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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력의 부패

과학자들은 권력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난폭한 행동과 같은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지는 이유를 뇌에서 답을 찾는다. 어떤 과학자는 사람이 권력에 빠져들게 되면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많이 나오면서 뇌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해 오만해지고 충동적인 행동을 한다고 말한다. 또 일부는 뇌의 안하 전두엽이 손상돼 자신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것처럼 과대망상에 빠져들어 이타심과 공감 능력을 잃게 된다고도 설명한다. 마치 마약에 중독돼 이성을 잃는 것처럼 권력에 중독되면 모든 이성적 판단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 권력부패의 원인이라 한 것이다. 1887년 영국의 역사학자 존 액턴은 높아만 가는 성공회 교황의 권력과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편지를 썼다. 편지 속에서 그는 “절대권력은 절대부패 한다”는 말을 남기는데, 권력의 집중과 견제 부재가 부패를 부른다는 경구로써 이 말은 오늘날까지 유명하다. 많은 민주주의 국가가 삼권분립 등 권력의 정체성을 구현해 권력의 부패를 막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권력이 있는 곳에는 예외 없이 부패가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 속성이다. 사회가 분화되면서 정치권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크고 작음의 차이는 있지만 권력자의 부당한 횡포와 비리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지역구 시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지역 단체장이나 시의원으로부터 공천 대가가 오가는 오래전 폐습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사실에 국민적 실망감이 크다. 30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은 사실상 어렵다. 국회의원의 자정 능력을 높일 대안을 찾아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1-01

해맞이 명소 호미곶

일출(日出)은 자연의 경이로움이자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현상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새해가 되면 일출을 보려는 행렬이 줄을 잇는 것도 이러한 상징성 때문이다. 나라마다 일출을 맞이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일출을 향해 한해의 소망을 기원하는 마음은 어느 나라든 똑같다. 새해 일출은 단순히 자연현상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뜻이다. 오랫동안 인간의 삶 속에 어우려져 왔다는 말이다. 새해를 앞두고 동해안 일출 명소에는 벌써부터 숙박업소마다 예약이 꽉 찼다. 행정기관도 연말연시 인파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이다. 포항시 남구 호미곶은 연간 200만 명 이상이 찾는 대한민국 대표 일출 명소다. 다가올 새해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 등과 더불어 이곳을 찾아 일출의 장관을 바라보며 새해 소원을 기도할 것이다. 한반도 최동단에 위치한 호미곶은 조선시대 풍수지리학자 남사고는 ‘해동산수비록’에서 “한반도는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모양인데, 백두산은 코 이곳은 꼬리 부분”이라고 밝혔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는 이곳에서 일곱 번이나 답사하고 측정해 우리나라 가장 동쪽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포항시의 옛 이름 영일(迎日)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오래전부터 해맞이 장소로 여겨져 왔던 곳이다. 울산시는 간절곶이 포항시의 호미곶보다 해가 먼저 뜬다고 자랑을 하나 때로는 간절곶이, 때로는 호미곶에서 해가 먼저 떠 정확히 누가 먼저인지 말하기가 어렵다. 신년의 첫 일출은 오전 7시 26분 독도에서 가장 먼저 관측되고 호미곶에서는 7시 32분 관측될 것이란 예보가 있다. 가는 해 잘 보내고 오는 해 기쁘게 맞이하자. /우정구(논설위원)

2025-12-30

치킨집 3만9789개 시대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 하니 치킨집이라도 차릴까?” 짧지 않은 경제 불황이 이어질 때면 정년 이전에 회사를 그만두는 이들이 흔해진다. 희망퇴직이 됐건, 권고사직이 됐건 자의 반 타의 반 월급쟁이 생활을 그만둔 이들이 퇴직금을 받으면 쉽게 하는 결정이 치킨집 개업이다. 그러나, 종일 끓는 기름 앞에서 닭을 튀기고, 바쁜 손길로 양념 묻힌 치킨을 포장해도 실상 손에 쥐는 돈은 쥐꼬리인 경우가 태반이다. 배달대행 업체에 주는 수수료와 적지 않은 세금, 거기에 개업할 때 목돈으로 들어간 인테리어 비용까지를 감안해야 하는 탓이다. 그럼에도 벼랑 끝에 몰린 퇴직자 등은 울며 겨자 먹기로 치킨집을 차린다. 한국이 특히 그렇다. 그래서일까. 어느 곳 특정할 것 없이 동네마다 치킨집이 넘쳐난다. 그걸 수치로 증명하는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와 프랜차이즈 점포를 합하면 현재 이 나라에선 3만9789개의 치킨집이 영업 중이라고 한다. 여러 말 할 것 없다. 이미 포화 상태다. 가게들의 경쟁이 심한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 치킨집 운영에서도 소수만이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그걸 알면서도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사람들은 위험한 자영업자가 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018년 이후 매년 1000여개씩 늘어나는 추세다. 당연지사 몇 년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치킨집도 우후죽순이다. 생기는 만큼 없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 적은 월급 받으며 겨우겨우 먹고 사는 서민들이나, 샐러리맨의 옷을 벗고 치킨집 주인이 된 이들이나 너나없이 모두 춥고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다. 딱한 일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2-29

