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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어쨌건 전쟁은 비극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전역에 폭탄을 쏟아붓고 있다. 전쟁은 시작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중이다. 이 전쟁으로 이란의 고위 지도자와 미국 군인들만이 생명을 잃은 건 아니다. 지난달 28일. 이란 미나브 지역에선 여자 초등학교가 폭탄에 피격됐다. 다수의 외신은 이 폭격으로 16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사망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날 숨진 아이들은 복잡한 국제정치의 역학관계나 종교적 갈등과는 무관한 죄 없는 이들이었다. 이란도 당하고만 있을 수 없으니 반격을 시작했다. 미사일과 공격용 드론이 이스라엘과 미군 기지가 있는 중동 전역으로 발사됐다. 거기서도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구난방 폭탄이 날아다니는 중동에선 비행기를 띄울 수 없어 공항이 폐쇄됐고, 여행 중에 날벼락을 맞아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 등에서 발이 묶인 한국인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아랍에미리트에선 탄도미사일 포화에 3명이 죽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한다. 이번 전쟁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싸움에서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알다시피 그 지역엔 친미국가가 여럿 있는 반면, 이슬람 시아파를 지지하며 이란의 편에 선 사람들도 적지 않다. 오랜 기간 지속된 종교·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확전(擴戰)의 위험성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며칠 전. 이번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으로 지상군을 파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렇게 되면 사망자는 더 늘어날 터. 미사일과 총알엔 눈이 달리지 않았다. 그러니, 군인과 민간인을 구별하지 못한다. 더 큰 비극이 기다리는 듯해 우려스럽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3-04

블루칼라 시대의 도래

네오블루칼라는 블루칼라에 속하지만 대도시의 화이트칼라보다 높은 삶의 질을 누리며 고소득을 통해 막강한 구매력을 행사하는 신흥 소비계층을 이르는 말이다. 첨단기술과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고소득 숙련 노동자들이 등장한 배경은 기술적 변화와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 세대의 가치관 변화가 주요 원인이다. 특히 결정적인 것은 인공지능의 발전에 있다. 과거에는 안전하다고 믿었던 화이트칼라의 업무가 AI와 자동화에 대체될 가능성이 커진데 따른 변화라 할 수 있다. 원래 블루칼라는 육체 노동자를 뜻하는 말로 1920년대 미국 신문 구인광고에 처음 사용되면서 알려졌다. 당시 미국 노동자들은 청바지와 청색 셔츠를 입고 일을 해 깔끔한 흰셔츠를 입고 일하는 사무직인 화이트칼라와는 대비되는 직업군으로 묘사된 것이다. 당연히 화이트칼라의 임금이 블루칼라보다 훨씬 높고 젊은세대의 직업 선호도도 화이트칼라에 집중됐다. 그러나 최근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생산인구 감소 등으로 인력난이 빚어지자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젊은이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작년 한 여론조사에서 Z세대 구직자의 63%가 블루칼라 직종을 긍정 평가했다. 이런 현상은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인 현대차 생산직 채용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고, 최근 기피 직종으로 알려진 버스 기사 채용에도 젊은세대의 도전이 늘고 있는 것과도 유관한 흐름이다. 물론 젊은층의 취업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진 시대 탓도 있으나 직업관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분명하다. 일본서도 블루칼라 직종의 임금이 오르면서 화이트칼라 연봉을 앞지르는 임금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세상 일은 새옹지마(塞翁之馬) 아니겠는가. /우정구(논설위원)

2026-03-03

증가하는 ‘적자 가구’

