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에서 서울의 요지로 손꼽히는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의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43%에 달한다고 한다. 서울 전체 25개 기초자치단체 중 강남 3구의 가치가 거의 절반에 가깝다. 놀라운 편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부동산 조사기관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올 6월 현재 기준으로 강남 3구의 아파트 시가 총액은 744조원이다. 서울의 부자는 강남 3구에 다 몰려 살고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평당 1억원을 호가하는 우리나라 최고가 아파트가 집중된 곳이다. 그래서 한번 강남 3구로 이사 가면 나오지 않는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집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얼마 전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서울 강남지역 고교 졸업생의 서울대 입학을 제한하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다. 실제로 서울대 합격생의 거주지를 살펴보니 아파트 가격이 비싼 순으로 합격자가 많았다고 한다. 최근 서울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부모들이 자식에게 아파트를 물려주는 증여가 크게 늘고 있다. 강남 3구에서 올해 증여한 부동산만 1452건에 달한다. 남 줄 것 없이 자식에게 물려주는 부모 찬스의 케이스다. 최근 서울의 고급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입주민 간 결혼 주선이 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부동산 계급론이 회자되고 있다. “새로운 귀족계층의 형성이다” “아파트로 신분 등급을 매긴다”는 등의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한편에선 신원이 확실하고 자산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날 수 있는 장점도 있다는 긍정론도 있다. 어쨌거나 부동산을 신분으로 보는 인식이 커져가는 세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1-18
서울은 물론 경주와 부산, 제주도까지 한국 어디를 가더라도 중국인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시대다. 특히, 이름난 명소나 인기 좋은 여행지 식당에선 들려오는 중국어를 피해 가기 어려울 정도. 늘어나는 중국 관광객 숫자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한국관광공사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2년부터 폭증하기 시작한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460만 명에 이르렀다. 이는 2023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제도 시행 이후엔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중국인이 더 많아졌다. 서울을 포함한 다양한 관광지를 돌아본 중국 젊은이들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서도 한국 여행에서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세칭 ‘한국병’을 앓는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중국의 미래세대가 한국을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우리의 문화와 생활패턴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는 건 나쁘지 않은 신호다. 하지만, 한국인들 사이에선 아직 중국 여행객을 마냥 우호적인 눈길로만 바라보지는 않는 시각이 분명 존재한다. ‘시끄럽고 질서와 매너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로 중국인을 낮춰 보는 것이다. 관광지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용변을 보는 등 중국 관광객들의 추태는 잊을 만하면 방송이나 신문 지면을 장식한다. 그런 까닭에 중국인이 방문하는 걸 달갑지 않게 여기는 카페나 식당도 있다고 한다. 세상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 문제도 마찬가지. 여행자로서 지켜야 할 예의를 어디서건 명심해야 혐중(嫌中)이라는 그림자가 걷히지 않을까 싶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전 세계에서 마약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1960년대 히피 문화가 퍼지면서 국내 마약 사용이 급증했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지속 단속을 벌였지만 결과는 실패다. 미국은 인구의 약 4%가 마약을 소비한다. 세계 소비량의 30% 정도다. 마약 중독자 수도 매년 늘어나 지금은 약 4000만 명에 달한다. 미국 성인 10명 중 1명은 약물 중독자인 셈이다. 약물 중독으로 사망하는 미국인이 한해 10만명을 넘는다. 미국 젊은층의 사망 원인 1위는 펜타닐이다. 