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공멸 위기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의 ‘독대신경전’이 진행 중인데다, 당내 친윤·친한계 내분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이 상태로 가면 당장 10·16 보궐선거가 위험하다. 전남 영광·곡성군수 선거는 둘째 치고라도, 보수 강세지역인 강화군수와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까지 위험한 모양이다.
보수세력이 여권에 등을 돌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의료사태와 김건희 여사 문제 때문이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두 사안은 마치 블랙홀처럼 정부의 국정동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여권은 이에 대한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의 시각차가 큰 게 주요 원인이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직접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지만, 윤 대통령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의대증원을 자신의 의료개혁 업적으로 여기고 있고, 김 여사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여당의 소극적 자세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민주당과 좌파세력은 김 여사에 대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주 ‘김건희 국정농단 TF’까지 꾸렸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 재의를 요구할 경우, 토요일인 5일에라도 재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연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도 김 여사 문제를 집중 파헤칠 움직임이다. 민주당이 다수인 상임위(법사위·교육위·국토교통위·외교통일위 등)에서는 김 여사 의혹 관련 인사들을 줄줄이 증인으로 채택했다. 특히 법사위는 김 여사와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도 증인·참고인으로 신청했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 등 일부는 ‘탄핵준비의원’ 모임까지 결성한 상태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을 주도했던 사회단체들과 민주노총도 지난 주말부터 김 여사 관련 이슈를 거론하며 윤 대통령 탄핵공세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국가 미래를 어둡게 하는 김 여사 문제와 의료사태를 해결하려면 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윤 대통령은 과거 대선후보 시절, 특유의 친화력으로 민심을 사로잡았다. 특히 대구·경북 시도민은 그의 대중성에 열광했다. 윤 대통령은 그 당시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야당의 외면을 받더라도 끊임없이 설득하면서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을 풀어나가야 한다. 싫든 좋든 야당은 대통령 국정운영의 중요한 파트너다.
한 대표와의 관계도 개선해야 한다. 대통령은 여당 위에서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다. 당·정은 수평적 관계가 돼야 한다.
특히 한 대표는 윤 대통령 본인이 키운 사람 아닌가. 이른 시일 내에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만나 두 쟁점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면서 여론의 악순환을 끊을 해법을 찾아야 한다.
윤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며 권력을 누리는 대통령실과 친윤계 인사들도 바뀔 때가 됐다. 호가호위할 때가 아니다. 당·정이 더이상 내분에 빠지면 국정운영이 어렵다. 곧바로 레임덕이 온다. 국민은 지금 대통령 측근들이 한 대표 패싱 분위기를 유도하면서 대통령 ‘불통’을 강화한다고 의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