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포항시민들의 반발에도 수도권(성남 위례지구)에 미래기술연구원 분원(글로벌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주요 이유는 핵심인재 확보 때문이다. 지난해 4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둥지를 튼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에서도 기술총괄(CTO) 김기수 원장의 주도하에 S급 연구원들이 AI(인공지능)컨트롤타워와 이차전지소재·수소저탄소연구소에 소속돼 미래 기술 확보에 여념이 없지만, 향후 글로벌시장에서 포스코가 생존하려면 지속적인 우수인력 확보는 필수적이다.
최근 최상목 경제부총리 일행이 포항제철소를 방문했을 때 포스코측은 2030년까지 글로벌센터를 비롯한 그룹 인프라 분야에 16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미래산업을 이끌 핵심인재들을 글로벌센터에 유치한 후 수도권 우수대학과 연구기관, 미국 실리콘밸리 등 해외 연구 거점과 협업해 기업의 기술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는 구상이다. 포스코는 최근 미래교통수단인 도심항공교통(UAM) 수직이착륙장(버티포트) 기술연구 개발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포스코뿐만 아니라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인재확보에 사운(社運)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최첨단 산업은 핵심 원천기술이나 초격차기술을 보유한 인재를 선점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순식간에 도태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디지털 분야를 예로 들면, 세계 주요국(미국 중국 일본 유럽)과 빅테크들이 이 분야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가가 직접 나서서 삼고초려를 하고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제시해야 인공지능 분야 인재를 스타우트 할 수 있다고 한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인공지능 인재 쟁탈전은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미친 전쟁이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저께 동아일보 보도에 의하면, 빅테크 박사급 연구원의 평균 연봉은 오픈AI가 86만5000달러, 앤스로픽 85만달러, 테슬라 78만달러, 아마존 72만달러, 구글브레인 69만5000달러로 국내 대기업보다 5~10배가량 높다. 이러니 삼성, LG, SK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도 핵심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빅테크들의 인재유치 경쟁이 치열해지자 우리나라 이공계 인재의 국외이탈도 러시를 이루는 모양이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해외로 떠난 이공계 인재가 30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있다. 매년 3만~4만명에 달하는 이공계 인재가 국내 기업이나 연구소가 아닌 외국행을 택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인재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이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내년 대입시부터 의대정원을 대폭 늘리면서 ‘의대블랙홀’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명문대 이공계 학생들이 다시 수능을 보기 위해 자퇴하는 케이스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과학·산업계는 인재들이 너도나도 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면 연구인력을 어디서 구할지 고민이 많다. 해외 빅테크들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전 세계 연구 인력을 쓸어가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오히려 이공계 인재양성의 걸림돌이 되는 일만 하고 있으니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