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의원을 시작으로 당 주요 인사들에 대한 강제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란 위기의식이 확산하면서 국민의힘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3일 “의원들 두세 명만 모여도 어김없이 특검 수사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최근에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해, 나경원·김정재·윤한홍·이만희 의원에게 검찰이 의원직 상실형의 실형을 구형하자 당내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내란·김건희·해병대 특검의 수사 대상에 오른 국민의힘 현직 의원만 10여 명에 이른다. 3대 특검이 이미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진행한 현역 의원은 권성동 의원 외에 TK 출신 추경호(달성)·임종득(영주·영양·봉화)·조지연(경산) 의원, 그리고 윤상현·이철규·김선교 의원 등이다. 이 중 이철규·조지연 의원은 참고인 신분으로 압수수색을 당했고, 나머지 의원들은 피의자 신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특검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한 뒤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바꿔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의혹) 외에도 당시 국회 원내대표실 안에 있었던 의원 모두를 어떤 방식으로든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특검은 지난 2022년 보궐선거 공천 개입과 관련해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고,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선 김선교 의원을 출국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 상병 특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으로 임종득 의원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에 더해 행정안전부는 서울·부산 등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에 대한 비상계엄 가담 의혹 진상 조사에도 착수한 상태다.
수사 향방에 따라 특검 칼날이 당 전반을 겨눌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으로선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과 민생은 함께하지만 내란 관련 세력에게 관용은 없다. 내란과 민생을 철저히 분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1일 국민의힘이 동대구역 앞에서 개최한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는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조희대 대법원장 사퇴요구)이 트리거가 됐겠지만, 특검 수사에 대한 불안감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국민의힘의 산실인 대구에서 열린 장외집회는 ‘국민적 분노’로는 연결되지 못했지만 보수진영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됐다. 앞으로 추석 연휴 전까지 대전을 거쳐 서울로 올라가면서 강도 높은 장외투쟁을 이어간다니 어떤 성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다만, 국민의힘이 명심해야 할 부분은 장외투쟁이 오히려 민심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대구집회에서도 일부 드러났지만 성조기를 들고 ‘윤 어게인’을 외치는 극우세력이 집회에 섞여 들 경우,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도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국민의힘이 지금 기댈 곳은 민심밖에 없지 않는가.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