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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싸늘해지는 민심, 국정쇄신은 언제 하나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다시 하락해 10%대로 내려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주들어 좀 숙지기는 했지만, 여권이 국정쇄신은 뒤로 한 채 당원게시판 블랙홀에 빠져 이전투구를 벌이자 민심이 이처럼 싸늘해지는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6~28일 실시한 11월 넷째 주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19%에 그쳤다. 대구경북(TK)의 경우 긍정 평가가 40%로 타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었지만, 여전히 부정 평가(47%)가 많았다. 보수지지층이 주류인 부산·경남(PK) 지지율은 22%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은 “대통령과 명태균씨 간 육성 통화 공개 후 대통령 직무 평가가 취임 후 최저 수준이다. 대통령과 당 대표 간 불화가 당내 갈등으로 비화해 여당은 여느 때보다 불안정한 상태로 보인다”고 했다. 공감 가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반이 가속하자 최근 주요언론들은 정부 레임덕 현상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이미 차기 정권을 의식하면서 현 정부 주요 프로젝트에 참여하길 꺼린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발끈했지만,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대통령실은 어떻게 하면 국민지지를 다시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민심이반 원인은 한국갤럽 조사에 나와 있다. ‘경제·민생·물가’(15%)와 ‘김건희 여사 문제’(12%)가 부정평가 최상위 리스트에 올라와 있고, ‘윤·한 갈등’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들 현안 모두 용산이나 행정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여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야 하고, 야당과도 소통해야 한다. 우선 여당만이라도 우군(友軍)으로 만들려면 최근 소수의 친윤계가 의도적으로 당원게시판 논란을 ‘침소봉대’하는 행위를 중지시켜야 한다. 김민전 최고위원이 지난달 25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한동훈 대표와 이름이 같은 8명이 당원 게시판에 윤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썼다’는 이른바 ‘팔동훈’을 언급하면서 당 대표를 직격한 행위를, 그가 지난 9월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한 점과 연관 짓는 사람들도 많다. 여권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친윤계 정치인이라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며칠 전 한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은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 지난달 말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흔히들 얘기하는 ‘김옥균 프로젝트’를 실행하려고 하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한동훈 대표가 63% 지지로 당선된 사람인데 그 사람을 흔들어낸 다음에 여당의 위치가 어떻게 될지는 스스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달 7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후 여권이 정국 주도권을 잡기는커녕, 현안에 대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여권이 지금 가장 급하게 해야 할 일은 국정쇄신이다. 그러려면 당·정이 원팀이 돼야 하고, 야당과도 대화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

2024-12-03

여권, 지금 ‘당원게시판’ 논란 벌일 때냐

심충택 논설위원 민주당 이재명 대표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선고가 나온 25일, 여권은 ‘온라인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친윤(윤석열)계와 친한(한동훈)계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후 가라앉았던 양측 갈등이 더 격화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주말 한 대표와 그의 가족 명의로 작성된 온라인 당원 게시판 글 전체(1068개)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위 높은 욕설·비방은 12건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한 대표 측은 이를 ‘동명이인’의 글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한 대표 아내·딸·모친·장인·장모 등과 같은 이름으로 게시된 글 907건 중에는 ‘단순 정치적 견해 표명’으로 볼 글이 463건으로 가장 많았고, ‘언론사 사설·기사’가 250건, ‘격려성 글’이 194건이었다고 한다. 한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으로 작성된 글 대부분이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밝혀진 셈이다. 친윤계는 이 조사에 대해 “무의미한 변명”이라고 일축했다. 한 대표 측이 당 조직을 동원해 사안을 ‘마사지’하려는 의도라고 거칠게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난 대열에는 주로 대통령실 출신 정치인이 앞장서고 있다. 홍보수석을 지낸 김은혜 의원과 시민사회수석 출신인 강승규 의원을 비롯해 윤 대통령 지원으로 대표를 역임한 김기현 의원, 그저께는 나경원·김민전 의원이 한 대표 공격에 가세했다. 한 대표는 25일 그동안의 침묵을 깨며 논란에 직접 뛰어들었다. “익명 당원 게시판은 당이 익명으로 글을 쓰라고 연 공간이고, 거기에선 당연히 대통령이든 당 대표든 강도 높게 비판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대통령을 비판한 글을 누가 썼는지 밝히라, 색출하라고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정당에서 할 수 없는 발상이고, 그 자체가 황당한 소리”라고 반박했다. 여권의 내분을 지켜보는 보수지지층의 마음은 착잡하다. 정국은 요동치고 있는데, 누구에게도 덕 될 것 없는 ‘자해 성’ 게시판 논란으로 마치 서로 원수처럼 충돌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앞으로 민주당은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공세를 더 강화할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주말에는 서울 도심에서 내일(28일) 재표결이 이루어질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네 번째 주말 집회다. 민주당은 “특검을 또다시 거부한다면, 국민이 대통령을 해고할 것”이라며 공격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가에서 윤 대통령 퇴진과 김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를 요구하는 교수 시국선언문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수여하는 훈장을 거부하는 교수도 있다. 심각한 위기 국면이다. 여권이 국면전환과 함께 국정동력 에너지를 얻으려면 이제 민심에 기댈 수밖에 없다. 민심을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여권이 더 잘 알 것이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때 국민에게 약속한 후속조치(대통령실과 정부 인적 쇄신, 김 여사 위험 해소 등)를 하루빨리 취해야 한다. 친한·친윤 갈등이 다시 불붙으면 양쪽 다 공멸한다.

2024-11-26

경주APEC 카운트 다운… “경북의 기회”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14일부터 7일간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린 ‘2024 리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북·경주가 국제외교 무대의 중심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든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지난 16일 페루 수도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 의장국 정상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페루 전통 양식으로 만든 ‘의사봉’을 전달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APEC회의와 함께 열린 ‘CEO 서밋’ 의장인 페르난도 자발라 의장으로부터 차기 의장직을 인계받았다. 경주 APEC회의는 내년 10월 말~11월 초에 열리며, 21개 회원국의 정상 및 글로벌 CEO, 내외신 기자 등 2만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의장직을 인계받으면서 “대한민국은 2000년 역사를 간직한 문화 도시 경주에서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했다. 경주 APEC회의가 성공할 것이라는 예감은 리마 회의 곳곳에서 묻어났다. 지난 15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먼저 윤 대통령을 초청했고, 윤 대통령도 시 주석의 방한을 제안했다. 양 정상은 모두 “초청에 감사한다”고 화답해 시 주석은 APEC회의 때 경주를 방문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시 주석이 경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날 경우 경주는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가 된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 대통령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리마를 방문한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도 외신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이 지사와 김석기 국회의원(경주), 주낙영 경주시장이 미디어센터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은 ‘세계 속의 경북·경주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 지사 일행은 “내년에 경주를 찾아와 좋은 취재를 해 달라”고 했고, 기자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APEC회의는 부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열린다. 지난 2005년 11월 부산 APEC회의 때 주회의장으로 이용된 해운대 누리마루는 당시 최첨단 회의 시스템과 고품격 서비스, 한국 전통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모두 겸비한 최고의 회의장이라고 극찬을 받았었다. 이곳은 지난 2019년 한국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장소로 이용됐으며, 지금도 국가 간 장관회의나 글로벌 CEO 및 임원회의, 국제포럼 등 고급 회의시설로 활용된다. 경주 APEC회의는 경제파급 효과만 2조원에 달한다. 아태지역 21개국 정상과 2만명 규모의 손님을 제대로 맞으려면, 정부도 마찬가지지만 경북도와 경주시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 지사가 “경주 APEC회의는 신라 삼국통일 이후 가장 큰 국제행사”라는 의미를 부여했듯이, 경북도와 경주시는 정상회담 주 회의장으로 사용될 화백컨벤션센터와 언론취재의 각축장인 미디어센터, 글로벌 기업인들이 집결하는‘CEO 서밋’ 장소, 오·만찬장, 문화행사 장소 등이 ‘역대급’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참가자 모두가 깊은 감동을 받아 경주를 잊지 못하는 도시로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4-11-19

