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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尹대통령 신년대담, 국민소통 계기 될까?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설 연휴를 이틀 앞둔 7일 저녁 KBS를 통해 신년 대담을 하며 국정구상을 밝힌다.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이 절실한 여권으로선 신년대담을 앞두고 초긴장상태다. 대담 내용과 이에 대한 여론 추이에 따라선, 신년대담이 국민소통보다는 불통 이미지를 더 굳히는 악재가 될 수 있어서다.최대관심사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 수위다. 윤 대통령은 대담 녹화 전 “어떤 질문이든 다 받겠다. 내 생각 그대로 솔직히 말하겠다”며, 예상 질문·답변지를 작성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의혹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일단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선, 김 여사가 가방을 받게 된 경위를 비롯해 그동안 제기돼왔던 국민적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심이 가는 부분은 ‘몰카 공작’과 ‘함정 취재’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직접 유감을 표명하며 부정적 여론에 대한 돌파구를 모색할 지 여부다.지난 5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37.3%로 상승하긴 했지만, 지난주(2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선 29%까지 떨어지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총선 민심이 굳어지는 설 명절이 바로 코앞이라 여권으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여론추이다. 부정평가 요인은 ‘경제·민생·물가’가 19%로 앞 순위를 차지하지만 ‘소통 미흡’(11%)과 ‘독단적·일방적’(7%), ‘김건희 여사 문제’(6%)’등도 주요원인으로 꼽혔다.국내외 복합적인 요인이 얽힌 경제문제는 해법을 찾기가 어렵겠지만, 국민소통 등 기타 문제는 대통령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명품백 문제만 하더라도 김 여사가 함정취재의 피해자인 건 확실하지만, 국민들은 대통령의 솔직한 설명을 듣고 싶어 한다. 이런 측면에서 대통령이 KBS와의 단독대담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은 문제가 많다. 당장 이번 신년대담으로 인해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한 신년 기자회견은 무산돼 버렸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약 1년 6개월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작년 새해에는 조선일보 단독 인터뷰를 통해 국정 운영 구상을 밝혔다.물론 좌파언론의 편향된 질문과 예기치 않은 돌출행위가 껄끄러울 수 있고, 경호상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전 녹화방식의 신년대담은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오히려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담 준비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방송사 측 질문을 여과없이 수용했다고는 하지만, 녹화방송은 질문과 답변의 민감성을 편집으로 걸러낼 수 있어 리스크 관리를 했다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당장 민주당이 “사전에 각본을 짜고 사후 편집이 가능한 녹화 대담은,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것”이라며 비판하지 않는가. 대통령직은 좌파든, 우파든 모든 국민을 포용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2024-02-06

영세사업장엔 중대재해법이 ‘저승사자’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확대 적용됨에 따라 대구·경북지역 영세기업들이 초비상 상태다.앞으로 이들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는 예외 없이 해당 사업장을 대상으로 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게 된다.고용부는 이번 주부터 3개월 동안 전국 83만7천개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한다. 산업안전감독관 전원이 이 업무에 매달린다고 가정해도 1인당 1천개 기업을 맡아야 하는 모양이다. 당연히 ‘졸속 진단’이 우려된다.그동안 중대재해법에 무감각했던 소규모 사업장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적용 대상이 된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자영업자(음식점, 빵집, 커피전문점 등)들은 지금 혼란에 빠져 있다. 전문가에게 상담 서비스를 받으려 해도 컨설팅 비용이 엄청나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금형·주물업 등 이 지역 공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뿌리산업 사장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뜨거운 쇳물이나 무거운 금속을 다루는 공정이 있는 업종이라 직원들이 잠시만 방심해도 산재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중대재해법은 지난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숨진 김용균씨 사고를 계기로 민주당에서 발의해 국회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 법은 하청 업체를 포함해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에게는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27일부터 새로 이 법 테두리 안에 들어오는 종사자는 800만명 정도 된다.법률 내용 중 형사처벌 근거가 되는 경영진 과실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고의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이 아니더라도 재해만 발생하면 대부분 과실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포항에서는 이 법률 시행으로 바다낚시 명소인 영일만항 북방파제가 폐쇄 위기에 놓이는 사태도 발생했다. 길이 500m 이상인 대형 방파제도 이 법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중대재해법의 바탕에는 우리나라 기업이 그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희생시키며 성장했다는 의식이 깔렸다.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근로자 안전을 침해하는 것은 범죄행위이고 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일리가 있긴 하지만, 산재사고의 모든 책임을 기업주에게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고 2년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대부분 아직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안전시설을 완벽하게 유지하더라도 개인이 주의하지 않으면 사고예방이 불가능한 사업장도 많다.대구·경북지역 중소기업 중에는 만약 사고가 나서 사장이 구속되면 그날로 사업을 접어야 하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고 폐업할 경우 근로자들은 일터를 잃게 된다.더 큰 문제는 근로자수가 5명이 넘는 사업장 중에서 사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직원 수를 4명 이하로 줄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영세사업장 기업주나 근로자들에겐 중대재해법이 마치 ‘저승사자’처럼 보인다는 것을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

2024-01-30

‘영부인 명품백논란’이 국가적 의제인가?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주 같은 날 총선 공약으로 ‘저출생 관련 대책’을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정책 대결에 나섰다. 여야의 저출생 공약대결이 서로 ‘받고 더’ 식의 카드게임 양상을 보이긴 하지만, 정쟁이 아닌 정책 대결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지난 주말 “민주당이 지금도 ‘김건희 나빠요’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저는 솔직히 관심도 없다. 제발 사법부에 가져가라. 선명한 정책 경쟁을 하자”며 여야의 공약대결 기류에 합류했다.여야가 4·10 총선을 명실상부한 정책대결의 장으로 만들려면 우선 곪은 정쟁요인부터 터뜨려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그동안 여권이 쉬쉬해오던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을 쟁점화한 것은 긍정적이다. 여당이 먼저 영부인 명품백 의혹을 이슈화함으로써 민주당으로선 김이 빠지게 생겼다. 민주당은 현재 ‘김건희 리스크’를 총선득표에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시점을 계산하며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대장동 뇌물 의혹 특검법) 재의결에 당력을 쏟고 있다.예민한 이 쟁점을 드리블해야 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쉽지 않은 숙제가 생겼다. 그는 “김 여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사람들이 기획한 함정 몰카”라고 명품백 논란을 일축하면서도, “국민이 걱정할만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지난주 밝혔다. 명품백 논란을 털고 가야 한다는 당내 일부 인사들의 주장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의 이러한 언행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한 위원장을 만나 사퇴를 요구하는 위험한 행위도 했다.대통령실과 여권 일각에선 ‘한 위원장이 야당 프레임에 휘말리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나는 그 반대로 생각한다. 군중심리는 선동과 공작에 취약하고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김경율 비대위원이 프랑스혁명을 촉발한 마리 앙투아네트를 거론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과 친윤 인사들이 펄쩍 뛰고 있는데, 어리석은 행동이다.민주당이 4월10일 총선일에 임박해 쌍특검법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이 이슈를 들고 나오지 않을 것 같은가.설 민심을 고려해 영부인의 입장 표명은 빠를수록 좋다. 당사자가 정직하게 수수경위를 설명하고, 사과할 부분이 있으면 사과하고, 처분받을 부분이 있으면 처분을 받겠다고 하면 된다.명품백 의혹은 절대 윤석열 대통령의 통치권 문제가 아니다. 이 이슈를 그대로 놔둘 경우, 여권 내부 갈등이 어디까지 갈지 짐작하기도 힘들다. ‘명품백 수수 의혹을 사과하는 순간 민주당이 들개처럼 물어뜯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사과 안하면 들개들이 안 달려들겠는가. 당사자가 먼저 사과를 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하면, 오히려 좌파진영의 정치공작 효과를 줄일 수 있다.이번 총선에서도 나라 전체가 가짜뉴스나 정치공작성 이슈에 함몰돼선 안 된다. 영부인의 명품백 수수의혹이 과연 국가적 의제인가. 여야가 서로 정책대결에 치중하면서 민생 살리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2024-01-23