한해의 마무리

제야(除夜)는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마지막 밤이란 뜻이다. 불교에서는 섣달 그믐에 108번의 종을 치는 종교 의식이 있다. 108가지 인간 번뇌를 소멸시키고 깨끗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자는 뜻이다. 인간의 마음을 혼란케 하는 감정과 생각들을 한해의 끝자락에서 조용히 마무리하는 종교적 수행 방법의 하나다. 1년의 마지막 무렵이다. 늘 오는 이때지만 누구나 한해를 되돌아보며 아쉬운 마음을 가진다. 미련이 남거나 후회되는 일, 그리고 감사했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가슴을 새삼 요동치게 한다. 올해도 예년과 다르지 않게 다사다난(多事多難)했구나 싶다. 나라뿐 아니라 직장과 한 사람의 개인도 기쁨과 슬픔, 기대와 실망 등으로 얼룩진 한해다. 매년 보내는 해지만 한해 끝자락이 되면 늘 아쉬움이 남는 게 세모(歲暮)의 감정이다. 중국 최초의 시가집인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처음을 갖지 않은 사람은 없으나 능히 끝을 얻은 사람이 적다”고 했다. 마무리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교훈이다. 유종의 미와 비슷하다. 한해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새겨야 할 교훈이 아닐까 한다. 끝과 시작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마지막과 시작은 서로 연결돼 한 끝이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진다. 과거와 미래로 갈라지는 시점일 뿐이다. 끝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시작이란 원인이 있었기에 끝이 있는 법이다. 자연의 순리다. “아름다운 시작보다 아름다운 끝을 선택하라”는 유명인의 말이 생각나는 시간이다. 비록 모자라고 만족스럽지 않아 보이는 한해가 지나가지만 시작의 새해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심기일전(心機一轉)의 시간이다. /우정구 논설위원

2025-12-28

호날두식 수면법

옛 속담에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활동하는 시간의 3분의 1을 잠으로 소비된다. 왜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의 3분의 1이나 되는 긴 시간을 잠으로 채워야 하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과학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냈다. 수면과 신체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수면이 신체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수면학회는 성인의 경우, 최적의 건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 7~9시간 잠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6시간 미만 수면자는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증 위험이 높아지고,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치매 위험까지 높인다고 한다. 인간은 잠을 충분히 잠으로써 낮에 활동하며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고 어린이들의 성장을 돕고 뇌에 축적된 노폐물을 청소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충분한 수면을 바탕으로 한 최상의 컨디션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잠을 자며 휴식할 수 있는 수면캡슐이나 수면공간을 사무실에 마련했다고 한다. 불혹의 나이에도 20대 못지않은 탄탄한 몸매와 운동 능력을 자랑하는 전설의 축구선수 호날두의 최고 건강비법으로 다상수면(多相睡眠)이 화제다. 분할수면이라고도 부르는 이 수면은 90분씩 짧게 나누어 하루에 5번 정도 잠을 자는 방식이다. 규칙적 생활을 하는 직장인과 일반인이 따라 하기는 쉽지 않다. 또 이 방법이 일반수면법보다 낫다는 의학적 증거는 아직 없다고 한다. 몸 관리의 끝판왕이란 별명처럼 호날두의 건강은 수면보다 그의 끊임없는 체력 관리의 결과물 아닐까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2-25