‘의료위기 해소’가 성탄선물 될 수 있을까

심충택 논설위원 의정 갈등의 출구를 열 ‘여야의정 협의체’가 그저께(11일) 출범했다. 첫 회의에선 사직 전공의들의 군입대 문제와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체는 크리스마스 전까지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주 2회 회의를 열고, 의료계 요청 사항인 사직 전공의 복귀와 의평원 자율성 보장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협의체 멤버는 일단 야당과 전공의 등을 제외한 여당·일부의료계·정부 대표 참여만으로 스타트했다. 정부에선 한덕수 국무총리,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참여했다. 의대증원 정책을 사실상 주도한 장상윤 대통령실 비서관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료계와의 마찰을 고려해 멤버에서 제외했다. 여당에선 김성원(여당측 대표)·이만희·한지아 의원이 참여했다. 첫 회의에는 협의체 구성을 처음 제안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참석했다. 민주당은 ‘전공의·의대생 불참’을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 의료계에선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 대한의학회만 참여했다. 다만 ‘초강경파’로 불렸던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최근 불신임당함으로써, 의협이 비대위체제로 전환된 것이 변수가 되고 있다. 의료계에선 의협 새 지도부가 꾸려지면 협의체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의정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쥔 전공의들의 참여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전공의들은 2025학년도 의대정원 의제도 협상테이블에 올려야 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새 비대위에 전공의를 많이 참여시키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협의체 참석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했다. 의협은 의정 갈등 상황을 감안해 오늘(13일) 선출되는 비대위원장이 차기 회장에 출마할 수 있도록 했다. 전공의, 의대생과 소통이 가능한 비대위원장이 차기 회장이 되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협의체에서는 전공의들이 복귀하려면 명분이 필요한데, 어떤 명분을 도출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첫 회의에서 한덕수 총리는 “정부는 열린 마음과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7 회견’에서 내년 정원은 조정할 수 없고, 2026학년도 정원논의는 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2025학년도 정원문제를 의제로 다루어야 한다는 전공의들에게 정부가 어떤 참여 명분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료시스템 붕괴위기는 정부가 의료계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않고 서둘러 의대증원을 추진한 탓이 크다. 특히 의료개혁 추진과정에서 의사들을 마치 적(敵)대하듯 한 일부 공무원들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고, 그 책임도 물어야 한다. 의료개혁도 마찬가지지만 4대 개혁 하나하나는 반드시 피해집단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제 여야의정 협의체가 의정갈등 수습책임을 진 만큼, 본격적인 추위가 오기 전에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이 나오길 바란다.

2024-11-12

‘여야의정 협의체’ 곧 가동, 기대 크다

심충택 논설위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이 국내외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집어삼키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의료 공백사태가 9개월째 접어들면서 국가의료시스템이 망가지기 일보직전인데도, 최근에는 관련 기사가 거의 보도되지 않고 있다. 위중한 환자가 없는 가족들은 마치 의료현장이 평온하게 굴러가고 있다는 착각을 할 정도다. 당장 내년에 우리나라에서 신규의사가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올해 의사 국가시험을 봐야 했던 의대 본과 4학년(7월 22일 기준 3088명)들이 대부분 휴학하면서 내년에는 의사 공급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의사국가시험은 통상 9∼10월에 실기, 이듬해 1월에 필기시험을 치르는데, 올해 실기시험에는 347명만 응시했다. 예년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로인해 4∼5년 후 배출될 전문의도 2000명이상 줄어들게 됐다. 의대생들은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대부분 전공의(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과정을 거치고 전문의 시험을 치른다. 내년에는 인턴 과정을 밟는 전공의가 거의 없으니, 자연적 4~5년 후 배출될 전문의도 극히 소수다. 신규의사가 없으니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수급 문제도 큰 과제다. 상급종합병원은 현재 심각한 과부하에 걸려 있다. 응급의료센터 의료진 약 30%가 과로로 인해 사직한 상태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최근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심장 수술이나 장기이식 수술 등 중증 환자의 진료는 비상사태”라고 했다. 전공의가 병원에 돌아오지 않는 한, 정부라고 해서 별다른 대책이 있을 수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그저께(4일) 당 최고위 회의에서 “하루하루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시급한 민생은 없다. 오는 11일 여야의정 협의체를 출범하고자 한다”고 했다. 오는 11일 첫 회의를 열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의료위기를 방관한 채 남 탓만 하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주도적으로 협상테이블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은 박수를 받을 일이다. 현재 의료단체 중 대한의학회와 의대학장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정부가 최근 의대생 휴학을 승인한 후, “협의체에 참여해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었다. 다만 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재검토하지 않는 한 불참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정작 협의체를 제안한 민주당이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며 발을 빼는 모습이다. 의대생과 전공의 단체가 참여하지 않는 협의체는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표는 “여의정(여당·의료계·정부)만이라도 우선 출발하겠다”고 밝혔다. 의료 문제는 정쟁을 떠나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민주당은 협의체 출범에 대승적으로 동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의대생, 전공의단체도 정부가 “2026학년도는 증원 ‘0명’부터 논의할 수 있다”고 협상 여지를 내비친 만큼, 이제는 협의체에 참여해서 대화를 통해 꼬일대로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한다.

