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싸움으로 민심 이반 수렁에 빠진 국민의힘이 결국 당명까지 바꾸기로 했다. 당명 개정에 책임당원 68%가 찬성했으며, ‘공화’나 ‘자유’ 등이 포함된 이름이 다수 제안됐다고 한다. 장동혁 대표는 새로운 당명에 “보수의 가치를 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중순 시작되는 설 연휴 전까지 당 간판을 바꿔 지방선거에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당명 개정은 보수 정당이 위기 때마다 꺼내 든 카드다. 지난 1997년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꾼 이후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그 이후에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름만 비슷비슷하게 바꿨지 당 구성원이나 정책 등 콘텐츠는 ‘그 나물에 그 밥’이었기 때문이다. 당명 개정에 대해 당내에서는 “분위기 쇄신의 기점이 될 수 있다”는 긍정론과 “이름만 바꾼다고 지지율이 따라붙겠나”라는 회의론이 교차하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당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청년 중심 정당, 전문가 중심 네트워크 정당, 국민 공감 연대를 세 축으로 삼아 외연을 확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부 갈등을 지켜보면 쇄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그는 쇄신안 발표 하루 만에 12·3 비상계엄을 옹호한 인사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는가 하면, 친윤계 핵심 인물을 주요 당직에 앉혔다. ‘김건희 옹호’ 논란을 빚은 중앙윤리위원장 임명도 강행했다. 한동훈 전 대표 징계를 다룰 당 윤리위원회에는 김건희 옹호 전력자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장 대표의 인사내용을 보면 앞으로도 합리적 보수보다는 극우화된 집단과 손잡고 일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러니 장 대표가 말하는 쇄신이 결국 당내 특정 세력은 배제하고 강경파와 같이 헤게모니를 잡겠다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갤럽이 지난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이 45%, 국민의힘이 26%를 각각 기록했다. 직전 조사 대비 민주당은 5%p 오른 반면 국민의힘은 한 달째 제자리걸음을 했다. 무당층은 21%다. 무당층이 모두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해도 양당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내에 있다. 문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장 대표의 쇄신안이 지지율 판세를 바꾸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 내분 수습이다. 장 대표가 당의 간판까지 바꾸겠다는 것은 당의 스펙트럼을 넓혀 보겠다는 생각 때문 아닌가. 그러려면 가장 먼저 위험수위에 이른 당내 갈등을 수습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눈에 ‘환골탈태’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만약 당 윤리위가 한 전 대표에 대해 무리하게 징계를 결정하고 최고위가 이를 의결하면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다. 설 연휴 핵심 이슈가 민주당 의원비리와 입법독주가 아니라 ‘국민의힘 내분’이 될 경우 민심이반도 걷잡을 수 없게 진행된다. 지금 장 대표는 어떻게 하면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만을 고민해야 할 때다. 헤게모니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건 한동훈 전 대표에게도 해당되는 충고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