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은 올해를 ‘범국민 나무심기 원년’으로 정했다. 산림청은 범국민적 나무심기 식목일 행사를 지난 3월 제주에서부터 시작했으며 5월까지 정부 부처와 기업,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나무심기 캠페인를 벌인다. 나무심기를 통해 신규 탄소흡수원을 확충하고, 기후위기 대응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을 실천하겠다는 것이 캠페인의 취지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년 전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수량화해 발표한 적이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모두 259조원으로 평가됐다. 당시 국내 총생산의 13.3%에 해당한다. 기능별로는 온실가스 흡수 저장기능이 97조원, 산림경관 제공기능 32조원, 산림휴양 기능 28조원 등이다.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국민에게 돌아오는 혜택으로 환산하면 1인당 499만원에 이른다고 했다. 아마존 열대우림을 우리는 지구의 허파라 부른다. 전 세계 산소의 20%를 생산한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아마존 우림지대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으로써 지구온난화를 늦추고, 기후변화를 완화해주는 특별한 역할에 우리가 더 주목을 해야 한다. 숲은 동식물의 서식지로 생물의 다양성을 제공할 뿐더러 생태계 균형을 유지시켜 준다. 물 순환과 토양 보존을 통해 수자원과 환경을 보호하는 등 지구와 인간 삶에 있어 유익한 필수 환경이다. 어쩌면 숲의 이런 기능이 인류에게 매일 건강한 하루를 제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식목일은 단순히 나무만 심는 날이 아니다. 심어진 나무를 아끼고 잘 가꾸어 보다 많은 건강한 숲을 조성해야 한다. 나무를 심는 것이야말로 지구와 인류를 위한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4-02
항공사와 해운사가 유가가 오를 때 이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비행기와 선박 운임에 부과하는 걸 유류할증료라 부른다.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2개월치 항공유 평균가격에 따라 바뀐다. 단계별 조정액이 있다. 짐작하다시피 유가가 오르면 할증액도 상승한다. 반대로 기름값이 내리면 인하되는 방식. 미국·이스라엘의 침공과 폭격에 대항해 이란이 중동산 원유를 실은 배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국제 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더 오를 것이란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덩달아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려는 이들이 지불해야 할 유류할증료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항공권 가격의 10~20% 정도를 차지하는 유류할증료가 부담스러운 수준이 되고 있는 상황. 최근 항공업계는 오는 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현행 최고 수준인 33단계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4월 유류할증료보다 15단계가 높아지는 것이다. 재론할 것 없이 폭등이다. 대한항공은 4월부터 중국과 일본 지역의 유류할증료를 2만1000원에서 5만7000원으로 올린다. 미국 서부와 파리 등 유럽은 7만9500원에서 27만6000원으로 인상된다. 운행거리가 긴 미국 동부 도시의 경우엔 9만9000원이던 유류할증료가 30만3000원으로 조정됐다. 지난달보다 최소 2배에서 3배가 오른 가격이다. 유류비는 항공기 운영비의 30%를 차지한다. 높은 유가가 지속되면 항공사 경영에도 빨간불이 켜질 게 명약관화다. 전쟁으로 인해 높아진 기름값이 여행자와 항공사를 동시에 위협 중이다. 갖가지 곤혹스러움과 어려움을 부르는 전쟁의 끝이 아직 보이지 않으니 더 큰 문제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4-01
작년 6월 14일 미국 워싱턴에서는 유례없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진행돼 국민들 간에 논란이 벌어졌다. 이날 군사 퍼레이드에 동원된 병력만 6600명에 달했고, 전차부대, 블랙호크 헬기, 자주포 등 최신 군사장비와 폭격기 등이 등장했다. 전례가 없던 행사가 치러진 배경은 미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과 겹쳐 행사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반대측은 북한식 군사 과시, 권위주의 상징, 트럼프의 생일파티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미국의 반트럼프 정치단체인 50501은 이날 전국에 걸쳐 트럼프의 권위적 행동을 비판하는 시위를 펼쳤다. 50501은 50개 주에서 50개 시위를 하는 하나의 운동이란 뜻을 담고 있다. 이들이 내건 슬로건은 노킹스(N0 Kings)다. “왕이 없다”는 뜻이다. 미국이 군주제 국가가 아니고 민주주의 국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국은 건국 당시 영국 왕정에 맞서 독립한 공화국으로 구호 자체가 역사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작년 10월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트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의 모형을 선물했다. 이를 두고 반트럼프 시위대는 “왕이 되고 싶어 하는 트럼프에게 진짜 왕관을 주면 어쩌나” 하며 볼멘소리를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중동전쟁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전역에서 또다시 대규모 노킹스 시위가 벌어졌다. 주최측은 3300여 곳에서 800만명 이상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라 했다. 지지율 36%로 떨어진 트럼프가 최악의 궁지로 몰리는 것은 아닐까. 이후가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3-31
