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표들이 전국을 순회하며 ‘당원이 원하는 후보’를 공천하겠다는 의지를 경쟁적으로 밝히고 있다. 통상적으로 지방선거 투표율이 낮은 만큼 강성지지층을 결집해 선거에 이기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주 전남 나주에서 열린 전남도당 임시 당원대회에서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당원주권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당 대표로 기억되고 싶다”면서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100% 당원이 주인 되는 경선을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내에서는 현재 1차 예비경선의 경우 권리당원 투표만으로 후보자를 컷오프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1박 2일 일정으로 경기도 곤지암리조트에서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을 열고 지방선거 대비에 본격 나섰다. 민주당은 이달 중 공천 룰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단장을 맡은 나경원 의원은 최근 전국 광역 의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당 연수에서 “선거 때마다 우리가 중도 타령해서 망한다고 생각한다. 잘 싸우는 사람, 당에 헌신하는 사람이 공천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장동혁 대표도 “누구라도 싸워 이길 수 있는 전사를 내보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했다. 당 지도부 모두 당에 대한 충성도(기여도) 중심의 공천 원칙을 시사한 것이다. 장 대표가 그간 강조해온 공천 키워드도 애당심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주 들어 공천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주 들어 사고 당협 후보자 심사와 전국 광역단체장 간담회 등을 통해 조직 정비에 나서는 한편, 지도부는 현안 점검으로 민심 잡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당 조직강화특위 위원장인 정희용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서울시당 워크숍에서 “철저히 당을 위해 당의 입장을 국민께 설명할 수 있는, 당을 대변할 수 있는, 강한 애당심을 가진 당협위원장이 선정될 수 있게 하겠다”며 ‘당심(黨心)’ 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여야가 당 지도부의 주장처럼 ‘당원중심’ 공천 룰을 확정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는 ‘극단정치’ 무대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공천무대가 강성지지층 중심으로 짜여지면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연장선으로 변질되고, 양 극단적인 후보를 공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당심을 중심으로 공천할 경우, 각 후보들도 권리당원 확보에만 혈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지역민을 위한 공약·정책은 뒷전이 되고 지지 당원 수만 겨루는 선거로 전락할 수 있다.
보통 집권 1년 차 지방선거는 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런 측면에서 국민의힘이 강성지지층을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게 되면 대구·경북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험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국민의힘이 서울과 부산만 사수해도 선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를 겪으며 전통 지지층조차 등을 돌린 상태에서 중도층 표심을 잡지 못하면 선거는 해보나 마나다. 국민의힘이 중도층 민심을 얻으려면 극우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그리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한동훈·유승민과도 손을 잡아야 외연 확장이 가능해진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