2024-11-05

세계가 人才전쟁인데 우리만 ‘의대블랙홀’

심충택 논설위원 포스코그룹이 포항시민들의 반발에도 수도권(성남 위례지구)에 미래기술연구원 분원(글로벌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주요 이유는 핵심인재 확보 때문이다. 지난해 4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둥지를 튼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에서도 기술총괄(CTO) 김기수 원장의 주도하에 S급 연구원들이 AI(인공지능)컨트롤타워와 이차전지소재·수소저탄소연구소에 소속돼 미래 기술 확보에 여념이 없지만, 향후 글로벌시장에서 포스코가 생존하려면 지속적인 우수인력 확보는 필수적이다. 최근 최상목 경제부총리 일행이 포항제철소를 방문했을 때 포스코측은 2030년까지 글로벌센터를 비롯한 그룹 인프라 분야에 16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미래산업을 이끌 핵심인재들을 글로벌센터에 유치한 후 수도권 우수대학과 연구기관, 미국 실리콘밸리 등 해외 연구 거점과 협업해 기업의 기술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는 구상이다. 포스코는 최근 미래교통수단인 도심항공교통(UAM) 수직이착륙장(버티포트) 기술연구 개발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포스코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인재확보에 사운(社運)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최첨단 산업은 핵심 원천기술이나 초격차기술을 보유한 인재를 선점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순식간에 도태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디지털 분야를 예로 들면, 세계 주요국(미국 중국 일본 유럽)과 빅테크들이 이 분야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가가 직접 나서서 삼고초려를 하고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제시해야 인공지능 분야 인재를 스타우트 할 수 있다고 한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인공지능 인재 쟁탈전은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미친 전쟁이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저께 동아일보 보도에 의하면, 빅테크 박사급 연구원의 평균 연봉은 오픈AI가 86만5000달러, 앤스로픽 85만달러, 테슬라 78만달러, 아마존 72만달러, 구글브레인 69만5000달러로 국내 대기업보다 5~10배가량 높다. 이러니 삼성, LG, SK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도 핵심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빅테크들의 인재유치 경쟁이 치열해지자 우리나라 이공계 인재의 국외이탈도 러시를 이루는 모양이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해외로 떠난 이공계 인재가 30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있다. 매년 3만~4만명에 달하는 이공계 인재가 국내 기업이나 연구소가 아닌 외국행을 택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인재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이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내년 대입시부터 의대정원을 대폭 늘리면서 ‘의대블랙홀’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명문대 이공계 학생들이 다시 수능을 보기 위해 자퇴하는 케이스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과학·산업계는 인재들이 너도나도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면 연구인력을 어디서 구할지 고민이 많다. 해외 빅테크들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전 세계 연구 인력을 쓸어가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오히려 이공계 인재양성의 걸림돌이 되는 일만 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2024-10-29

포항수소제철소 내년 착공, ‘주민동의’가 관건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주 최상목 경제부총리 일행이 포항 포스코 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향후 포스코그룹의 포항지역 투자규모, 그리고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지원 내용이 공개됐다. 포항시민들로선 수소환원제철소 건설과 관련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포스코는 이날 포항지역 주력산업인 철강과 이차전지 계열사에 대한 투자내용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2030년까지 철강 산업(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등)에 29조원, 이차전지·수소 분야(포항 양극재 생산설비 증설 등)에 28조원, 인프라 분야(에너지사업 강화 등)에 16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이다. 향후 5년간 진행될 매머드급 투자규모다. 최 부총리는 이에 대해 “포스코는 신기술을 통해 제철산업을 친환경산업으로 전환하면서 우리나라 산업구조 전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정부 범부처 투자지원체계를 본격 가동하겠다고 약속했다. 포스코로선 향후 국제경쟁력을 높이는데 날개를 단 셈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포스코의 신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녹색국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녹색국채는 탄소중립 사업에 들어가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이며, 우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는 그동안 제도적으로도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 추진을 지원해왔다. 해상교통안전진단 면제, 환경영향평가 신속 추진, 매립 기본계획 반영절차 신속 추진을 통해 행정절차 기간을 11개월 단축했다. 이로 인해 수소환원제철소 착공 시기가 내년 6월로 앞당겨지게 됐다. 현재 남은 행정절차는 공유수면 매립허가와 산업단지 계획심의뿐이다. 정부는 지난 2월에는 포스코의 독자기술인 수소환원제철 기술(하이렉스)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했었다. 하이렉스는 탄소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철을 제조하는 공법이다. 포스코는 지난 1월 26일 포항제철소에 하이렉스 사업을 총괄하는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신설했다. 센터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연구하고, 설비 구축과 시험을 담당한다. 오는 2027년까지 시험설비를 준공한 후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현재 고로 8기(포항 3기, 광양 5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고로를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 유럽연합(EU)과 미국 주도로 탄소배출 규제안을 강화하고 있어, 포스코가 고로를 탈피하지 못하면 결국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 수소환원제철소 건설과 관련해 남은 현안은 부지로 사용될 영일만 공유수면 매립(135만㎡)에 대한 주민동의를 얻는 절차다. 포항지역 사회에서는 현재 세계에서 처음으로 건설되는 수소환원제철소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우려하는 점도 많다. 바다를 매립할 경우 해양환경 생태계가 파괴돼 어민을 비롯한 주민피해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포스코가 마련한 ‘공유수면 매립 주민설명회’도 어민들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었다. 정부와 포스코는 공유수면매립 허가에 앞서 포항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2024-10-22

‘차등 전기요금제’, 공정·투명성이 생명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주(8일) 대구에서 열린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은 “정부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적용 기준을 3분할(수도권·비수도권·제주)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원전이 집중된 남부권이 연대해서 지역별로 세분화된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을 중앙정부에 건의하자”고 제안했다. 박 시장이 언급한 ‘차등 전기요금제’는 2026년 시행되며, 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의 전기요금을 낮춰주는 대신 발전소에서 멀어질수록 전기요금이 높아지는 제도다. 지난해 5월 ‘분산요금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경북도처럼 발전소가 몰려 있는 지역은 전기요금이 싸지고, 수도권 전기요금은 상대적으로 비싸진다. 박 시장이 우려한 것처럼, 정부가 국토를 3분할해서 차등요금제를 시행할 경우 발전소가 있는 지역도 비수도권 내 ‘N분의 1’ 지역이 돼 차등요금제가 무색해 질 수 있다. 대전을 예로들면, 전력 자급률이 2.9%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은데도 비수도권에 포함돼 낮은 요금 혜택을 받게 된다. 지난해 기준 발전소가 있는 지역의 전력자급률은 경북도를 포함해 부산, 충남, 인천은 200%를 넘는다. 정부는 차등 전기요금제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지만, 전력당국은 올들어 두 차례 가격결정 워킹그룹(실무협의체) 회의를 열어 전국을 수도권과 비수도권, 제주로 3분할 해 전기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방정부들은 수도권, 영남권, 강원권, 충청권, 호남권 등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차등요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차등요금제 시행에 부정적인 수도권 정치권력의 이기주의다. 22대 국회 의석수는 254개 전국 지역구 중 서울 48석, 경기 60석, 인천 14석으로 수도권이 122석을 차지하고 있다. 벌써 경기지역 언론들은 차등요금제가 도입되면 반도체 산업 육성 프로젝트 동력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며 정치권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2026년은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해이자,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시기다. 이처럼 민감한 시기에 정부가 과연 수도권 주민들을 상대로 전기요금을 더 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형준 시장이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에서 남부권 지방정부가 연대해서 차등 전기요금제 결정에 대처하자고 제의한 것도, 이러한 정치적 함수관계 때문이다. 영남권과 호남권 등 남부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낼 경우, 정부도 수도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사실 수도권에 집중된 기업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데는 차등 전기요금제만큼 실효성이 있는 제도가 드물다. 지역별 전기료가 대폭 차이가 나게 되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나 이차전지,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들이 이전을 검토할 수 있는 동인(動因)이 생긴다. 정부는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발전소를 많이 보유한 지방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서 차등 전기요금제 적용기준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하길 바란다.