與공관위에 정말 ‘공천데이터’ 쌓여있을까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이 16일부터 공천관리위원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이르면 설 연휴 전에 수도권에서는 공천심사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현역의원 교체비율이 높아질 TK(대구·경북)지역은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는 3월 28일에 임박해서 공천자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3지대 5개 신당 모두가 공천탈락 현역들을 한 명이라도 더 영입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3월 하순 현역의원 숫자’로 정당기호를 정하기 때문에, ‘기호3번’을 차지하기 위한 신당들의 경쟁이 치열하다.인요한 혁신위가 ‘영남권 희생론’을 제기한 이후 TK지역 현역들은 너나없이 물갈이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대구에서는 ‘현역 1~2인 생존설’까지 거론된다. 현역 교체율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4년 전 총선 때 나타난 공천파동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까지 합쳐 103석의 의석을 확보해, 보수정당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정영환 공관위원장은 “공천에 활용할 데이터가 엄청나게 쌓여 있다”고 자신했지만, 역대 보수정당의 공천과정을 되돌아보면 큰소리칠 일은 아닌 것 같다. 당무감사를 통해 현역의원에 대한 컷오프 근거자료는 많이 확보해 놓았을지 몰라도, 영입인사에 대한 검증데이터는 충분할 수가 없다.‘정영환 공관위’는 4년 전 미래통합당 공천책임자였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공천고백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김 전 공관위원장은 21대 총선 공천 실패원인을 ‘총선 참패와 생각나는 사람들’이라는 책에 상세하게 기록해뒀다. 일종의 징비록이다.한 부분만 소개하면, ‘우리는 공천 심사 과정에서 자료 부족으로 허덕였다. 한마디로 있어야 할 자료는 거의 없었다. 공천신청자들이 제출한 서류와 자기소개서 외에 선거구별로 한 페이지짜리의 역대 총선 결과표가 전부라 할 정도였다. 공천 업무를 다루는 공관위원들이 깜깜이 공천에 임해야 했다’고 했다. 정영환 위원장이 “공천데이터가 쌓여있다”고 한 상황과는 딴 세상이다.최근 ‘한동훈 비대위’가 영입한 인사들의 과거 발언이 공개되면서 잇달아 잡음이 발생한 것은 모두가 관련인물에 검증이 허술했기 때문이다. 전략공천 대상자도 이런 식으로 결정하면 공천과정에 큰 혼란이 생긴다.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이 “공관위는 공관위원들로만 구성되어서는 안 된다. 전략기획단, 홍보지원단과 대변인, 그리고 검증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공천후폭풍’을 잘 대비하라는 충고다.여당 공관위에 이철규 의원이 합류한 것을 두고 뒷말이 많지만, 나는 불가피한 인사라고 본다. 마지막 남은 친윤 실세인 이 의원은 얼마 전까지 당 사무총장과 인재영입위원장을 지낸 핵심 당직자다. 정영환 공관위의 활동기간이 짧아서 당이 과거 축적해둔 유무형의 공천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하려면 이 의원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물갈이 폭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남권의 ‘공천파동’을 최소화하려면 공관위가 전략공천자에 대한 ‘설득력 있는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2024-01-16

한동훈 정치력, 공천과정에서 드러난다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데뷔는 일단 합격점이다. 지난 연말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후 당을 빠르게 장악했고, 여론의 주목도를 높이는데도 성공했다. 특히 비정치인·전문직 위주의 인재영입과 혁신적인 당직인사로 당의 ‘꼰대 이미지’를 상당부분 없앤 것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돌발현안(민경우 전 비대위원의 노인 비하논란)에 대한 대응능력과 당직 인선 작업의 신속·보안성도 돋보였다.외연확장 과정에서 의외의 성과도 냈다. 민주당 출신 5선중진인 이상민 의원 영입은 앞으로 많은 순기능을 가져 올 것이다. 이 의원의 지역구는 국민의힘 불모지인 대전이다. 여당은 그의 입당으로 7개 의석을 가진 대전은 물론, 충청권과 세종시까지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개딸 전체주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온 정치인 중의 하나다.인재영입위원장을 겸직한 이후 첫 실시한 인사에서 정성국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과 박상수 변호사를 영입한 것도 성공적이다. 정 전 회장은 교총 역사상 첫 초등교사 출신 회장이며, 박 변호사는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법률 자문으로 학교 폭력 피해자들을 대변해 왔다.한 위원장은 이번 주에도 전국을 돌며 외연확장에 나선다. 지난주에는 민주당 텃밭인 광주를 찾아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에 적극 찬성 의사를 밝히며, 호남 민심에 손을 내밀었다. 10일부터는 1박 2일 일정으로 경남 창원과 부산을 찾는다. 부산에서는 비대위 첫 현지 회의도 개최한다. 심상찮은 부산 민심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한 위원장에 대한 지금까지의 평가는 그야말로 초반 성적표다. 앞으로 그의 정치력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과 함께 총선 체제로 전환하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한 위원장 스타일로는 여권 세대교체를 위해 대폭의 현역 물갈이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한 위원장이 공천 실무를 책임질 사무총장 자리에 계파색이 옅은 초선의 장동혁 의원을 선임한 것도 이에 대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정치문화를 새롭게 바꿔야 하는 여당의 공천심사 과정이 순탄할 리 없다. 예를들어 비교적 젊은 세대인 대통령실 참모나 법조계 출신 후보를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공천할 경우 세찬 후폭풍이 몰아치게 돼 있다. ‘개혁신당’의 천하람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영남권 현역 중 합류할 분이 있다”고 한 말은, 국민의힘 공천탈락을 염두에 두고 벌써 개혁신당에 합류할 생각을 굳힌 현역이 있다는 얘기다.첨예한 공천갈등에 대한 처리해법은 한 위원장의 정치력을 키울 기회가 될 수 있다. 명심해야 할 부분은 공천관리위원회가 독립적으로 투명하게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용산입김’이 작용한다는 말이 나오면, 공천의 공정성은 물건너간다. 공천관리위원회로 일원화된 공천 기능 중 ‘후보자의 부적격 심사’ 권한을 분산해 그 기능을 윤리위원회에 넘기는 것도 리스크 분산의 한 방법이다.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국민에 깜짝 놀랄만한 혁신적인 공천을 해서 낡은 정치권에 새바람을 일으켜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

