뀌는 4분기에 가장 적게 낳는 점을 감안하면, 올 4분기에 0.7명대 마지노선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이미 대구는 출산율이 0.67명으로 서울(0.59명), 부산(0.66명)과 함께 0.6명대로 떨어졌다. 전국 17개 시도를 통틀어 출산율이 1명을 넘은 지역은 단 한 곳도 없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세종시의 출산율도 0.94명이다. 올 1분기만 해도 1.19명이었다. 충격적이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출산율이 1명이 안 되는 나라는 우리뿐이다.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출산율도 1.3명이다.미국 학자 조앤 윌리엄스는 EBS 다큐멘터리에 나와 한국 출산율 수치를 듣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다”며 머리를 감쌌다.한국의 인구절벽은 그야말로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중소도시 소멸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으니까 대도시가 아니고는 산부인과·소아과를 찾아볼 수 없다. 당연히 일차적으로 초등학교가 붕괴되고 있다.경북도를 예로 들면, 2023학년도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32개교다. 이 중 14개교는 2~3년 연속 신입생이 없었다. 입학생이 1명뿐인 학교도 30곳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언급했다시피, 돈으로 저출산 추세를 막기는 불가능해졌다. 내년에도 저출산 극복예산으로 17조5천900억원을 책정해 놓았지만, 대부분 예산항목이 그 나물에 그 밥이다.이제 인구정책 패러다임을 외국인 유치 쪽으로 전환할 때가 된 것 같다.정부는 경북도가 제안한 ‘광역비자’제도(시도지사가 외국인 노동인력, 유학생 유치를 위해 비자 발급 권한을 갖는 것)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도 지난해부터 광역단체장에게 비자발급권을 주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지방대학에 외국인 유학생 1명이 입학하면 부모 2명에게 취업 비자를 줄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다.현재 국회에는 임이자 의원(상주·문경)이 발의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인구감소지역을 관할하는 시·도지사가 외국인 우수산업인력의 배우자·부모·자녀에 대한 비자발급을 법무부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우선 이 법안이라도 국회에서 빨리 통과시켜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소멸 위기를 조금이라도 해소할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

2023-09-05

윤경희 청송군수의 ‘발상의 전환’

심충택 논설위원 올 추석에는 소비자들이 ‘꼭지달린 청송사과’를 맛볼 수 있게 됐다.청송군은 최근 국내 사과계통출하 조직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올가을부터는 꼭지를 자르지 않고 청송사과를 출하하기로 했다.청송사과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도 최고 명품으로 대접받으며, 이제 국내외 농산품 중에서 독자적인 브랜드를 갖고 있다.가락동 시장에 사과를 직접 출하하는 한 농민(청송군 부남면 대전동)은 “매년 첫 경매에서 청송사과 가격이 가장 높으니까 사과가격도 청송사과를 중심으로 형성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청송사과의 맛과 품질이 전국적으로 뛰어나다는 방증이다.대부분 사과농가들은 ‘꼭지없는 사과’를 출하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들인다. 사과를 따서 상자에 바로 담지 못하고 과수원에 언덕처럼 쌓아둔 후, 많은 일손을 동원해 꼭지를 하나하나 따야 한다. 청송군에서만 사과 꼭지를 자르는데 들어가는 인건비가 한해 86억원에 이른다. 사과꼭지를 그대로 둘 경우 신선도도 오래 유지할 수 있어 생산자·구매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데, 그동안 농가에서는 관행적으로 사과꼭지를 따는 힘든 작업을 반복했던 것이다.윤경희 청송군수는 지난 21일 경북매일신문에 쓴 칼럼에서 “꼭지달린 청송사과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전국 농산물 도매시장과 공판장, 대형유통업체에도 협조를 구했다. 소비자의 인식을 바꿔볼 참이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친숙했던 꼭지없는 사과의 벽을 넘어서야 하는 단체장의 고민이 읽혀지는 글이다.윤 군수는 “첫걸음은 가장 어렵지만, 반대로 제일 용감한 행동이라고 여긴다. 꼭지달린 청송사과의 긍정적 영향력을 전국의 사과유통시장 흐름에 정착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청송군 3선 단체장인 윤 군수의 ‘발상의 전환’은 여러 차례 주목을 받아왔다.윤 군수는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청송교도소(경북북부 제2교도소)를 방문한 법무부장관에게 여성교도소 청송유치를 제안했다. 법무연수원 청송캠퍼스와 교정아파트 건립이 전제된 제안이었다.청송군은 그전에 전국 어느 교도소도 거부했던 ‘서울 동부구치소 집단 코로나 확진자’들을 수용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물론 주민의사를 반영한 조치였다.윤 군수는 올 1월부터는 조례를 제정해 주왕산 등 관광지를 비롯해 군내 8개 읍면을 정기적으로 다니는 농어촌버스를 전면 무료 운행하는 놀라운 조치를 발표했다. 청송군 버스는 연령이나 소득수준, 주소지와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인구소멸을 막아보려는 고육지책이지만, 가지 않는 길을 가면서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단체장의 역량이 돋보인다.해외여행을 가보면 대부분 사과가 꼭지 달린 채로 유통된다. 일본은 사과꼭지를 솜으로 보호하며, 수박이나 멜론처럼 꼭지가 없으면 불량품으로 취급된다. 우리나라만 유독 꼭지없는 사과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민선단체장에겐 위기일 수도 있는 새로운 길을 뚝심 있게 개척하는 청송군수의 모험적인 혁신이 청송사과의 국내·외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2023-08-29