모르핀의 100배 효능을 가진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은 처음에는 말기 암환자나 절단 등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 치료제로 사용됐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이것이 오남용되면서 지금은 그 폐해가 심각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정책 배경을 두고 미국으로 들어오는 마약류를 막기 위한 것이 본질이라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으나 마약에 한번 중독되면 빠져나오기 어렵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마약 청정국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에도 매년 2만건에 달하는 마약사범이 단속되고 있다. 그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제주도와 포항지역 해안가에서 중국산 차봉지로 위장한 마약류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관계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발견된 물질은 신종 마약류로 분류된 케타민 성분으로 한꺼번에 수십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라 한다. 어디서 어떻게 흘러들어 왔는지 알 수 없다고 하니 더 섬찟하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마약의 검은 그림자가 우리 뒤를 밟는 게 아닌가 두렵다. 경각심을 높여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1-16
청와대 경내에는 일제강점기 경주에서 서울로 강제로 옮겨진 통일신라시대 석불좌상이 있다. 이 불상의 공식 명칭은 경주 방형대좌석조여래좌상이다. 보물 제 1977호다. 경주 남산의 옛 절터가 본래 출처다. 일제시대 일본인에 의해 조선총독부 관저로 옮겨진 것이 100년 가까이 이 자리에 있다. 2017년부터 경주시와 경주시민단체가 불상의 본향인 경주로 옮기자는 불상 반환 운동을 전개했으나 쉽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문화재 반환 운동은 국내 문화재가 불법으로 외국에 빠져 나간 것을 되찾자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국내 문화재 가운데 출토지와 보관장소가 서로 다른 문화재들도 출토지 환원 문제로 종종 논란을 일으킨다. 청와대 불상의 경주 환원이 이런 케이스다. 국내에서 일어나는 문화재의 역외 유출은 출처가 설사 다른 곳이라 하더라도 반환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문화재의 역외 유출 경위나 배경이 밝혀져야 하고 반드시 본래 출처로 되돌려줘야 하는 법적 근거도 없다. 다만 문화유산을 본향으로 돌려달라는 지역은 조상의 문화 정신을 계승하고 유산에 대한 지역의 자부심을 자랑으로 삼고자 하는 데 의미를 둔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신라금관 6점이 104년 만에 본향인 경주박물관서 전시되고 있다. 신라 금관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관람객이 줄을 서는 등 관람 열기가 폭발하는 가운데 신라 금관을 본향에 두자는 시민운동이 불을 지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금관은 경주의 자존심”이라는 글이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자발적 캠페인 바람이 일고 있다. 출토지 보존의 원칙은 논리상 설득력이 있다. 과연 신라 금관이 경주에 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1-13
점입가경(漸入佳境)이란 이럴 때 쓰라고 생겨난 사자성어인 듯하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어떤 공식적 직함도 없는 무속인에게 조언을 들으며 많은 부분을 의지했다는 것도 혀를 찰 일이지만, 둘 사이가 멀어진 이유가 대통령 당선 이후 약속했던 큰절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는 최근 언론 보도는 많은 이들을 실소케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의 아내 김건희 씨 이야기가 나올 때면 십중팔구 등장하는 인물이 세칭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성배 씨다. 전씨는 서울 역삼동에서 무속 활동을 했고, 김건희 씨 회사 코바나콘텐츠의 고문을 지냈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전성배 씨의 알선수재 혐의 관련 공판이 열렸다. 여기에 인사 청탁 브로커 김모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김씨는 전성배 씨를 통해 청탁을 한 이유에 대해 “전씨가 대통령 당선 과정에 기여했으며, 정신적으로 대통령 부부를 이끌어줬다”고 증언했다. 김건희 씨가 전성배 씨에게 수시로 전화를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과 전성배 씨가 소원해진 이유에 관해서도 증언했는데, 대통령 당선 뒤 윤석열 부부의 사저를 찾은 전씨가 “어디서건 큰절을 하겠다더니 왜 하지 않냐”고 했고, 윤 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 뒤 관계가 멀어졌다는 것이다. ‘큰절’은 혼례나 제례를 올릴 때 웃어른에게 가장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하는 절이다. 당연지사 여기엔 존경과 순종의 의미가 담긴다. 