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등을 돌리자 여권 내부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공격이 시작됐다. PK(부산경남) 지역 총선 최전방인 낙동강벨트에 출마한 조해진 후보(김해을)는 지난주 “총선에서 참패하면 보수 세력도 야당의 공격에서 윤 대통령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비친 것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지지기반인 PK지역 3선 중진의원의 입에서 ‘지켜주지 않겠다’는 험한 말을 들은 윤 대통령으로선 섬뜩한 기분이 들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 혁신당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 것은 오래됐지만, 여권 내부에서 윤 대통령 신상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충격적이다. ‘대통령 탈당’ 얘기까지 거론되는 상태다. 윤상현 후보(인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하면 대통령 탈당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여당 중진들의 거친 발언은 총선위기가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만약 현 판세대로 범야권이 이번 총선에서 200석 이상 국회의석을 확보하면 대한민국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대표가 장악하게 되고, 국가 미래는 예상할 수 없는 혼란 상태로 가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자신의 사저를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윤 대통령과의 단합을 유난히 강조한 이유는 이러한 당정분열을 예감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여권의 ‘옥새파동’으로 당시 새누리당이 다 이긴 선거를 지고, 자신은 탄핵까지 당한 아픈 경험이 있다. ‘두 사람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말고 원팀이 돼 총선위기를 극복하라’는 마음속 얘기를 특히 윤 대통령에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현재 당정 간 갈등을 더 악화시킬 첨예한 현안은 의료대란이다. 나는 그저께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2천명 증원’의 불가피성을 장시간 역설한 것은 오히려 의정갈등을 더 악화시켰다고 본다. 의료개혁은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현안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환자들의 목숨이 걸린 사회혼란을 주도하고 있는 모습은 민심이반의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여권내에서는 최근 의대증원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태도변화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 정부 장관 출신인 권영세 후보(서울 용산)는 “2천명 증원은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고 했고,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2천명 증원을 성역으로 남기면서 대화하자고 하면 진정성이 없다고 다들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여당후보 지원에 나선 유승민 전 의원도 “2천명 숫자에 집착하고 고집하는 것은 국민들 눈에 오기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현 판세대로 선거일을 맞으면 100석 확보도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야권의 대통령 탄핵과 개헌 추진에 맞서기 위한 저지선이 붕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 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독선적인 모습을 스스로 변화시켜야 한다. 본 선거일이 아직 일주일 남아있기 때문에 판세는 얼마든지 출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