국민의힘 당무감사, 黨勢확장 계기되길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이 강도 높은 당무감사를 예고하면서 총선 공천작업이 사실상 시작된 분위기다. 당무감사에서는 공천에 직결되는 정보가 체크되기 때문에, 감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예민해 질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여의도 정가에서는 ‘총선 공천 부적격자’라는 출처 불명의 살생부가 당 내부 자료인 것처럼 떠돌고 있어 현역의원들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총선때만 되면 물갈이 타깃이 됐던 TK(대구·경북) 현역들의 고심은 더 깊다. 역대 총선때마다 TK는 보수당의 텃밭인 탓에 오히려 물갈이 수준이 혹독했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TK현역 교체율은 64%에 달했다.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현재 전국 당협 실사를 앞두고 질의서를 준비 중이다. 부산출신이며 의사인 신의진 당무감사위원장은 “질의서를 논문처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경쟁력을 판단할 수 있는 항목들을 꼼꼼하게 질의서에 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질의서에는 현역의원과 원외위원장들의 당원 관리, 사고 여부, 평판, 도덕성, 인지도, SNS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현역 의원들의 경우, 점수화가 가능한 공천근거자료를 만들기 위해 의정 활동에 대한 깊이 있는 감사도 진행한다고 한다. 법안 실적, 출석률 등 정량적 평가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 국정 철학과 국정과제 등에 부합하는 의정 활동을 펼쳤느냐 여부도 들여다본다는 것이다.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텃밭인 TK지역에서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경쟁력이 센 친박(친박근혜)계와 지명도 높은 무소속 인사들의 출마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TK 지역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내년 총선에서 대구 달서병 출마를 선언한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TK지역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 전 부총리에 대해서는 “경산 출마가 유력시되는 데 무소속으로 출마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고, 영주·영양·봉화·울진 출마설이 있는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해선 “무소속으로 나갈까 말까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제외된 점을 지적하며, 박 전 대통령이 측근들의 총선 행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함께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되는 일부 TK 다선의원들의 무소속 출마설도 있어 여당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최근 반윤·비윤계의 연대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이철규 사무총장이 지난 16일 “배를 타고 항해를 하는데, 거꾸로 노를 젓는다든가, 배에 구멍을 낸다든가 해서 침몰하게 한다면 그 배에 함께 승선할 수 없다”며 경고성 발언을 한 배경도 이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는 사실상 공천심사와 다름없다. 당무감사가 내부분열이 아니라 다양성과 외연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2023-08-22

‘수도권 총선위기론’에 무덤덤한 집권당

심충택 논설위원 내년 총선 이슈가 ‘영호남 민심’을 건드리는 아주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경남 양산에 거주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 예민한 이슈에 불을 붙였다. 그는 최근 SNS에서 양산 평산마을과 전남 구례 양정마을 자매결연 소식을 전하며 ‘영호남 화합의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퇴임 후 정치에선 손을 떼겠다던 전직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가장 자극적인 정치적 이슈를 언급한 것이다. 지난 10일에는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새만금 잼버리 파행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판하며 “세계 엑스포 부산 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본다”고 말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PK(부산·울산·경남)지역민의 ‘반(反) 정부정서’를 자극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산지역 여당 국회의원들은 “민주당이 엑스포 유치에 재를 뿌리고 있다”며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내년 총선에서 영호남 지역감정이 또 쟁점화되면 여당에 이로울 게 없다. ‘민주당이 은근히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를 바란다’는 여론이 형성된다고 해도 국민의힘 의석 확보에 도움이 안 된다. 대구·경북지역에 코로나19가 대유행한 상황속에서 진행된 21대 4·15 총선때도 진보진영은 ‘대구손절’‘대구봉쇄’ 등의 막말을 쏟아내며 지역감정을 부추겼다. 그 결과 21대 총선은 사상최고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했으며, 진보진영은 그 어느 때보다 조직력을 굳히며 180석의 의석을 차지했다.집권당이 지금 집중해야 할 부분은 ‘문재인의 입’과 ‘잼버리 파행’이 아니라, 수도권 위기론에 대한 대응이다. 21대 총선(2020년)의 최대 승부처도 수도권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당의 수도권 의석은 18석으로 민주당 97석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특히 경기·인천 현역 의원의 80%는 민주당 소속이다. 총선현장을 취재해보면, 현역 의원들의 조직력과 자금력, 홍보전략은 정치신인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특히 다선 현역의 경우, 재정후원회와 세분화된 조직력이 아주 탄탄하다. 지역구 사무실도 별도로 있어 주민들과 상시 접촉할 수 있다. 안철수 의원이 최근 “대부분 수도권 국회의원이 민주당이다 보니,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분들이 그들과 대항해 싸우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한 말은 집권당이 절대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국민의힘은 집권 초부터 내부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김기현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도 거대 야당을 상대할 전략과 혁신이 거의 안 보인다. 그러니 당 외연을 막는 울타리가 더욱 단단해지고, 경쟁력 있는 인물들이 바깥에서 겉도는 것이다. 하태경 의원은 “부산도 위험하다”고 말했다.여당은 여소야대 악몽에서 벗어나려면 지금부터 당의 확장성을 위해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 수도권, 중도층, 2030세대가 지지할 수 있는 혁신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그러려면 혁신을 주도할 스타급 인물, 예를 들어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 같은 비판적 지지그룹을 당이 흡수해야 한다. 지지율이 30%대에 갇힌 윤석열 대통령 측근 인물들을 중심으로 공천리스트를 작성할 경우, 당의 확장성은 ‘제로’가 된다.