일개 무속인이 향후 국가와 국민을 이끌어 갈 대통령에게 큰절을 요구하는 것도 희한한 코미디지만, 전성배 씨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을 자초한 윤석열 전 대통령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월급 1000만원을 반납하고 새벽 3시에 일하러 국회에 출근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우리 국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수많은 정치인을 지켜보아왔지만 우리 국민은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있다면 아마 눈을 의심했을 것이다. 지난달 취임한 일본 첫 여성 총리 다카이치의 파격 행보가 화제를 뿌리고 있다. 자민당 총재에 당선되면서 그는 “워라밸이라는 말을 버리겠다”고 했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할 것”이라는 말로 정치적 의욕을 과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총리 취임 기자 회견에서 또 한 번 파격적 발언으로 뉴스의 초점이 됐다. 총리와 내각 각료의 급여가 의원의 세비를 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총리 직무수당으로 받는 약 1000만원의 급여를 반납하겠다는 뜻이다. 정치인 스스로가 급여를 깎는 과감한 용기에 정권 지지율이 82%로 고공행진이다. 소수 정당과 손잡고 겨우 총리직에 올라 단명 정권이 될 우려도 제기됐지만 현재 그 자신과 정권 지지율이 예사롭지가 않다. 그의 파격은 그가 들고 다니는 가방이나 의회에서 사용한 볼펜까지 불티나게 팔리게 한다. 정치인이 잘하면 그것이 팬덤현상으로 가는 것을 보여준 일례다. 월급을 스스로 깎고 새벽 3시에 국회에 나와 일을 하는 정치인에게 국민이 찬사를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념과 정치적 이익 관계에 매몰돼 싸움만 하는 우리 정치와 비교해 볼 때 신선함 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일찍 한국 정치를 4류라 말했다. 그 4류가 지금도 4류의 티를 벗지 못한 것 아닌가. 다카이치 총리 같은 파격이 우리 정치에서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11-11
나라를 다스리는 통치권자의 곁에 있는 사람은 언제나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 이른바 ‘친인척 비리’로 정권 자체가 흔들리거나 궤멸하는 경우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봐왔다. 한국 현대사를 통틀어보자. 진보와 보수를 가릴 것도 없다. 대통령의 형이 국정에 개입한다는 의심을 받고, 아들이 인사와 이권을 좌우한다는 구설수에 오르고, 아내가 월권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기 시작하면 그 정권은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졌다. 예외는 없었다. 현재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는 둘 모두 감옥에 있다. 받고 있는 범죄 혐의가 적지 않고 관련된 재판이 수두룩하다. 향후 법원의 판결에 따라 둘 모두 오랜 시간 영어의 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불과 얼마 전까지 영부인이었던 김건희 씨의 이해하기 힘든 행태는 그 사례가 적지 않다. 그것들이 하나둘 드러날 때마다 국민들은 혀를 차며 놀란다. “받지 않았다”고 수차례 부정했던 명품가방이 실상은 통일교측에서 김건희 씨에게 넘어갔음이 최근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고, 그 이전엔 찾아간 방문객으로부터 또 다른 고가의 가방을 받는 장면이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망신을 당했다. 그뿐 아니다. 지난 주말엔 민중기 특검팀이 김건희 씨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명품가방과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부인이 보낸 감사편지가 발견됐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쯤 되니 “비싼 가방 챙기려고 영부인 됐냐”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공자는 권력자 주변 사람들이 잊지 말아야하는 게 ‘삼가는 마음’이라 했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언행을 조심하지 않은 김건희 씨의 어제가 오늘의 치욕을 만들었다. 모두 자업자득. 누굴 탓하겠는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1-10
