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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신세가 된 ‘TK 정치’

등록일 2025-07-15 18:21 게재일 2025-07-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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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6·3 대선 이후 대구·경북(TK)이 정치 사회적으로 ‘동네북’ 신세가 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여야에서 나오는 ‘찐윤 세도정치’나 ‘언더찐윤’ 같은 생소하고 비아냥대는 정치 단어들이 대부분 TK사회를 겨냥하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지난주 당 혁신위원장을 사임하면서 당내에 ‘찐윤 세도정치’ 카르텔이 있다고 했다. 세도정치는 조선후기 특정 가문이 권력을 독점하며 온갖 전횡을 저지른 것을 말한다. 조선시대처럼 찐윤 그룹이 당내 인사를 비롯한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폭로성 발언이다. 누가 들어도 TK 출신이 주축인 당 지도부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찐윤’의 구성원에 대해 “윤석열 완장 차고 관저 가서 술 얻어먹고 호가호위하던 국회의원”이라고 했다.

대선 직전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꾼 김상욱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찐윤’과는 또 다른 ‘언더찐윤’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언더찐윤’이 누구를 지칭하느냐는 질문에는 “대구·경북, 부산·경남, 울산, 강원에 있는 의원이다. 20∼30명쯤 된다. 언론에 나서지 않고 수면 아래에서 조용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최근 여기에 포함되는 일부 중진의원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들은 늘 말없이 무리를 이루며 무슨 사태가 벌어지면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변화를 거부하고 이익을 챙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성동·이철규·윤상현·나경원 의원과 같은 ‘친윤’ 의원과는 행동에 차이가 있다고 했다.

두 의원의 발언이 주관적이고 과장이 섞인 부분이 있지만, 정계에서는 ‘언더찐윤’의 존재에 수긍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김성태 전 의원 같은 경우에는 “김상욱 의원 말이 맞다”고 공개적으로 동의하기도 했다.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전직하하고 있다. 10%대로 떨어진 경우도 종종 나온다. 지난 11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은 43%, 국민의힘은 19%를 기록했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0년 11월 17~19일 이뤄진 조사 이후 처음이다. 놀라운 것은 TK지역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27%)이 민주당(34%)에 역전당했다는 사실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힘에 대한 TK지역 민심이 급속도로 이반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나는 TK지역민의 이러한 정치성향 변화가 사회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 외부에서는 아직도 이 지역이 국민의힘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자들만 사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TK지역민들도 이제 특정 정당에 대한 ‘묻지마 지지’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터득해 가고 있음을 나타낸다. ‘찐윤’ 카르텔로 지목된 TK의원들은 이 지역 민심을 잘 분석해보길 바란다. 다음 총선이 아직 3년이나 남았다며 느긋하게 있을 때가 아니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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