지난 25일 군사독재 시절 ‘고문기술자’로 악명을 떨쳤던 이근안이 사망했다. 그는 경찰관 재직 때 공안 부문에서 일했고, 비공개 요원으로 방첩업무에 참여하면서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한 민주화 운동가들을 고문한 것으로 유명했다. 불법 체포와 고문 혐의로 수배된 이근안은 10여 년을 숨어 지내다가 1999년 10월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자수했다. 이후 재판을 거쳐 징역 7년과 자격 정지 7년형을 선고받았다. 인간의 육체를 물리적으로 압박함으로써 정신을 무력하게 만드는 행위인 고문은 현대사회로 들어서며 명백한 범죄로 지목된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근안에게 고문을 당한 다수의 인물은 고문으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피폐를 오랜 시간 호소했고, 죽기 전까지 후유증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1970~1980년대 이근안은 청룡봉사상과 내무부장관 표창 등을 받았다. 정통성 부재한 독재자의 입맛에 맞는 짓을 부끄러움 없이 행했기 때문이다. 참담한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국가폭력 범죄자에게 준 훈·포장 박탈은 당연한 조치’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생전에 이근안이 16개의 상훈을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면서다. “국가가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국민의 생명과 자유, 인권을 침해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배제해 행위자가 살아있는 한 반드시 처벌받게 한다”는 건 이 대통령의 변함없는 의지이기도 하다. 반성 없는 역사는 또 다른 비극을 불러온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경찰이 이근안을 포함해 독재정권 시절 고문 등으로 불합리하게 받은 수사관들의 서훈 취소를 위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3-30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우리나라도 담배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한다. 궐련형 담배는 20개비당 841원, 전자담배는 1ml당 525원 부담금이 붙는다. 담배는 폐암 발병의 주된 원인이다.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건강 유해제품이며, 세계보건기구는 매년 약 600만명이 흡연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정부가 담배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러한 인체 유해성을 인정하고 국민건강을 돌보자 하는데 근본 목적이 있다. 같은 논리로 설탕에 건강증진부과금을 부과하자는 논의가 과거부터 있어왔다. 당류가 과도하게 들어간 음료와 가공식품에 대해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자는 것인데, 지나친 과당 섭취는 비만,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도 설탕세 도입을 권고한다. 실제로 노르웨이, 핀란드, 헝가리, 영국 등 세계 50여 개국이 설탕세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1년 국회에 가당음료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발의가 됐으나 폐기된 바 있다. 설탕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일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음료에만 한정할 것인지 과자, 빵 등 다른 가공식품까지 확대할 것인지 부과 대상 범위부터 혼란스럽다. 세금이 부과되면 가격을 올려야 하니 식품업계나 자영업자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또 국민들이 얼마나 공감해 줄지도 의문이다. 최근 정부가 담배에 부과하던 건강증진부담금을 OECD 평균 수준(9869원)으로 올리는 것과 담배에만 국한된 건강증진부담금을 주류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건강을 위한 정책임에는 틀림없으나 국민 정서와의 괴리를 좁히는 게 문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3-29
