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박스는 키울 수 없는 어린 아기를 두고 가는 장소를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선 베이비 박스가 정부와 상관없이 민간에 의해서만 자체 운영되고 있다.
서울의 한 교회 목사가 2009년 처음 만든 것이 시초다. 이 목사는 한 대학병원 의사의 부탁으로 부모가 병원에 버려두고 잠적한 장애아를 거둔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베이비 박스는 원치 않는 아이를 가졌거나 양육이 불가능한 산모가 최후로 선택할 수 있는 보루로 알려진 장소다. 우리나라서는 지난 14년 동안 베이비 박스에 들어온 아이가 무려 2천220명에 이른다고 한다.
베이비 박스의 원조는 유럽이다. 중세시대에는 꽤 많았다고 전한다. 공식기록으로는 1198년 교황 이노첸시오 3세가 이탈리아 전역에 베이비 박스를 시행한 기록이 있다. 당시 영아살해 사건이 자주 발생해 원치 않는 아이를 대신 처리하는 방안으로 고안한 것이라고 한다.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지서는 지금까지 베이비 박스가 유지된다.
베이비 박스 운영을 두고 옳다, 그렇지 않다는 찬반 논란이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버려질 아이의 생명을 살리는 생명박스”라는 주장과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반론이 반복 제기되는 것이다.
최근 감사원이 미출생 신고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면서 신생아 유기사건 등이 드러나자 버려진 아이를 받아온 베이비 박스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베이비 박스에 두고 간 아이가 법률적 유기로 해석되면서 관련 친모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경위야 어쨌던 정부를 대신해 신생아의 생명을 지켜온 베이비 박스의 역할이 컸음을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