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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 전기요금제’, 공정·투명성이 생명

등록일 2024-10-15 19:14 게재일 2024-10-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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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주(8일) 대구에서 열린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은 “정부가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적용 기준을 3분할(수도권·비수도권·제주)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원전이 집중된 남부권이 연대해서 지역별로 세분화된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을 중앙정부에 건의하자”고 제안했다.

박 시장이 언급한 ‘차등 전기요금제’는 2026년 시행되며, 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의 전기요금을 낮춰주는 대신 발전소에서 멀어질수록 전기요금이 높아지는 제도다. 지난해 5월 ‘분산요금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경북도처럼 발전소가 몰려 있는 지역은 전기요금이 싸지고, 수도권 전기요금은 상대적으로 비싸진다.

박 시장이 우려한 것처럼, 정부가 국토를 3분할해서 차등요금제를 시행할 경우 발전소가 있는 지역도 비수도권 내 ‘N분의 1’ 지역이 돼 차등요금제가 무색해 질 수 있다. 대전을 예로들면, 전력 자급률이 2.9%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은데도 비수도권에 포함돼 낮은 요금 혜택을 받게 된다. 지난해 기준 발전소가 있는 지역의 전력자급률은 경북도를 포함해 부산, 충남, 인천은 200%를 넘는다.

정부는 차등 전기요금제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지만, 전력당국은 올들어 두 차례 가격결정 워킹그룹(실무협의체) 회의를 열어 전국을 수도권과 비수도권, 제주로 3분할 해 전기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방정부들은 수도권, 영남권, 강원권, 충청권, 호남권 등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차등요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차등요금제 시행에 부정적인 수도권 정치권력의 이기주의다. 22대 국회 의석수는 254개 전국 지역구 중 서울 48석, 경기 60석, 인천 14석으로 수도권이 122석을 차지하고 있다. 벌써 경기지역 언론들은 차등요금제가 도입되면 반도체 산업 육성 프로젝트 동력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며 정치권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2026년은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해이자,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둔 시기다. 이처럼 민감한 시기에 정부가 과연 수도권 주민들을 상대로 전기요금을 더 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박형준 시장이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에서 남부권 지방정부가 연대해서 차등 전기요금제 결정에 대처하자고 제의한 것도, 이러한 정치적 함수관계 때문이다. 영남권과 호남권 등 남부정치권이 한목소리를 낼 경우, 정부도 수도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사실 수도권에 집중된 기업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데는 차등 전기요금제만큼 실효성이 있는 제도가 드물다. 지역별 전기료가 대폭 차이가 나게 되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나 이차전지,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들이 이전을 검토할 수 있는 동인(動因)이 생긴다. 정부는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라도 발전소를 많이 보유한 지방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서 차등 전기요금제 적용기준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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