페르시아만 북쪽에 위치한 이란령의 하르그섬. 이란 본토에서 25km 떨어진 면적 20㎢의 작은 섬이다. 뉴욕 맨해튼의 3분의 1 수준의 이 섬에 지금 세계인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중동전쟁을 벌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하르그섬 점령을 위해 지상군 투입을 준비한다는 외신이 나오면서 이곳은 지구촌 최대의 긴장감이 나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찍이 하르그섬을 ‘이란의 왕관 보석’이라 불렀다. 이란에서 생산된 원유의 90% 이상이 이곳에서 수출되는 등 이란 경제의 심장부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약 3000만 배럴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는 수십 개의 대형 원유저장 탱크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전쟁 직전까지만 해도 하루 약 217만 배럴의 원유가 실려 나가는 등 이란의 석유수출 전략기지다. 중동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이곳은 늘 공격의 대상이었다.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때는 이라크가 쏜 미사일로 이곳 원유저장 시설 상당수가 파괴된 경험이 있다. 미국의 하르그섬 공격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있는 이란을 압박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라 할 수 있다. 특히 하르그섬 내 원유시설이 이란의 아킬레스건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미국이 띄울 수 있는 승부수라 할만하다. 하지만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에는 미국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하르그섬을 점령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국제유가의 장기간 폭등, 이란 내 반미여론 확산, 세계인의 비난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감당할 것인지가 문제다. 미국의 대규모 지상군 투입설 속에 이 레드라인을 넘어설지 트럼프의 선택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3-26
멀리 보이는 하늘이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누렇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탓이다. 24일과 25일 대구와 경북 모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표시하는 수치가 ‘나쁨’을 나타내고 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 중엔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이 적지 않다. 입을 가린 채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기도 한다. 미세먼지란 대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먼지로 눈으로는 확인이 어렵다. 여기엔 질산염과 황산염, 암모늄이온 등이 섞여 있다. 미세먼지 속에 함유된 중금속은 당연지사 건강에 해롭다. 오랜 시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면역력 저하는 물론, 천식과 기관지염 등에 걸릴 수 있다. 학자들은 미세먼지가 심혈관 질환과 피부 질환, 눈병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매년 봄마다 미세먼지가 반복되는 원인은 뭘까? 중국 동쪽에 밀집된 많은 수의 공장에서 생겨난 오염물질 섞인 먼지가 지구의 자전으로 발생하는 편서풍을 타고 한국으로 오는 탓이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피해를 입는 지역에는 북한과 일본도 포함돼 있다. 호흡기와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사람들과 알레르기·천식 환자, 면역력이 약한 아이와 노인은 외출할 때 KF 규격에 맞춘 황사용 마스크를 쓰는 게 미세먼지로부터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의사들은 손발과 눈 주위를 깨끗이 씻고, 물을 자주 마시라고 권유한다. 개나리와 벚꽃을 시작으로 색깔 고운 봄꽃이 반가운 손님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계절이 왔지만, 미세먼지란 이름의 불청객도 함께 들이닥친 3월 말. 누런 하늘색이 마음까지 우중충하게 만들 수도 있는 날들이다. 미세먼지가 속히 물러가고 희망과 꿈을 상징하는 봄이 제 빛깔을 찾길 기다린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3-25
이란과 미국·이스라엘의 전쟁으로 인한 원유 수급 위기와 에너지 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다행스런 소식 하나가 최근 전해졌다. 23일 한국전력은 올해 2분기에 적용될 연료비 조정단가를 지금과 동일한 KW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달부터 6월까지 전기요금은 현재와 같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12분기 연속이고, 산업용 역시 6분기 연속으로 동결된 것. 하지만, 이런 추세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통상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 요금,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중 연료비 조정요금은 최근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 등의 단기적인 에너지 비용 변동분을 토대로 정해진다. 