2023-08-15

‘증오정치’가 사회병리의 주범이다

심충택 논설위원 대구 도심 곳곳에 자동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한 경찰특공대 요원이 시민을 감시하는 무서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1980년 비상계엄령 사태 때의 장갑차까지 길거리에 등장하자 시민들은 ‘연쇄 묻지마 살인’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며칠 전부터는 인터넷에 살인예고가 연이어 올라오면서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묻지마 살인과 살인예고 범죄가 개인의 질병이나 유전적 원인이라는 분석이 다수이지만, 그 원인을 사회병리에서 찾는 전문가도 있다. 우리사회에서 격화되고 있는 진영싸움이 집단적 증오심을 키우면서 범죄로까지 비화한다는 것이다. 공감이 가는 분석이다.지난 2020년 2월 코로나19가 대유행했을 때 대구경북은 집단증오의 표적이 된 적이 있다. 언론을 통해 표출된 증오였지만, 당시 시도민들은 ‘묻지마 살인 범죄’ 버금가는 고통을 겪었다. 그중에서 ‘증오정치의 선동가’로 불려지는 김어준의 말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그는 2020년 3월 6일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져 대구가 고통받을 때 자신이 진행한 라디오를 통해 “우리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고 말하며, 코로나 발생원인을 대구시민 탓으로 돌렸다. 그 5일 전에 민주당 한 청년위원이 “지금 문재인 대통령 덕분에 다른 지역은 안전하니 대구는 손절해도 된다”고 한 말에 대한 후속타였다. 그 후 좌파여류시인인 김정란은 페이스북에 “대구는 독립해서 일본으로 가시는 게 어떨지. 소속 국회의원들과 지자체장들 거느리고”라는 글을 올렸고, 한 민주당 중진은 ‘대구봉쇄’를 입에 담았다.좌파 진영의 이러한 증오표출에 대해 당시 대구시민들은 분노로 상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발적 격리를 하면서 대구봉쇄를 거론한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외신들은 대구시민들이 보여준 성숙하고도 침착한 대응을 특종기사로 다루면서 격려했다.좌파진영은 지금도 증오심을 무기로 ‘진지전(陣地戰)’을 유발하고 있다.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과 양이원영 의원의 노인폄하 발언에 대해서는 같은 당내에서조차 ‘개딸들의 홍위병’등을 운운하며 비난하고 있다.좌파진영이 주도하는 진지전은 우리사회 전체의 증오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진지전은 무솔리니 정권에 대항했던 좌파지식인 안토니오 그람시가 내놓은 헤게모니이론에서 나온 용어다. 그람시는 헤게모니 이론을 설명하면서 ‘권력이 진지전을 통해 상식적인 것을 비상식적인 것으로 만들고, 비상식인 것을 상식적인 것으로 만들어 국민을 통제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정확하게 짚은 이론이다.미국의 대표적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연말 민주주의를 시행하고 있는 19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국민이 느끼는 ‘정치적 갈등’ 수준이 1위로 나타났다. 좌파와 우파 양진영이 상대를 향해 쏟아내는 막말과 모욕적인 언사는 갈수록 거칠어져서 진지전에 관심 없던 국민까지 증오의 늪에 빠트리고 있다. 정치인들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갈등과 분열의 저질 정치를 계속하는 한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은 치유될 수 없다.

2023-08-08

여당은 ‘수도권·무당층 民心’을 경청하라

심충택 논설위원 홍준표 대구시장이 그저께 SNS를 통해 “나는 총선까지 쳐냈지만, 이준석도 안고 유승민도 안고 가라. 가뜩이나 허약한 지지층이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당내 쓴소리에 귀를 닫는 ‘쫄보정치’를 그만두고, 외연확장에 힘을 쏟으라는 충고다.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다.국민의힘이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이 아니라 용산탕’이라는 말은 김기현 대표체제 이후 계속 회자돼 왔다. 윤석열 대통령 측근 일색으로 당이 운영돼 견제·자정·확장 기능을 상실했다는 얘기다. 집권당이 국민정서와 동떨어져 있으니,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 박스권에 갇혀 있는 것이다. 지난 2020년 총선 직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7%(한국갤럽)에 달했다는 사실을 여당은 명심해야 한다.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내년 총선 판세는 중도·무당층이 결정한다. ‘여의도 제1당은 중도·무당층’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윤 대통령 최측근인 장제원 의원도 최근 “내년 총선은 국민의힘 지지층 35%, 민주당 지지층 35%를 제외한 나머지 30%의 무당층이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중도·무당층은 주로 수도권과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에 집중돼 있다. 지난 총선기준, 수도권은 253개 지역구 중 절반에 가까운 121개의 의석을 가지고 있다. 2030유권자 수는 1천400만명이다.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총선주자들의 다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당의 다양성은 공천과정에서 정확하게 나타난다.국민의힘이 수도권과 무당층 민심을 끌려면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필요하다. 두 사람이 끊임없이 윤 대통령과 집권당을 향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쓴소리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 이준석은 최근 ‘여의도 재건축 조합’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 채널에는 지난 3·8 전당대회 당시 당 대표와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나섰던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기인 경기도의원도 출연하고 있다. 이준석은 지난 2021년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서 젊은 당원들과 2030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로 36세에 제1야당 당수로 선출된 인물이다. 유승민 전 의원도 최근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구속에 대해 윤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서 풍수전문가가 다녀간 것에 대해 “국가안보상 중요한 시설을 결정하는데 왜 풍수 보는 사람이 나타나느냐”며 쓴소리를 했다.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로선 ‘적어도 이준석·유승민과는 같이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유상범 당 대변인은 홍 시장 발언에 대해 “해당(害黨) 행위자가 책임을 안 지면 제대로 된 정당이냐”는 식으로 비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현 상황이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총선은 8개월 조금 더 남았다. 총선 판세를 결정할 수도권과·중도층 민심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서, 그들이 원하는 총선메뉴는 무엇이든 수용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2023-08-01

‘교실붕괴’의 심각성, 예삿일 아니다

심충택 논설위원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해 우리사회에 충격을 준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20대 교사의 일기장이 공개돼 또한번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일기장에는 “월요일 출근후 업무폭탄+(학생이름)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라고 적혀 있었다. 숨지기 15일전에 작성된 내용이다. 교사가 학교업무와 학생문제로 얼마나 심한 고통을 겪었는지를 알 수 있는 일기다. 아마 우리나라 대부분 초등교사들은 마음속으로 공감하며, 같이 비통해할 것이다.지금 초등학교 교단은 심각한 아노미(무규범) 상태로 병들어 있다. 담임교사가 자기반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학부모의 악의적인 고소·고발에 시달리는 비정상적인 상태가 일상화되고 있다. 교사들은 예외없이 매년 인사이동 때마다 민원을 남발하는 학부모의 자녀나 정서장애 학생이 자기반에 편성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학교는 담임교사에게 너무 많은 요구를 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보수나 권한은 주지 않는다.학생이 다치거나 학생 간 갈등이 발생하면 교육 당국이나 학부모, 심지어 학교 교장·교감도 담임교사 책임으로 미룬다. 교단이 붕괴되지 않고 유지되는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다.정부와 여당이 오늘(26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교권 보호 대책’을 논의한다고 한다. 이 회의에서 실질적인 교권 침해 방지와 교사지위 회복에 대한 제도적 방안이 나와야 한다.국회에는 현재 교사보호와 관련된 법안이 8개나 발의돼 있다.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이 최근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교사들이 ‘아동학대 범죄 가해자’로 신고당하는 것을 방지)과 교원지위향상법(교육활동 침해를 한 학생에 대한 조치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이 대표적인 계류법안이다.민주당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둔 상태다. 교육위 소속 강득구 의원은 지난달 ‘법령과 학칙에 따른 교사의 학생 생활 지도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강 의원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교원이 아동 학대 범죄로 신고돼 조사·수사 등이 이뤄지는 경우 학교장이 조사·수사기관, 법원에 의견을 제출하는 내용)’도 발의해 둔 상태다.여야가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키기만 해도 교단의 위기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대구·경북은 채택하지 않고 있지만, 서울·경기·광주·전북·충남·제주 등 6개 시·도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도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대표적인 장치다. 이 조례는 ‘교사를 보호하면 학생 인권이 추락한다’는 편향된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민원을 상습적으로 제기하는 학부모들은 제 자녀 만큼 교사의 인권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악성 민원과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로 교사들이 매일 학교를 떠날 생각을 해서야 어떻게 우리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겠는가.