2024-01-09

테슬라도 ‘출산율’보고 공장입지 정한다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연말 이탈리아 집권 여당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탈리아에 투자할 의향이 있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이탈리아는 투자하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출산 상황이 너무 걱정이다. 노동인구가 감소하면 누가 이탈리아에서 일할 수 있겠느냐”고 대답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탈리아의 합계출산율(2020년 기준)이 1.24명으로 우리나라(0.7)보다는 월등하게 높은데도 다국적기업으로부터 이런 푸대접을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우리정부도 지난 2022년 11월, 머스크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화상면담에서 “한국은 아시아권 최우선 투자 후보지 중 하나”라고 밝힌 이후, 테슬라 전기차 공장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친 적이 있다. 항만시설과 여유산업부지가 있는 포항의 경우 유치팀까지 구성해 공장유치 사업제안서를 정부에 제출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아마 윤 대통령도 저출산을 인류 최대의 위협요인으로 꼽는 머스크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것 같다.삼성·현대 같은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공장입지를 정할 때 해당지역의 인구구조를 우선시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구규모가 경제성장 잠재력과 동일시되는 이치다.우리사회의 인구위기에 대해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새끼를 낳아서 기를 수 없는 상황에서 새끼를 낳는 동물은 절대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낼 수 없다. 상황이 좋아졌을 때 새끼를 낳아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한국사람들은 진화적인 관점으로 기가 막히게 적응을 잘하는 민족”이라고 했다. 최 교수의 주장은 우리정부도 이제 적은 숫자의 국민으로 어떻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느냐를 모색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인구소멸’의 위험성을 너무 체념적으로 받아들이는 논리다.미국 CNN 방송은 최근 세계 최저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이 앞으로 국방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저출산현상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저출산 위기는 학교 폐교수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새해에 또 전국의 33개 초·중·고교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전북이 1등(9곳), 경북이 2등(6곳)을 차지했다.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만큼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저출산의 원인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그러면서 우리사회 저출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불필요한 과잉 경쟁’ 때문이라고 진단한 것에 대해서는 공감이 간다. 한국사회 저출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뭐니뭐니해도 수도권 집중화다. 좋은 직장과 학교를 비롯한 모든 주요 자원이 수도권에 몰리니까 과도한 경쟁시스템이 유발되고,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다. 새해에는 청년들이 비수도권에서도 마음 편하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구체적인 해법이 나오길 기대한다.

2024-01-02

한동훈, ‘새 정치문화’ 보여달라

심충택 논설위원 어제(26일) 국민의힘 전국위 의결을 거쳐 공식 취임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그의 첫 ‘정치적 작품’인 비대위원 인선작업에 들어갔다.오는 29일까지 비대위원 임명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누가 비대위원이 되느냐에 따라 한 위원장의 당 쇄신 구상이 드러나기 때문에 국민의 관심이 많다. 한 위원장은 성탄 연휴기간 주변인사들로부터 여성·청년 인재를 중심으로 폭넓게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거론되는 인물들을 보면, 비대위가 젊음과 도덕성, 전문성으로 무장한 실력파로 구성될 것 같다. ‘한동훈 비대위’가 조만간 출범할 경우, 국민의힘은 전무후무한 정치적 에너지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운동권 중심의 ‘586 정당’이라는 퇴보적 이미지를 가진 민주당과는 대비되는 정당으로 재탄생하게 된다.‘한동훈 비대위 효과’는 그가 위원장으로 지명된 직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국 유권자 1천6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여론평판연구소의 차기 대통령감 적합도 조사에서 한 위원장이 45%를 차지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41%)를 4% 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그동안 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각종 다자대결 조사에서 이 대표는 줄곧 선두를 유지해왔다. 한 위원장의 중도확장성이 입증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조사결과다. (자세한 조사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한동훈 비대위’의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내일(28일) 당장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건희 여사 특검법안’을 단독처리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2010~2012년 사이) 범죄를 조사할 이 특검법은 이미 올 2월 법원이 1심선고를 한 사건이다.1심에서 도이치모터스 회장 권오수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주가조작을 실제로 담당한 직원은 징역2년을 선고받았다. 김 여사는 이들에게 통장을 맡긴 91명의 전주(錢主) 중 1명에 불과하며, 유일하게 기소된 전주 1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 위원장은 “선전·선동하기 좋게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의 ‘제식구 감싸기’ 프레임에서 어떻게 벗어날지 주목된다.‘인요한 혁신위’가 제안한 당 쇄신작업도 급하다. 국민은 지금 한 위원장이 어떤 혁신적인 정치문화를 선보일지 눈여겨 보고 있다. 한 위원장이 타깃으로 삼아야 할 혁신과제는 공천물갈이와 국회의원 특권 폐지,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층)’ 외연확대 등 산적해 있다.혁신과제 외에도 한 위원장만이 할 수 있는 숙제가 있다. 보수지지층 결집은 총선승리를 위한 필수과제다. 여당 스펙트럼을 넓히려면 어쨌든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과는 연대를 해야 한다. 이준석은 오늘(27일) 탈당한 후 1~2주 뒤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계획이다. 야당에게도 손을 내밀어 ‘대화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따른 반사이익만 기대하는 안이한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동훈 비대위’는 그동안 뺄셈정치를 해온 ‘용산’과는 차별화의 길을 걸어야 성공할 수 있다.

2023-12-26

한국이 어쩌다 마약조직의 거점이 됐나

심충택 논설위원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마약치유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기사가 최근 언론에 보도됐다.수차례 마약 투약을 한 혐의로 자식이 법정에 서야 하는 가슴아픈 일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 전 지사는 “국가 도움 없이 가족의 마약중독을 치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았다”면서 “정부가 부처급 기관인 마약 컨트롤타워(마약청)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마약 예방·방지와 수사·처벌, 재활 경로를 통합해 관리하는 국가기구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윤석열 정부가 출범당시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겉으로 드러난 마약사범 적발 건수만 해도 급증하는 추세다. 올 1월부터 11월까지 검거된 누적 마약사범 수는 1만7천152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던 지난해 연간 검거 인원(1만2천387명)과 비교해서도 38.5%나 증가했다.특히 올 하반기 검거된 10대 마약류 사범이 전년 동기보다 5배 넘게 급증했다는 통계는 충격적이다. 올봄에는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필로폰이 들어 있는 ‘마약음료’를 청소년들에게 나눠 주고 그 부모를 협박한 사건도 발생했다. SNS와 다크웹, 해외직구 같은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된 것이 원인이다. 10대 마약류 사범들은 투약뿐만 아니라 밀반입·유통 범죄에까지 가담하고 있어 심각성이 크다.한국이 갑자기 해외 마약조직의 거점으로 부상했다는 섬뜩한 분석도 있다. 태국과 캄보디아, 나이지리아 등 다양한 나라 마약조직이 속속 국내로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고, 최근에는 싱가포르 마약조직이 서울에 합숙소를 차려 2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팔다가 적발되는 사건도 있었다.최근 5년간 해외에서 국내로 밀반입하다 적발된 마약류가 시가 3조원(약 1억명 동시 투약 분량)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한국의 마약범죄가 이처럼 심각한 것은 ‘약한 처벌’과 ‘쉬운 판매’가 주원인이다. 싱가포르와 중국 등은 최근까지 마약사범을 사형 집행했다.미국도 종신형을 집행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다. 국내 마약류관리법 위반 1심 사건 중 실형 선고는 2020년 53%였지만, 지난해부터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렇다 보니 국제 조직이 한국으로 무대를 옮겨 활동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한국 마약시장의 판매 여건이 좋은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 마약단가가 수익성이 높아 해외 마약상들이 한국을 노린다는 분석이다. 인터넷과 SNS 등 온라인 익명 거래가 활성화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마약범죄 전문가들은 “혁신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한국이 마약거래의 국제적 거점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하고 있다.현재의 수사체제(검찰, 경찰, 세관 합동)로는 마약범죄를 발본색원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마약시장은 제조와 유통 전 과정이 철저히 ‘점조직화’ 돼 있다. 남 전 지사가 말한 것처럼 정부부처수준의 컨트롤타워가 마련되지 않으면, 예방과 재활은 물론이고 장기수사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이제 마약청 신설에 대한 공론화를 시작할 때가 된 것 같다.