2024-10-15

윤 대통령과 그 측근부터 변해야 한다

심충택 논설위원 여권이 공멸 위기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의 ‘독대신경전’이 진행 중인데다, 당내 친윤·친한계 내분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이 상태로 가면 당장 10·16 보궐선거가 위험하다. 전남 영광·곡성군수 선거는 둘째 치고라도, 보수 강세지역인 강화군수와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까지 위험한 모양이다. 보수세력이 여권에 등을 돌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의료사태와 김건희 여사 문제 때문이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두 사안은 마치 블랙홀처럼 정부의 국정동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여권은 이에 대한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의 시각차가 큰 게 주요 원인이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직접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지만, 윤 대통령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의대증원을 자신의 의료개혁 업적으로 여기고 있고, 김 여사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여당의 소극적 자세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민주당과 좌파세력은 김 여사에 대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주 ‘김건희 국정농단 TF’까지 꾸렸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 재의를 요구할 경우, 토요일인 5일에라도 재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연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도 김 여사 문제를 집중 파헤칠 움직임이다. 민주당이 다수인 상임위(법사위·교육위·국토교통위·외교통일위 등)에서는 김 여사 의혹 관련 인사들을 줄줄이 증인으로 채택했다. 특히 법사위는 김 여사와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도 증인·참고인으로 신청했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 등 일부는 ‘탄핵준비의원’ 모임까지 결성한 상태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을 주도했던 사회단체들과 민주노총도 지난 주말부터 김 여사 관련 이슈를 거론하며 윤 대통령 탄핵공세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국가 미래를 어둡게 하는 김 여사 문제와 의료사태를 해결하려면 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윤 대통령은 과거 대선후보 시절, 특유의 친화력으로 민심을 사로잡았다. 특히 대구·경북 시도민은 그의 대중성에 열광했다. 윤 대통령은 그 당시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야당의 외면을 받더라도 끊임없이 설득하면서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을 풀어나가야 한다. 싫든 좋든 야당은 대통령 국정운영의 중요한 파트너다. 한 대표와의 관계도 개선해야 한다. 대통령은 여당 위에서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다. 당·정은 수평적 관계가 돼야 한다. 특히 한 대표는 윤 대통령 본인이 키운 사람 아닌가. 이른 시일 내에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만나 두 쟁점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면서 여론의 악순환을 끊을 해법을 찾아야 한다. 윤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며 권력을 누리는 대통령실과 친윤계 인사들도 바뀔 때가 됐다. 호가호위할 때가 아니다. 당·정이 더이상 내분에 빠지면 국정운영이 어렵다. 곧바로 레임덕이 온다. 국민은 지금 대통령 측근들이 한 대표 패싱 분위기를 유도하면서 대통령 ‘불통’을 강화한다고 의심한다.

2024-10-01

의대생 집단유급되면 의료시스템 망가진다

심충택 논설위원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2일 기준 전국 40개 의과대학에서 2학기 등록금을 낸 학생이 전체 1만9374명 중 653명(3.4%)에 불과하다. 의대생 대다수가 아예 등록 자체를 거부해 집단유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재학생 중 일부는 다른 대학에 수시모집 원서를 내거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어렵게 자녀를 의대에 보낸 학부모들의 속이 어떨지는 짐작이 간다. 교육부는 지난 7월 의대생들의 유급 판단을 학기 말에서 학년 말로 미루고, F학점(낙제)을 주는 대신 추후 성적을 정정해주는 학점제도를 도입할 것을 대학에 권고했다. 통상의 학사운영 기준을 적용하면 대다수 의대생이 유급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부라고 해서 등록도 안 하고 수업도 안 듣는 학생을 진급시킬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은 없다. 법령과 학칙에서 예외를 두는 것은 다른 학과 학생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나 불가능하다. 만약 2학기에도 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유급이 확정된다면, 2025학년도에는 현재 1학년·신규 입학생(7500명)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들은 동시에 진급하기 때문에 6년 내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다. 현 의대 교육여건상 수업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이와함께 의대 본과 4학년들이 의사 국가시험 지원을 계속 거부하게 되면, 내년에는 신규의사도 배출되지 않는다. 진료와 교육, 임상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고 있는 한국 의료시스템이 대학교육이라는 첫 단계에서부터 망가지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지금은 대규모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8개월째 지속되면서 환자와 수련병원, 의과대학 모두 패닉상태다. 중환자들은 수술일정을 잡지못해 생명을 위협받고,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 1만2000명은 돌아올 기미가 없다. 지친 의대교수들도 병원을 떠나고 있다. 입원·외래환자가 반토막 난 수련병원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다.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다. 의사는 전공의 시절이 가장 중요하다. 인턴은 레지던트 1년 차한테, 레지던트 1년 차는 2년 차한테 배운다. 한 해라도 레지던트 정원에 결원이 생기면 이런 ‘도제식 교육’에 후유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수련병원에서 전공의가 사라지면 전문의와 의대교수들도 배출될 수 없다. 내년에는 전문의 배출이 평소의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00년부터 8년간 삼성서울병원에서 4·5·6대 병원장을 지낸 이종철 서울 강남구 보건소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의료가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하는 전공의들의 노력 덕분에 열악한 환경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를 수 있었다”고 했다. 정부는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제자리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료대란으로 국가 의료시스템이 망가지고 국민이 생명을 잃으면, 의료개혁이 성공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한 여당 국회의원의 말에 공감이 간다.