지난 3개월 동안 유연탄과 LNG 가격이 소폭 떨어지며 연료비 조정 단가에 인하 요인이 발생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과 잇따른 이란의 보복 공격이 시작된 이후인 2월 말부터는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향후 폭등의 가등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한국전력의 2분기 연료비 조정에는 아직 이런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2022년과 2023년 LNG 가격 급등 시기에 한국전력에 적지 않은 영업적자가 쌓여있는 점도 걱정스럽다. 지난 2021년 이후 현재까지 한전의 누적 영업 적자는 29조 원에 육박한다. 서민들은 앞으로 3개월 동안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시름을 덜었지만, 이란과 미국·이스라엘의 갈등이 지속되는 한 전기를 포함한 에너지 위기의 위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걱정거리 하나가 더 생겼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3-23
2023년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미국 전역을 돌면서 벌인 공연이 교통, 숙박, 음식 등의 소비 붐을 불러일으켜 지역경제를 부양한 현상을 두고 스위프트노믹스라고 불렀다. 그는 8개월 동안 미국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벌인 공연으로 10억4000만 달러( 약 1조3000억원)의 공연 투어 매출을 올렸다. 투어 역사상 최고 매출이다. 그의 공연은 1회당 약 7만 명의 관중을 불러 모아 지역경제가 일시적으로 살아나는 효과를 냈다고 한다. 21일 방탄소년단 BTS의 컴백 월드투어 공연이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4만여 명의 인파가 운집, 대혼잡을 빚었다. BTS 공연을 보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팬덤 아미들이 몰려와 광화문 일대 상가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는 소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BTS의 광화문 무료 공연만으로 서울에 1억7000만달러(약 2660억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란 보도를 했다. 블룸버그는 항공, 숙박, 음식, 굿즈 등 BTS 공연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스위프트의 투어와 맞먹는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BTS 공연의 문화적 영향력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경제적 효과 또한 전대미문의 기록이다, BTS노믹스란 말이 허장성세가 아니었다. BTS 멤버들이 착용하는 의류와 화장품, 즐겨먹는 음식까지 BTS 효과는 관련 상품의 수출을 폭증시킨 것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BTS 활동으로 인한 직접적 경제효과를 연간 4조1400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공연 1회당 6만5000명 기준으로 최대 1조2000억원의 경제효과를 낸다고 밝혔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쏘아올린 기적의 노믹스가 아닐 수 없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3-22
기아란 장기간 지속된 식량 부족으로 굶주림에 의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를 의미한다. 가난해서 생활이 어려운 빈곤과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지구상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기아 상태의 인구는 얼마나 될까. 최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칼 스카우 사무차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지구상에서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는 약 3억1900만명에 이른다”고 밝히고, 이는 최근 5년 사이 3배가 증가한 숫자“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시작한 이란전쟁이 6월까지 지속될 경우 무려 4500만 명에 이르는 기아인구가 추가로 더 늘 것이라는 우려의 발언도 했다. 지구상 일어나는 각종 전쟁은 인류의 보편적 안전과 행복을 위협하지만 특별히 빈민계층에게 주는 충격은 치명적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구상 기아인구가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지구촌의 분쟁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세계기아지수에서 최악의 상황에 놓인 나라 10개국 중 8개 나라가 분쟁 중이다. 세계기아지수 2년 연속 세계 최하위 국가로 알려진 소말리아는 수십년 간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나라다. 분쟁으로 인해 경제위기가 이어지고 기후재난까지 겹친데다 국가는 이에 대응할 능력이 전혀 없다. 앞으로 특별한 대책이 없으면 지금과 같은 기아 상태가 10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보고서도 나와 있다. 이란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세계 식량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WFP는 빈민국에 보낼 식량물자 배송 지연과 물류비 인상, 식량공여국의 지원금 삭감 등이 발생하면서 지구촌 기아인구 구제에 비상이 걸렸다고 했다. 전쟁이 빨리 끝나야 할 이유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3-19