커피 한 잔 마시기도 무섭다

‘세상에 안 오르는 건 월급 뿐’이란 샐러리맨의 하소연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반영하고 있다. 점심 한 끼가 1만원을 넘어선 건 이미 오래전이고, 저녁에 동료 서너 명이 삼겹살이라도 구워 술자리를 가지려면 최하 10만원은 필요하다. 이제는 한국인이 숭늉처럼 마시게 된 커피 값도 갈수록 만만치가 않다. 21세기에 들어서며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한계점 없이 올라갔다. 특히 18~24세 젊은이들과 25~39세 직장인이 그 상승을 견인했다. 국제커피기구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연간 405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미국인(400잔)의 커피 소비량을 뛰어넘는 수치다. 이는 커피를 물처럼 마시는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북유럽 몇 개 나라를 제외하면 한국인이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자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좋은 향과 고급스런 맛을 강조하는 고가의 커피도 한국에선 잘 팔린다. 그러나, 그건 일부 호사가들의 경우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10만 개에 육박한다는 커피전문점 가운데 비교적 가격이 낮은 곳을 찾아다니곤 한다. 그만큼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 나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앞으론 커피를 담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돈을 주고 사도록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컵 가격은 100~200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환경오염을 막겠다는 취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저가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대략 1500~2000원쯤임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커피 값 상승률은 10%가 넘는다. 이래저래 마음 편히 커피 한 잔 마시기도 부담되는 세상이 온 것인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2-22

치매머니가 사냥감

있어도 못쓰는 돈, 치매머니. 노년기에 치매가 찾아오면 인지능력이 떨어져 내 집도 내 돈도 내 것인 줄 모르는 상태에 이른다. 평생 벌어놓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쓸 수가 없다. 치매머니는 치매환자가 보유한 소득이나 자산을 의미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올해 처음으로 치매머니 규모를 전수조사한 적이 있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환자가 보유한 금융자산과 부동산 등을 포함한 자산규모는 154조원이다. 이를 치매환자 수로 나누면 1인당 보유 치매머니가 2억원 정도 된다. 전체 규모는 GDP의 6.4%다. 인구 대비 자산 비중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빨리 시작된 일본은 치매머니 규모가 2030년에 가면 수천조에 이를 거란 전망이 있다. 치매머니는 주인이 있어도 쓸 수가 없으니 돈이 순환되지 않아 경제에 장애가 된다. 당연히 경제에는 나쁘다. 또 사회적으로 치매머니를 노리는 범죄까지 기승을 부리게 되니 치매머니 관리가 사회의 큰 이슈 거리가 된다.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고령 치매환자가 늘고 있다. 그들이 보유한 치매머니도 증가하고, 그를 노린 범죄도 갈수록 는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치매환자의 재산을 노린 범죄의 다수가 환자를 돌보던 요양시설 종사자이거나 지인 등 가까운 사람한테서 일어난다고 한다. 치매환자 수가 100만명을 넘었다. 우리 사회가 치매문제에 얼마나 잘 대응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장수를 축복이라 부르기엔 치매문제가 우리들 코앞에 있다. 치매환자의 돈이 범죄의 사냥감이 되고 그를 보호할 사회적 안정망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면 장수시대를 찬양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2-18

절벽으로 내몰린 한국 청년들

‘번아웃(burnout)’이란 삶이 주는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해 정신적·육체적으로 낙담과 절망에 빠진 상태를 의미하는 단어다. 이른바 ‘번아웃이 오면’ 사람들의 마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태가 된다. 당연지사 위험하다. 한국 청년 3명 가운데 1명이 번아웃을 경험했다는 조사가 최근 발표됐다. 젊은 세대가 절망과 낙담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안한 진로(39.1%)’ 탓이었다. ‘과중한 업무’와 ‘일에 대한 낮은 보상’ 등도 주요한 이유였다. 밝은 미래를 설계하기 힘든 2025년 말 우리나라 상황이 청년들을 번아웃에 빠뜨리고 있는 것. 사실 젊은층이 받는 과도한 스트레스는 이전부터 지적돼 왔던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16일 발간된 국가데이터처의 ‘청년 삶의 질 2025’ 보고서는 위에 언급한 문제를 수치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19~34세 청년 자살률은 10만 명당 24.4명. 2011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삶의 만족도 역시 하향하는 추세였다. 10점 만점에 6.7점으로 조사된 청년들 삶의 만족도 수치는 38개 OECD 회원국 가운데 31위. 학력이 낮을수록 삶의 만족도 역시 낮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보인다. 청년 여성의 번아웃 경험률이 36.2%로 조사돼 청년 남성(28.6%)보다 대폭 높았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을 체감하는 것에 보다 민감했기 때문일까? 갓 성인이 된 19세부터 30대 중반까지의 청년들이 희망과 꿈보다는 현실에 대한 절망감 속에서 살고 있다는 건 한국의 앞날이 어둡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뾰족한 해결책이 없을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2-17

