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정중앙인 충북 괴산에서 4.1규모 지진(2022년 10월)이 발생할 정도로 우리나라 전역은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다. 지진에 영향을 주는 활성 단층지대와 지구대가 한반도 곳곳에 동서남북으로 펼쳐져 있다.
다만, 지난달 30일 새벽 발생한 경주지진도 마찬가지지만 지진 대부분이 ‘주향이동단층(땅이 수평으로 찢어지는 현상)’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강도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 그렇지만 2016년 경주 내남에서 발생한 진도 5.8규모 지진도 주향이동 단층에서 발생한 만큼, 약한지진이라고 해서 절대 얕봐선 안 된다.
이번 경주지진은 2016년 진원지인 ‘내남단층’과는 또 다른 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행정안전부가 올해 초 공개한 한반도 동남권(경북, 경남, 부산, 울산) 단층조사 결과를 보면, 이 권역에는 규모 6.5 이상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는 활성단층이 14개나 존재한다.
경주지역은 신라시대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지진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서기 64년 12월 지진이 있었다고 처음 기록된 후, 주기적으로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기록되고 있다. 김천욱 연세대 공대 명예교수는 “국보인 불국사 다보탑, 석굴암, 첨성대 등이 무너지지 않고 1천300년이상 견디어내는 것을 보면, 신라인들이 지진에 대비하여 축조물을 건립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조선왕조실록 1405년(태종 5년) 2월 3일자 ‘태종실록’기사에는 “경상도 계림(경주), 안동 등 15개 고을과 강원도 강릉, 평창 등지에 지진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지진은 막을 수 없지만, 잘 대비하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경주지진 이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언론에 종합적인 대책 하나 발표되지 않은 것은 문제가 많다. 만약 4.0 강도의 지진이 도심지에서 발생했으면, 대형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지진 발생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원전이나 지진대에 있는 구조물의 안전성에 대해 긴급점검을 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 아닌가. 그리고 경북 동해안 일대 활성단층에 대해 면밀한 지질조사도 해야 한다. 다만, 이번 경주지진 진앙과 가까운 월성원전을 비롯해 우리나라 원자로는 진도 6.0이상의 지진일 경우 자동으로 셧다운 되도록 설계돼 있다고 하니 큰 불안감은 해소된다. 김천욱 명예교수는 “만일 6.0이상의 지진이 일어나면 원전은 즉시 가동중단되고 여진이 계속된다면, 비상냉각장치로 원자로의 여열을 모두 제거하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참사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진때마다 제기되는 ‘필로티 방식(기둥을 제외한 벽을 제거하여 개방적으로 만든 것)’건축물이다. 건축전문가들은 지진이 잦은 지역은 지금부터라도 필로티 건축을 규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모든 건축물은 지자체에서 허가하는 만큼 규제가 가능할 것이다. 전기·통신 등 사회기반시설의 안전성도 철저히 점검하고, 부실한 축조물(가스관, 교량, 터널, 송유관 등)에 대해서는 빨리 보강조처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