2023-07-25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거는 기대

심충택 논설위원 최근 온라인 과외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사람을 죽여 보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해 여러모로 우리사회에 충격을 줬다.정유정의 동창들은 “말이 없고 혼자 다녀서 반에서 존재감 없는 친구였다”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어도 잘 받아주지 않았다”는 증언을 했고, 범죄심리학자들은 정유정을 은둔형 외톨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정유정의 휴대전화 속에는 단 한 명의 친구 이름이나 통화 내역도 없었다. 철저하게 사회에서 소외된 외톨이였다. 정유정은 고등학교 졸업 후 취직 준비를 했지만 특별한 직업 없이 5년간 무직으로 지냈다.정유정은 은둔형 외톨이가 얼마나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인지를 말해주고 있다.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이번주부터 다음달 말까지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전국 단위 첫 실태조사에 들어간 것은 잘한 일이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지금 심각하게 증가하고 있는 청년들의 고독사와도 연결된다. 정부는 우선 8월 31일까지 이러한 청년 5천명을 찾아 고립·은둔의 계기, 고립기간, 은둔 양상 등을 파악해서 해법을 모색해 보기로 했다.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사회에는 고립·은둔형 청년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가 아니더라도, 주위를 돌아보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상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비대면 문화를 확산시켜, 1인가구 청년들을 더욱 고립시킨 경향이 있다. 사회에서 고립된 은둔 청년들은 저마다 가족관계 단절이나 진학·취업 실패, 학교·직장 부적응 등 온갖 안타까운 사연을 안고 있기 마련이다. 밖에 나가면 사회로부터 무시당할 것이 두려워 방안에 숨게 되는 것이다.우리나라는 지금 이러한 사회병리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갈수록 혼인율과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은둔형 청년의 증가는 특히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직결돼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청년기는 성인기로 나아가기 위해 교육과 직업훈련이 이뤄지는 중요한 시기인데 교육과 고용의 단절은 만성적 실직, 빈곤, 건강 악화, 고독사 같은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는다.은둔형 청년 문제는 이제 두고 볼 수 없는 사회현안이 됐다. 청년시절의 고립과 은둔은 장년, 노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현재 실태조사를 하고는 있지만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사회와 단절된 채 집 안에 고립돼 있던 청년들이 정부조사를 받아들이며 문을 열고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성을 가진 조사인력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성과를 내는 관건이 될 것 같다.정부는 이번 기회에 가능한 한 많은 은둔형 청년들을 찾아내 그들이 왜 우리사회의 이방인이 됐는지, 그 이유와 삶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사회로 흡수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원해야 한다. 관련 업무에 인력을 증원하고 예산도 투입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은둔형 청년들에 대해 지원을 하는 곳도 있지만, 중앙정부가 컨트롤타워가 돼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짜야 한다.

2023-07-18

지방시대위, 자문만으로는 성과 못낸다

심충택 논설위원 국회에서 야당에 발목이 잡혀 진통을 겪어왔던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드디어 출범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지 1년 2개월 만이다.대부분 지방언론들은 지난 10일 업무를 시작한 지방시대위 기사를 1면 주요뉴스로 처리하며 환영했다. 그런데 예상은 했지만, 서울지역 주요 언론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 기사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개막에 대한 수도권의 냉소적인 시각을 여실히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전 영남대·대구가톨릭대 총장)이 초대 사령탑을 맡은 지방시대위는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분권 정책과 국가균형발전을 총괄하는 국가 조직이다. 향후 5년간 지방시대 국정과제와 윤 대통령의 지역공약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각종 균형발전 시책과 지방분권 과제를 추진하게 된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로선 앞으로 지방시대위에 국정에너지가 쏠려야 그나마 인구 소멸과 저성장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볼 수 있다.우 위원장은 위원회의 3대 과제로 분권형 국가경영시스템 구축, 지방의 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회발전특구 추진, 우수한 지방인재 양성을 제시했다. 비수도권 지방정부들은 한결같이 이 과제들이 잘 풀려서 ‘우동기호 지방시대위’가 큰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정치권력과 언론이 외면하는 지방시대위가 과연 소임을 다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윤 대통령도 지난해 ‘어디에 살든 기회가 균등한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미래세대의 주요자산이 될 첨단산업이나 초일류 인재를 수도권에 집중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3월 발표된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다. 정부는 300조원 넘게 투자되는 세계 최대의 이 클러스터를 경기도 용인에 조성하기로 했다. 교육부도 이 흐름에 맞춰 수도권대학을 중심으로 반도체 등 첨단·신기술 분야 석·박사 정원을 1천300여 명 증원했다. 정부가 지난달 말까지 추진하기로 했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기본계획 발표도 시한을 넘겨버렸다.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가 중 수도권 집중이 가장 심하다. 수도권에 인구 51%가 밀집해 있고, 상위 1천대 기업의 74%가 수도권에 있다. 지금처럼 지방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 2050년쯤에는 전국 시·군·구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통계도 발표됐다.지방시대위가 수도권 집중 해소와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실질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줘야 한다. 위상이나 기능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지금처럼 대통령 자문기구로 존속하는 한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철우 대한민국 시도지사 협의회 회장(경북도지사)도 지난해 새 정부 출범 직후 부총리급 ‘지방균형발전부’ 신설을 공론화한 적이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실질적으로 일하는 정부 행정기구가 필요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방시대위가 악조건 속에서도 ‘지방균형발전부’와 같은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2023-07-11