2023-12-19

‘장제원 희생’이 여권혁신의 계기되길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그저께(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의 총선 험지출마 또는 불출마를 핵심으로 하는 6개 혁신안을 전달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당초 성탄절까지 활동시한으로 정했지만, 이날 조기 종료한 것은 여당 기득권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국민의힘 혁신위의 출발은 화려했다.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했고, 이를 실제 믿은 인요한 위원장은 “와이프와 아이 빼고 다 바꾸겠다”며 강도 높은 혁신을 예고했다.친윤핵심인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3선)이 어제 국회에서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지만, 인요한 혁신위의 성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40여 일간의 혁신위 활동은 여당 메인스트림의 구조화된 카르텔과 헌신정신 결여, 위기에 대한 무감각 등을 확인한 채 막을 내리게 됐다.당내 비주류 의원을 중심으로 ‘쇄신대상 1순위는 지도부’라며 공개저격하고 있음에도, 김기현 대표는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혁신위를 마치 ‘지나가는 소나기’로 인식하며 기득권을 붙잡는 모습을 TV중계처럼 지켜보는 유권자 마음은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현 지도부체제가 공천권을 행사할 경우 내년 총선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시즌2’로 갈게 뻔하다.최근 국민의힘이 자체 분석한 총선 판세분석 결과가 이를 여실히 대변하고 있다. 서울 49석 가운데 우세 지역은 강남과 서초, 송파 일부 등 6곳 정도라고 하니 충격적이다. 2020년 4·15총선 당시 서울 8석보다 당세(黨勢)가 더 쪼그라들었다. 당 기획조정국이 그동안 언론에서 발표한 각 정당 지지율과 지역별 지지율 등을 기준으로 판세를 분석한 데이터라고 한다.민주당은 지금 내년 총선에서 200석 확보를 거론할 정도로 자신만만하다.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일을 주도한 이해찬 상임고문은 “지난번처럼 180석을 먹느냐가 관건”이라고 했고, 정동영 상임고문도 “수도권을 석권하면 200석 못 하리라는 법도 없다”고 했다.이들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로 판세분석을 하는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도 4년 전(민주당 180석 획득)과 비슷할 것”이라고 진단했다.민주당은 지금 내부에서조차 “도덕성은 평균이하고 당내 민주주의는 실종됐다”는 자조적인 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흐름에 밝은 당 상임고문들이 총선 석권을 자신할 정도로 민심을 얻고 있으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혁신위 조기종료 과정에서도 보듯, 여권은 강서구청장 참패 이후에도 달라진 게 별로 없다.윤석열 대통령도 현 지도부 체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니, ‘여권 카르텔’은 갈수록 강화될 것 같다. 국민의힘 혁신위가 내놓은 과제는 민심을 반영한 것이다.여당이 이 과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않고는 현 판세를 바꿀 동력을 찾을 수 없다. 장제원 의원 불출마 선언이 여권의 고강도 혁신에 드라이브를 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2023-12-12

경주지진 후 왜 긴급대책 하나 나오지 않나

심충택 논설위원 국토 정중앙인 충북 괴산에서 4.1규모 지진(2022년 10월)이 발생할 정도로 우리나라 전역은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다. 지진에 영향을 주는 활성 단층지대와 지구대가 한반도 곳곳에 동서남북으로 펼쳐져 있다.다만, 지난달 30일 새벽 발생한 경주지진도 마찬가지지만 지진 대부분이 ‘주향이동단층(땅이 수평으로 찢어지는 현상)’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강도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 그렇지만 2016년 경주 내남에서 발생한 진도 5.8규모 지진도 주향이동 단층에서 발생한 만큼, 약한지진이라고 해서 절대 얕봐선 안 된다.이번 경주지진은 2016년 진원지인 ‘내남단층’과는 또 다른 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행정안전부가 올해 초 공개한 한반도 동남권(경북, 경남, 부산, 울산) 단층조사 결과를 보면, 이 권역에는 규모 6.5 이상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이 14개나 존재한다.경주지역은 신라시대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지진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서기 64년 12월 지진이 있었다고 처음 기록된 후, 주기적으로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기록되고 있다. 김천욱 연세대 공대 명예교수는 “국보인 불국사 다보탑, 석굴암, 첨성대 등이 무너지지 않고 1천300년이상 견디어내는 것을 보면, 신라인들이 지진에 대비하여 축조물을 건립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조선왕조실록 1405년(태종 5년) 2월 3일자 ‘태종실록’기사에는 “경상도 계림(경주), 안동 등 15개 고을과 강원도 강릉, 평창 등지에 지진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지진은 막을 수 없지만, 잘 대비하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경주지진 이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언론에 종합적인 대책 하나 발표되지 않은 것은 문제가 많다. 만약 4.0 강도의 지진이 도심지에서 발생했으면, 대형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정부나 지자체가 지진 발생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원전이나 지진대에 있는 구조물의 안전성에 대해 긴급점검을 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 아닌가. 그리고 경북 동해안 일대 활성단층에 대해 면밀한 지질조사도 해야 한다. 다만, 이번 경주지진 진앙과 가까운 월성원전을 비롯해 우리나라 원자로는 진도 6.0이상의 지진일 경우 자동으로 셧다운 되도록 설계돼 있다고 하니 큰 불안감은 해소된다. 김천욱 명예교수는 “만일 6.0이상의 지진이 일어나면 원전은 즉시 가동중단되고 여진이 계속된다면, 비상냉각장치로 원자로의 여열을 모두 제거하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참사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문제는 지진때마다 제기되는 ‘필로티 방식(기둥을 제외한 벽을 제거하여 개방적으로 만든 것)’건축물이다. 건축전문가들은 지진이 잦은 지역은 지금부터라도 필로티 건축을 규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모든 건축물은 지자체에서 허가하는 만큼 규제가 가능할 것이다. 전기·통신 등 사회기반시설의 안전성도 철저히 점검하고, 부실한 축조물(가스관, 교량, 터널, 송유관 등)에 대해서는 빨리 보강조처를 해야 한다.

