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누가 봐도 민심을 결집하기 위한 포석이다. 내년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17개 시도지사 ‘석권’을 목표로 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현재의 12곳은 꼭 사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꼭 이기겠다는 민주당의 의지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실제 당내 비중있는 중견의원들이 벌써 선거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주변에선 대구시장 선거에 성주 출신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나올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춘천시를 찾아 강원도민과의 타운홀 미팅을 했다. 이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은 그동안 대도시(광주, 대전, 부산)에서 열렸기 때문에 다음 순위는 대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 외면당했다. 이 대통령은 강원도민들과의 미팅을 주재하면서 “강원은 엄청난 희생을 치르는 지역이다. 강원도와 같은 접경지역이 치르는 특별한 희생을 다 보상해드릴 수는 없지만, 각별한 배려를 하겠다”고 했다. 그는 부산 미팅에서는 “지방 발전전략을 부산·울산·경남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행할 생각”이라고 했고, 광주 미팅에서는 광주 군공항 이전 해법을 찾기 위해 대통령실에 전담TF까지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정부 여당의 외연확장 행보에 대해 야당에서는 “정권전체가 마치 선거기획사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난 14~15일 1박2일 일정으로 부산에서 첫 현장 최고위원회를 연 것은 의외다. 당의 ‘산실(産室)’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을 패싱하고 PK지역을 먼저 찾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산시당에서 최고위원회를 연 뒤 가덕신공항 부지와 해양수산부 임시 청사를 방문하면서 PK지역 현안에 힘을 실어줬다. 최근 PK지역 민심이 요동친다는 위기감으로 인해 부랴부랴 부산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그렇다 치고, 국민의힘 지도부의 행보를 지켜보는 TK지역민들로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잡아놓은 물고기’ 취급을 당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다. 이러니 국민의힘에 대한 TK지역 민심 이반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지지율이 민주당에 뒤지는 경우도 더러 나온다.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처럼 정치력이 취약해진 TK지역은 예산국회를 앞두고 현재 사면초가 상황에 처해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모든 현안(TK신공항 건설, 대구 취수원 이전, 영일만 대교건설 등)이 사실상 중단돼 있다.
TK정치권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현안해결의 해법을 찾기 위한 입법과 국비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TK 신공항 건설 관련 예산은 특별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정치권이 역량을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구시, 경북도는 물론이지만 지역 정치권도 여당 의원과 정부를 설득할 치밀한 논리를 개발해서 주요 현안이 국비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총력을 쏟아야 한다. ‘TK패싱’이란 말은 이 지역 현역 국회의원의 정치적 역량이 그만큼 초라하다는 말과 같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