총선 9개월전…여당은 혁신안해도 되나

심충택 논설위원 내년 4·10총선이 9개월 정도 남았다. 여야가 한창 외연확장을 위해 혁신안을 내놓거나 인재를 발탁할 시기다. 그런데 의외로 집권당이 조용하다. 민심을 흔들만한 이슈를 능동적으로 내놓지 못하고 민주당을 공격하는데만 당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내조하는데 만족하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민주당은 역동적이다. ‘김은경(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혁신위’가 중심이 돼 중도유권자의 마음을 끌만한 쇄신안도 내놓고 있다.민주당 혁신위는 조만간 ‘꼼수 탈당’ 방지책을 핵심으로 한 2호 쇄신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각종 비위 의혹이 터졌을 때 당 차원에서 징계도 받기 전에 탈당한 뒤 슬그머니 복당하는 행위를 제도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최근 돈봉투 의혹과 코인(가상화폐) 투자에 연루된 의원들이 조사를 받기 전에 자진 탈당하면서 꼬리 자르기를 한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하다. 민주당 혁신위는 지난달에는 1호 쇄신안으로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를 내걸어 주목을 받았었다. 당내 반발이 심해 무산될 가능성이 크지만, 민주당이 총선에 대비해 외연확장을 서두르는 역동성은 충분히 감지된다.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 체제 이후 아직 유권자를 감동시킬만한 쇄신책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은경 혁신위’에 대해서는 “혁신위원장 할아버지가 온다고 한들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에 뒤지는 여당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내년 총선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고 하지만, 당 지도부는 ‘청년에게 인기없는 정당, 특정지역 정당’이라는 한계를 주도적으로 극복해야 한다.여당 지도부는 최근 하태경 의원이 TV 대담프로에 출연해 이준석 측근인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을 과감하게 포용해야 한다는 말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내년 총선의 승패는 수도권과 2030 청년세대가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2030유권자 수는 1천400만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들에게 한표라도 더 얻으려면 알량한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정책과 공천에서 깜짝 놀랄만한 쇄신안을 내놓아야 한다. ‘천아용인’은 지난번 당 지도부 경선 때는 모두 탈락했지만, 수도권과 2030세대 지지를 견인할 역량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일각에선 여당이 내년 총선에서 170석을 얻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온 판세분석인 것 같은데,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이런 식으로 자만하면 순식간에 훅 날아갈 수 있다.최근 윤 대통령에 대한 20대 지지율은 30% 안팎이다. 절반 이상이 비토세력이다. 30대 지지율도 20대와 비슷하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민심과 2030세대를 우호세력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민주당에 절대 이길 수 없다. 지금처럼 무력한 집권당 신세를 벗어나려면, 당내에서 ‘민주당 혁신위’ 같은 젊은 쇄신그룹이 활발하게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2023-07-04

‘오염수 괴담’, 수산업계엔 극약과 같다

심충택 논설위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한 괴담공포가 우리사회의 ‘과학적 지성’을 무력화하고 있다. 대도시 횟집은 물론, 어촌마을까지 전염병처럼 번지는 원전오염수 괴담의 근원지는 모두가 알다시피 더불어민주당이다. 내년 총선까지 국민의 반일감정을 자극해 지금의 독점적인 정치권력을 유지하려는 계산이 훤히 보인다. 이들의 괴담정치는 지금 우리사회의 공론장을 지성이 지배하는 소통의 장이 아니라 감정이 판치는 증오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대다수 과학자들은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알프스(다핵종 제거설비)로 처리한 뒤 바다에 방류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일본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후쿠시마는 동해안 반대편 연안에 있기 때문에 오염수는 곧바로 우리바다에 오지 않는다. 가장 먼저 태평양에 접해 있는 미국에 도착한다. 그후 미 서부지역에서 남하해 해류를 타고 서쪽으로 흘러 4~5년 뒤에야 아시아 해역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북미 지역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 오염수 방류가 쟁점이 된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 결과를 신뢰하는 입장이다.후쿠시마 오염수가 수산물 안전성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경험으로도 알 수 있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많은 양의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여과장치 없이 바로 바다로 방출됐으나 지난 12년 동안 우리나라 해역에서 유의미한 방사능 증가현상은 관측되지 않았다.민주당이 명심해야 할 것은 지금 퍼뜨리는 괴담공포가 국민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사실이다. 아직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전국의 횟집과 수산업계, 어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지 않은가. 성주 사드괴담으로 인해 참외농가들이 엄청난 피해를 본 현상이 되풀이 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러나 원전 오염수 방류를 정치쟁점화하기 위해 현재 100만명 반대서명 운동과 장외 규탄대회 등을 열며 오히려 더 소비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일본정부는 오늘(28일)부터 도쿄전력이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 설비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검사를 시작한다. 이 검사가 종료되면 국제원자력기구의 동의를 받은 후 곧바로 오염수 방류에 들어간다. 현실적으로 오염수 방류는 우리 정부나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민주당은 이제 수산업계와 어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괴담유포는 중지하길 바란다. 오염수에 대한 과학적 진실을 가리려면 국내 원자력 분야 최고 권위 단체인 한국원자력학회가 제안한 공개토론을 받아들이면 되지 않는가. 공론의 장에서 토론을 통해 국민이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제1야당의 바람직한 자세다. 그리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오염수 안전성 여부에 대한 정보를 매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포항 죽도시장 같은 대형 수산물 시장의 경우, 정기적으로 해산물에 대한 방사능수치를 검사해서 브리핑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 괴담이 발붙이지 못한다.