노동계가 65세 정년법의 연내 제정을 촉구하면서 정년 연장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이 노동계의 입장에 비교적 호의적 태도를 보이고는 있으나 시행과정에 불거질 부작용이 적지 않아 입법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 같다. 정년 연장은 고령사회 진입과 노인 빈곤퇴치, 연금 사각지대 해소 등을 위해 필요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청년층의 고용감소와 기업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진통은 불가피하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20년 이상의 준비 과정을 가졌다. 1986년 고령자 고용안정법을 제정하고 이후 94년에 정년 60세를 의무화했다. 2013년에는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토록 조치를 취하면서 13년 동안 기업이 제도에 적응할 시간을 주었다. 70세 고용문제도 2021년에 관련법을 다시 개정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정년 연장 개념보다 고용확보란 측면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있어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한다는 점이다. 숙련된 고령층 인력을 유지하되 인건비 총액이 폭증하지 않게 함으로써 청년의 고용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개혁에 기업과 사회가 동의함으로써 정년 연장 문제가 저출산·고령화 개선에도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도 정년 연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노출되는 문제에 대한 사전 준비나 사회적 합의가 없다면 청년 취업난 감소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해질 수 있다. 일본의 과정을 교훈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바쁘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꿸 수는 없는 법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1-09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삼바 축제는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축제다. 이곳에 뿌려지는 돈만 무려 1조3000억원이라 한다. 무엇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킬까. 리오 카니벌의 최고 매력은 화려한 퍼레이드와 축제를 위해 준비한 춤과 의상이다.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화려한 의상과 춤 그리고 이곳 시민들의 삼바에 대한 열정이 행사를 성공으로 이끌고 가고 있는 것이다. 리오축제는 브라질 사람의 삶의 기쁨이다. 독일 뮌헨에서 개최되는 맥주 축제 옥토버 페스트는 전통 의식에서 비롯된 축제다. 1810년 바이에른 왕국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100년 이상의 축제로 이어지고 있다. 전통의상과 다양한 독일 요리, 각양각색의 맥주가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옥토버 페스트를 본 뜬 축제만 지구촌에 3000개 있다고 한다. 대단한 위용이 아닌가. 이 축제도 숙박, 교통, 쇼핑 등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1조원을 넘는다. 우리나라에도 한해 1000개가 넘는 축제가 열린다. 그 중에는 대중의 인기를 얻는 것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이름만 올렸다가 사라지는 것도 수두룩하다. 축제란 지역 전통의 문화를 승화시키고 그 정신을 이어가는 일종의 공동체 문화행사다. 지금은 공동체 문화와 더불어 경제적 효과도 축제를 여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최근 경북 김천에서 열린 김밥 축제와 이번 주 구미에서 시작하는 라면축제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전국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규모는 비록 작지만 평범한 아이템에서 축제의 본질을 발견한 축제로 발전했으니 축하할 만하다. 고객 감동의 축제로 쭉 뻗어나길 바란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1-06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매너는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나쁘지 않아졌다. 줄을 서서 차례대로 탑승하는 건 물론, 승강장이 아닌 곳에서 버스를 세워달라고 억지 부리는 이들도 거의 없다. 하지만, 자신이 운전자가 되는 경우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사람의 성격은 운전할 때 모습으로 판단하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평소엔 점잖은 사람도 운전대를 잡으면 종종 거칠고 무질서한 면을 드러내는 경우가 흔하다. ‘꼬리물기’란 낯설지 않은 단어가 있다. 출퇴근 시간 막히는 도로에 차량이 가득하다. 신호가 바뀌기 전에 교차로를 통과할 수 없는 상황. 그럼에도 제 차만 진입시켜 다음 신호에 진입하려는 차량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뜻한다. 자신만 편하자고 다수에게 폐를 끼치는 경우 없는 짓이다. 꼬리물기는 운전자들 사이에서 다툼을 부른다. 욕설과 함께 심하면 주먹다짐까지 오가는 걸 볼 때도 있다. 출근길 스트레스를 부르는 급작스런 클랙슨 소리도 야기하는 게 꼬리물기. 그럼에도 근절되지 않는 나쁜 운전습관이다. 최근 서울 경찰은 출근길에서 꼬리물기 집중 단속을 벌였다. 단 1시간 만에 200명이 넘는 운전자가 적발됐다고 한다. “너무 바빴다” “남들도 다 하는데 왜 나만 잡는가”라는 변명과 불만이 쏟아진 현장은 아직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 한국 운전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꼬리물기 관행이 비단 서울에만 있겠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경북을 포함한 전국 도로 어느 곳에도 얌체 운전자는 존재한다. 