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북극 한파’가 맹위를 떨치며 2주 가까이 사람들의 어깨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던 날들이 지나갔다. 어느새 성큼 2월이 왔고 바람이 덜 차갑게 느껴진다. 입춘(立春)도 코앞으로 닥쳤다.
말 그대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다. ‘국조오례의’ 등의 고문헌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은 입춘을 설과 한식, 추석과 정월대보름처럼 명절로 쇠기도 했다고 한다.
돌아보면 이번 겨울은 날씨만 추운 게 아니었다. 마음까지 얼어붙었다. “손님은 없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소상공인들의 한숨 소리가 깊었고, 12·3 비상계엄과 관련된 재판을 보며 적지 않은 국민들이 허탈하게 혀를 찼다.
가슴 따스해지는 소식은 적었고 냉혹한 정치·경제적 현실을 확인하게 되는 뉴스는 많았다. 툭하면 ‘관세’를 들고 나와 한국을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탓에 수출 기업들도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었다.
예전부터 혹한의 겨울은 수난과 고통의 은유로 곧잘 사용됐다. 시인과 소설가의 문장에 등장하는 ‘겨울’이란 어두움과 우울함, 막막함과 절망감을 의미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일까? 독자들은 문학 속에서도 봄을 그리워했고, 어서 빨리 입춘이 오기를 기다리곤 했다.
‘겨울’이 차가운 잿빛 세상의 메타포라면, ‘봄’은 새로운 시작과 희망에 어울리는 단어다. 땅 속에 웅크렸던 푸른 새싹이 돋아나고, 노랗고 붉은 화사한 꽃들이 앞을 다퉈 모습을 드러내는 시절이 바로 봄일 터이니.
올해 입춘은 매서운 겨울바람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걱정과 근심까지 훈풍 속에 멀리 데려가는 날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