2023-06-27

대통령 공격에 올인하는 이준석 실체는?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주(15일) KBS 시사토론 프로그램 ‘더 라이브’를 시청하면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정체성이 궁금해졌다.이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서 젊은 당원들과 2030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로 36세에 제1야당 당수로 선출된 인물이다. 그는 취임 후 국민의힘을 디지털정당으로 변신시켜 기업처럼 효율성과 효과성을 추구했으며, 이에 호응해 각 시·도당에서는 온라인 입당신청자가 쇄도했다. 나는 당시 이준석이 권위주의와 부패에 찌든 낡은 정치를 바꿀 수 있는 인물로 평가했다.험한 정치적 굴곡을 거치긴 했지만, 시사토론회에서 본 그는 2년여만에 너무 변해 있었다. 최근 시청료 분리징수 문제로 윤석열 정부에 각을 세우는 KBS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같이 출연한 것도 실망스러웠지만, 모든 의제를 ‘윤석열 비판 버전’으로 맞추는 그의 발언 태도에 놀랐다.예를들면, 윤석열 대통령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두고 “위안스카이를 떠올린다는 사람이 많다”고 한 데 대한 그의 코멘트다. 그는 “싱하이밍이 위안스카이라면 대통령은 뭐냐, 구한말 혼란 속에서 외교적으로 갈팡질팡한 고종을 떠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고종에 비유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나는 싱 대사가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일행을 대사관저에 초청해놓고 한 언행이 조선 말 청나라 총독으로 행세한 위안스카이(원세개)를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고 본다.싱 대사는 이 대표를 앉혀 놓고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누가 들어도 위협성 발언이다.이에대해 이 대표가 한마디 반박을 했다는 소리를 들어 본적이 없다. 오히려 일행 중에는 싱 대사의 발언을 받아 적은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누가 고종인가? 윤석열인가. 이재명인가.조선왕조실록에는 1886년(고종 23) 7월29일 원세개가 의정부에 보낸 ‘조선 정세를 논함’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싱 대사가 이재명 대표에게 훈계조로 한 말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 ‘조선은 역량을 타산해보면 약점만 나타나서 자주 국가로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강국의 보호도 받는 데가 없기 때문에 결코 자기 스스로 보존하기 어려운 것은 천하가 다 아는 것이다.조선은 본래 중국에 속해 있었는데, 지금 중국을 버리고 다른 데로 향하려 한다면 이것은 어린아이가 부모에게서 떨어져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으려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조선을 중국이 돌보는 아이에 비유한 것이다.고종은 이 글을 읽고 ‘공의 말은 참으로 눈을 틔워 주고 귀를 열어주었으니 약도 침도 이만은 못하다’며 아부를 했다.그 후 세월이 140여년 흘렀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를 대하는 중국의 태도는 바뀐 게 없다.지난 문재인 정권과는 달리 중국을 상대로 당당한 외교를 실천하고 있는 윤 대통령을 나라를 망하게 한 고종에 비유하는 이준석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

2023-06-20

포항과 포스코 갈등, TK의 위기일 수 있다

심충택 논설위원 포스코그룹이 포항에 본사를 둔 것은 한국 근대화를 견인한 TK(대구경북)의 자존심이다. 대기업 중 본사 소재지가 비수도권에 있는 기업은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중공업(울산), 카카오(제주), 대우조선해양(경남) 등 한손으로 꼽을 정도다. 실질적인 본사기능이 서울에 있다고는 하지만, 포스코가 포항을 산실로 해서 다국적 기업으로 커 나가는 것은 TK로선 큰 자랑이다.포스코가 요즘 포항시민들과 현안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겪는 모습은 안타깝고 위험한 일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중소기업 하나라도 더 유치하려는 타 도시가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일 것이다. 갈등의 주요 요인인 포항제철소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의 경우 포스코로선 생존이 걸린 현안이다. 이 프로젝트는 아쉽게도 첫 단계인 주민설명회부터 일부 시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사업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돼야 수소기반의 생산체계 기술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포스코는 현재 고로 8기(포항제철소 3기, 광양제철소 5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고로를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는 탄소배출 규제안을 강화하고 있어 포스코가 고로를 탈피하지 못하면 결국은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지금 포스코의 라이벌인 해외 철강기업들은 정부지원을 받아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스웨덴의 사브(SSAB)와 독일의 잘츠기터(Salzgitter)는 천문학적인 재정지원을 받고 있으며, 일본은 최근 철강 분야 탄소중립을 위해 10년간 3조엔(약 2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포항이 위기감을 느껴야 할 부분은 전남도가 현재 ‘광양홀대론’을 제기하며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내 수소저탄소 에너지연구소를 광양으로 이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점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여유부지가 있는 광양에 수소환원제철소를 지어야 한다는 소리로도 해석된다.포항은 지금 내일(15일)로 예정된 포스코 범시민대책위의 집회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포스코 지주사와 미래기술연구원의 실질적인 포항 이전, 최정우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다. 이들이 요구하는 실질적인 본사기능의 포항이전 문제는 쉽게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최근들어 주요 대기업들은 수소·인공지능(AI)·이차전지 등 미래 신산업 주도권 선점을 위해 박사급 우수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RD 연구소를 수도권에 경쟁적으로 설립하고 있다. 포스코라고 예외일 수 없지 않은가.경북도가 서둘러 대규모 TF를 구성해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사업 인·허가를 돕기로 한 것은 아마 위기의식 때문일 것이다. 만약 포스코가 일부 포항시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수소환원제철 사업부지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여유부지가 있는 광양제철소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고로를 통해 철강을 생산하는 시대는 곧 마감되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시간에 쫓겨 광양에 수소환원제철소를 건설하면 포항은 물론 TK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게 된다.

2023-06-13

“전기 많이 쓰는 기업 경북도로 오세요”

심충택 논설위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해 재선 직후, 민선8기 경북도 준비위원회와 국민의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임기 중에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하겠다고 강조했을 때 대부분 반신반의했다. 이 지사는 당시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도 “KTX 요금을 거리에 따라 부과하듯이 전기요금도 발전소 거리에 따라 차등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소와의 거리를 기준으로 요금을 책정하면 원자력발전소와 거리가 가장 먼 수도권이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선진국인 미국, 영국, 호주 등은 이미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시행하고 있긴 하지만, 전체 지역구 의석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다들 생각했다.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지난달 25일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의 근거를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 지사의 요구가 현실화됐다. 특별법 제45조에는 ‘전기 판매사업자는 국가균형발전 등을 위하여 기본 공급약관을 작성할 때에 송전·배전 비용 등을 고려하여 전기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법안 공동 발의자는 국민의힘 박수영(부산 남구갑), 민주당 김성환(서울 노원구병)·양이원영(비례대표) 의원이다. 경기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하며, 수도권 소재 전력소비가 많은 기업을 꿰뚫고 있는 박 의원은 이미 대규모 데이터센터들을 PK(부산경남) 쪽으로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현재 전력효율화와 지역균형 발전차원에서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을 유도하고 있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몰리는 경우 그만큼 전력 공급을 위한 고압송배전 설비가 필요한 것도 정부로선 부담이기 때문이다.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분산법 국회통과의 후속조치로 시행령 및 시행규칙, 고시안 마련에 착수했다. 경북도가 최근 전기료 할인 폭이나 감면 방안 등이 담길 후속조치 마련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응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경북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원자력 산업의 중심지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25기의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12기(경주 5기·울진 7기)가 경북에 있다. 12기 원전 설비용량은 총 11.4GW에 이른다. 원전부담을 안고 사는 경북 동해안 지역 주민과 기업들에게 저렴한 전기요금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도 밝혔듯이, ‘분산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역 균형 발전이다. 현재는 원전이 집중된 영남권 지자체나 원전이 하나도 없는 수도권 지자체의 전기요금이 똑같다. 이로인해 전력소비가 엄청난 분야(데이터센터나 반도체, 2차전지 등)의 기업들도 원가부담 없이 수도권에 공장입지를 정할 수 있는 것이다. 분산법에 의해 전력생산지역과 소비지역의 요금 차이가 많이 날 경우 관련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원전주변 산업단지를 물색할 수밖에 없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국가 전체로는 송전비용 절감을, 발전지역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업에는 생산비용 절감을 이끌어내는 일석삼조 효과가 있다.