해외 토픽감이 된 한국의 불수능

수능의 난이도가 어려우면 불수능이란 이름으로 호되게 비판을 받는다. 수능시험이 어렵게 출제되면 수험생들의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험을 쉽게 내면 물수능이란 비판을 뒤집어 써야 한다. 대학 수능시험의 난이도 조절은 시험 때마다 자주 도마에 오르는 주제다. 시험의 변별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난이도 조절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모든 수험생의 눈높이에 맞는 난이도를 구성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만큼 힘들다. 2026학년 대학수학능력 시험의 영어 영역을 둘러싼 난이도 논란이 시끄럽다. 논란 끝에 불영어란 불명예를 쓰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사태를 들여다 본 해외 언론들이 한국의 수능 영어 영역을 조명하고 나서는 등 뉴스 소재로 삼았다. 영어의 본산인 영국의 BBC 방송은 “한국의 대학입시 시험은 악명 높게 어렵다”고 설명하고 올해 출제된 영어 영역 문제를 두고 일부 학생들은 고대문자 해독에 비유하는가 하면 일부서는 “미쳤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한국의 대학 수학능력 시험이 불수능으로 불릴 정도로 어렵다는 소식과 함께 올해 출제된 영어 문항을 소개하고 독자들이 직접 풀어보는 온라인 퀴즈를 내기도 했다. 또 일부 해외 언론은 한국의 과열된 입시경쟁 구조가 청소년의 우울증이나 극단적 선택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입시문제가 청소년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한국의 수능이 해외 토픽감이 됐다. 좋은 의미보다 부정적 의미가 컸다. 32년 전통의 수능방식, 고민할 때 된 것 아닐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12-16

가난한 사람은 지하실로 간다?

사는 집은 사람의 생활수준과 가진 돈을 우회적으로 확인하게 해준다. 이른바 서울 중심가의 아파트는 거래가격이 수십억 원에 이른다. 대구·경북에도 고가 아파트가 적지 않다. 하늘 높이 솟아 마천루를 이루는 고층 아파트를 보면서 ‘나는 언제쯤 저런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절망하는 서민들이 드물지 않게 있다.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 형태는 어떨까? 지하 또는, 반지하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흔하다. 지하는 어둡고 갑갑하며 습기가 차는 공간이다. 그러나, ‘지상의 집’을 마련할 형편이 되지 못한다면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길에서 이불 깔고 잘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엔 부잣집 가정부의 남편이 오랜 세월 지하실에 갇혀 생활해온 모습이 영상으로 보여진다. 주인공 가족의 주거 형태도 유사하다. 방 안에서 거리가 올려다 보이는 반지하 집인 것. 가난한 사람들은 땅 위가 아닌 땅 아래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서글픈 현실의 영화적 형상화가 아니었을까. 비단 한국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나라가 비슷한 모양이다. 최근 대만의 언론매체 TVBS는 딱한 사연 하나를 보도했다. 한 아파트 주차장 지하실에서 3년 넘게 살아온 70대 노인이 불법 점유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아파트 입주민이었으나 문제가 생겨 자신의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자 생활필수품만을 챙겨 지하실로 들어가 숨어 살았다고 한다. 긴 세월 사람의 출입이 거의 없는 주차장 지하실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잠을 자야했던 대만 노인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와는 일면식도 없지만 측은지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2-15