최근 중국의 몇몇 언론이 보도한 기사 하나가 한국에서까지 화제가 됐다. 복권 당첨 사실을 자식들에게 숨긴 아버지 이야기다. 관련 소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평소엔 복권을 구입하지 않던 중국의 한 남성이 일생 처음으로 스포츠복권을 샀다고 한다. 복권의 번호 선택 방법도 알지 못했던 그는 판매점 직원의 도움을 받아 자동으로 번호를 고르는 패키지복권을 한국 돈 1만9000원에 구매했다. 그런데, 몹시 운이 좋았던지 그 복권이 1등에 당첨됐다. 남성이 손에 쥐게 된 돈은 16억 원. 중국에서건 한국에서건 결코 작지 않은 돈이다. 누구라도 감정적으로 흥분해 당첨 사실을 이곳저곳에 자랑하고 평소 사고 싶었던 걸 흥청망청 구입할 수도 있었을 터. 하지만, 당첨자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복권을 처음 샀는데 이런 행운이 올 줄 몰랐다”며 담담한 태도를 보인 것. 이에 더해 거액의 복권 당첨 사실을 자신의 자녀들에겐 알리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가 궁금해진 주변 사람이 “기쁜 소식인데 왜 알리지 않으려 하는가”라고 물어본 건 당연지사. 그 남성의 답변은 간명했다. 한 자식이 얼마 전 중학교에 들어갔는데 아이에겐 가치관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이고, 노력 없이 큰돈을 얻는 걸 삶의 지름길처럼 생각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 여기에 더해 “당첨금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자녀들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 투자할 것”이라 덧붙였다고. ‘세상엔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걸 말로만 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통해 직접 가르친 중국 한 아버지의 사례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만약 당신이 복권 당첨자였다면 어땠을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3-18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식 교육에 대한 열망은 끝이 없다. 나는 비록 못 배웠지만 자식만큼은 반드시 공부시키겠다는 부모의 마음이 결국은 사교육 열풍으로 이어진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는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한 과외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과외를 전면금지한 7·30조치를 내린다. 공직자 자녀가 과외를 하면 공직자가 공직에서 물러나도록 강력한 법규까지 만들었지만 시중에는 암암리에 과외가 성행했다. 7·30 조치는 2000년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위헌판결을 내려 2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수능에 등장하는 킬러 문항이 과외를 증폭시킨다는 여론으로 한때 정부는 수능시험 문제에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 킬러문항이란 최상위권의 변별력을 높일 목적으로 출제되는 초고난이도 문제다. 학원의 도움없이는 풀기가 어렵다. 강남의 유수학원에 학생들이 몰려드는 이유라고도 한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초중고생이 쓴 한해 사교육비 규모가 밝혀졌다. 27조원 정도다.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여 그 원인을 두고 설왕설래다. 교육부는 초등 돌봄이나 방과 후 학교 확대 등 정책적 효과가 일부 나타난 것으로 해석을 한다. 그러나 일각서는 학령인구 감소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문제는 사교육비 총액의 감소에도 고소득층일수록, 학업 성취도가 높을수록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것으로 조사돼 사교육비의 사회적 폐해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성적 상위 10%가 월 66만원 쓸 때 성적 하위 20%는 월 32만원을 써 두 배 차이가 났다. 계층 간 교육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3-17
한국의 사교육 시장 규모는 실로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지난 2024년 이미 29조2000억 원을 넘어섰고, 현재는 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 달 평균 1인당 사교육비는 45만 원에 육박한다. 서민 가정으로선 부담스러운 금액일 수밖에 없다. 사교육 시장의 지속적인 팽창은 자식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걱정에서 시작된다. ‘남의 아이보다 학원에 덜 보내면 내 아들·딸의 성적이 떨어지고, 그렇게 되면 향후 대학 진학과 취업전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지 않을까’라는 우려. 이는 자식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하는 것이니 마냥 부모를 탓할 수만도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마음은 어느 지역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니, 사교육에 적지 않은 돈을 쓰는 건 서울이나 지방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금액의 차이만 있을 뿐. 