2023-06-06

포스텍 의대설립… 논리적 타당성이 중요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주 포항출신 김정재·김병욱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포스텍 연구중심 의대 설립 정책토론회’는 상당히 타이밍을 잘 맞춘 행사였다.연구중심 의대의 핵심분야인 바이오산업 동력확보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데다, 최근 의사정원 확대가 민감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대구·경북 시도민은 특히 지난 2020년 대유행한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상급(대학병원) 의료기관과 백신산업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열이 펄펄 나는 코로나 환자 수천명이 병실이 없어 입원하지 못하고 집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때, 우리 사회는 의료시스템 마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절실하게 느꼈다. 그리고 미국의 제약회사인 화이자와 모더나가 백신개발에 성공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우리는 바이오산업 선진국을 얼마나 부러워했던가.국회 토론회 방향을 ‘한국형 보스턴 클러스터 첫걸음’으로 잡은 것도 적절했다. 미국 보스턴 클러스터에는 세계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제약회사와 명문대학이 몰려 있다. 모더나와 바이오젠 등 글로벌 제약회사, 하버드대와 MIT, 매사추세츠종합병원 등이 보스턴 클러스터의 핵심멤버다.보스턴 클러스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대학을 중심으로 우수 인재가 모이고, 바이오 벤처 창업이 확대되면서 세계적 신약기업들이 탄생했다. 포스텍 연구중심 의대 설립이 현실화되면 포항이라고 해서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김철홍 포스텍 의과학전공 주무교수가 토론회에서 포항지역 의료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미래산업을 제안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다. 김 교수는 포항지역 내 병원들이 ‘포스텍 협력병원’으로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여기에 바이오 헬스 기업 등이 더해져 ‘바이오 헬스 클러스터’를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토론회에서는 포스텍 의대 설립 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김무환 포스텍 총장)가 챙겨야 할 주요과제도 제시됐다.‘포스텍이 의대를 설립할 역량이 있느냐’ 여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일이다. 포스텍이 계획하고 있는 교육과정은 ‘2-4-2’(MD-PhD-MD) 커리큘럼이다. 임상실습 전 기초의학과 임상이론 등을 2년간 교육받고, 4년간 전일제 연구프로그램을 통한 박사과정 후, 다시 2년간 의무석사과정으로 돌아와 임상실습 교육을 마치는 과정이다. 정원은 50명이다.의사과학자의 자질을 담보하려면 무엇보다 교수 규모와 수준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신찬수 한국의과대학 이사장이 “현재 포스텍에 290명의 전임 교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말씀하신 수준의 의대를 유지하려면 200명가량의 신임 교수를 채용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장이 다소 섞이긴 했지만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서는 분야별 우수 교수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포스텍이 이를 위한 준비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연구중심 의대 설립이 성사되려면 반드시 재원확보를 비롯한 논리적 타당성이 전제돼야 한다.

2023-05-30

글로컬대학이 ‘지방대학의 생존모델’

심충택 논설위원 대학간, 전공·학과 간 경계를 허무는 ‘글로컬 대학’이 곧 탄생한다. 현재 대구·경북을 비롯해 비수도권 대학은 글로컬 대학 신청마감(31일)을 1주일 앞두고 응모준비에 한창 바쁘다.‘글로컬 대학’은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을 합친 용어다. 말 그대로 로컬대학을 국제적인 일류대학으로 육성해보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정책이다.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는 다음달 중 15곳 안팎의 예비 지정 대학을 발표한다. 그 후 세부적인 심사를 다시 거쳐 오는 9월까지 10곳을 글로컬 대학으로 최종 선정한다. 선정되는 대학은 앞으로 5년간 1천억씩 지원받는다. 돈 가뭄에 시달리는 지방대학으로선 적지 않은 금액이다. 정부는 오는 2026년까지 모두 30곳의 글로컬 대학을 선정한다. 지방대가 글로컬 대학이 되면 국립대 교수들에게도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줄 수 있고 대기업 인력을 겸임교수로도 활용할 수 있다.대구·경북 지역에서는 경산에 있는 경일대-대구가톨릭대-대구대가 공동응모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재단인 영남대와 영남이공대, 계명대와 계명문화대, 그리고 안동대(국립)와 경북도립대도 응모를 논의중이다. 국립대인 안동대와 금오공대의 통합논의는 무산됐다. 경북대와 대구교대의 통합에 대한 관심은 컸지만, 학교구성원들의 반대로 논의가 중단됐다. 반면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통합에 합의해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커졌다.교육부가 글로컬 대학이라는 아이디어를 낸 이유는 지방대학을 국제적인 대학 흐름에 합류시켜 생존력을 높여보자는 취지다. 정부가 글로컬대학 선정과 관련해 제시한 주요 가이드라인도 응모대학들이 국제적인 추세에 맞춰 지역·산업 간, 그리고 학문 간 경계를 허물어서 새로운 차원의 대학모습을 제시해 보라는 것이다.응모대학들이 일단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다양한 방법의 통합을 통해 규모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 여러 영역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고, 학생들의 연구분야와 역량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다양한 학문 간 협업도 가능해진다. 지금도 국내외 일류대학들은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서 한 전공에 갇히지 않고 여러 분야를 탐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주고 있다.글로컬 대학 출범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방대가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긍정론이 있는가 하면, 일부 지방대만 살리고 나머지 대학들은 고사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가든 개인이든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과거와는 다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IT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대학의 교육 방법과 내용을 당연히 새롭게 짜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현재 모든 지방대학이 체감하고 있겠지만, 머뭇거리다간 바로 도태된다. 학생 개개인도 하루하루 자기혁신을 하면서 대학생활을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컬 대학 정책이 취지대로 이행되면, 현재 심각한 소멸위기를 겪는 많은 지방대학의 생존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3-05-23