남아선호 사상이 문제

남녀 성비(性比)의 불균형이 생기는 결정적 이유는 남아선호 사상에 있다. 우리나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남아선호 사상이 지배한 사회다.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칠거지악이나 남존여비 사상의 발단도 근원적으로 보면 남아선호 사상에 기인한다. 남아가 우대받던 신라시대에 선덕여왕이 왕위에 오른 것은 특이한 경우다. 당시 진골의 남자는 많았지만 성골의 남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혈통과 신분을 중요시하는 관습에 따라 성골의 여자를 왕위 계승자로 뽑은 것이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남아선호 사상 때문에 선덕여왕의 왕위 계승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한다. 조선시대는 장자 상속이나 부계 중심으로 집안이 이어졌다. 특히 유교문화 영향으로 남아선호 사상이 극심한 시기였다. 이런 분위기는 해방 후에도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성비 불균형은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 1990년 우리나라 출생 성비는 여성 100명 당 남성 116.5명. 셋째 자녀까지 내려가면 여아 100명당 남아는 200명까지 치솟았다. 이러던 것이 2007년 107명 아래로 떨어졌고, 2022년에 와서는 정상 성비 범주에 들었다. 남아선호 사상은 전 세계 국가의 공통된 흐름이다. 중국과 인도는 남아선호 갈등 구조가 특히 심했던 나라다. 베트남은 세계 217개국 중 네 번째로 성비 불균형이 큰 나라다. 작년 베트남의 출생 성비는 111.4명. 2034년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150만명이 더 많을 거란 관측도 있다. 정부가 태아의 성별을 공개한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고, 성별 시술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유교 영향이 큰 베트남의 남아선호 사상부터 바뀌어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2-11

조진웅·박나래·조세호…쓸데없는 연예인 걱정

TV나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눈에 익숙한 유명 연예인 몇 명이 곤혹스런 상황에 빠졌다. 어린 시절 저지른 범죄가 드러나거나, 자신의 매니저에게 갑질을 하거나, 조직폭력배와 어울렸다는 이유에서다. 조진웅은 한 언론매체에 의해 소년범 전력이 알려져 배우 생활을 그만두게 생겼다. 그 여파가 심상찮다. 조씨를 두둔하는 이들은 “한 때의 실수가 인간의 미래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하고, 반대측에 선 사람들은 “지금이라면 징역 5년 이상을 받았을 악질 범죄자가 공인으로 활동하면 되겠는가”라고 비난한다. 조씨의 범죄 사실을 최초 보도한 매체는 고발까지 당했다. 박나래의 경우도 마찬가지. 박씨의 행위가 경솔하며 악의적이라고 지적하는 시청자가 있는가 하면, 매니저의 폭로에 어떤 의도가 있는 듯하니 사실 관계를 잘 살펴봐야 한다며 박씨를 옹호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폭력배로 의심되는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인해 데뷔 이후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조세호는 현재 출연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실이 아닌 부분은 바로 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에게 불리하게 전개되는 국제 정세, 끊임없이 갈등하고 대립하는 여야 정치권, 회복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서민들의 어려운 경제생활 등 내외적인 문제가 가득한 2025년 한국의 겨울. 지금 나라가 처한 입장이 첩첩산중에 설상가상인데, 이제 배우와 개그맨이 얽힌 사건·사고를 두고 국민이 서로 다투는 일까지 겪어야 하나? 누군가 그랬다. “세상 쓸데없는 게 떼돈 벌어 잘 먹고 잘 사는 연예인 걱정”이라고. 어쨌건 이래저래 참으로 심란한 시절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2-10

건강도시 랭크된 수성구

대구 수성구는 비수도권 최고 학군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2024년의 경우, 수성구로 순 유입된 초등학생 수가 서울 강남구에 이어 전국 2위를 마크했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 입학 시즌이 되면 많은 학부모들이 수성구 쪽으로 이사를 계획한다. 교육열이 높은 학군지로 정평이 나 있다. 학원가가 대거 밀집해 있어 ‘대구의 대치동’이란 별명도 붙었다. 우수한 교육 기반 등 도시 인프라가 좋은데다 전국 유일하게 4대 특구(기회, 교육발전, 교육국제, 문화)로 지정이 된 곳이다. 대구지역의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유일하게 가격 상승세를 유지하는 지역이다. 당연히 집값도 가장 비싸다. 조선일보와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전국 252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주민 건강을 조사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수성구가 유일하게 건강도시 전국 순위 11위에 포함됐다. 1위는 과천시, 2위 서울 강남구, 3위 서울 서초구 등으로 밝혀졌다. 건강도시 상위 30군 데 중 서울 6군데, 경기도 6군데, 비수도권에서는 경남이 7군데가 포함됐다. 또 비수도권 중에는 부산 2군데, 대구·경북·대전·광주·전남·충남 등은 모두 1군데만 포함됐다. 경북에서는 포항시 북구가 유일하게 포함됐는데, 순위는 30위다. 이번 조사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건강은 외적 요소인 자연 환경보다 생활습관과 건강 인프라 기반이 좋은 지역이 유리하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대구 수성구는 전국 순위로 11번째지만 비수도권에서는 창원 성산구와 부산의 강서구, 동래구에 이어 4위로 조사됐다. 수성구는 교육도시이자 문화예술도시, 부촌도시 등의 이미지에 건강도시란 또 다른 명성을 얻은 셈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2-09