적자(赤字)란 지출이 수입을 초과해 손해가 발생된 상태를 뜻하는 단어다. 한국 가정의 상당수가 현재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우려스럽다. 최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은 “지난해 4분기 기준 4가구 중 1가구가 적자 가구(25%)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이는 6년 만에 가장 커진 수치라고 한다. 지출이 처분가능소득을 넘어서면 적자 가구가 된다. 처분가능소득이란 전체 소득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 이자 비용 등 비소비 지출을 뺀 다음 이전소득을 더해 가계와 개인이 자유롭게 소비와 저축에 쓸 수 있는 소득을 의미한다. 풀어서 쉽게 이야기하면 ‘벌어들인 돈에서 이것저것 나가는 것을 제하고 나면 기념일 조그만 선물을 사거나 식구들과 근사한 식당에서 외식 한 번 할 돈도 모자란다’는 것. 적자 가구 비율은 2020년엔 23.3%였다. 2021년과 2023년 사이엔 24%대였고, 2024년에는 23.9%로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1.1%p 상승하는 그래프를 그렸다. 하위 계층일수록 적자 가구 비율이 높은 것도 문제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적자 가구 비율은 58.7%로 조사됐다. 1년 전보다 1.8%p 높아진 것이다. 반면 비교적 소득이 높은 3분위와 4분위의 적자 가구 비율은 각각 20.1%와 16.2%로 나타났다. 가구당 월평균 이자 비용이 13만4000원으로 가파르게 상승 중이고, 물가도 연일 오르고 있는 상태다. 주식시장은 호황이라지만 적자 가구는 주식에 투자할 여윳돈이 없다. 적자가 반복되는 서민 가정의 삶은 언제쯤 나아질 수 있을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3-02

“대감집 노비가 낫다”

SK 하이닉스의 성과급이 억대가 넘는다는 소문이 나면서 떠올린 우리 속담이 하나 있다. “노비도 기왕이면 대감집 노비가 낫다”는 속담이다. 같은 노비 신세일지라도 권세 있고 부자 대감집에서 노비 생활을 하면 얻어걸리는 것이 더 있다는 말이다. 많은 직장인에게는 같은 직장인이라도 어느 기업에 속해 일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로 해석이 된다. SK 하익닉스와 같은 성과급 대박 사건이 쉽지는 않지만 중소기업에겐 ‘그림의 떡’ 같은 이야기다. SK 하이닉스의 성과급 잔치는 중소 직장인에게 로망과 같은 이야기로 시중에 회자됐다. 양극화는 중산층이 사라지고 하위계층이 극단으로 몰리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가속화다. 글로벌화와 기술의 발전, 고용구조의 변화 등이 우리사회의 양극화를 양산하는 배경이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직후부터 부의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는 평가가 있다. 엄격히 말해 잘사는 사람은 제자리인데 못사는 사람이 더 추락한 사회가 됐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얘기는 이젠 쑥 들어갔다. 2000년대 들어 도시근로자 최상위 그룹과 최하위 그룹 간 소득 격차가 10배 이상 벌어졌다. OECD 국가 중 한국이 계층 간 소득 격차가 가장 심하다.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가 갈수록 더 커진다고 한다. 대기업의 평균 임금(613만원)이 중소기업 그것(307만원)의 두배나 된다는 것이다. 경영자총협회는 한국 대기업의 대졸 초임이 일본보다 41%가 많다고 한다. “대감집 노비가 낫다”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2-26

헌법과 경자유전(耕者有田)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2026년 현재 한국엔 ‘만만하고 싼 땅’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람들 다수가 모여 사는 대도시의 땅값이 무시무시할 정도라는 건 삼척동자도 이미 알고 있다. 이른바 “억” 소리가 난다. 그런데, 시골이라고 다를까? 그렇지 않은 듯하다. 이 나라 어디건 땅값은 세간의 상식을 뛰어넘을 정도로 비싸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農地)의 경우 매각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발언을 했고, 적지 않은 이들이 이 말에 주목했다. 사실 한국의 농지는 농업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일부 사람들의 투기 대상이 된 면이 없지 않다. 농사짓는 땅에서 농산물을 키우고 수확한다면 뭐가 문제겠는가? 이를 인식한 이 대통령은 “농지 매각명령의 대상은 상속받은 농지나 땅을 가진 사람이 불가피하게 묵히는 농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투기 목적으로 농사를 짓겠다며 취득한 후 임대하거나 묵히는 농지가 대상”이라 부연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21조는 ‘경자유전의 원칙’를 명시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외가 있다면 주말·체험영농을 위해 1000㎡ 미만을 취득하거나, 연구와 실습 등의 목적으로 취득하는 정도가 허용될 뿐이다. 아파트와 주택, 이번에 논란의 대상이 된 농지까지 한국의 부동산 투기 문제는 누가 봐도 심각해 보인다. 부동산을 불로소득이 샘솟는 화수분으로 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 농사를 짓겠다고 땅을 사서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이는 명백히 법을 어기는 행위다. 불법에는 단죄가 따라야 하는 게 아닌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2-25

