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장·차관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그저께(16일) 고위급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민추천제(‘진짜 일꾼찾기 프로젝트’) 시행 현황과 관련해 “15일까지 7만4000여 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추진 한 주 만이다. 추천자리는 직위별(정무직, 개방형 직위, 공공기관장 및 임원, 정부위원회 위원 등), 전문분야(31개)별로 나눠져 있으며, 본인 추천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기존의 밀실인사나 낙하산인사 등 각종 인사 논란을 피하고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인사제도라는 점에서는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칫 인기투표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일각에서는 어차피 누군가를 앉히는 데 명분을 구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프로젝트 시행 첫날에는 법무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검찰총장 추천이 가장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일부 정치인은 ‘셀프 추천’을 해 눈총을 받았다. SNS에 게시된 흥미있는 정부 부처별 추천케이스를 보면,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에 아이유, 봉준호, 유재석 등 유명 인사가 추천됐고, 방송통신위원장에 진보 진영 지지를 받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추천됐다.
‘환자 중심 의료개혁’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새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추천도 많았다. 부산시의사회는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을 장관 후보로 추천하면서 “의료 최전선의 외상외과학 교수로서 뛰어난 전문성과 헌신을 보였고, 군인으로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남다른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일해왔다”는 사유를 밝혔다.
검찰총장에는 ‘검찰개혁’을 주장해온 임은정 부장검사 추천도 올라왔다. 임 부장검사는 자신의 SNS에 “법무부와 검찰을 바로 세워달라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그 추천에 담긴 기대와 열망이 무겁고 뭉클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걸었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부정선거를 주장해온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선거관리위원장에 추천했다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장·차관 국민추천 프로젝트는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도 시도를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에도 정부 고위직 인사를 희화화하는 창구가 되거나, 공직 인사가 업무 역량이 아닌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SNS에 ‘국민추천제가 인기투표냐’는 글이 다수 올라오는 것에 대해 “인기투표가 아니다. 추천 횟수는 참고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국민 추천제를 통해 접수된 국민 추천 인사 명단은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거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인사 검증과 공개 검증 절차를 밟는다.
‘인사는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대통령실이 갖고 있는 인사풀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국 곳곳에 흩어진 인재를 국민추천으로 발탁하는 제도는 긍정적인 발상이다. 이번에 추천된 다양한 인사를 어떻게 적재적소에 활용하느냐에 따라 새 정부의 역량이 달라질 수 있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