2023-12-05

여권 주류세력은 ‘넓은 視野’를 가지길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이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지 50일이 다 됐지만, 아직 터닝포인트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혁신위가 민심을 끌만한 다양한 혁신과제를 내놨지만, 당 주류인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친윤핵심, 영남권 중진들이 혁신 흐름을 끊고 있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야권에 질 경우, 현재의 당 주류 인사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다.총선이 현 판세대로 진행되면 야권은 수도권을 석권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지금처럼 과반의석을 넘으면 입법·사법에 이어, 행정부까지 손아귀에 넣는다. 특검과 해임, 탄핵이 이어질 것이고, 현 정부의 3부기능은 모두 마비된다. ‘동학농민혁명군 명예회복법’ 같은 기상천외한 입법 폭주도 이어질 것이다. 책임은 현재의 여당주류 인사들에게 향하게 돼 있다.국민의힘 주류 인사들은 충분히 이러한 결과를 예상할 수 있음에도 혁신위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고 있다.민심이반 위기 돌파를 주도해야 할 그들이 눈앞의 자기이익에 몰두하면서 민심을 외면하는 것이다. 당내에서 유일하게 민심을 반영하는 혁신위원들이 “이대로라면 더는 못 하겠다”며 두 손을 드는 사태까지 왔다.당 혁신위는 내일(30일) 2호 혁신과제인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를 정식안건으로 의결하고, 지도부에 공식혁신안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주류희생’을 최종적으로 요구하는 최후통첩 절차다. 현재로선 당 지도부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확률이 아주 높다. 김 대표는 오히려 본인 주도하에 총선을 치르겠다며 당 장악력을 강화하고 있다. 같은 처지인 친윤·영남중진 의원들도 이런 김 대표를 응원하고 있다.혁신위가 당에 권고한 과제 중에는 TK(대구경북)를 비롯한 영남중진들의 희생도 포함돼 있다. 사실 수도권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영남정치세력의 당내 권력독점’은 보수정당을 비토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지난 23일 열린 대구경북언론인회 포럼에서 “TK세력의 당권독점으로 인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층) 지지가 심각하게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국민의힘이 영남일색인 현 지도부체제를 고집하면, 내년 총선에서 여당바람을 일으킬 동력을 만들 수 없다.당 혁신위도 이를 인식하고, 영남권 중진들이 희생한 빈자리를 중도·청년층으로 대체해 총선에서 외연을 확장하자는 과제를 내놓은 것이다.보수정당 역사에서 TK를 중심으로 한 영남지역 공헌도는 아주 높다. 김용판 의원(대구 달서병)이 언급했다시피, 이 지역 정치인은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위기시 당을 지켜온 주류세력이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영남당 이미지로 선거를 치르면, 승산이 없다는 점이다. 내년 총선은 대한민국의 국가적 안위와 직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TK를 중심으로 한 여당 메인스트림(주류세력)은 시야를 넓혀, 인요한 위원장이 “나라가 먼저다”라고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2023-11-28

대구서 ‘정치적 대중성’ 입증한 한동훈

심충택 논설위원 한동훈 법무장관이 내년 총선판세의 핵심변수로 부상했다. 지난주 대구를 찾아 처음으로 대중들과 스킨십을 가진 한 장관은 며칠 만에 팬덤을 형성할 정도로 성공적인 정치데뷔를 한 것 같다.지난 17일 대구를 방문한 한 장관은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한 장관이 가는 곳마다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마치 중견정치인 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한 장관도 바쁜 일정을 미루면서까지 시민들과 즉석 사인회를 열고, 사진 촬영 요청에도 일일이 응했다. 동대구역에서는 시민들의 사진촬영과 사인요청으로 예매해둔 서울행 기차표를 취소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한 장관이 이날 대구시민을 감동시킨 것은 ‘대구시민을 존경하는 이유’에 대한 그의 발언이었다. TK(대구경북)지역은 최근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로부터 기분이 상하는 소리를 많이 들어왔다. TK의 지원을 받아 국민의힘 대표까지 지낸 이준석은 요즘 다양한 좌파매체에 출연해 대구의 보수성을 공격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호남출신인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TK를 비롯한 영남지역을 ‘낙동강세력’이라고 명명하며 적대시했다. 민주당 정치인들의 TK조롱 사례는 여기서 다시 언급하지 않겠다.반면, 한 장관은 이날 “대구시민들은 6·25전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적에게 도시를 내주지 않고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 그리고 전쟁의 폐허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산업화를 진정으로 처음 시작했고 다른 나라와의 산업화 경쟁에서 이긴 분들”이라고 했다. 나는 ‘TK의 아이덴티티(정체성)’에 대해 이만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외지인을 만나본 적이 없다.한 장관이 말한 것처럼, TK지역은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를 극복하는데 앞장서왔다. 6·25전쟁 당시 이 지역에서는 지게꾼까지 나서서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했다. 자유당 정권의 부패와 독재에 목숨을 걸고 저항했던 대구고교생들의 2·28 민주운동은 이 나라 민주화의 횃불이 됐다. 삼성을 태동시키고 포항제철소를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우리나라 산업화의 산실이 된 곳도 TK지역이다.한 장관의 대구방문 이후 그의 정치 데뷔는 기정사실로 된 것 같다. 국민의힘에선 조만간 있을 개각에서 그를 총선출마 후보군으로 합류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장관에게 수도권 위기론을 돌파할 역량이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한 장관은 그동안 극단성향이 강한 야당 정치인들과의 논리싸움에서 밀린 적이 없는 여권 내 유일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문무(文武) 모두를 겸한 ‘조선제일의 검’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한국갤럽이 이달 초(7~9일) ‘선호하는 장래정치지도자’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TK지역에서는 한 장관이 14%로 1위를 기록했다. 그다음이 홍준표 10%, 이재명 9%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 여론조사 결과는 그의 정치적 대중성을 입증하고 있다. 보수지지층에다 중도·청년층까지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한 장관의 ‘지방순회 행보’가 내년 총선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023-11-21