2024-09-24

심각한 급여 양극화…그늘 짙어지는 청년들

심충택 논설위원 요즘 주변을 보면 현실에 강한 불만을 가진 청년들이 많아 안타깝다. 대부분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MZ세대 공무원들은 ‘필리핀 이모’보다 못한 박봉에 분개하고 있고, 회사원들은 평생 벌어도 내집마련이 불가능한 현실 때문에 삶의 의욕을 잃고 있다. 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한국신용정보원에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 7월말 현재 신용유의자(신용불량자)로 등록된 20대가 6만5887명에 이르며, 매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10일자 조선일보를 보면, 빚더미에 눌려 생활고를 겪는 20대가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모양이다. 경마장을 찾는 2030세대가 지난 5년간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통계도 있다. 신문사에 다니는 한 후배는 여성가족부가 지난주말 발표한 ‘공시대상회사와 공공기관’ 직원의 평균임금을 보고 기사 쓸 마음이 싹 달아났다고 했다. 평균임금은 남성은 9857만원, 여성은 7259만원이었다. 여가부는 성별 임금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 자료로 내놨지만, 공무원이나 회사원 대부분은 심한 피해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는 고임금이다. 공시대상회사는 시장경제 원리에 따르겠지만, 공공기관은 공무원과 비슷하게 정부가 투자하거나 지원을 하는 곳이다. 200만 원 정도의 첫 월급에서 시작해 10년이 지나야 300만원이 조금 넘어서는 급여를 손에 쥘 수 있는 공무원이나 중소기업 회사원들로선, 공시대상회사·공공기관 직원의 평균임금을 보면서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다. 이러니 공직사회 MZ세대 이탈이 가속화하고, 대기업 취업이 안 되면 차라리 백수로 살겠다는 청년이 느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월평균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비경제활동인구가 405만8000명에 이른다. 대구만 해도 22만5000명이나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급여양극화 탓이 크다. ‘백수’로도 불리는 비경제활동인구는 통계상 실업자로도 분류되지 않는다. 이들이 취업이나 창업 준비를 하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자포자기한 상태로 놀고 있다면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을 낳을 수 있다. 공직자들의 조기이탈은 낮은 보수가 주된 이유다. 9급 초임의 기본급은 월 187만7000원이다. 최저임금(206만원)보다 작고, 내년엔 병장 월급(205만원)에도 역전당한다. 최근 이탈 러시가 이루어지는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연금메리트도 희석된데다, 교사들이 여가부가 밝힌 공공기관 직원 평균임금을 받자면 평생 근무해도 불가능하다. 교장급여가 그들의 평균임금과 비슷하거나 작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다양한 분야에서 양극화가 브레이크 장치 없이 진행되고 있다. 청년세대의 극단적인 급여양극화는 우리사회에 신용유의자, 도박중독자, 니트족 등을 양산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저임금으로 인한 취업포기·한탕주의는 결혼·출산율 저하와 직결돼 사회·경제적 손실이 크다. 급여양극화는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이 아니다. 대규모 공무원 조직의 보수를 짧은 시간에 개선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들에게 최저임금에 가까운 급여를 주면서 일하게 해선 안 된다.

2024-09-10

응급실위기 심각…윤·한갈등론 ‘사치’ 맞다

심충택 논설위원 현 정권 기반인 TK(대구경북)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공개충돌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보면, 8월 마지막주(27~29일)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여론조사에서 TK응답자 절반이상(51%)이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37%에 그쳤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는 이유는 상수(常數)로 꼽히는 경제·민생·물가(14%) 요인이 크지만, 의대 정원 확대(8%)와 소통 미흡(8%) 문제도 만만찮다.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부정평가는 직전조사에서 2%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6%포인트나 상승했다. 한 대표가 ‘2026학년도 의대증원 유예’ 중재안을 들고 나온 것은 지난 총선 때부터 불거진 이러한 민심 때문이다. 한 대표가 박단 전공의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여러 전문가 의견을 듣고 만들어냈을 중재카드에 대해, 윤 대통령은 너무 가볍게 받아들였다. 오히려 불쾌하게 여기는 기색이 지난번 TV회견을 통해 여과없이 방영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총선 이후 두 번째 열린 기자회견을 하면서 집권여당 대표의 이름을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기자가 “한 대표, 그리고 당과 소통은 잘 되느냐”고 질문하자, ‘한동훈 이름’은 쏙 빼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원활히 소통하고 있다. 우리 당 의원들, 당 관계자들과 수시로 전화 통화뿐 아니라 저한테 찾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누구나 ‘당 대표 패싱’ 분위기를 감지했을 것이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열린 여야 대표회담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같이 “추석연휴 응급실 의료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정부에 당부했다. 그 며칠 전 “응급실이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밝힌 윤 대통령으로선 또다시 얼굴을 붉힐 일이다. 앞으로도 윤 대통령이 의료대란을 막기 위한 당 대표의 의견을 ‘도발’로 받아들이면, 한 대표가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없어진다. 이러니 야당에서 한 대표를 아무 실권이 없는 ‘바지사장’이라고 하지 않는가. 지금 국민은 일반병원이 문을 닫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가족 중 누가 아플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특히 중증환자가 있는 가족들은 수술날짜를 잡지 못해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김혜란 대변인이 “대형병원 응급실 셧다운(완전폐쇄)으로 국민이 생명을 잃으면, 의료개혁이 성공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한 말에 백번 공감이 간다. 한 대표는 일각에서 자신의 의료대란 위기 발언을 ‘당정갈등’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사치스럽고 게으르다”고 비판했다. 의료대란 위기에 대한 정부 생각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서 했다는,‘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는 말에 함축된 것으로 보인다. 의료위기 대처를 둘러싼 정부태도에 의료계가 분개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실은 지금의 의료공백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국민이 공감하는 해법을 하루빨리 만들어내야 한다. 버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2024-09-03

한동훈 리더십은 ‘용산’이 좌우한다

심충택 논설위원 취임 한 달을 넘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정치력과 리더십 성적은 어느 수준일까. 나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친정체제를 구축했고, 거대야당의 입법공세와 친윤(윤석열)계 견제에 맞서 ‘민생이슈’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우수한 점수를 주고 싶다. 정치 입문 8개월밖에 안 된 데다 원외 당대표라는 취약한 입지에서 ‘뇌관’이었던 당 지도부 구성을 속도감 있게 마무리한 것은 정치력과 리더십이 없으면 불가능했다.한 대표는 취임 이후 정치공학적 이슈보다는 정책에 올인했다. 정쟁(政爭)과는 일정부분 거리를 두고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격차 해소’를 비롯해 민생문제에 이슈를 집중시킨 것은 ‘이재명 정치’와 차별화된다. 한 대표가 내건 민생이슈는 모두 시의성과 관심도가 높았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반도체특별법 제정, 간첩법 개정, 취약 계층 전기료 감면, 청년 고독사 문제, 티메프사태 대책, 전기차 안전 대책 등은 모두 민생문제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각종 특검법과 탄핵에 몰두한 민주당과 대비된다.한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오는 30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찬을 하면서 다양한 현안을 논의한다니 기대가 크다. 최대 민생현안인 의료공백 사태에 대해 당정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한 대표는 지난 20일 박단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과 장시간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지금 추석연휴를 앞두고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 대형병원 응급실은 의료진 부족으로 언제 ‘셧다운’ 될지 모르는 상태에 있다. 만약 간호사·의료기사 등이 실제 총파업을 단행하면, 응급실 의료공백 사태는 어떤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정부가 대형병원 응급실 위기를 지금처럼 내버려두면, 자칫 정권위기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 현재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병원을떠난 지 6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이번 당정회의는 반드시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국민은 응급환자가 늘어날 추석 연휴를 앞두고, 끔찍했던 2020년 코로나 악몽을 되살리고 있다.한 대표가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곳곳에 지뢰가 널려 있다.대표적인 지뢰는 민주당이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고리로,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한동훈 특검안’을 수용하겠다며 압박강도를 높이는 것도 여권분열을 노리는 포석이다. 한 대표로선 윤 대통령과 친윤계가 특검법 발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은 상태다.한동훈 특검안에 대한 국민의힘 내부의 부정적 기류는 한 대표가 자신의 리더십으로 해결해야 한다. 한 대표의 리더십과 정치력은 윤 대통령의 신임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대표로선 용산과 소통을 자주하면서 현안을 풀어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윤 대통령도 건전한 당정관계를 위해 한 대표의 위상을 존중해 줘야 한다. 채상병 특검법으로 인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갈등이 더 커지면 양측 모두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2024-08-27