줄어든 중국 관광객, 일본 교토는?

교토는 매력적인 여행지다. 거기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물론, 건축물에서도 고풍스런 역사적 숨결이 느껴진다.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들어진 정갈한 일본 요리도 관광객들에게 적지 않은 만족감을 주는 도시. 다른 지역에선 이미 사라진 일본 전통을 지켜가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기에 교토는 한국인들에게 ‘일본의 경주’로도 불린다. 기자 또한 2023년에 이어 올해도 교토를 찾아 중세 일본의 향기를 느끼며 맛깔스런 장어덮밥과 초밥 등을 즐기는 휴가를 즐긴 바 있다. 교토는 한국인만이 아닌 유럽 사람들과 미국인도 선호하는 관광도시. 중국 관광객들이라고 다를 바 없었다. 얼마 전까진 교토의 유명 사찰과 이름난 식당에선 언제든 중국말로 대화를 주고받는 관광객을 볼 수 있었으니. 그런데, 최근 교토를 찾는 중국인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유가 있다. 1개월 전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할 수도 있다”는 발언이 나온 것. 이는 당장 중국의 반발과 비난을 불러왔다. 지난달 30일 중국은 ‘일본 여행 자제령’ 내렸고, 정부의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는 중국 항공사들은 12월 운항 예정이던 일본행 항공 노선 5548편 가운데 904편의 운항을 취소했다. 운항이 중단된 항공기 대부분은 교토와 오사카를 여행 거점으로 하는 간사이국제공항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본 여행 절제’를 결정한 중국이 받아든 성적표는 어땠을까? 기대 이하라고 한다. “시끄럽고 매너 없는 중국인이 줄어들어 오히려 좋다”는 게 교토 사람들의 보편적 의견이라고. 이런 추세가 얼마나 갈 것인지를 중국은 물론 일본도 지켜보고 있다. 어떻게 될까? 모두 궁금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2-08

호칭 문화

한국사회의 호칭문화는 매우 복잡하고 독특하다. 사회적 구조와 나이, 서열, 직장에 따라 호칭하는 방법이 각기 다르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애로를 겪는 분야 중 하나다. 친가, 처가, 외가 등에 따라 호칭이 다르고 나이에 따라 존댓말과 반말이 구분된다. 직장에서도 상사와 부하 간 사용하는 호칭이 별도 있다. 영어의 YOU에 해당하는 단어도 ‘님’ ‘씨’가 있는 반면 ‘놈’ 혹은 ‘것’까지 다양하다. 자칫 잘못된 단어 선택은 상대에게 큰 실례가 된다. 4년 전 가장 권위 있는 영어사전인 영국 옥스퍼드는 한국의 단어 26개를 표제어로 등재했다. 먹방, 김밥, 불고기, 삼겹살 등 한류문화와 관련한 단어다. 그중 눈여겨볼 것은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오빠(OPPA)와 언니(UNNI)가 등재된 사실이다. 옥스퍼드 측은 K팝이나 K드라마가 등재의 결정적 이유라 했다. 외국인은 한국 배우나 가수를 부를 때 자신의 성별과 무관하게 ‘오빠’와 ‘언니’를 사용한다는 것인데 남성 외국인이 ‘오빠’ ‘언니’라 불러도 이상할 것 없다는 뜻이다. “Oppa JinJa Deabak!”(오빠 진짜 대박)과 같은 말들이 K-컬처를 타고 세계 곳곳에서 들을 날도 멀지 않을 것 같다. 청탁문자 파문으로 대통령실 비서관이 사직했다. 이와 별개로 공적 관계 속에 그가 사용한 “형” “누나” 호칭을 두고 논란이다. 일부에서는 “민주당의 일종의 언어풍토”라고 했지만 공직자가 근무 중 “형, 누나”같은 사적 호칭을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사적 친밀감을 나타내는 표현의 사용은 공적 영역에서는 신중한 게 옳다. 공적 기능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2-07

로비가 본업(?)

