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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공관위에 정말 ‘공천데이터’ 쌓여있을까

등록일 2024-01-16 20:15 게재일 2024-01-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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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이 16일부터 공천관리위원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이르면 설 연휴 전에 수도권에서는 공천심사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현역의원 교체비율이 높아질 TK(대구·경북)지역은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는 3월 28일에 임박해서 공천자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3지대 5개 신당 모두가 공천탈락 현역들을 한 명이라도 더 영입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3월 하순 현역의원 숫자’로 정당기호를 정하기 때문에, ‘기호3번’을 차지하기 위한 신당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인요한 혁신위가 ‘영남권 희생론’을 제기한 이후 TK지역 현역들은 너나없이 물갈이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대구에서는 ‘현역 1~2인 생존설’까지 거론된다. 현역 교체율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4년 전 총선 때 나타난 공천파동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까지 합쳐 103석의 의석을 확보해, 보수정당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공천에 활용할 데이터가 엄청나게 쌓여 있다”고 자신했지만, 역대 보수정당의 공천과정을 되돌아보면 큰소리칠 일은 아닌 것 같다. 당무감사를 통해 현역의원에 대한 컷오프 근거자료는 많이 확보해 놓았을지 몰라도, 영입인사에 대한 검증데이터는 충분할 수가 없다.

‘정영환 공관위’는 4년 전 미래통합당 공천책임자였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공천고백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김 전 공관위원장은 21대 총선 공천 실패원인을 ‘총선 참패와 생각나는 사람들’이라는 책에 상세하게 기록해뒀다. 일종의 징비록이다.

한 부분만 소개하면, ‘우리는 공천 심사 과정에서 자료 부족으로 허덕였다. 한마디로 있어야 할 자료는 거의 없었다. 공천신청자들이 제출한 서류와 자기소개서 외에 선거구별로 한 페이지짜리의 역대 총선 결과표가 전부라 할 정도였다. 공천 업무를 다루는 공관위원들이 깜깜이 공천에 임해야 했다’고 했다. 정영환 위원장이 “공천데이터가 쌓여있다”고 한 상황과는 딴 세상이다.

최근 ‘한동훈 비대위’가 영입한 인사들의 과거 발언이 공개되면서 잇달아 잡음이 발생한 것은 모두가 관련인물에 검증이 허술했기 때문이다. 전략공천 대상자도 이런 식으로 결정하면 공천과정에 큰 혼란이 생긴다.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이 “공관위는 공관위원들로만 구성되어서는 안 된다. 전략기획단, 홍보지원단과 대변인, 그리고 검증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공천후폭풍’을 잘 대비하라는 충고다.

여당 공관위에 이철규 의원이 합류한 것을 두고 뒷말이 많지만, 나는 불가피한 인사라고 본다. 마지막 남은 친윤 실세인 이 의원은 얼마 전까지 당 사무총장과 인재영입위원장을 지낸 핵심 당직자다. 정영환 공관위의 활동기간이 짧아서 당이 과거 축적해둔 유무형의 공천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하려면 이 의원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물갈이 폭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남권의 ‘공천파동’을 최소화하려면 공관위가 전략공천자에 대한 ‘설득력 있는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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