응급실 마비 직전인데 코로나까지 유행

심충택 논설위원 응급환자가 늘어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끔찍했던 코로나19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금은 대부분 대형병원이 의사가 부족해 응급실을 축소 운영하는 상태다. 대구·경북 지역민은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전염병으로 인한 응급의료시스템 붕괴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피부로 체험했다. 열이 펄펄 나는 코로나 환자 수천 명이 응급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집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때,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들은 “대구경북을 봉쇄하라”, “대구는 손절해도 된다”며 비수를 꽂는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질병관리청 집계에 의하면, 코로나 입원환자는 지금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여름철 유행 동향과 추세로 볼 때 8월 말이면 주당 35만명의 환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니 충격적이다. 대구·경북 지역도 감염자 수가 급증하고 있어 보건당국이 비상이다. 지난주에는 경북도내 노인요양시설과 요양병원 9곳에서 191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전염병 고위험군에 대한 보호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특히 개학을 코앞에 두고 어린이 환자가 속출해 걱정이다. 어린이들은 감염돼도 무증상·경증이 대부분이어서 코로나 팬데믹의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대한아동병원협회가 소속병원 42곳의 코로나 아동 환자(16세 이하)를 조사했더니, 지난 7월 22~26일 387명에서 8월 5~9일 1080명으로 2주간 2.8배 늘었다. 초등학생·학부모 연쇄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지금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병원 이탈 사태가 6개월째 이어지면서 상급종합병원 대부분은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료진이 극도로 부족한 상황이라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면, ‘의료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재 대부분 상급종합병원은 전공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전문의나 간호사들을 통해 겨우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다.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구지역 응급의료 대란설도 나와 시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대구시는 해당 글이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이라고 하지만, 시민들의 걱정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충남·충북 쪽에서는 24시간 365일 가동돼야 할 응급실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때도 있는 모양이다. 동아일보 19일자 보도로는, 충북대병원은 지난 14일 오후∼15일 오전 분만과 심근경색 등 14가지 중증 응급질환 진료를 중단했다. 세종 충남대병원도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이달부터 매주 목요일 응급실을 부분 폐쇄하고 있다.대학병원 교수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 환자가 많이 늘어나면 중환자 대응이나 치료에 커다란 구멍이 뚫릴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최근 전국 수련병원이 하반기 전공의 추가모집을 마감한 결과, 대부분 지원자가 아예 없거나 한두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지역 8개 수련병원도 추가모집 지원자가 전혀 없었다. 상급종합병원 의료공백의 장기화가 불가피해 진 것이다. 코로나 대유행에 대비해 대형병원의 응급의료체계를 하루빨리 정상화하지 않으면, 우리사회에 어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다.

2024-08-20

‘지방시대’ 말하면서 서울그린벨트 해제?

심충택 논설위원 정부가 최근 신혼부부 신규택지 공급을 위해 서울 서초·강남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충격적이다.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을 오히려 지원하는 정책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해제 대상인 그린벨트가 ‘환경영향평가 3등급 이하’를 받으면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정부가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는 모양이다.서울지역 그린벨트는 국토균형발전의 상징이다. 지난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이 수도권에 그린벨트를 집중시킨 이유는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일자리가 많은 서울로 인구가 집중되고, 곳곳에서 난개발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이러한 취지에 동의하고 지금까지 그린벨트를 가급적 건드리지 않았다.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가 처음 강남·서초구 일부 그린벨트를 해제했을 때도 투기가 판치고 아파트 시세가 폭등해 국민적 원성을 샀다.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수도권 규제완화는 브레이크 장치 없이 진행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취임 직후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 규제(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를 푼 것이다. 과거 수도권 경제자유구역에는 외국인 투자기업만 공장 신·증설이 가능했는데, 이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해외에 나가있는 ‘유(U)턴 기업’의 공장 신·증설도 허용됐다. 당시 유턴기업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던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조치”라며 반발했지만, 정부는 ‘풀 수 있는 것은 다 푼다’는 식으로 대처했다.정부는 올들어서도 “경기 남부를 관통하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에 5년 동안 158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95만개를 새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비수도권으로서는 유일하게 지난해 첨단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로 지정된 구미와 비메모리 반도체 허브도시를 꿈꾸는 대구시로서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일이었다.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는 앞으로 관련기업과 인력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될 게 뻔하다.정부 정책판단 우선순위에서 ‘국토균형발전’이 ‘수도권 중심주의’에 밀리는 것은 문제가 많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도는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결코 나타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모든 자원이 수도권에 몰림으로써 나타나는 부작용은 당연히 ‘비수도권 소멸’이다. 윤 대통령은 올 신년사에서 저출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불필요한 과잉 경쟁을 개선하고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칼럼에서 몇 차례 강조했지만, 저출산 문제는 결국 수도권에 집중된 자원을 분산시키지 않고는 달리 해법이 없다. 서울에 몰려드는 청년들이 학교졸업 후 결혼하고 아이양육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니까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다.현 정부가 연이은 수도권 규제완화에 이어, 서울지역 그린벨트까지 풀겠다고 결정한 것은 국토균형발전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특히 그린벨트 해제의 주된 목적이 ‘신혼부부 신규택지 공급’이라는 점에서 쇼크는 더 크다. 정부는 지금 대구·경북을 비롯해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들의 수도권 유출로 비상이 걸린 상태라는 것을 설마 모르고 있는가.

