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여권발 악재에도 불구하고 열성 지지층에 의존하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행보가 당 지지율을 20%대 박스권에 묶어두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한국갤럽조사(18~20일)에서는 지역별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여당보다 우세한 곳은 대구·경북(민주당 29%, 국힘 35%) 뿐이었다. 같은 영남권인 부산·울산·경남에서는 민주당이 공세를 집중하면서 31%의 지지율을 얻어 국민의힘(29%)을 앞섰다. 갤럽조사에서 여당 지지도 40%대, 국민의힘 지지도 20%대는 8월 중순 이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중도층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16%로 민주당(44%)에 압도당해 외연확장 차원에서 심각한 상황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현재로선 국민의힘이 ‘내란 정당’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동력을 찾지 않는 한 급격한 지지율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 지지율 상승의 돌파구로 개혁신당과의 합당 또는 연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주 당내 재선그룹인 이성권·엄태영·조은희 의원과 함께 장동혁 대표를 만난 권영진 의원은 “장 대표 취임 100일인 12월 3일에 외연 확장과 관련한 메시지와 새로운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전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의 연대 모색 등의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3일 취재진과 만나 “국민의힘이 계엄에 대한 입장전환 없이 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로만 가려는 것 같다”면서 연대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 전날에는 “지방선거에 나가는 개혁신당 후보들의 의사가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며 한 가닥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2022년 3·9대선과 6·1지방선거를 돌이켜 보면,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완승할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은 당 대표였던 이준석이었다. 이 대표는 2021년 6월 11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젊은 당원들과 2030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로 36세에 제1야당 당수로 선출됐다. 그는 취임 후 국민의힘을 디지털정당으로 변신시켜 기업처럼 효율성과 효과성을 추구했다. 각 시·도당에서는 온라인 입당신청자가 쇄도했고, 호남지역에서도 신규당원이 급증했다. 당시 이준석 열풍은 청년층의 정치참여를 불러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전국 광역의원 당선인 872명 가운데 2030세대 비율이 약 10%에 이를 정도였다. 국민의힘 전성기는 그때였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22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전국을 도는 장외 여론전에 다시 나섰다. 보수지지층 결집이 당 지지율 반등의 해법으로 여기는 듯하다. 국민의힘의 고질적 문제가 중도층 이탈이지만 해법은 당원결집이라는 정반대 방향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국민의힘 지지율에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과 후보를 따로 낼 경우 특히 수도권에서의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 국민의힘이 정치혁신을 통해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새로운 길을 열지 못하면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