우크라이나 전쟁 4년

어제(24일)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꼭 4년째 되는 날이다. 전쟁 4년을 앞두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제3차 세계대전을 시작했으며 그를 물러서게 할 유일한 답은 군사적·경제적 압박”이라 강조했다. 레오14세 교황도 전쟁 발발 4년을 맞아 가톨릭 신자들을 향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너무 많은 희생자가 생겼고, 삶과 가정이 무너졌으며 엄청난 파괴와 고통이 있었다”며 “평화를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유엔 발표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희생된 민간인 사망자는 1만5172명, 부상자는 4만1378명으로 집계된다. 특히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군 희생자는 약 5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는 우크라이나 군의 희생자는 사망자와 실종자를 합쳐 약 50~60만명에 이를 것이란 추산을 했다. 전쟁으로 인한 이주민도 자국 내 약 370만명, 유럽 국가 등에 거주하는 난민도 500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유엔은 2024년 말 우크라이나의 재건비용을 524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70조원으로 추산했다. 러시아의 전쟁 목표는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주를 포함 우크라이나 영토의 20% 점령이라 한다. 미국이 휴전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도 군사적·산업적으로 중요한 돈바스 지역을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종전 합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끔찍한 고통과 신체적·정신적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 상황을 불교 용어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라 한다. 지금 우크라이나 국민은 이런 아비규환에 갇혀 있는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2-24

‘로또 광풍’의 어두운 그늘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복권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떤 방법을 써도 금전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낮은 서민들은 토요일 밤이면 다들 한 번쯤 꿈을 꾼다. ‘로또복권에 당첨돼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 여행이나 다니며 유유자적 살아봐야지...’라는. 실제로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사람은 평균적으로 보아 매주 10여 명 안팎은 되고, 이들은 수십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당첨금으로 받는다. 확률이야 너무 낮지만, 희망은 확률과는 무관하게 무한으로 증식하는 법. 그게 욕망하는 인간의 부정할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하다. 공짜로 생기는 돈을 싫어할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이런 사실을 간파해 로또 관련 사기를 벌인 범죄자들이 얼마 전 법의 심판을 받았다.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최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30대 2명에게 징역 4년 6개월과 징역 2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사기범들은 사무실을 차려 사업자등록을 한 후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했다. 그리고는 “로또 운영사에 지인이 있으니 공 무게를 조작해 당첨 번호를 알려주겠다”는 거짓말로 피해자들을 속여 7억 원이 넘는 돈을 편취했다고 한다. 사기 행위는 2년 가까이 지속됐다. 아주 가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로또복권에 당첨돼 ‘팔자를 바꾼 사람들’의 후일담을 듣는다. 예상과 달리 부자가 된 그들이 행복해졌다는 소식보다는 갑작스레 생긴 많은 돈으로 인해 가족 간에 싸움이 벌어지는 등 복권 당첨이 불행의 씨앗이 됐다는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로또 광풍’의 어두운 그늘은 여기저기에 드리워져 있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2-23

대구공항의 민낯

국토교통부는 지난주 2025년 한해 우리나라 하늘길을 이용한 항공교통량을 집계한 결과를 발표했다. 국제선 수요 회복과 다양한 해외노선 증가로 하늘길 항공교통량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100만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치는 하루 평균 2778대가 우리나라 하늘길을 오간 것으로 5년 전보다 약 20% 증가했다. 특히 국제선은 작년보다 9.4% 증가했으며 동남아와 남중국 노선은 전체 국제선의 절반이 넘는 52%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에 인천, 제주, 김포, 김해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공항은 하늘길 이용대수가 하루 평균 10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실적을 나타냈다. 항공교통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수도권과 관광지인 제주 중심의 편향된 결과로 분석이 됐다. 특히 대구공항은 하루 하늘길 이용 순위에서 국내 10개 공항 가운데 인천(1193), 제주(487), 김포(390), 김해(300), 청주(88), 무안공항(86)에 이어 7번째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공항의 하늘길 이용 항공교통량은 72대다. 전년 대비 4.7% 증가지만 전국 평균 증가율(6.8%)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국에 있는 지역소재 공항은 공항 이용 정도에 따라 지역경제의 국제화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 특히 무역활성화, 관광산업 발전, 고용창출 면에서 지방소재 공항의 활성화는 중요한 경제 요소이다.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 지방공항의 수용 창출과 성장기반 확충에 애쓰고 있으나 이것 역시 수도권 초집중 현상에 밀려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일극화가 낳은 성장 불균형의 문제 중 하나가 지방공항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2-22