‘동성로 캠퍼스타운’이 대구이미지 바꾸길

심충택 논설위원 첫 유럽여행을 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학도시’였다. 30여 년 전 여행한 독일과 영국의 대학들은 당시 우리나라 대학과는 달리, 캠퍼스가 없이 도시 전체에 단과대학이 흩어져 있어서 이색적이었다.하이델베르크 대학 인문·사회과학부가 있는 독일 하이델베르크시 구시가지의 경우, 도시 전체가 대학 캠퍼스 같았다.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단과대 건물 여기저기를 삼삼오오 다니는 모습이 나에겐 문화적 충격이었다. 우리 일행은 마크 트웨인과 존 웨인이 단골이었다는 하이델베르크 한 식당에 앉아 생맥주를 마시며, 자유분방한 학생들의 모습을 부럽게 바라봤다. 도시 전체가 지성과 낭만이 넘쳐흐르는 것 같았다.대구시가 최근 중구 동성로를 유럽의 대학도시와 비슷한 ‘캠퍼스 타운’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동성로는 1960년대 이후 40여 년 이상 대구시민의 쇼핑 중심지였다.그러나 2000년대 들어 온라인 상거래 발달로 청년들의 발걸음이 줄어들면서 쇼핑상가에 큰 타격을 줬다. 동성로의 상징이었던 대구백화점도 불황으로 인해 문을 닫았다. 이러한 동성로를 대학캠퍼스로 바꾸겠다는 대구시의 발상은 놀랍다.이 뉴스를 듣고 대구 대학생들이 유럽처럼 강의실과 상가, 광장이 조화를 이룬 동성로를 오가며 자유스럽게 공부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캠퍼스 타운은 경북대, 계명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대구한의대 등 대구 지역 12개 대학이 총장협의체를 구성해 대구시와 같이 추진한다. 대통령 직속인 ‘국가건축정책위원회’도 후원기관이다.캠퍼스 타운 사업이 현실화되면 동성로 빈 상가는 대학 공동 기숙사, 통합강의실, 학습·연구공간, 전시·행사·이벤트 공간, 동아리방, 커뮤니티 공간, 직장인 강의실 등으로 활용된다. 빈 상가에 대학 음악동아리가 입주하면 수업 뒤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고 버스킹도 할 수 있다. 외식학과는 빈 건물에 조리실을 만들어 실습실로 활용할 수 있고, 동성로에서 시식회도 열 수 있다. 학생들이 동성로에 거주하면서 공부하고, 창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대구시 목표다. 건물을 임대하는 비용은 교육부 재원으로 마련할 계획이고. 부족하면 시비도 투입된다.동성로 캠퍼스 타운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포틀랜드시는 70여 개의 포틀랜드 주립대학 건물이 도심 곳곳에 흩어져 있어 도시 전체가 대학이다.포틀랜드시는 학생·시민이 많이 찾는 건물들 사이에 광장을 만들고, 대중교통(버스와 경전철, 스트리트카)이 모두 광장주변을 지나도록 함으로써 접근성을 최대화했다. 대학에서 진행하는 모든 수업과 연구는 지역 공동체와 함께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인기를 누리는 예술대학은 1층 한쪽 면을 유리로 만들어 지나다니는 시민이 학생들의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했다.앞으로 동성로 캠퍼스 타운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대구 이미지가 유럽 대학도시나 포틀랜드시처럼 지성과 낭만이 넘치는 젊은도시로 바뀌길 기대한다.

2023-11-14

이준석은 탈당하는 즉시 ‘고립무원’이 된다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 주말 부산까지 찾아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려 했으나 문전박대 당했다. 보수정당을 아끼는 많은 국민은 이날 인 위원장이 어떻게든 이준석을 포용해 공멸의 길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기대했지만, 그 희망은 산산이 부서졌다.이준석은 이날 자신을 만나러 온 인 위원장에게 시종 영어로 말하면서 “환자는 서울에 있다”며 모욕을 줬다. ‘서울환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 핵심측근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여진다. 부산시민들이 가득찬 자리에서 이준석이 인 위원장에게만 일부러 영어로 말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너는 우리 국가의 일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가 포함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런 해석이 아니더라도 멀리서 자신을 찾아온 손님에게 어떻게 그렇게까지 모질게 대할 수 있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민심이다.인 위원장의 연이은 이준석 포용행위는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은 이제 보수정당을 회생시키는데 나름대로 역할을 한 이준석에게 할 도리는 다 했다는 충분한 명분을 쌓았다. 결과적으로 인요한식 ‘포용의 축적효과’가 이준석의 탈당과 신당창당 명분을 사전에 반감시키는, 보이지 않는 성과를 낸 것이다.이준석의 신당창당은 기정사실로 된 것 같다. 여당 입장에선 이제 이준석 탈당이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게 됐다. 만약 이준석이 ‘윤핵관’에 의해 쫓겨났다는 ‘피해자 이미지’를 가질 경우, 그의 신당은 여당에 일정부분 상처를 줄 수 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지지기반이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 발붙일 곳이 없게 되자 스스로 당을 박차고 나와 신당을 창당하려는 그에게 민심이 우호적일 리 없다.그의 손을 잡아줄 정치인도 별로 없어 보인다. 이준석이 신당창당 준비과정에서 민주당 비명계 의원을 접촉하고 있다고 밝힌데 대해 우상호 의원은 “개똥같은 소리”라며 일축했다. 금태섭 신당 ‘새로운 선택’의 곽대중 대변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에서 안되다 보니 원래 있던 당에 맞불을 놓기 위해 신당을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 같이 하면 득보다는 실이 많다. 우리뿐 아니라 누구하고도 같이 하기 힘들다”고 했다.곽 대변인 말처럼, 이준석 신당론은 ‘가능성’으로 남아 있을 때에만 협상력이 있다. 여당의 끈질긴 포용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을 탈당하는 즉시 그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칼은 꺼냈을 때보다 칼집에 있을 때 더 위협적이라는 것은 꾀 많은 이준석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내년 총선에서 이준석이 출마 지역을 서울 노원구가 아닌 대구를 염두에 둔 것 같다는 일부 보도도 나오고 있어 대구시민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이준석이 말하는 신당이 성공하려면 우선 탄탄한 지역기반을 갖춰야 하고 상당한 지지세력도 있어야 하는데, 대구를 정치거점으로 삼겠다는 그의 발상은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보수진영의 산실인 TK지역 유권자들이 ‘먹던 우물에 침을 뱉는’ 이준석을 국회의원으로 뽑을 순 없지 않은가.

2023-11-07

‘인요한 혁신위’가 할 일은 공천이 아니다

심충택 논설위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주장대로, 과연 ‘영남스타’인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5선)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수도권 험지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을까. 나는 가능성 제로라고 생각한다. 주 의원은 이미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자리를 잡고 있는 수도권 지역구에 낙하산공천을 받아 총선을 치르겠다는 가정 자체를 하기 싫을 것이다.총선취재를 여러번 해봤지만, 어떤 지역구든 현역의원을 이기기는 힘들다. 특히 수도권 현역들의 경우 당선직후부터 다음 선거에 대비해 지역구 관리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정당별 지지도가 엇비슷하고, 공천경합자도 많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다음선거 공천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지금 비판받는 민주당의 팬덤정치는 현역의원들의 끊임없는 조직관리 때문에 생긴 측면이 강하다.이런 수도권 선거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주 의원이 인 위원장의 서울 험지 출마요구를 받아들일 리가 만무하다. 주 의원은 지난 4월 대구지역 한 방송에 출연해 TK현역 공천 물갈이설에 대한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당시 그는 2016년 총선에서 공천 탈락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험을 상기시키면서 “어떤 이유로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정말 괜찮은 정치인이라면 다시 당선시켜주는 경우가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만약 대구 수성갑에서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지는 부분이다.여기서 주 의원을 예로 들었지만, 인 위원장이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며 TK정치권을 비하하고, 김기현 대표(울산 남구을·4선)와 주호영 의원을 콕 집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라고 요구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다. ‘잘 모르는 사람끼리 술집에 앉아서 할 수준의 말을 혁신위원장이 함부로 얘기한다’는 비판에 공감이 간다. 당사자들은 애써 감정을 누르고 있겠지만,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라는 말은 사실 정치를 그만두라는 얘기와 다름없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최근 이와 관련해 “TK중진 서울 차출은 그냥 죽으라는 얘기다”라고 했다. 사실 국민의힘이 김 대표나 주 의원을 서울험지에 출마시킨다고 해서 감동할 국민도 없다.여당은 이번주 총선기획단과 인재영입위 가동을 시작으로 총선준비에 들어간다. 12월 12일부터는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당 사무총장이 단장을 맡는 총선기획단은 선거전략과 공천기준 수립 등 밑그림을 그리는 기구다. 향후 출범할 공천관리위원회의 실무기구로 생각하면 된다. 인재영입위는 말 그대로 당선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국민의힘은 앞서 호남, 수도권, 청년 등을 영입 키워드로 제시한 바 있다.앞으로 두 기구가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되면 그동안 혁신위가 제기했던 이슈들은 묻힐 수밖에 없다. 혁신위가 공천에 관여해 봤자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다. 혁신위가 지금 긴급하게 해야 할 작업은 수도권 선거판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을 견인할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이다.