꼬리물기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을 낮추고,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더 강화된 단속이 필요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국감이 끝나고 또다시 국감 무용론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달 13일부터 시작한 국감은 국민 기억엔 정쟁과 막말, 욕설로 얼룩진 국감이다. 행정부를 견제 감시하는 공적인 기능은 고사하고 싸움으로 일관한 모습들만 기억에 가득히 남았다. 여당을 견제해야 할 야당의 한방도 나오지 않았다. 과거 흔히 발표한 고발성 내용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증인 채택도 여당 입맛대로다. 도대체 국감장인지 나를 위한 정쟁의 장인지 분간키 어려운 장면만이 주권자인 국민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다. 심지어 딸의 결혼식을 국감 기간에 국회에서 치르게 하는 기상천외한 일까지 벌어졌으니 국민들은 아예 안중에 없는 것 아닐까. 그래서 3불 3무의 국감이라 부른다. 정책, 예의, 스타 없는 3무와 불통, 불신, 불만으로 가득한 3불 국감이란 말이다. 20여 일 동안 300명의 국회의원들이 국감장을 휘젓고 다니며 요란을 떨었지만 과거 흔하게 등장했던 국감 스타 하나 만들지 못했다. 시민단체는 22대 국감을 역대 최악이라 평가를 했다. 당연하다. 문제는 국감 무용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음에도 그들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공자는 진정한 선비가 뭐냐는 제자의 물음에 답했다. “내 행동의 부끄러움을 알고 일을 맡았을 때 군주를 욕되지 않게 하면 진정한 선비”라고 했다. 선비란 지금의 지식인이다. 정치인 스스로가 지식인이라 자부하면 부끄러움부터 알아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3대 국회에서 균형 있고 날카로운 질문으로 국감 스타에 올랐다. 그를 기억한 국민은 15년 뒤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잘못한 것을 반성하며 부끄러움부터 배우는 정치인이 돼야 하지 않을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11-04
“기름에 튀기면 구두도 맛있어진다”는 농담이 있다. 실제로 구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식재료는 끓는 기름에 넣어 일정 시간 튀겨내면 어느 것 할 것 없이 맛있다. 채소와 육류가 다 그렇다. 하지만, 기름에 튀긴 음식이 건강에 좋을 가능성은 낮다. 식재료가 높은 온도에서 튀겨질 때 칼로리가 대폭 상승하고, 트랜스지방이 높아져 심혈관 계통의 질환 위험성이 생긴다는 건 의학계가 이미 검증을 마친 사실. 그런 이유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려 노력하는 이들은 가능하면 튀긴 음식을 멀리하려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푸드 가운데 하나가 ‘한국식 치킨’이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맛있다고 하지만, 치킨은 결국 기름에 튀긴 닭. 건강식품이라 부르기엔 어색하다. 그래서일까? 한 음식평론가는 “부자들은 치킨을 먹지 않는다. 치킨은 서민과 노동자의 음식”이라 말한 바 있다. 이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하는 이들이 있었고, “그래 그럴 거야”라며 공감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치킨을 안주로 소맥을 마시며 회동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시끌벅적 알려졌다. 셋 모두는 천문학적인 재산을 소유한 세상이 알아주는 부자다. 그럼에도 기름에 튀긴 닭을 손에 들고 맛있게 먹었다. 세 사람이 방문했던 특정 치킨업체는 밀려드는 손님과 폭증하는 주문 탓에 임시 휴업을 했다는 뉴스도 들려왔다. 재벌들까지 매혹한 한국 치킨의 매력은 대체 뭘까? 얼마나 맛있는 걸까? 그 이유가 궁금한 이들은 또 치킨집을 찾을 듯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경주 황남빵은 1994년에 경주시가 향토전통음식으로 지정했지만 그 이전부터 경주의 명물로 잘 알려진 빵이다. 단팥소를 넣어 만든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팥빵이다. 처음부터 황남빵이라 부르지 않았다. 1939년 경주시 황남동에서 만들고 그 소문이 나면서 동네 이름을 따 황남빵으로 불렀다고 한다. 창업주는 지금 대표의 할아버지인 고(故) 최화영씨다. 3대째 가업이 이어지고 있다. 86년 전통의 노포집 빵인 셈이다. 창업주인 최씨는 경주 최씨 집안 자손으로 조상 대대로 팥으로 떡을 빚어온 전통 풍속을 잘 알고 있어 이를 제빵에 적용해 보려 만들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전래되고 있다. 팥은 우리 민족 전통음식 대표 재료의 하나다. 건강에 좋은 영영가 높은 식품이다. 단백질 함량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화를 돕고 피로회복에도 좋다. 어느 제과점에 가든 단팥빵은 기본이다. 길거리서 파는 붕어빵도 팥이 들어가야 맛이 있다. 동짓날 먹는 팥죽이나 팥을 넣어 만든 팥칼국수도 우리는 즐겨 먹는다. 