입방아 오른 명절 떡값

명절 떡값은 박정희 정권 시절 박봉에 시달리는 공무원에게 명절 제수 마련에 보태라고 설과 추석에 두 번 나눠주던 상여금이 시발점이다. 당시 공무원 봉급명세서에는 ‘효도비’라고 적혀 일종의 복지 차원의 복리비를 명절 떡값이라 불렀던 것이다. 떡값이라는 표현이 나오게 된 배경은 명절 제사상에 오르는 떡을 구입하는 비용에 작지만 보태 쓰라는 뜻인데, 이것이 떡값으로 불리게 된 동기다. 1990년대 들어 떡값은 고위 공직자의 부정축재 뇌물이나 부정한 돈을 은유적으로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주식시장 코스피가 5500선을 뚫는 등 활황을 보이나 대부분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처럼 보이는 게 현실이다, 주식시장 활황 소식에도 설 명절을 보내는 서민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는 뜻이다. 경영자협회가 447개 기업 대상으로 상여금 지급 여부를 묻는 질문에 58.7%만이 지급한다는 대답을 했다. 10개 기업 중 4개 기업의 종업원은 상여금을 못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국회의원들이 받는 설 명절 떡값이 서민들 입방아에 올랐다. 국회의원은 명절 휴가비로 일반공무원과 같은 방식으로 월 봉급액의 60%를 받는다. 국회의원 연봉 1억6000만원을 기준하면 이번 설에 국회의원은 각자 439만원의 상여금을 받은 것이다. 직장인의 절반가량이 명절 떡값을 못 받는다는데 국회의원은 일반 직장인 평균의 7배나 되는 떡값을 받았다고 하니 그들이 받는 떡값이 서민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명절마다 “정쟁으로 날 새면서 돈만 챙긴다”는 국회의원을 겨냥한 비난 목소리가 나오나 시간이 지나면 또 잊혀짐을 반복한다. 오는 추석 명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2-19

설날 분위기 망친 SNS

“할아버지를 앞에 두고도 종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아예 휴대폰을 없애버리든가 해야지. 답이 없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지인의 푸념이다. 명절 풍경이 지난 시대와 크게 달라졌다. 1년에 겨우 한두 번 조부모를 만날 뿐이지만, 21세기 손자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잠시 얼굴을 마주할 때는 물론,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는 시간조차 휴대폰을 놓지 않고 SNS 속 영상에만 온통 정신을 빼앗기고 있다고. 그걸 말리다가 부모와 자식 사이에 볼썽사나운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특정한 몇몇 청소년만 그런 게 아니니 더 큰 문제다. 조금 거칠게 이야기하면 인간이 인간과 소통하지 않고, 휴대폰 화면만을 친구로 여기는 세대가 출현한 것이다. SNS에 대한 청소년들의 과도한 집착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가 이로 인한 폐해를 걱정하고 있다. 극단적 처방까지 마련한 나라도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호주는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실행했다. 법 제정 이후 16세 미만의 호주 청소년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등의 SNS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청소년의 계정을 차단하지 않은 플랫폼기업은 500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는다고 한다. 호주만이 아니다.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과 우리와 같은 아시아 국가인 말레이시아 역시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하거나, 심의 중이다. 설날 분위기를 망친 것은 물론, 세대 간 단절의 벽을 쌓고 있는 청소년들의 심각한 SNS 중독을 해결할 방법을 이젠 우리도 고민해야 할 때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2-18

