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지난주 국회에서 ‘100만 책임당원 돌파 기념식’을 가졌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제가 당 대표에 취임한 후 책임당원이 40% 이상 늘었다”고 자랑했다. 지난해 75만 명 수준이던 책임당원이 장 대표 취임 이후 108만 명까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책임당원은 매월 정기적으로 당비(1000 원)를 내는 사람들이며, 당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투표권도 가지고 있어 지방선거 후보 공천 등에도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책임당원 대부분이 ‘윤 어게인 세력’ 중심의 강성 지지층이라는 점이다. 진보 진영에선 ‘아스팔트 우파’라고 부르기도 한다. 민주당의 극성 지지층인 ‘개딸’과 비슷한 개념이다. 정치적 성향이 강경하고 선명한 노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조직화 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을 지역별로 분류하면 수도권이 34%, 대구·경북 23%, 부산·경남 20%, 충청 15.5%다. 수치로는 수도권이 많지만, 인구 비율로 따져보면 영남권이 주류라고 볼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 취임 이후 이들이 똘똘 뭉친 형태로 당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면서 중도 보수 세력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 수는 4400만 유권자 중 2%가 조금 넘는 수치다. 이와 관련,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책임당원 100만 명만 가지고 선거에서 이길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윤 어게인 세력 중심으로는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체제가 ‘강성 스피커’ 중심으로 지도부를 구성하면서 당 지지율은 급락하고 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여야의 우열이 이렇게 극명하게 갈린 경우는 드물다. 특히 ‘국민의힘이 공천하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대구시장 선거조차 민주당에 위협받고 있으니 충격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장 대표가 ‘100만 명 책임당원’을 자랑하지만, 전혀 순기능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정당 지지율을 보면 민주당은 47%, 국민의힘은 18%로 나타났다.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에서는 민주당이 49%, 국민의힘이 14%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으로선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처참한 성적표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장 대표가 지난 주말 미국 출장을 떠난 것을 두고 ‘지방선거를 포기했나’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중동 전쟁 여파로 어려움이 있는데, 보수 야당으로서 역할이 있지 않겠나”라고 했지만,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할 당 대표가 일주일간이나 해외로 나간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선봉에 서서 영남권 공략에 나서는 모습과 너무 비교된다.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당 지도부 재편으로 리더십을 확보해 ‘선거 참패’를 피할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50일 채 안 남은 지방선거 판세가 지금처럼 대책 없이 흘러가면 국민의힘은 설 땅이 없어진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