특히 동짓날 먹는 팥죽은 겨울철 부족하기 쉬운 영양을 보충하는 뜻도 있으나 다가올 새해의 액운을 막아준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고 한다. 팥에 대한 우리 민족의 유별난 사랑이다. APEC 행사가 치러진 경주에서 황남빵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CNN 인터뷰 중 “경주에 오시면 십중팔구는 이 빵을 드신다”고 소개한 것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맛있다”고 말한 빵이 황남빵인 것이 알려지면서 APEC 행사 기간 내내 경주 황남빵은 대박을 터뜨렸다. APEC 효과가 거창한 곳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황남빵에서 효과가 시작한 것 아닐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11-02
선택된 한 인간이 왕이 되어 신(神)과 하늘을 대신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국가를 통치하고 백성을 거느렸던 고대 왕국. 금관(金冠)은 바로 그 왕이 머리에 올린 집중된 권력의 상징 같은 것이었다. 2000여 년 전 태동한 신라는 ‘황금의 나라’로 불렸다. 금을 세공하는 기술이 당시 존재했던 지구 위 어느 나라보다 뛰어났고, 그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고 통치자에게 바칠 미학적으로 빼어난 금관을 만들었다. 현대에 들어서며 탐사·발굴을 통해 신라 왕들의 무덤에서 몇 개의 금관이 발견됐을 때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지금까지 찾아낸 고대 왕국의 금관은 세계를 통틀어도 10여 개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절반이 신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금관이다. 희소성으로 인해 금은 수천 년 전부터 귀하게 여겨졌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마찬가지.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금에 대한 욕망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대를 지나 중세와 근대에 이르러선 금을 약탈하기 위한 침략전쟁이 적지 않게 발생했다. 약소국을 점령한 제국주의 국가는 가장 먼저 식민지의 금을 제 나라로 실어 날랐다. 귀한 금으로 만들어진 얼마 되지 않는 고대 금관은 좋건 싫건 인류의 주요 문화유산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경주를 찾았다. 경주는 ‘황금왕국’ 신라의 옛 도읍이다. 한국 대통령실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선물로 신라 금관 모형을 전달했고, 크게 기뻐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업인 출신의 트럼프는 백악관 집무실을 각종 황금 장식물로 꾸밀 만큼 금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모형이지만 신라 금관은 그에게 맞춤한 선물이 될 것 같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0-30
12·3계엄 직후 안가에서 모임을 가진 이상민·박성재 전 장관과 이완규 전 법제처장, 김주현 전 민정수석 등 ‘4인방’은 최근 특검 수사로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는 등 수난을 겪고 있다. 그런데 국민들은 대통령 아닌 국무위원들도 손쉽게 안가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경호상 기밀사항이기도 하지만 안가가 몇 채나 되며 누구까지 이용이 허용되는지 국민들은 모른다. 미국 드라마에서 안가는 FBI나 마약단속국의 주요 증인이나 범죄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소로 등장한다. 하지만 한국의 안가는 권력자와 재벌간 비밀회동을 통해 뇌물이나 특혜를 주고받는 자리, 또는 고관대작들이 비싼 양주, 귀한 요리와 함께 화류계 여인들과 술자리를 갖는 은밀한 곳으로 연상되곤 한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의 잦은 술자리나 재벌 회장과 회동 등 한국 현대사의 비극과 부패가 이곳 안가에서 발생하고 행해진 까닭이다. 그만큼 한국의 안가는 떳떳하지 못한 모임을 할 때 이용되는 음습한 공간이다. 이제 사적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안가들은 없애고 경호상 꼭 필요한 안가들도 투명하게 관리되도록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술이 당긴다고, 또는 친목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굳이 혈세를 낭비하며 안가를 이용할 이유는 없다. 저잣거리 식당과 술집은 널려있다. 그간 안가에서는 고위 관료들이 춘향가에 나오는 못된 벼슬아치들처럼 ‘백성들의 고혈로 호사스런 술독의 맛있는 술과 옥쟁반 위 기름진 안주‘ 를 훔쳐 먹는 ‘세금 도둑질’을 얼마나 저질렀을지 모를 일이다. 그간 우리 국민들은 고위 공직자 등 권력자들의 특혜나 방종에 너무 관대했다. /류승완(중부본부장)
2025-10-28