대규모 정보유출 사고를 낸 쿠팡의 로비가 언론을 통해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 언론을 통해 밝혀진 쿠팡의 정관계 로비는 국내 굴지 대기업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정관계 인사 영입에서 입증된 결과다.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쿠팡은 2020년부터 올 9월까지 4급 이상 고급 공무원 44명을 영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만 18명을 채용했는데 그중 절반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이라 한다. 특히 연초 정권교체가 예상되면서 더불어민주당 보좌관을 대거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고, 또 최근에는 고용노동부에서만 8명을 데려왔다고 한다. 이들은 억대 연봉과 임원급 대우를 받으면서 정관계를 대상으로 쿠팡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전해진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한 방송에서 “쿠팡은 보안 내실보다 정관계 로비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같은 사실은 쿠팡의 정보보호 투자액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쿠팡의 정보보호 투자액은 매출 대비 0.2%(660억원)로 카카오나 SK텔레콤 등 다른 IT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업은 이해관계를 보호하고 불합리한 규제나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과정에서 로비의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다. 미국 등 일부 나라에선 로비를 합법화해 신고 및 관리한다. 대신 기업은 로비 활동 내역을 분기별로 공개해야 한다. 국가든 기업이든 일에는 원칙이 우선이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으면 사회는 혼란이 오게 마련이다. 사자성어 정본청원(正本淸源)은 “기본에 충실하자”는 뜻이다. 이커머스 회사의 기본은 정보보안이다. 로비는 그 이후 문제다. 쿠팡 사태는 기본을 망각한 데서 나온 경영의 실패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2-04

대만 관광객 매혹한 돼지국밥

2025년 상반기 부산을 찾은 대만 관광객이 대략 24만90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부산을 여행한 외국인 5~6명 중 1명이 대만 사람이라는 이야기. 숫자로도 비율로도 가파른 상승률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대만 여행자들은 부산에 와서 뭘 먹었을까? 알다시피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싱싱한 해산물과 밀면, 돼지국밥 등을 꼽는다. 대만인들은 자신들의 나라에서도 돼지고기는 물론 돼지의 내장까지 요리해 즐겨 먹는다. 이는 한국인과 유사한 섭식 형태다. 이 사실을 증명하듯 대만 관광객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맛있다~”를 연발하는 음식은 부산 도처에서 판매되는 돼지국밥이라고. 유명세를 얻은 돼지국밥 식당 앞에서는 몰려든 대만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최근 대만 관광객 1만579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돼지국밥은 66.9%라는 높은 지지율을 얻으며 ‘부산을 찾는다면 꼭 먹어봐야 할 한국 음식’으로 대만인들 사이에서 자리 잡았다. 그 뒤를 어묵(37.4%), 씨앗호떡(22.4%), 장어구이(19.4%)가 이었다. 그렇다면 돼지국밥의 인기 요인은 뭘까. 대만과 달리 뽀얀 국물에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고, 여기에 양념을 더해 얼큰함까지 느낄 수 있는 매력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잡내가 나지 않기에 부모를 따라온 대만 아이들도 좋아한다고. 항공기를 이용한 여행이 세계적으로 보편화되면서 국가의 경계는 물론, 즐기는 음식의 경계 또한 무너지고 있다. 대만과 같은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남북 아메리카 사람들의 입맛을 매혹할 한국 요리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이는 관광산업 발전을 가져올 키워드가 될 수도 있으니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2-03