차례상 간소화 바람

2000년대 초반, 주부 상대 여론조사에서 주부들이 겪는 명절 스트레스의 으뜸은 차례상 차리기였다. 음식장만부터 차례상 준비와 설거지에 이르기까지 온 종일 가사 일을 도맡아하는 주부들의 일 부담이 매우 컸다는 뜻이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가사 일을 남편이 도와주느냐”는 물음에 절반 이상은 아니라 답했으니 당시 주부들이 느낀 명절 스트레스 강도는 상중하 중 상위급이다. 우리나라 제사문화는 수천 년 역사를 갖지만 격식이 엄격해지고 상차림 음식이 많아진 것은 조선시대부터라고 한다. 조선시대 들어 왕족이 4대 봉제사를 지내면서 사대부 집안도 이를 따르게 되고 이후 서민 가정서도 4대 봉제사를 지내는 풍속이 생겨났다. 왕족의 예법이 일반 서민가정으로 전파되면서 더 많은 조상을 모시게 되고 예법도 까다로워진 것이다. 유교문화는 본래 화려함보다 간소하고 단촐함을 추구하는 사상이지만 격식을 중시하는 조선시대 양반문화가 제사문화에 영향을 주었다는 말이다. 과일은 가장자리에 배치하고 밥과 국은 중앙에, 나물류는 왼쪽에, 생선이나 고기는 오른쪽에 둔다고 했다. 홍동백서, 조율이시, 좌포우혜 등의 말이 만들어진 것.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산하 한국예학센터는 설 명절을 앞두고 현대 사회의 변화를 포용하는 현대 맞춤형 ‘설 차례 예법’을 제안했다. 센터는 차례상 부담을 줄이고 가족 간 화합과 행복을 새기는 취지로 설 차례상의 음식은 떡국을 포함 4~6가지 품목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전통은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처럼 시대에 맞게 흐를 때 비로소 우리 곁에 머문다”는 말로 제사상 간소화의 의미를 설명했다. 세태가 달라졌다는 뜻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2-12

상속세 탓에 한국 떠난다?

국가가 재산을 물려받는 사람에게 부과해 거둬들이는 세금을 ‘상속세’라 한다. 이 세금은 나라마다 세율이 다르고, 일부 국가의 경우엔 상속세가 없는 경우도 있다. 부모에게 동산과 부동산을 물려받은 이들이 “상속세가 너무 많다. 세율이 너무 높다”며 불평해온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많은 재산을 상속 받은 사람에게 많은 상속세를 부과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이란 한계가 없는 것이라 상속세를 ‘억울한 세금’이라 느끼는 이들은 어느 사회에나 있게 마련.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의 백만장자 2400명이 상속세 때문에 한국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이는 즉각적으로 국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상속’과 ‘상속세’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서민들의 박탈감은 컸다. 사회적 보호와 배려 아래 재산을 축적해놓고 사회적 약속이라 할 세금은 회피하려 하는 일부 부자의 행태에 실망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많았다. 이 발표가 나온 후 국세청이 “백만장자들의 탈한국이 가속화되는 원인을 상속세 제도와 결부시켜 국민께 왜곡된 정보를 제공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지속되는 형국. 9일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까지 나서 한국 고액 자산가 해외 유출 관련 보도자료의 작성과 검증, 배포 과정에 대한 감사 착수를 알렸고, 이번 논란을 촉발한 대한상공회의소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의 축적은 개인적 역량에 더해 안정적인 사회제도와 타자의 도움 속에서 이뤄진다는 게 보편적 상식이다. 이 상식을 인정한다면 책임을 방기하고 세금을 피해 외국으로 도망치듯 떠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2-09

