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지 50일이 다 됐지만, 아직 터닝포인트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혁신위가 민심을 끌만한 다양한 혁신과제를 내놨지만, 당 주류인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친윤핵심, 영남권 중진들이 혁신 흐름을 끊고 있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야권에 질 경우, 현재의 당 주류 인사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총선이 현 판세대로 진행되면 야권은 수도권을 석권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지금처럼 과반의석을 넘으면 입법·사법에 이어, 행정부까지 손아귀에 넣는다. 특검과 해임, 탄핵이 이어질 것이고, 현 정부의 3부기능은 모두 마비된다. ‘동학농민혁명군 명예회복법’ 같은 기상천외한 입법 폭주도 이어질 것이다. 책임은 현재의 여당주류 인사들에게 향하게 돼 있다.
국민의힘 주류 인사들은 충분히 이러한 결과를 예상할 수 있음에도 혁신위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고 있다.
민심이반 위기 돌파를 주도해야 할 그들이 눈앞의 자기이익에 몰두하면서 민심을 외면하는 것이다. 당내에서 유일하게 민심을 반영하는 혁신위원들이 “이대로라면 더는 못 하겠다”며 두 손을 드는 사태까지 왔다.
당 혁신위는 내일(30일) 2호 혁신과제인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를 정식안건으로 의결하고, 지도부에 공식혁신안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주류희생’을 최종적으로 요구하는 최후통첩 절차다. 현재로선 당 지도부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확률이 아주 높다. 김 대표는 오히려 본인 주도하에 총선을 치르겠다며 당 장악력을 강화하고 있다. 같은 처지인 친윤·영남중진 의원들도 이런 김 대표를 응원하고 있다.
혁신위가 당에 권고한 과제 중에는 TK(대구경북)를 비롯한 영남중진들의 희생도 포함돼 있다. 사실 수도권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영남정치세력의 당내 권력독점’은 보수정당을 비토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지난 23일 열린 대구경북언론인회 포럼에서 “TK세력의 당권독점으로 인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층) 지지가 심각하게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국민의힘이 영남일색인 현 지도부체제를 고집하면, 내년 총선에서 여당바람을 일으킬 동력을 만들 수 없다.
당 혁신위도 이를 인식하고, 영남권 중진들이 희생한 빈자리를 중도·청년층으로 대체해 총선에서 외연을 확장하자는 과제를 내놓은 것이다.
보수정당 역사에서 TK를 중심으로 한 영남지역 공헌도는 아주 높다. 김용판 의원(대구 달서병)이 언급했다시피, 이 지역 정치인은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위기시 당을 지켜온 주류세력이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영남당 이미지로 선거를 치르면, 승산이 없다는 점이다. 내년 총선은 대한민국의 국가적 안위와 직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K를 중심으로 한 여당 메인스트림(주류세력)은 시야를 넓혀, 인요한 위원장이 “나라가 먼저다”라고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