의료 기술의 발달과 예전에 비해 훨씬 위생적인 생활환경, 여기에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각종 건강 정보의 확산으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세기처럼 나이 예순을 맞아 환갑잔치를 벌인다면 웃음거리가 되는 세상이 됐다. 노인 인구의 가파른 증가는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우리가 맞아야 할 미래의 모습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노인을 홀대하고 은연중에 무시하는 모습 또한 알게 모르게 분명히 존재한다. 헬스클럽에선 나이 많은 회원의 가입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일부 카페는 ‘노 키즈존’에 이어 ‘노 시니어존’ 팻말을 내걸고 영업을 한다. 어떤 골프장은 70세 이상 노인에겐 회원권을 판매하지 않는다. 사회적 푸대접과 배제만이 아니다. 노인들이 겪고 있는 개인적 현실 또한 평탄하지 않다. 한국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38.2%)과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40.6명)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경제적 궁핍이 고령층 삶의 의지를 꺾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 여기에 더해 지난 6월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도 위험 수준으로 읽힌다. 2024년 노인보호 전문기관 신고 등을 통해 노인학대로 인정된 사례는 모두 7167건. 10년 전인 2014년 3532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학대의 사례는 가정, 노인 생활시설, 병원, 공공장소를 막론하고 발견됐다. 젊은이들 속에 섞이지 못하고 겉돌며, 가난한 환경에서 희망을 발견하기 못한 채 정신적·육체적 학대까지 당한다면 오래 사는 게 축복일 수 있을까? 바뀐 시대 노인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사회적·법적 제도의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0-27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해 3월 경복궁 곤녕합을 비공식 방문했다. 곤녕합은 중전 침소로 1895년 일본 자객들에 의해 명성황후가 참혹하게 살해된 을미사변의 종착점이다.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는 10분간 오롯이 둘이서만 ‘모종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윤 대통령 측은 “문화유산 홍보를 위한 현장 사전 점검”이라는 명분을 세웠다. 하지만 명성황후 원혼이 가득 서렸을 법한 곤녕합에서, 배석자를 모두 물리치고 둘이서만 문화유산 홍보 고민을 했으리라고 믿을 국민은 없다. 더욱이 무속과 주술의 그림자가 덧씌워진 이들 부부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한때 곤녕합의 주인이었던 비운의 명성황후도 그러했다. 명성황후는 일개 무당에게 진령군이라는 벼슬까지 내리고, 무속에 심취해 수많은 국고를 탕진했다. 곤녕합에 깔려졌던 것으로 추정되는 48마리 분량의 표범 카펫은 명성황후의 사치 행적을 비판하는 소재로 종종 회자된다. 명성황후의 무속 심취·사치 취향은 윤 대통령 부부의 행적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김건희씨는 풍수전문가 백재권, 도사 천공, 건진법사와 수시로 소통해왔다. 또 서희건설의 1억1000여만원 어치의 목걸이 브로치 귀걸이, 사업가 김모씨의 3500만원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통일교 6200만원 그라프 목걸이 등 김씨가 받은 뇌물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쯤이면 명성황후의 표범카펫 취향을 훨씬 뛰어넘는다. 무속과 사치, 사적권한 남용에 집착하면 그 끝이 좋지 않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러시아제국 비선 실세 라스푸친이 그러했고, 3000켤레 구두를 소장했다는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 부인 이멜다가 그러했고,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 부부가 그러했다. /류승완(중부본부장)
2025-10-26
지구촌 곳곳에서 부패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항하는 Z세대의 대규모 시위가 연쇄적으로 벌어져 세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네팔과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Z세대의 반정부 시위로 정권이 무너지고, 대통령이 추방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달 네팔정부가 유튜브, 페이스북 등 26개 소셜미디어 접촉을 차단하면서 일어난 Z세대에 의한 시위는 실상은 수십 년간 누적된 정치권의 부정 부패에 대한 Z세대의 항거로 해석이 된다. 1인당 GDP 500달러를 45년째 유지하는 마다가스카르는 최근 실업률이 40%로 올라서자 청년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대통령 교체를 넘어 지금은 그들의 요구가 반영된 체제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네팔과 마다가스카르의 Z세대 시위가 성공을 거두자 모로코, 케냐, 이란, 인도네시아 등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지 국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구촌 곳곳에서 Z세대의 반정부 시위가 번지면서 Z세대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Z세대란 1990년 후반에서 2010년 후반에 태어난 세대로 어릴 때부터 인터넷과 휴대폰 디지털 기술에 능숙한 인류 최초의 디지털 세대다. 