교육부는 최근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6만3000원이었다. 전국적으로 봐도 45만8000이 넘었다. 사교육 참여율은 서울의 경우 82.6%였다. 지방도 이보다 크게 낮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치원부터 시작해 자녀를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보낸 학부모 가운데 89%는 어떤 형태로건 사교육비를 지출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었다. 경제적 형편에 따라 지출액은 조금씩 다르지만 10명 가운데 9명이니 한국 학부모 거의 대부분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런 상황이니 “자녀의 사교육비가 부모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협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그렇다고 공부하겠다는 자식의 학원행을 막을 수 있겠는가? 이래저래 부모 노릇 하기 힘든 세상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3-16
히말라야시다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히말라야 북서부와 아프카니스탄 동부가 원산지다. 상록 침엽수로 우리는 개잎갈나무라 부른다. 높이 최고 50m까지 성장하며 늘 푸른 잎과 아름다운 수형 때문에 공원과 가로수 등 관상용으로 많이 식재된다. 세계 3대 공원수로 꼽히며 인도서는 신의 나무라 부른다. 고대 이집트서는 이 나무 열매에서 기름을 추출해 미라에 발랐으며, 기름을 바른 미라는 몇백 년 가도 잘 썩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1930년대에 도입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좋아해서 1970년부터 전국 곳곳에 심어졌다고 한다. 동대구로에서 범어로터리까지 식재된 히말라야시다도 이때 심어졌다. 동대구로 왕복 10차선 도로 2.7km에 걸쳐 심어진 히말라야시다는 어느덧 대구의 상징물이 됐다. 이처럼 긴 구간에 히말라야시다가 심어진 사례도 드물지만 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에 내리면 바로 마주할 수 있어 대구를 기억하게 하는 나무로 자리를 잡았다. 대구를 떠나 모처럼 고향을 찾은 이들에게는 향수마저 느끼게 한다. 겨울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상록의 기개는 대구시민의 꿋꿋한 기질을 연상한다. 시민들은 동대구로 히말라야시다 거리를 대구의 자랑으로도 여긴다. 동대구로를 지나가는 대구도시철도 4호선 공사가 7월부터 시작될 거로 알려진 가운데 대구의 명물 히말라야시다 가로수의 일부 훼손이 우려된다. 대구시교통공사는 대구 상징성을 고려, 가로수 훼손 범위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정류장 일부 구간의 훼손은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50년 이어온 동대구로 히말라야시다에 얽힌 시민들의 정서를 감안한 공사가 돼야 할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3-15
우리 속담에 “봄 추위에 장독 깨진다”는 말이 있다. 봄이 오면 금방 따뜻해질 것 같은 날씨인데, 꽃샘추위가 느닷없이 찾아와 장독이 얼어 깨진다는 말이다. 봄철에 찾아오는 늦추위가 매섭다는 뜻이다. 비슷한 속담으로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말도 있다. 3월 중순이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여전히 날씨가 차갑다. 겨울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추위인 꽃샘추위가 오락가락하기 때문이다. 꽃샘추위란 겨울철 내내 우리나라를 지배하던 시베리아 기단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기온이 상승하던 중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이상 저온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보통 개나리, 벚꽃이 피기 직전에 나타난다. 이른 봄에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한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겨울이 지나가는 것에 대한 미련과 봄에 대한 열망을 짧게 그리고 정서적으로 잘 표현해 시인들에게 꽃샘추위는 매력적 소재다. 시인들은 봄에 대한 기다림, 혹은 겨울의 심술로, 때로는 겨울을 밀쳐내고 등장하는 봄의 생명력에 비유한다. 한 시인은 “봄은 그냥 오지 않는다”는 말로 고난 뒤에 찾아오는 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또 다른 시인은 “봄으로 가는 마지막 시련···. 조금만 더 버티라”면서 봄을 애타게 기다리는 심정을 호소한다. “날씨가 오두방정을 떤다”, “빵떡 어멈의 심술 같다”는 말로 꽃샘추위의 변덕을 표현하기도 한다. 기상청은 9일간 일 평균 기온이 5도 이상 오르고 다시 떨어지지 않은 첫날을 봄의 시작으로 본다고 한다. 올해 꽃샘추위는 3월 말까지 반복적으로 등장할 것 같다는 소식이다. 꽃샘추위라 움츠릴 필요는 없다. 꽃샘추위와 봄은 지척지간에 있어 꽃샘이 곧 봄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3-12
