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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한동훈 갈등의 비극적 결말

등록일 2024-12-17 18:27 게재일 2024-12-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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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점입가경으로 치닫던 윤석열·한동훈 갈등이 결국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비상계엄 선포라는 충격적인 사태를 일으킨 윤 대통령은 지금 대통령실이 아니라 관저에서 변호인단과 탄핵심판에 대비하는 신세가 됐다.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조수사본부는 그에게 내란·직권남용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오늘 오전까지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 청사에 와서 조사를 받으라는 독촉이다. 공조본은 경찰청, 공수처, 국방부 수사기관이 모인 협의체다. 공조본에 빠진 검찰도 그에게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계속 불응했다간, 언제 체포될지 모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6일 사퇴했다. 그는 이날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탄핵이 아닌 이 나라의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당 대표로 선출된 지 146일 만의 사퇴다.

지난연말 한 대표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끊이지 않았던 ‘윤·한 갈등’이 결국 ‘탄핵소추’와 ‘실각’이라는 비극으로 끝났다. 두 사람은 검사 시절 막역한 사이로 소문나 있다. 서울대 법대 선후배 관계이며, 검찰에서도 ‘특수통’ 선후배로서 각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 출범 이후 한 대표는 정권핵심으로 자리잡았다.

두 사람간의 마찰은 한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시작됐다. 발단은 김건희 여사 문제였다.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한 직후, 한 대표가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윤 대통령이 입장표명을 해야한다”고 말한 게 화근이 됐다.

그 후 해병대원 사건 외압 의혹,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이슈,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문제 등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계속 악화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과정에서 두 사람 간 충돌을 진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계파를 형성해 싸움을 부추겼다. 지난 7월 전당대회 때는 한동훈 후보 공격을 사주한 정황이 담긴 대통령실 김대남 행정관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갈등이 깊어졌다. 그 후에도 윤 대통령의 한 대표 패싱논란 등 두 사람의 갈등을 부채질하는 악재가 속출했고,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을 쳤다.

두 사람 간 충돌은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후 폭발했다.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한 대표가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히고 대통령 출당을 추진하자, 친윤계는 한 대표를 향한 사퇴 압박 수위를 높였다. 결국 친한계를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 사퇴로 ‘한동훈 지도부’는 붕괴됐다.

한솥밥을 먹던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불신과 반목은 결국 당을 사분오열시켰다.

리얼미터가 지난주(12∼13일)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결과 민주당은 52.4%, 국민의힘은 25.7%를 기록했다. 양당 간 지지도 격차가 26.7% 포인트나 벌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이 내분을 수습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한다면 군소정당으로 추락할 수 있다. 조속히 당내부를 정비하고 당의 정체성을 확보해 여당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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