2023-10-31

인요한 혁신위 ‘레드팀’이 돼야한다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3선·대구 달서을)는 지난 대선 때 레드팀으로 불리는 선거대책위 후보전략자문위원장을 맡았다.민주당 입장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의 약점을 파고들며 ‘쓴소리’를 하는 게 주요역할이었다. 윤 원내대표는 자신의 레드팀 경험을 소개하며 “듣기 불편한 내용까지 후보께 가감 없이 전달했다. 대통령실 가교가 돼 제대로 민심을 전했다”고 했다.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슬럼프에 빠진 당을 구하고 레드팀장 역할까지 해야 할 여당 혁신위원장이 그저께(23일) 선임됐다. 국민의힘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 선택한 혁신위원장은 호남출신 인요한(64) 연세대 의대 교수다. 이미 국민의힘 총선 영입 대상으로도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 파격적이진 않지만, 스타성과 주도성을 갖췄고 여당의 외연확장에 대한 확고한 지론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인물을 찾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에서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경력도 있어 강경 보수지지층에서도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인 위원장의 가문은 구한말부터 4대째 한국에서 선교·의료·교육 활동을 펼쳐 왔고, 이 공로로 2012년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가 됐다.인요한 혁신위는 지금부터 혁신위원을 구성한 후, 활동 기간과 범위, 다룰 과제 등을 결정해야 한다. 혁신위가 당 쇄신과제를 선정할 때는 어떤 식으로든 당원과 국민의 의견수렴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혁신위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구성됐기 때문에, 혁신과제가 당 지도부 거취나 총선공천문제 등 민감한 현안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당 쇄신과제 하나하나가 폭발성을 지닐 소지가 다분하다. 자칫 혁신위가 당 지도부에 종속됐다는 소리가 나오거나, 실천불가능한 혁신과제를 선정하면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의 재판(再版)이 될 수 있다.혁신위는 자나깨나 ‘민심’을 반영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국민입장에서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대통령실이나 당 지도부를 향해서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레드팀이 돼야 한다. 인 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정치를 하게 된다면 국민의힘에서 전라도 대통령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여당의 지지층 확장이 호남까지 폭넓게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말로 해석된다. 한국정치와 관련해서는 “정치가 국가수준에 비해 발전을 못했다”고 평가절하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싸우더라도 타협해서 절충안을 찾으라는 것인데 소모전만 벌이며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인 위원장의 과거 발언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통합에 대해 깊은 식견을 가진 것으로 판단된다. 일단 정치이념이 특정정당이나 지역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식의 급진성이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여당지도부는 혁신위가 당 쇄신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총선관련 주요정책 입안권한을 혁신위에 대폭 양보해야 한다. 만약 혁신위가 제기능을 못하면,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재기할 확률이 아주 낮아진다.

2023-10-24

의대정원 대폭확대, 여당 총선에 도움될까

심충택 논설위원 민주당의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이 최근 페이스북에 “정부가 의대 정원 확충을 진짜 실행한다면 엄청난 일을 하는 것이다. 성과를 내길 바란다. 국민이 지지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정 의원의 이 글은 과연 진심일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정부·여당이 만약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총선 득표용’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誤算)이다.의대정원 확대는 우선 가장 민감한 이슈인 ‘사교육비 뇌관’을 건드리기 때문에 교육계에서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우리사회는 오래전부터 수험생은 물론, 대학 1~2년생,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의대 열풍’이 불어왔다. 최근에는 직장인까지 이 대열에 합류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정원을 파격적으로 증원할 경우 교육계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의대 블랙홀에 빠지게 된다. 윤석열 정부는 과거 18년간 어떤 정부도 의대정원 확대에 손대지 않았던 이유를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이미 사교육비 뇌관의 불씨인 수도권 입시학원들이 ‘의대 마케팅’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그들로선 의대정원 확대가 ‘황금알을 낳는 신시장’으로 보일 것이다. 2024학년도 전국 39개 의대의 신입생 모집 인원은 총 3천16명(수시 1천872명, 정시 1천144명)이다. 만약 의대 정원이 2025학년도부터 1천명 늘어나면 현재 정원보다 모집 인원이 33%나 증가한다. 성적이 상위권인 초·중·고 학생들과 N수생(재수생 이상) 상당수는 입시학원의 새로운 수요자가 될 것이다.수험생들이 많은 영향을 받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킬러(초고난도) 문항 출제 배제로 수능부담이 줄었는데, 의대까지 증원되면 재수생이 더 몰릴 것’, ‘SKY 자연계열 학생들은 상당수가 반수에 도전할 것’ 등의 글이 올라온다. 커뮤니티 글처럼 대학 이공계열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대거 재수시장에 뛰어든다면 날벼락은 대학들이 맞는다. 서울대를 예로들면, 올해만 해도 신입생 중 휴학생이 418명이나 되는데 상당수가 의대진학이 목표라고 한다.교육전문가들은 “이미 확정된 2028년 대입개편(정시 40%)에다 의대 정원확대까지 더해지면 N수생 확대, 사교육비 부담 등의 부작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교육계뿐만 아니라 과학·산업계도 우수인재들이 너도나도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면 연구인력을 어디서 구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충분히 이해된다. 우리나라 임상의사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작년기준 인구 1천명당 의사수는 2.5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꼴찌수준이다. 그러나 의대정원 확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의사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필수의료 분야(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등)로 의사들을 유인할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덜렁 의대정원만 늘릴 경우,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오픈런’ 같은 의료계의 고질적인 현안은 해결하지 못한 채, 인턴과정도 거치지 않은 피부·미용 개원의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023-10-17