불안한 핵무기 협정

1947년 핵물리학자들에 의해 고안된 지구종말시계는 인류가 핵의 위협으로부터 얼마나 가까워지고 있는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계다. 미국 시카고에 본부를 둔 미핵과학교육재단 회보 표지에 매번 게재되는 이 시계는 맨 처음 밤 12시 7분 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7번 수정됐다고 한다. 핵 위협이 커지면 앞당겨지고 핵 위협이 줄어들면 시간은 다시 뒤로 늦춰진다. 핵 전쟁의 가능성은 수도 없이 제기됐지만 실제 상호간에 핵을 사용한 전쟁은 역사상 한번도 없었다.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은 전쟁이면서도 인류 모두가 가장 죄악시하면서 공포스러워하는 전쟁이 바로 핵 전쟁이다. 한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핵전쟁이 발발하면 지구촌 인구는 모두 사망하고 살아남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지구 종말을 의미한다. 전 세계 핵탄두의 90%를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가 맺은 핵 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 감축조약(뉴스타트·New START)이 지난 2월 5일 종료됐다. 반세기 동안 이어져온 미·러 간 핵 군축 체제가 일시에 사라지면서 세계는 핵무기 보유국 간 군비경쟁 과열이 일어날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뉴스타 조약에 의하면 미국과 러시아는 실전배치 핵탄두는 1550기 이하로, 운반체는 700기 이하로 제한하고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상호 시찰토록 약속했다. 두 나라 간의 조약은 반세기 동안 인류를 핵무기로부터 지켜주는 사실상 안전핀 역할을 했다. 추가 연장은 상호 간 입장이 달라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지구촌 인류가 핵무기 앞에 통제 불능의 상태로 노출된 상황이 사실상 도래한 꼴이다. 핵무기 없는 세상은 과연 불가능 한 것일까. /우정구(논설위원)

2026-02-08

더 벌어진 양극화 사회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최대 난제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양극화 문제다. 중간계층이 줄고 상·하위 계층에 쏠리면서 소득, 고용, 교육 등의 기회가 불평등하게 나타난다. 이런 양극화 문제는 궁극적으로 빈부격차나 분배의 불평등을 초래해 사회경제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경우 상위 10% 집단이 미국 소비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국가 정책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빠르게 진행됐다. IMF로 인한 실업과 고용불안이 만연하면서 고용없는 성장 속에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은 갈수록 깊어졌던 것이다. 최근 KB금융 연구소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가 2011년 전 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1%도 안되는 이들 부자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이 국내 전체 금융자산의 60%나 된다고 하니 우리 경제의 양극화도 심상치가 않다. 부익부 빈익빈 사회로 기울어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양극화의 원인은 다양하다. 특히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양극화를 부추기는 주범이다. 서울로 인구와 산업이 쏠리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방의 수십 배로 폭등했다. 서울과 지방간 양극화는 이제 손 쓸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최근 데이터처 발표에 의하면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자산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소식이다.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중장년층은 집값이 오르면서 자산 가치가 더 커졌고, 그로 말미암아 집 없는 청년층과의 자산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장담했다. 갈수록 커지는 양극화 문제의 해법이 나올지 주목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2-05

‘니파 바이러스’ 공포

2019년 시작돼 몇 년 동안 한국을 포함 전 세계를 공황과 공포에 빠뜨린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그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급박하게 만들어낸 코로나19 백신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켰고, 많은 이들이 죽어가는 가운데 사람이 사람과의 접촉을 두려워하는 괴이한 사회 분위기가 오래 지속됐다. 학자들은 이를 ‘현대의 흑사병’이라 불렀다. 그런데, 최근 바이러스로 인한 공포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흘러나왔다. 이번엔 ‘니파 바이러스’라고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치사율이 훨씬 높은 니파 바이러스는 1998년 말레이시아에서 최초로 발견됐다. 호흡기와 신경계에 치명적인 증상을 유발해 뇌염을 발생시키는 이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최고 75%에 이른다고 한다. 게다가 지금까지 백신과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았다. 감염되면 바로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 현재까지 니파 바이러스가 확인된 국가는 말레이시아와 인도, 방글라데시와 필리핀 등이다. 이 국가들의 공통점은 과일박쥐의 서식지라는 것. 의료계는 이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먹이가 되는 과일의 오염 여부를 확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니파 바이러스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감염된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손 소독을 자주 하는 정도의 예방법만이 알려진 상태. 뾰족한 치료법이 없는 질병은 인간에게 패닉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의학계는 수억 명의 사람들이 이동하는 중국 춘절에 니파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에 관광이 주요 산업인 동남아 국가들에선 방역을 강화 중이다. ‘코로나19 사태’ 같은 공포가 재발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2-04

