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민의힘을 보면 선장 없는 난파선을 보는 것 같다. 대구·부산·충청 등에서 공천심사를 둘러싼 파열음이 당을 산산조각 내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리더십은 찾아볼 수가 없다. 충격적인 것은 국민의힘 공관위가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충북도지사 선거에서는 김수민 전 의원을 공천하기 위해 무리한 컷오프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구시장에 출마한 주호영 의원은 “유튜버 고성국씨가 이정현 전 의원을 공관위원장에 추천했고, 이진숙 전 위원장이 고씨와 손잡고 대구에서 선거운동을 한다”고 했고, 김영환 충북지사는 “특정인을 정해놓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고 했다. 김 지사가 언급한 특정인은 장동혁 대표가 추진한 당명교체 작업 실무를 맡았던 김수민 전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장 대표와 관련있는 공천잡음이다.
선거에서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없을 순 없지만, 이렇게 인위적으로 공관위가 현직 도지사까지 컷오프하며 특정인 공천을 시도한다는 의혹을 산 사례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지난주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모여서 ‘윤 어게인 반대’ 결의문을 채택한 것도 이러한 공천갈등을 없애기 위한 선제조치 성격이 강하다.
국민의힘은 지금 당 내분을 촉발시킬 뇌관이 곳곳에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에는 지난달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에 동행한 김예지·박정훈·배현진·우재준 의원 등 친한계 인사 8명이 제소돼 있다. 그리고 서울시당 윤리위에서 ‘탈당 권유’ 중징계를 받은 고성국씨의 이의 제기 사건도 윤리위의 재심의 단계에 있다.
장 대표는 지난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리위원회에 제소된 모든 징계 사건에 대해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추가적인 징계 논의를 하지 말아 달라”고 했지만, 그의 진의(眞意)는 달리 해석되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징계 논의는 보류하되, 이미 집행이 완료된 징계와 당내 인사에 대해서도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장 대표가 ‘절윤’의 실천방안인 한 전 대표 제명 철회와 지난주 의원총회에서 나온 윤민우 윤리위원장,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등에 대한 인사 조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최근 ‘혁신 선대위’ 출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장 대표가 아닌 새 얼굴로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흥행을 위해 장 대표를 보완하면서 유권자에게 쇄신 이미지도 줄 수 있는 인사가 선대위에 영입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지금 여권은 친여 유튜브에서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와 검찰보완 수사권 거래설’을 제기한 이후 혼란에 빠져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에 대한 반사이익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 시선이 야당의 내분과 공천잡음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인적 쇄신을 통해 극우세력과의 실질적인 ‘절연’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민주당이 제기하고 있는 ‘야당 심판론’은 6·3 선거일까지 계속 기승을 부릴 것이다. 선거일이 이제 80일도 남지 않았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