하태경 險地출마, 여당 혁신으로 이어져야

심충택 논설위원 내년 4·10총선을 6개월 앞두고 오늘(11일) 실시되는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지난 주말부터 국민의힘에도 내부혁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부산출신 하태경 의원이 당 혁신을 위한 총대를 멨다. 하 의원은 지난주말 “내년 총선에서 정치적 고향인 해운대갑구를 떠나 서울 험지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3선인 하 의원은 국회의원이 한 지역구에서 세 번 넘게 연임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었다.하 의원이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마포을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솔깃하다. 아마 여당 중진, 특히 손쉽게 국회의원 선수(選數)를 늘려온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울산)지역 의원들에겐 하 의원의 서울험지 출마 선언이 ‘올게 왔다’는 압박감으로 작용할 것이다.하 의원의 지역구포기 선언은 당 지도부를 향한 채찍으로 들린다. 지금 여당 지도부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혀 꼼짝 못하고 있는데도, 하나같이 먼 산 구경하듯 하고 있다. 오직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공격에만 총력을 쏟으며 반사이익에 기대는 모습이다.하 의원처럼 기득권을 내려놓으며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사람이 지금까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내년 총선은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전쟁 같은 선거가 될 것이다. 진영간 이데올로기 갈등이 지금보다 심각한 때는 없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영남권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지역에서 민주당에 졌다.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쯤이면 당이 비상상황에 들어가 있는 것이 맞다. 그러나 당 안팎을 보면 긴장감이나 역동성이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총선 승패가 결정될 수도권 판세가 위기상황임을 나타내는 지표가 쏟아져 나오고 있음에도, 대통령실 핵심참모나 당 중진들은 쉽게 당선되는 영남권만 기웃대는 모습이다. 여당은 지금 국민에게 혁신과 변화의 에너지를 보여줄 때다. 그러려면 현 정부에서 혜택을 많이 받은 중진들이 총선 승리를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당에 헌신해야 한다.여당이 수도권에서 이기려면 중도층 쪽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방법밖에 없다. 중도층은 이념보다는 바람이나 감성에 흔들린다. 그들의 입맛에 맞는 선거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최선의 전략은 당 지도부와 중진들의 기득권 내려놓기다. 집권당내에서 총선불출마나 인적쇄신, 적지 출마론 같은 ‘자기희생적 뉴스’가 쏟아져 나오면 중도층은 여당에 눈길을 줄 것이다. 하 의원처럼 민주당의 수도권 중진 지역구에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민주당은 지금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위협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면 이런 일은 다반사로 발생할 것이다. 상대를 타도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다. 우리나라가 합리적인 다수 힘으로 운영되는 정상적인 국가가 되려면, 내년 총선에서 이런 세력이 헤게모니를 잡는 것은 꼭 막아야 한다.

2023-10-10

‘여당바람’ 일으킬 총선전략이 안 보인다

심충택 논설위원 경북매일신문이 추석연휴 직전 대구지역 유권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가 39.9%(긍정평가 54.3%)에 달했다. 정권의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에서 부정 평가가 40%에 육박한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대구뿐 아니라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국민 삶이 고단해지면서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해지고 있음을 대변해 주는 조사결과다. 내년 총선을 의식해 정부나 여당이 추석민심을 챙겨봤겠지만, 서민들의 경우 요즘 물가는 다락 같이 오르는데 수입은 되레 줄어들면서 전에 없던 ‘사회양극화’를 경험하고 있다. TK지역 정치인들도 이런 민심을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국민의힘은 총선을 불과 6개월여 앞둔 현시점에서도 민심은 뒷전인 것 같다. 오직 이재명 민주당 대표 공격에만 총력을 쏟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국민은 ‘이재명’ 이름 석자만 나와도 TV채널을 돌린다. 이제 정부여당은 이재명 블랙홀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서민정책을 펼 때가 됐다.우선 물가를 잡는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중도층 민심의 핵심이 ‘장바구니 물가’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물가는 서민의 목줄을 조이고 있다. 여기에다 ‘추석 물가’까지 겹쳤으니, 서민들의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올 수 없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국민이 많아질수록 민심은 집권당으로부터 멀어진다.총선전략에서도 여당의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국정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내년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해야 한다. 여소야대 의석으로선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지금 너무나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총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지만, 중도층 민심을 사로잡을만한 이벤트 하나 나오지 않는 것은 당 지도부 리더십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수도권에서 참패를 당했다. 지금쯤이면 내년 총선에서 패배를 만회할 전략이 나와야 할 때다. 그런데 아직까지 수도권 출마 도전자 중 국민의 눈길을 끌 만한 후보자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 핵심참모나 당 중진 모두 여당의 지지기반이 강한 양지(陽地)만 찾아 다니는 모습이다.국민의힘이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려면 지금쯤 내각 주요장관이나 스타 정치인이 전면에 나서 당의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예를들어 원희룡 국토부 장관,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 윤희숙 전 의원 같은 인물이 민주당 핵심인 정청래·안민석 의원 지역구에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총선이 임박해서 이런 인물들을 험지(險地)에 배치해 봤자 판세를 뒤흔들만한 바람을 일으킬 수 없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대권 잠룡’ 오세훈이 버티고 있던 서울 광진을에 정치신인 고민정을 공천했고, 4선의 나경원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에 판사 출신 이수진을 공천해 바람을 일으킨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23-10-03

기회발전특구 유치 전쟁, TK만의 전략 중요

심충택 논설위원 정치사회가 ‘이재명(민주당 대표) 블랙홀’에 빠져 어수선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지방정부들의 노력은 숨가쁘게 진행돼 그나마 다행이다. 비수도권 모든 시·도가 마찬가지지만,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난 7월 관련법안이 시행된 기회발전특구 유치를 위해 최근 전 행정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기회발전특구는 지방정부와 입주기업 간 협의성과를 보고 정부가 지정하기 때문에, 지방정부 역량이 특구선정의 최대변수다. 아직 특구지정과 관련한 세법 제·개정과 정부지침(특구지정 평가 요소)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미 특구 후보지를 기정사실화하고 대기업 유치에 올인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 모두 지난 7월부터 기회발전특구 추진단을 가동중이다.대구시가 기회발전특구 유치 대상지로 선정한 곳은 달성군 국가산업단지와 테크노폴리스, 수성알파시티다. 이 세 곳은 미래산업(모빌리티, 로봇, 디지털 분야) 분야 국제경쟁력이 어느 도시보다 우위에 있고, 튼튼한 산·학·연 협력 체계가 구축돼 있어 국내외 대기업 유치 조건을 비교적 잘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시는 달성군 제2국가산단과 군위군 신공항 첨단산업단지도 기회발전특구 후보지로 생각하고 있다.경북도의 1차적 유치후보지는 포항(이차전지 특화단지)과 경주(소형모듈원자로 국가산단), 안동(바이오 생명 국가산단), 구미(반도체 핵심 소재·부품 특화단지 및 방산 혁신클러스터), 울진(원자력 수소 국가산단)지역 산업단지다. 경북도의 경우, 최근 제정된 ‘분산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근거하면 전기요금이 전국 최저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어 대기업 유치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경북도는 대학, 시·군과 함께 원팀을 구성해서 특정기업이 특구에 투자할 의향이 있으면, 곧바로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공장 준공 때 바로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두고 있다.경북도는 지난주(20일)에는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수도권 기업들을 대거 초청해 도내 기회발전특구 후보지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설명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권유했다. 이 자리에는 삼성과 LG, SK, 두산, 에코프로 등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도 참석해 경북도내 특구 후보지 투자에 관심을 보였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중동에너지기업들을 초청해 경북투자를 권유했다. 이 지사는 경주 SMR산단과 울진 원자력수소 산단 조성에 많은 국내외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에너지 산업만큼은 경북도가 투자하기에 가장 매력적인 곳이라고 강조했다.기회발전특구는 일단 비수도권 시·도를 대상으로 지정된다. 만약 대구·경북이 윤석열 정부의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이용해서 대기업 유치 기회를 잡지 못하면 곧바로 다른 지자체와의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것은 물론, 청년층 인구소멸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 기회발전특구제도 운용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계획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해서 대구·경북만의 강점을 살린 대기업유치 전략과 인센티브를 만들어 내야 한다.

2023-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