입춘대길

입춘방은 입춘을 맞아 대문이나 기둥, 문설주 등에 붙이는 좋은 글귀를 이르는 말이다. 입춘첩이라고도 한다. 우리 민족이 오래 지켜온 민속풍속 중 하나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 대표적 글귀다.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햇빛이 세워지니 경사가 많다는 뜻이다. 길고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을 맞아 올 한해 모두가 무사하길 바라는 축원이 담겼다. 조선 중기 선조실록에도 입춘대길을 행궁 내 붙이라는 전교가 기록으로 남아 있어 이 풍속이 오래됐음을 짐작케 한다. 개문만복래 소지황금출(開門萬福來 掃地黃金出)도 봄에 붙이는 입춘방의 내용 중 하나다. 마당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만복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청결한 마음으로 주변을 정리하고 넉넉한 마음을 갖추면 만사형통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은 입춘방이지만 나라의 평안을 기도하는 내용이다.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하며 집집마다 부족함이 없다는 말이다. 우리 민족은 이처럼 개인과 나라의 평안함을 입춘시기를 맞아 소망했다. 봄은 희망의 계절이다. 겨울 추위가 멀어지고 따뜻한 햇살이 찾아오면서 만물이 소생한다. 파릇한 새싹만큼 우리의 마음도 새로운 각오로 다짐을 하게 된다. 올 한해도 뜻한바 이뤄지기를 바라며 입춘방을 집안 곳곳에 붙여놓는다. 예전의 조상이나 현시대를 사는 우리나 다르지 않다. 오늘이 입춘이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았으나 마음만은 벌써 봄곁에 와 있다. 우리 속담에는 입춘 추위는 꿔다가도 한다고 했다. 입춘 추위라고 방심말라는 뜻이다. 올 한해는 집집마다 건강하고 좋은 일로 가득하였으면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2-03

다시 ‘입춘’은 왔고

이른바 ‘북극 한파’가 맹위를 떨치며 2주 가까이 사람들의 어깨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던 날들이 지나갔다. 어느새 성큼 2월이 왔고 바람이 덜 차갑게 느껴진다. 입춘(立春)도 코앞으로 닥쳤다. 말 그대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다. ‘국조오례의’ 등의 고문헌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은 입춘을 설과 한식, 추석과 정월대보름처럼 명절로 쇠기도 했다고 한다. 돌아보면 이번 겨울은 날씨만 추운 게 아니었다. 마음까지 얼어붙었다. “손님은 없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소상공인들의 한숨 소리가 깊었고, 12·3 비상계엄과 관련된 재판을 보며 적지 않은 국민들이 허탈하게 혀를 찼다. 가슴 따스해지는 소식은 적었고 냉혹한 정치·경제적 현실을 확인하게 되는 뉴스는 많았다. 툭하면 ‘관세’를 들고 나와 한국을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탓에 수출 기업들도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었다. 예전부터 혹한의 겨울은 수난과 고통의 은유로 곧잘 사용됐다. 시인과 소설가의 문장에 등장하는 ‘겨울’이란 어두움과 우울함, 막막함과 절망감을 의미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일까? 독자들은 문학 속에서도 봄을 그리워했고, 어서 빨리 입춘이 오기를 기다리곤 했다. ‘겨울’이 차가운 잿빛 세상의 메타포라면, ‘봄’은 새로운 시작과 희망에 어울리는 단어다. 땅 속에 웅크렸던 푸른 새싹이 돋아나고, 노랗고 붉은 화사한 꽃들이 앞을 다퉈 모습을 드러내는 시절이 바로 봄일 터이니. 올해 입춘은 매서운 겨울바람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걱정과 근심까지 훈풍 속에 멀리 데려가는 날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2-02

나도 포모 우울증?