체납 발생일로부터 시작해 1년이 경과한 국세 미납액이 2억 원 이상인 사람을 ‘고액 체납자’라 부른다. 국세청은 이들의 이름과 주소, 체납된 세금액을 공개하고 있다. 적지 않은 현금을 이곳저곳에 숨겨놓거나, 위장이혼 등의 방법으로 부동산을 타인 명의로 옮기고는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악질적이고 상습적인 체납자의 모습은 TV 화면을 통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4개월 동안 고액 상습 체납자를 추적해 124명으로부터 81억여 원에 이르는 재산을 압류했다. 현금과 귀금속, 고가의 시계와 가방, 그림 등 압류품의 종류는 다양했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은 고액 체납자 문제를 거론하며 ‘체납자들에게 압류한 물건을 지체하지 말고 강제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따라 앞서 언급된 압류품들은 공개를 거쳐 곧 공매될 예정이다. 첫 번째 공매엔 세칭 명품가방과 지갑 35개, 시계 11개, 예술품 9점, 고급 주류 110병 등 총 166점이 나온다고 한다. 이것들은 현재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에르메스와 샤넬 등의 가방과 롤렉스와 까르띠에 시계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공매품 전시장을 찾는다고 한다. 언급된 가방과 시계는 대부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비싼 것들이다. 고액 체납자들은 그런 걸 살 돈은 있지만 세금 낼 돈은 없었던 것일까? 압류된 고액 체납자의 값비싼 명품 공매 소식을 접한 평범한 서민들의 심정은 어떨지 궁금하다. 이상스레 낯이 뜨겁고 가슴 속에서 부아가 치밀 것 같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3-11
모 증권회사가 2년 전 자산 30억원 이상 보유한 고객을 상대로 그해 증권시황 전망과 투자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응답자의 33%가 사자성어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말에 동의했다. 거안사위는 중국 고서 한비자에 나오는 말로 “평안할 때도 위험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전국시대 재상 관중은 제나라 환공을 도와 패권을 차지했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도 군사력을 축소하지 않고 전쟁이 없을 때 무기를 갈고 병사를 훈련시켜야 다음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을 증시에 대입하면 안정적인 시장 상황에도 미래에 닥쳐올 위기에 대비하라는 뜻이다. 설문 응답자 중 시황의 불확실성을 예측한 응답자들은 새옹지마(塞翁之馬)와 설상가상(雪上加霜)을 그해 사자성어로 꼽았다. 이는 투자의 길흉화복은 늘 바뀌면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말로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이란 전쟁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오르막 내리막 요동을 치고 있다. 빚내 주식을 투자한 개인의 빚투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의하면 주식 투자를 위해 돈을 빌린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5일 현재 33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라 한다. 중동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주가 등락에 따라 증권사의 반대매매가 감행될 소지도 높다. 이럴 경우 투자자들은 원금 회수는 고사하고 깡통계좌를 찰 판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식의 본질은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 기업의 가치 투자에 있다. 지나친 욕심과 성급함은 낭패를 부를 수 있다. 교활한 토끼는 자신이 숨을 굴을 세 개 파놓고 있다는 교토삼굴(狡免三窟)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3-10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에게 폭격받기 시작한 이후 하루가 다르게 기름값이 오르고 있어요. 이젠 차에 기름 넣는 게 무서울 정도입니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의 상승과 함께 한국도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의 요인으로도 이어질 것이라 관계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시내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2000원에 육박하는 중이다. 일부 주유소는 이미 2000원을 넘겼다. 지방이라고 크게 다를 바 없다. 최근 열흘 사이에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원가량 올랐다. 주유소마다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는 건 당연지사.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사이 전쟁이 산유국이 밀집한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국제 유가는 얼마 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8일 브렌트유와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각각 107.70달러와 108.15달러에 거래됐다고 한다. 이는 2022년 여름 이후 최고가다.