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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범죄도시’ 영화 같은 캄보디아 비극

심충택 기자
등록일 2025-10-14 17:40 게재일 2025-10-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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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캄보디아 범죄 단체에 의한 경북도민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충격적이다. 예천 출신 한 대학생이 범죄 조직에 납치·감금돼 고문을 당하다 살해된 사건에 이어, 13일에도 캄보디아에 간 상주 출신 30대 청년이 범죄 조직에 납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경북경찰청은 그저께 “지난 8월 19일 캄보디아로 출국한 상주출신 A(30대)씨와 연락이 끊겼다”는 가족 신고가 지난 8월 22일 접수됐다고 밝혔다. A씨는 출국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가 닷새 뒤인 24일 텔레그램 영상 통화로 가족에게 “2000만원을 보내주면 풀려날 수 있다”고 말한 뒤 다시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경찰은 캄보디아 범죄 조직이 그를 감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8일 캄보디아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출국한 예천 출신 대학생은 출국 2주 만에 범죄 조직에 납치돼 고문을 당한 끝에 숨졌다. 그와 함께 붙잡혔다 구조된 한국인 B씨는 “학생이 너무 맞아서 걷지도,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상태였다.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고 증언했다. 숨진 대학생은 현재까지 시신조차 송환되지 못하고 있으며, 경찰은 가해자들이 ‘대치동 마약 사건’과도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 

이처럼 캄보디아에서 한인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보이스피싱, 온라인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캄보디아 범죄도시’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이를 두고 마치 ‘범죄도시’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나 의원은 최근 SNS를 통해 “이재명 정권이 정치보복에 몰두하는 동안 해외에서는 우리 국민이 인신매매의 희생양이 되는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올들어 8월까지 330건으로 폭증했다. 이들은 대부분 ‘고수익 해외취업’에 속아 범죄조직에 납치된 것으로 예상된다.

‘캄보디아 범죄도시’ 사건이 심각하게 전개되자 대통령실은 13일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에는 외교부와 법무부, 경찰청, 국정원 등 관계 부처 관계자가 참여한다. 경찰도 캄보디아 대사관에 경찰 영사를 확대 배치하고, 국제 공조수사 인력도 보강할 계획이다. 특히 캄보디아 내 한국인 범죄 피해 사망자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코리안 데스크’ 설치 문제는 주권 문제가 얽혀있어 상대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리안 데스크는 해외 경찰에 파견 간 한국 경찰로 현지에서 주로 한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전담한다. 한인 살인사건 피해자가 가장 많은 필리핀에 2012년 처음 만들어져 현재 3명이 활동 중이다. 태국 경찰에도 한국 경찰관 2명이 파견돼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늦게라도 정부가 ‘캄보디아 범죄도시’ 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우리 국민이 국제 범죄조직의 주 타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국가적 수치다. 하루라도 빨리 우리 국민의 피해실태를 상세하게 파악해 더 이상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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