나라마다 조금 다르지만 혁신과 세대교체의 중심에 선 세대다. 기존의 사회질서와 관행을 깨고 새로운 가치관과 문화를 만들어 갈 미래세대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어떤 정파에 치우치기보다 정치적 이슈에 집중하는 유동적 사고를 가진 세대다. 경제적 불평등이나 부정부패에 매우 부정적인 특징이 있다.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시위가 기성세대에 대한 Z세대의 일시적 도전일까. 아니면 세대교체란 큰 흐름으로 이어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0-23
사회 전 분야에서의 가파른 물가 상승이 서민의 삶을 갈수록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결혼식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건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하객에게 대접하는 식사와 신부 드레스, 메이크업 등 결혼식을 위해 꼭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평균 2160만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서울 강남의 경우엔 그 비용이 3509만원이었다. 고비용 결혼식이 일상화되면서 친척이나 친구의 결혼 축의금을 얼마나 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앞서 언급한 한국소비자원의 조사는 2025년 8월 현재 결혼식 하객 식대의 중간 가격이 6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친구 결혼식에 가서 5만원짜리 한 장을 봉투에 넣으려면 어쩐지 낯이 뜨거워진다. 내가 먹은 밥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란 사회 초년생의 푸념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결혼식이 많은 봄·가을마다 축의금 고민이 커진다는 중년 남녀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궁여지책으로 축하 메시지와 축의금만 보내고 결혼식엔 가지 않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얼굴을 마주하고 제2의 삶을 설계할 신랑과 신부를 축하해주려면 두둑한 축의금부터 마련해야 하는 세상이 온 것일까? 잊을 만하면 보도되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결혼식 기사를 보면 수백만 원을 넘어 수천만 원, 심지어 억대의 축의금을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무슨 미담인양 담겨 있다. 이런 기사는 5만원의 축의금도 준비하기 힘든 이들을 한없이 주눅 들게 만든다. 축의금의 크기가 축하의 마음과 정비례하는 것은 아닐 텐데. 어쨌건 없이 사는 사람들은 청첩장이 무서울 듯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10-22
방송인 김구라씨의 금테크가 화제다. 그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5년 전 “금이 나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1억원 정도를 샀는데 지금은 3억 5000만원이 됐다며 금테크 과정을 자랑스럽게 말해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금테크가 공개되면서 한국은행이 김구라보다 금테크를 못했다는 국정감사에서의 질책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은행은 2013년 이후 현재까지 금을 사들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는데, 최근들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금을 사들이는 것과 비교해 한국은행이 금테크에 소홀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고는 세계 10위권에 있으면서도 금 보유량은 38위에 머물러 있는 현실 사정을 국회가 지적한 것. 올들어 금값은 연초보다 50% 넘게 급등했다. 미국의 금리인하 전망과 달러화 약세, 지정학적 긴장감 등이 작용하면서 안전자산으로서 가치가 급부상한데 따른 영향이다. 김구라씨 보다 앞서 영화배우 전원주씨의 금테크도 방송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전씨는 2022년 당시 한 방송에서 ‘아껴서 부자된 스타’ 1위에 등극되면서 주식 30억원, 금 10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소개됐다. 당시 금값이 30만원 하던 때여서 지금 시세로 따지면 그녀는 금값만 약 27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추측이 된다고 한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최근 시중에는 금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국내 금값이 국제시세보다 13.2%나 높게 형성되는 등 과열 조짐을 보인다”며 일물일가 원칙에 따른 단기 급등 후 조정을 경계하라 했다. 금테크도 좋으나 모든 것이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 교훈도 새겨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