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 등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유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란이 석유 수출길을 막고 있는 한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유가 폭등의 위험이 갈수록 커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사용되는 원유의 거의 대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하기에 비상사태를 맞이한 한국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휘발유 가격을 안정시킬 정책 마련을 지시했다. 정부는 ‘최고 가격 지정제’라는 극약 처방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몸부림에 가까운 노력이 날개 달린 기름값을 꺾을 수 있을까? 아직은 누구도 알 수 없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3-09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이다. 해협의 길이는 약 160km, 가장 좁은 곳이 33km다.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와 천연가스가 세계시장으로 나아가는 핵심 해상통로다.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인 하루 2000만 배럴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문제는 좁은 항로 가운데 통항이 가능한 항로는 겨우 10km에 불과하고 이곳 대부분은 이란 영해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이란이 자국 영해에 들어오면 쏜다고 했을 때 전 세계의 유조선은 목숨을 걸고 이 길을 가야 할지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석유 한 방울도 못 나가게 하겠다”고 밝힌 지 일주일이 지난 8일 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봉쇄 상태다. 평소라면 하루 100여 대의 선박이 지나다니던 것이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외신은 전한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원유 수입도 80%가 이 통로를 이용한다. 한국은 원유의 70%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고 있다. 이처럼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무역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카드로 꺼낸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경제적 압력을 무기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거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각국의 주식 등 금융시장도 큰 혼돈에 빠져 있다. 특히 에너지 대란에 따라 정유, 항공, 해운, 화학 등 모든 산업이 멈춰서야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각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풀릴지 아니면 얼마나 오래갈지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3-08
잡종으로 해석되는 하이브리드(Hybrid)는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요소가 합쳐진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성질이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요소를 합치는 목적은 대개 성능이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다. 페달과 전기모터가 함께 달린 자전거는 하이브리드 자전거, 휘발유와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라 부른다. 미국은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 등 정부 요인들이 만나는 시간과 장소를 미리 정확히 알고 정밀타격을 가했다. 미국의 정확한 정보력과 미사일의 정교한 타격 능력이 합쳐져 이란의 지휘부는 완전 붕괴된다. 같은 시간 이란 전역의 인터넷 접속은 평소 4% 수준으로 급감했다. 오늘날의 전쟁은 총과 탱크를 앞세운 과거의 전쟁과는 양상이 다르다. 사이버 공격, 여론조작, 경제 제재, 정보전, 심리전 등 보이지 않는 전장이 넓게 전개된다. 이른바 군사적 조치와 비군사적 조치가 총 동원돼 치르는 전쟁이다. 이를 하이브리드 전쟁이라 부른다. 전쟁 학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전쟁이라 명명한다. 군사 충돌 이전부터 사이버 공격으로 정보전이 전개되고 나라 안 여론을 분열시켜 자국 내 혼란을 조장한다. 선전포고가 없는 전쟁이다. 미사일이 날아오기 전 이미 전력망이 마비되고 금융시장과 환율이 흔들린다. 사회 전체가 전쟁터가 된다. 과거 전쟁이 군대와 군대 간의 싸움이었다면 국가시스템과 국가시스템 간의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 하이브리드 전쟁이다. 지금 지구촌은 전쟁과 갈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사회의 현대전을 바라보면서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안보 태세는 어떤지 반면교사 해볼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