2024-08-13

망가지는 국가의료시스템… 이게 개혁인가

심충택 논설위원 진료와 교육, 임상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던 한국 의료시스템이 망가지고 있다. 대규모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7개월째 지속되면서 환자와 수련병원, 의과대학 모두 패닉상태다. 중환자들은 생명을 위협받고,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 3만명은 돌아올 기미가 없다. 지친 의대교수들도 병원을 떠나고 있다. 입원·외래환자가 반토막난 수련병원들은 경영난으로 간호사 채용을 못하고 있다. 의대생, 전공의, 전문의로 이어지는 의사배출 시스템이 붕괴 직전인 시점에 경찰은 박단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을 조사하기 위해 출석요구서까지 보내 의정갈등을 키우고 있다.지금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전공의들을 병원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현재 전공의들은 의대증원 철회 없이는 병원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의사들을 악마화 한다’면서 정부에 대한 감정도 지극히 좋지 않은 상태다. 수련병원들이 지난달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마감했지만,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 미복귀 전공의 대다수는 미용성형을 주로 하는 병의원, 요양병원 등의 일반의로 취업하거나 미국 의사 면허 취득 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수련병원에서 전공의가 사라지면 전문의와 의대교수들도 배출될 수 없다. 내년 전문의 배출이 평소의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전공의에게 의존했던 수련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의사 배출이 꽉 막힌 상황에서 실효성이 의문이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의대교수 21명이 진료와 업무에 지쳐 사직했다.전국 의과대학 재학생들의 수업거부가 몰고 올 사회적 파장도 만만찮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재학생 1만8217명 가운데 출석하고 있는 학생은 495명에 불과하다. 내년 1학기까지 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하고 유급이 확정된다면, 2025학년도에는 현재 1학년과 신규 입학생(7500명)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동시에 진급하기 때문에 6년 내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다. 현 의대 교육여건상 수업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이와함께 의대 본과 4학년들이 의사 국가시험 지원을 계속 거부하게 되면, 내년에는 신규의사도 배출되지 않는다. 최근 마감한 의사 국시 실기시험 접수자는 364명으로 지난해(3212명)의 11.3%에 불과하다.국가 의료시스템 마비현상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공의에 대해 “기계적으로 법을 집행할 것”이라며 강경방침을 고집하고 있다. 의료계에선 “내년도 의대 신입생이 전공의가 되는 2031년이 돼야 의료공백 사태가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문제는 현 정부입장으로선 전공의 복귀를 위해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만약 의사를 양성하는 국가 의료시스템이 지금처럼 서서히 붕괴돼 중환자들을 치료할 의사가 급격히 줄어든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2024-08-06

‘TK 3대정신’은 지역민의 자존심이다

심충택 논설위원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 박정희 산업화를 ‘TK(대구경북) 3대정신’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 이 지역은 역사적인 고비 때마다 항상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선거철만 되면 ‘올드한 보수도시’라는 정치적 프레임에 걸려, 자존심이 상하는 사례가 잦았기 때문이다.‘대한제국이 일본에 진 빚 1300만원을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은 대구에서 시작됐다. 1907년 1월 29일 대구 광문회를 이끌던 서상돈과 김광제가 불씨를 지폈고, 국민운동으로 확산됐다. 당시 의연금을 낸 상당수는 TK지역 서민들이었다. 대구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는 ‘여성도 남성과 다르지 않다’고 호소하며 은장도, 은비녀, 은가락지를 내놓았다. 1907년 2월 21일자 대한매일신보는 “이천만 민중이 3개월 기한으로 금연하고, 그 대금으로 매인(每人)에게서 매월 20전씩 거둔다면 1300만원이 된다”고 호소했다. 안중근 의사와 이준 열사도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했다. 이 운동은 외신을 통해 해외에 알려졌고, 중국과 멕시코, 베트남 외채보상운동에도 영향을 미쳤다.대구시는 지난 3일 새로 단장한 두류공원 광장을 ‘2·28자유광장’으로 명명하는 행사를 열었다. 2·28민주운동은 1960년 2월 자유당 정권의 독재에 맞서 대구지역 8개 고교 학생들이 주도해 일으킨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화운동이다. 마산 3·15의거와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당시 영국의 더 타임스지는 2·28현장을 보도하면서, ‘대구는 일제 때부터 독립의 전통을 가지고 있고, 자유당 주도권에 제동을 걸어 왔으며, 저항의 역사를 기록하는 도시’라고 했다. 홍 시장은 “2·28자유광장 일대는 자유, 민주, 정의를 외친 대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알리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대구시는 현재 동대구역 광장(박정희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상 제작과 설치를 위한 작가 공모에 들어갔다. 대구시의회는 지난달 본회의에서 관련 예산을 통과시켰다. 대구시는 남구 대명동 미군기지 반환 부지 내에 건립 중인 대구대표도서관 공원에도 박정희 동상을 건립한다.지금은 도시간의 경쟁이 국가간 경쟁 못지않다. 지방정부 역량에 따라 해당 도시의 품격과 경제적 수준이 천양지차(天壤之差)로 벌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민선단체장들에겐 해당 도시를 대표하는 유무형의 자산에 대한 홍보작업이 중요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광주시가 오래전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 이름을 곳곳에 네이밍해 도시브랜드로 활용하고 있다.대구시가 홍 시장 취임 이후 관문(공항이나 역)이나 광장명칭을 새롭게 브랜드화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홍 시장은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대구의 폐쇄성과 기득권 카르텔을 언급하면서, 대구사회가 외부세계와 단절돼 있다는 말을 자주 해 왔다. 앞으로 TK지역 이미지가 ‘보수꼴통 도시’가 아니라, 국채보상운동이나 1960년대 민주화운동, 1970년대 산업화의 주역도시로 대체되길 기대한다.

2024-07-30

‘교육·월급양극화’가 낳은 사회병리현상

심충택 논설위원 매일 막장드라마를 연출하는 정치권 영향 때문인지, 우리사회 모든 분야가 뒤숭숭하다. 법과 도덕, 규범이 무너지면서, 특히 사회 분위기에 민감한 고교생이나 청년들이 정상적인 일상생활에서 일탈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자퇴 등으로 학교를 떠난 고교생이 2만5792명(대구경북 2410명)에 달한다고 한다. 대부분 성적이나 교우관계, 규칙 적응 등에 어려움을 겪다가 학업 중단을 선택한 것으로 보여진다. 교사들은 “무리하게 설득하려다가 인권 침해 논란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학부모가 ‘자퇴에 동의했다’고 하면 더는 말릴 수가 없다”고 했다.우리나라 대졸 청년 수백만명이 니트(NEET)족으로 살고 있다는 통계도 충격적이다. 니트족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말한다.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1월부터 6월까지) 월평균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비경제활동인구가 405만8000명에 이른다. 대구의 경우 22만5000명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1000명이나 늘었다. 대구는 코로나가 대유행하던 2020년 상반기에 20만명을 넘어선 이후 계속 증가추세다.백수로도 불려지는 비경제활동인구는 통계상 실업자로도 분류되지 않는다. 이들이 취업이나 창업 준비를 하고 있으면 다행이지만, 자포자기한 상태로 놀고 있다면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을 낳을 수 있다.우리나라에서 고교생 자퇴나 니트족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회양극화 탓이 크다. 의대정원 확대 이후 서울 학원가를 중심으로 개설되고 있는 ‘초등 의대반’을 떠올려 보면 교육분야 양극화는 쉽게 이해될 것이다. 학생들이 중학교 때까지는 동급생과의 학력격차를 크게 인식하지 못하다가 고교에 진학하면 충격을 받는 케이스가 많다고 한다.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월 수백만원을 써가며 과외수업을 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간의 성적 격차는 줄이기가 어렵다.취업을 포기하는 대학 졸업생이 증가하는 이유는 아마 ‘월급 양극화’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의 억대급여나 성과급이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는데, 청년들이 최저임금 수준의 중소기업에 취업할 마음이 생기겠는가. 요즘은 대기업들이 수시·경력 채용을 확대하면서 대졸자들의 취업문은 더 좁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평균연봉 1억대인 현대차가 10년 만에 실시한 생산직 공채에 수만 명이 몰려 채용 사이트가 마비된 건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의 기대가 얼마나 절실한지를 말해준다. 설상가상 올들어 내수와 건설경기 부진으로 청년층 고용시장의 찬바람은 더욱 거세게 불고 있다.사회 각 분야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것은 정부책임이 크다. 상속세나 종부세 개편과 같은 ‘부자 민원’에 민감한 정권이 들어설수록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학업이나 취업의욕은 한 번 떨어지면 여간해선 회복하기 어렵다. 사회양극화가 지금처럼 제동 없이 진행될 경우, 학교에 적응 못하는 고교생이나 백수로 살아가는 청년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24-07-23