물가와 대통령 지지율

11월 27일은 미국의 가장 큰 명절인 추수감사절이다. 미국인 사이에서는 추수감사절을 크리스마스보다 더 큰 명절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오랜만에 부모님 계시는 곳을 찾아 전통의 요리인 칠면조 구이를 먹으며 가족 간 유대를 강화하는 날이다. 미국의 경제 싱크탱크인 한 단체는 올해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 비용을 조사 발표하면서 작년보다 약 10% 올랐다고 했다. 세부 품목별로 양파 56%, 스파이럴 햄은 49% 폭등했고, 크랜베리 소스와 크림 콘은 22%와 21% 각각 올랐다.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7%가 추수감사절 물가에 대해 “스트레스 받는다”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가족모임 규모를 줄이겠다는 대답도 25%나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의 관세정책을 펴면서 “관세는 외국기업이 낸다. 미국인은 한 푼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미국인은 고율의 관세가 미국 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를 경제전문가들은 관세의 부메랑이라 부른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집권 2기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 여론조사기관은 미국 성인 13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긍정 평가를 내린 사람이 36%로 나타났다고 했다. 10월보다 5%포인트가 떨어졌고 트럼프 2기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부정 평가는 60%로 6% 포인트가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설문 응답자들은 경제와 높은 물가부담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물가는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지표다. 과거부터 어느 나라든 물가와 대통령 지지율은 역비례했다. 새겨둘 내용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2-02

쿠팡, 과징금 1조원 부과 받을까?

상품의 주문·결제와 은행 입금, 서류와 문서의 전달 등 상당수 공적·사적 업무가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시대다. 무엇보다 개인 정보의 보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건 재론의 여지가 없다. 개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휴대폰 번호와 이메일 주소 등을 수집한 업체는 다른 어떤 것들보다 이를 안전하게 관리돼야 마땅하다. 유출된 개인 정보는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까지 있으니 더욱 그렇다. 국내 1위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은 지난 11월 29일 고객 계정 3370만여 개가 무단으로 노출됐다고 알렸다. 해당 정보엔 이름,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배송지 주소록, 주문 정보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철저하게 관리돼야 할 개개인의 중요 정보 다수가 한꺼번에 흘러 나가버린 것이다. 이번 ‘쿠팡 사태’로 유출된 개인 정보의 양은 역대 최고다. 2023년 개정된 개인정보 보호법은 이를 위반할 시 전체 매출액의 3%까지를 과징금으로 매길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의해 고객 2324만 명의 개인 정보를 유출한 SK텔레콤은 134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이번에 쿠팡에서 유출된 개인 정보의 양은 SK텔레콤의 사례보다 1000만여 건이 더 많다. 쿠팡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38조2988억 원. 과징금의 산정은 이 매출액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 없는 사업 매출을 제외한 금액이 기준이 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 쿠팡이 이번 유출 사건으로 1조원에 육박하는 과징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과징금보다 더 큰 문제는 유출된 정보의 악용이다. 보다 탄탄하게 강화된 개인 정보 보호정책이 절실해 보인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2-01

중국과 대나무 비계

중국에 있어 대나무는 전통적 가치의 상징물이다. 수천 년 전부터 중국은 음식이나 교통수단, 주택, 책, 무기. 악기 등에는 대나무를 많이 사용했다. 서양이 파피루스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면 중국에서는 대나무에 글씨를 썼다. 대나무는 매화와 난초, 국화와 더불어 사군자(四君子)라 부른다. 품격 있는 식물로 인식한다. 한때 해외에 대해 배타적 정책을 쓴 중국을 가리켜 ‘죽의 장막’이라 부른 것도 대나무가 중국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홍콩 타이포 구역 초고층 주거단지에서 불이나 수백 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깝고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화재가 초기 진압되지 못하고 희생자가 크게 늘어났다. 그 원인으로 건물공사를 위해 설치한 대나무 비계가 지목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빌딩이 많은 홍콩을 여행하다 보면 공사 중인 빌딩 외벽에 대나무 비계를 설치한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비계는 높은 곳에서 작업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임시 가설물이다. 대개의 나라에선 비계 재료로 강관 파이프를 사용하고 있지만 홍콩은 전통방식인 대나무를 사용한다. 친환경적인 데다 비용이 적게 들고 설치도 용이해 홍콩의 빌딩에는 대나무 비계를 설치하고 공사를 하는 곳이 많다. 북송 시대 유명작품 ‘청명상하도’에도 그려져 있을 정도라 하니 이 방식이 천년은 넘었다. 그러나 이번 화재가 커진 이유로 대나무 비계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비판 여론에 대나무 비계 사용을 철폐하자는 여론도 강하게 나온다. 홍콩에서는 공사용 대나무 비계를 만들기 위해 매년 7m 길이의 대나무 막대 500만개를 생산한다고 한다. 이번 화재의 충격으로 대나무 비계가 사라질까 관심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