포모(FOMO)는 어떤 대상에 대해 자신이 제외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는 심리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영어로 ‘Fear Of Missing Out’로 고립 공포증으로 풀이 된다. 처음에는 경제학 유통 용어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사회적 현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소셜 미디어 사용이 일상화된 요즘은 “남들과 다르지 않아야 되고” 혹은 “남들이 하는 것에 뒤지지 않게 쫓아가야 되는” 강박감을 느끼는 현상을 두고도 포모라고 부른다. “포모 마렵다” “포모가 온다” 등 SNS에 등장하는 이런 표현은 이제 자연스럽다.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이런 표현을 쓰는 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미리 사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감 내지 박탈감을 표현한 용어다. 한국인에게는 별난 중독소비 성향이 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명품 줄서기, TV나 SNS 등에 소개된 맛집에 줄서는 문화, 특정 브랜드의 신상품이 나오면 오픈런을 해서라도 기어이 물건을 사고야 마는 행위 등도 일종의 포모스런 행위다. 포모 우울증은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증상이다. 특히 국내 증시가 급등하면서 이런 증상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 주식을 하지 않은 사람은 하지 않은 대로 주식에 투자했으나 돈을 벌지 못한 사람까지 포모 우울증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증시 급등이 불러온 심리적 불안감이 원인이다. SNS상에서 다른 사람의 수익률을 보며 “지금이라도 나도 뛰어들까” 하는 강박감에 시달린다면 이도 일종의 포모 우울증에 포함된다. 국내 증시가 지수 5000을 돌파하면서 세상 사람 모두 부자가 된 것처럼 보인다면 나도 포모 우울증에 갇힌 사람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2-01

사랑의 온도가 전해지는 사회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연말이면 시작하는 사랑나눔 캠페인이 올해도 목표액을 채우고 무난히 마무리됐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으나 목표액 106억2000만원을 조기 달성했다고 모금회는 발표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올해는 개인 기부금이 는 반면 기업 기부는 작년보다 조금 줄었다고 밝혔다. 모여진 성금은 지역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발굴, 그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경제력이 세계 10위권 국가라 하지만 아직도 공공사회복지면에서 세계 중위권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의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GDP 대비 15.5%로 OECD 국가 평균 20%에 못 미친다. 그러나 의료와 교육 분야는 한국이 꽤 높은 평가를 받는다. 복지사각지대란 복지 정책이나 제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문제는 도움이 필요해도 사회복지망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상존한다는 것이다. 작년 대전에서 60대 여성과 30대 남성 모자가 사망한 지 약 한 달만에 발견된 일이 있다. 경찰은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아파트 관리비가 밀려 있었고 단전, 단수 독촉장이 집안에 수북 쌓여 있었는데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다. 해마다 세밑에는 가난한 이웃을 위해 쌀자루나 라면 박스, 돈 봉투 등을 몰래두고 가는 이름 없는 천사의 이야기가 우리의 가슴을 훈훈케 했다. 불황으로 온정의 손길이 줄어들 것을 걱정했던 사랑의 온도탑은 그래도 건재했다. 대구 사랑의 온도탑이 조기 달성됐다는 소식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랑이 넘쳐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1-29

생리대와 슈퍼카

‘생활필수품(생필품)’이란 사람이 생활을 영위하는데 반드시 있어야 할 물품을 의미하는 단어다. 생각해보자. 가격이 아무리 높아도 설탕과 생리대, 화장지 등을 구입하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그런데, 그런 소비자의 약점을 이용해 높은 이익을 얻어내고, 그에 대한 세금은 피해가려 했다면 심각한 도덕적 일탈인 동시에 작지 않은 문제다. 비싼 생리대 가격은 이재명 대통령의 ‘저렴한 제품을 만들어 무상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발언까지 불러왔다. 시장에서 생필품 가격을 높이는 요인은 원가 부풀리기와 담합 등이다. 최근 국세청이 앞서 언급한 생필품 가격을 높여 폭리를 얻고, 탈세를 반복한 업체에 칼을 빼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폭리와 탈세를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흥청망청 유흥을 즐기거나, 비싼 슈퍼카와 고급 아파트를 구입하는 등의 행위를 한 회사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 국세청의 조사 대상이 된 업체는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담합으로 생필품 가격을 크게 인상시키고, 세금을 회피한 곳이다. 더불어 소득 축소 신고와 유통 비용 상승 유발 업체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라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얻어낸 이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은 생필품 업체를 질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며 생필품을 높은 가격에 판매해 얻은 돈으로 법인용 슈퍼카를 사서 사주가 사적으로 이용했다거나, 법인 자금으로 취득한 수십억 원대의 아파트를 사주 자녀가 무상으로 사용하게 했던 생필품 제조업체들에겐 사람들이 납득한 만한 처벌이 반드시 있어야 하겠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6-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