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 게시판’ 논란에 발목이 잡혀 당적을 잃었지만, 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을 가지는 대구시민이 많다. 대구에서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자리가 생기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친한계인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대구 국회의원 중에서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분이 있으면 의석이 비게 된다. 그 자리에 한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고, 신지호 전 의원도 3일 오전 KBS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 전 대표가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진짜 보수가 누구인지를 가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24년 4월 치러진 22대 총선 때도 한 전 대표의 대구 출마설이 나돈 적이 있다. 법무부장관으로 재직하던 2023년 11월 그가 업무 차 대구를 방문했을 때, 그를 가까이서 보려는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마치 총선 유세 현장을 방불케 했었다. 그는 이날 대구시민들의 사진 촬영 요구에 응하느라 미리 예약해 둔 저녁 7시 표를 취소하고 세 시간이나 늦게 열차를 타기도 했다. 당시 한 장관이 “대구는 처참한 6·25 전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적에게 이 도시를 내주지 않았고, 전쟁의 폐허 이후 산업화를 처음 시작했다”면서 “평소 대구시민을 깊이 존경해왔다”고 한 말을 기억하는 시민이 많다.
지금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자 프레임에 얽혀 그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지만, 그 당시 대구시민은 대구의 정체성을 높게 평가해준 그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 전 대표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설에 대해 찬반 여론이 팽팽한 것 같다. 그가 당선돼서 대구의 정치적 색채를 ‘보수꼴통’에서 ‘합리적 보수’로 바꿔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배신자 이미지’로는 당선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친한계 인사들 중에서도 그가 대구에 출마해 낙선하고 대신 민주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되면 정치 은퇴까지 해야 될 정도의 충격파가 올 수 있다며 출마를 말리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사가(好事家)들 사이에서는 한 전 대표가 대구에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에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공천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는 모양이다. 이른바 ‘자객공천’이다. 이 전 위원장이 그동안 꾸준히 대구시장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 데서 비롯된 말일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이 오는 9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북콘서트를 여는 것을 보면, 그의 출마설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보수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와 고성국씨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 전 위원장이 대구에 출마할 것을 공개적으로 권유한 적이 있다.
대구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 자리가 생길지는 지방선거 공직자 사퇴시한인 3월 5일까지 기다려봐야 알 수 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동안 한 전 대표에게 어떤 정치적 변수가 생길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무감사위·윤리위를 통해 정치생명을 끊으려 한 한동훈의 정치적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