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을 넘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정치력과 리더십 성적은 어느 수준일까. 나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친정체제를 구축했고, 거대야당의 입법공세와 친윤(윤석열)계 견제에 맞서 ‘민생이슈’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우수한 점수를 주고 싶다. 정치 입문 8개월밖에 안 된 데다 원외 당대표라는 취약한 입지에서 ‘뇌관’이었던 당 지도부 구성을 속도감 있게 마무리한 것은 정치력과 리더십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한 대표는 취임 이후 정치공학적 이슈보다는 정책에 올인했다. 정쟁(政爭)과는 일정부분 거리를 두고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격차 해소’를 비롯해 민생문제에 이슈를 집중시킨 것은 ‘이재명 정치’와 차별화된다. 한 대표가 내건 민생이슈는 모두 시의성과 관심도가 높았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반도체특별법 제정, 간첩법 개정, 취약 계층 전기료 감면, 청년 고독사 문제, 티메프사태 대책, 전기차 안전 대책 등은 모두 민생문제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각종 특검법과 탄핵에 몰두한 민주당과 대비된다.
한 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오는 30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찬을 하면서 다양한 현안을 논의한다니 기대가 크다. 최대 민생현안인 의료공백 사태에 대해 당정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한 대표는 지난 20일 박단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과 장시간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추석연휴를 앞두고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 대형병원 응급실은 의료진 부족으로 언제 ‘셧다운’ 될지 모르는 상태에 있다. 만약 간호사·의료기사 등이 실제 총파업을 단행하면, 응급실 의료공백 사태는 어떤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
정부가 대형병원 응급실 위기를 지금처럼 내버려두면, 자칫 정권위기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 현재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병원을떠난 지 6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이번 당정회의는 반드시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국민은 응급환자가 늘어날 추석 연휴를 앞두고, 끔찍했던 2020년 코로나 악몽을 되살리고 있다.
한 대표가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곳곳에 지뢰가 널려 있다.
대표적인 지뢰는 민주당이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고리로,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한동훈 특검안’을 수용하겠다며 압박강도를 높이는 것도 여권분열을 노리는 포석이다. 한 대표로선 윤 대통령과 친윤계가 특검법 발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은 상태다.
한동훈 특검안에 대한 국민의힘 내부의 부정적 기류는 한 대표가 자신의 리더십으로 해결해야 한다. 한 대표의 리더십과 정치력은 윤 대통령의 신임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대표로선 용산과 소통을 자주하면서 현안을 풀어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윤 대통령도 건전한 당정관계를 위해 한 대표의 위상을 존중해 줘야 한다. 채상병 특검법으로 인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갈등이 더 커지면 양측 모두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