‘노시니어 존’ 등장이 사회에 던지는 충격

심충택 논설위원 여자주인이 노인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해 붙였다고는 하지만, 제주도 한 카페에 ‘노 시니어 존’스티커가 등장했다는 뉴스를 듣고 깜짝 놀랐다. ‘60세 이상은 내가 운영하는 가게에 들어오지 말라’는 스티커라고 한다. 마치 우리사회 전체의 노인을 대상으로 선언하는 ‘주홍글씨’ 같다. 요즘 노인들도 청장년층 못지않게 카페문화를 즐기기 때문에 노시니어존은 다른 ‘노000존’과는 달리 충격적이다.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미래는 2030세대의 무대다. 60대이상 70대는 투표안해도 괜찮다”고 했다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떠오른다.정 의장은 당시 60대 이상 연령층을 향해 “어쩌면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그분들은 집에 쉬셔도 된다”고 말했다.가끔 대구시 중구 반월당역 지하쇼핑몰을 가보면 노인들이 지하공간 로비를 휴식처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역 지하공간이 지하철을 이용하기가 편리한데다 냉난방이 잘 되는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남 눈치를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노시니어존의 등장은 노는데도 눈치를 봐야 하는 슬픈 노인들의 신세를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나는 5월이 되면 옛날 대가족이 살았던 고향집이 그리워진다. 고향집은 ‘전원일기’ 드라마에 나오는 일용이네 집처럼 깊은 산골 초가삼간이었다. 이 작은 집에서 부모님과 우리 형제들은 같이 살았다. 대가족이 한집에서 부대끼며 혈육의 소중함을 알았던 그때가 너무 행복했고,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때는 어른에게 효도하고 가족 간에는 포용하는 것이 우리사회의 보편적인 가치였다.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경제사정은 지극히 좋지 않다. 2021년 통계청 기준 한국의 노인빈곤율(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전 국민 중위소득의 50% 미만 소득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비율)은 37.6%로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다. 이 시대를 사는 노년층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주도한 세대지만, 외환위기를 겪은 데다 대부분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준 경우가 많다. 노년의 빈곤도 문제지만 외로움은 더 견디기 어렵다는 사람이 많다.노시니어존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자영업자가 원하는 소비자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시장논리라는 것이다. 노시니어존이 많이 생겨날수록 시니어를 타깃으로 하는 카페도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 요소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지난 문재인 정부 때부터 본격화된 이념적 편가르기 문화가 더 세분화된 분야로 확산되는 것 같아 걱정이다. 노시니어존 카페의 등장은 SNS나 선거과정을 통해 노인증오를 선동하는 분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우리 국민의 유교정신은 외국학자들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nold Toynbee)는 한국에서 가져갈 것이 있다면 가족제도뿐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노인증오 풍조는 사회적갈등 심화 때문에 오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 공동체가 합심해서 근절해야 한다.

2023-05-16

당무감사 앞둔 與현역, ‘물갈이론’에 떤다

심충택 논설위원 여야가 최근 내년 총선 공천준비작업에 들어감으로써 정치권이 초긴장 상태다. 국민의힘은 총선후보자들의 자질을 평가하기 위해 곧 당무감사에 착수하고, 민주당은 그저께(8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공천룰’을 확정했다.내년 총선에 패배할 경우, 정부 여당은 조기 레임덕으로 인해 식물상태가 되고, 야당은 수권정당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에 여야 모두 정치적 명운을 걸어야 한다. 현재로선 다양한 변수가 잠복해 있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진영논리에 갇힌 양대정당의 극한 대립으로 무당층이 급증하는가 하면, ‘제3지대론’까지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TK(대구경북)지역에서는 ‘현역의원 물갈이 공천’이 최대 관심사다. 경북매일신문이 지난주 발표한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중에서 독자들의 눈길을 끈 부분도 현역의원들에 대한 평가였다.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각각 52.5%와 55.1%의 지지를 받으며 여전히 민심을 얻고 있지만, TK 현역의원들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20%대로 뚝 떨어졌다. ‘다른 인물로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절반(51.2%)을 넘어섰다. 총선 때마다 ‘공천 개혁’이란 타이틀로 가장 먼저 TK 현역의원을 칼질했던 보수정당의 관행이 내년 총선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졌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TK 지역구 의원 25명 중 9명만 공천을 받아, 현역 교체율이 64%에 달했다.실제 대통령실이나 법조인 출신 인사들의 TK 낙하산설이 그럴듯하게 흘러나오고 있어 현역의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 지역은 공천만 받으면 손쉽게 당선되기 때문에, 대통령 주변 유력인사들이 출마욕심을 내는 것도 어떻게 보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국민의힘의 역대총선 공천과정을 보면, 내년 총선에서도 당무감사위원회가 현역교체 근거자료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TK지역에서 당무감사 형식을 빌어 현역 의원을 대폭 교체했었다. 감사 결과를 등급(A∼E)으로 매겨 평균 등급(D,E) 이하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시켰다.국민의힘은 지난달 신의진 위원장을 포함한 당무감사위원 7명을 선임했다. 위원 명단은 비공개로 했다. 당무감사위원회는 여름휴가와 정기국회 일정 등을 고려해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정치부 기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당무감사를 앞두고 공천탈락을 염두에 둔 일부 의원들이 벌써 무소속 출마설을 흘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예를들어 ‘TK지역도 이제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찍어주지 말고, 일을 잘하면 공천을 받지 않더라도 당선시키는 케이스가 많아져야 한다’는 등의 논리다.공감이 가는 말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보수의 본산’이라는 이름에 비해 중견정치인들이 많지 않다. 공천 때마다 현역을 대거 날린 결과다. 집권당이 우선 역량 있는 인물을 공천해야겠지만, 유권자들도 ‘공천=당선’이라는 TK 선거풍토를 바꾸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2023-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