종부세 개편론은 ‘수도권 부자표’ 의식한 것

심충택 논설위원 울릉군의회는 최근 정치권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 논의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국세지만, 지방자치단체에 전액 교부되는 종부세는 그동안 울릉군 같은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시·군엔 재정 숨통을 트여주는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울릉군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종부세 감면조치에 따라 올해 부동산 교부세가 98억원 감액돼 각종 사업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전국의 비수도권 기초자치단체는 대부분 울릉군과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해 종부세 감면조치로 국가재정수입(4조9609억 원)이 전해에 비해 2조6068억원이 감소해 자치단체 모두 재정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종부세는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에게 세금을 더 부과해 비생산적인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한다는 취지로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부터 시행됐다. 현재 공시가격 9억원(1가구 1주택자는 12억원)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에게 부과된다.지난주에는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종부세와 관련, “불필요하게 과도한 갈등과 저항을 만들어 낸 측면이 있다. 개편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혀, 민주당 전당대회의 쟁점이 됐다.당 원로들이 “종부세를 근본적으로 건드리는 것은 민주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종부세 개편론은 지난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주택 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한 반면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요소가 상당히 있어 폐지 내지는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며 불을 지폈다.이 전 대표의 종부세에 대한 입장변화는 수도권 표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부세에 민감한 수도권 화이트칼라 고소득층을 민주당 지지쪽으로 흡수하면 차기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이다. 서울의 중위 아파트 가격이 12억을 넘어가면서 종부세는 수도권 선거의 최대변수로 자리잡았다.종부세는 수도권에서 세금을 걷어 비수도권으로 분배하는 기능을 한다. 지난해 종부세 납부자 상위 1%(4951명)가 낸 금액은 2조8824억원이다. 대부분 수도권 거주자들이다. 전체 종부세 결정세액 4조1951억원의 68.7%에 해당한다. 종부세가 폐지되면 자산이 많은 소수 상위 계층에 감세 혜택이 집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종부세 세수 펑크’는 지방자치단체에 큰 충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은 “종부세가 경제활동을 왜곡하면서도 세수 효과는 크지 않은 대표적 세금”이라고 했지만, 뭘 모르고 한 소리다. 종부세는 어려운 지방 재정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한다. 오죽하면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부세 개편은 지방세수로 활용되므로 신중해야 한다”며 대통령실 결정에 반기를 들었겠는가.현재 부동산교부세는 살림이 빠듯한 시·군일수록 더 많이 배분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앞으로 종부세를 더 완화하거나 폐지한다면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지자체의 충격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가난한 자치단체에 대한 세수 보전 대책 없는 종부세 개편은 큰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다.

2024-07-16

‘부자감세’ 정부…양극화 그늘 안보이나

심충택 논설위원 정부가 내년부터 ‘기업주가 밸류업’과 법인·소득·상속세 감면을 추진한다고 최근 밝혔다. 모두 재계의 오래된 민원이다. 기업주가 밸류업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을 늘린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깎아주고, 해당 기업 주주에게도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제도다.결국은 ‘부(富)의 집중’을 인정하자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의 부의 집중도는 증시 시가총액을 보면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 증시에서 4대 대기업 가문(삼성, SK, LG, 현대자동차)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은 전체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에드워드 로이스가 “정치권력이 부의 불평등을 만든다”고 한 말에 실감이 가는 감세정책이다. 로이스는 권력층에서 자본이 있는 쪽으로 자본을 더 쏠리게 하는 제도를 만든다고 했다. 로이스가 언급한 제도는 세금과 부동산, 상속, 교육제도다. 그는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는 책도 냈다. 그는 자본만큼이나 불평등하게 분배된 권력을 바로잡지 않고는 양극화를 몰아낼 수 없다고 했다.우리사회는 전 분야에서 양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선 소득이 상위 20%에게 집중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4년 1·4분기 ‘소득 5분위별 가계수지 조사’ 내용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월 평균소득이 1분위(하위 20%)가구는 115만7000원인데 비해 5분위(상위 20%)가구는 1125만 8000원이다. 부자와 빈곤가구의 소득이 평균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교육양극화도 충격적인 수준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중3·고2대상)’를 보면, 부유층 아이들이 고가의 사교육 시장으로 몰려갈 동안 공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가난한 아이들은 기초학력마저 무너지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어 고2 수학 과목 기초미달 비율은 계속 상승세를 타다 2022년에는 15.0%까지 올라갔다. 한글을 읽고 쓸 수는 있지만 해석력이 떨어지는 중·고생들도 증가하고 있다. 교육양극화는 졸업 후 직업과 소득의 격차로 이어진다.수도권·비수도권 간의 주택가격 양극화도 심각하다. 최근 수도권은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고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新高價)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을 비롯한 비수도권에서는 여전히 청약이 미달되고 ‘악성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다. 빈부(貧富)를 가르는 주택가격 양극화는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다.정부가 양극화의 심각성을 무시한 채 부자감세 정책에 몰두하는 모습은 국민 눈에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비친다. 부자감세 정책은 결국 ‘계층이동 사다리’를 차버리겠다는 발상이다. 권력의 주축을 이루는 정부 고위 정책입안자나 정치인이 재계의 민원에 종속되면, 한국사회는 희망이 없다. 양극화가 이대로 지속되면 결혼도, 자녀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민심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 그러려면 권력자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재산을 형성하고, 권력을 재생산하는지를 잘 감시해야 한다.

2024-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