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나경원과 추미애의 전쟁

국민의힘이 나경원 의원을 국회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간사로 보낼 때부터 불화는 이미 예고됐다. 왜냐? 법사위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위원장으로 앉아있었기 때문. 둘은 양당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는 다선의 여성 의원이다. 나경원 의원은 판사 출신으로 2002년 당시 이회창 대통령후보 여성특별보좌관으로 정치계에 들어와 원내대표까지 지낸 5선의 중진급 국회의원. 추미애 의원 역시 판사로 생활하다가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부대변인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6선인 추미애 의원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최다선 국회의원이다.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그때부터 세칭 ‘추-나 대전(추미애와 나경원의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 예측했다. 아니나 다를까. 추 위원장이 주도하는 법사위에서 나 의원의 간사 선임은 불발됐고, 그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막말로 국회는 또 한 번 눈총을 받았다. 추 위원장과 나 의원의 불화는 이후로도 지속됐다. 지난 22일에도 위태위태하던 법사위에서 다시 한 번 폭탄이 터졌다. 국민의힘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을 막는 추 위원장에게 나 의원이 “야당 의원 입틀막 하는 게 국회인가”라고 쏘아붙이자, 추 위원장이 “왜 회의 진행을 방해하느냐. 이렇게 하는 게 윤석열 오빠에게 도움이 되느냐”라고 되받은 것. 그날 ‘추-나 대전’ 이후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은 추 위원장의 발언이 여성 모욕이라며 반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럼 윤석열이 오빠지, 언니냐?”라며 추 위원장을 감쌌고. “법사위가 이전투구(泥田鬪狗)의 현장이 돼버렸다”며 우려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추 위원장과 나 의원, 여야 법사위원들은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9-24

식어가는 아메리칸 드림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뉴욕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들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자유의 여신상이다. 1886년 프랑스가 미국의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선물한 것으로 정식 명칭은 ‘세계를 비추는 자유’다.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의 상징이자 큰 희망을 품고 미국으로 오는 이민자들에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기도 하다. 미국의 정신이 담긴 자유와 기회 그리고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의 역사학자 애덤스가 1931년 출간한 ‘미국의 서사시’에서 처음 언급됐다. 그는 “미국인의 꿈은 모든 사람이 부유하고 풍족한 삶을 살고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존재하는 사회”라고 말했다. 미국으로 건너가는 많은 외국인들은 무슨 일을 하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곳으로 여기는 것이 곧 아메리칸 드림이다. 그러나 실상은 이민자들이 꿈꾸는 만큼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불평등, 인종차별, 이민자 소외, 계급의 고착화 등 미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탓이다. 최근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70%는 “성실히 일하면 성공한다”는 말에 대해 부정적 답변을 했다고 한다. 아메리칸 드림이란 말은 이젠 옛말이 됐다는 미국 사회 분위기를 전하는 조사다. 트럼프 미국 정부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인 미국 전문직 취업 비자(H-1B) 수수료를 현행보다 100배를 올려 받기로 했다. “미국인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발 자국 우선주의가 아메리칸의 꿈을 역사의 뒤안길로 몰아넣고 있는 모양으로 느껴진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9-23

허위신고엔 더 무거운 처벌을

학교나 백화점처럼 다중이 밀집된 곳에 폭탄이 설치됐다는 허위 신고를 하거나, 특정한 공간에서 사람을 죽이겠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 공간에 게재하는 행위는 용서 받기 힘든 범죄다. 이런 악의적 거짓말은 필연적으로 공권력의 낭비를 부른다. 앞서 언급한 허위 신고나 거짓 게시글이 문제가 될 때면 사회 안전과 민생 치안에 집중해야 할 경찰 인력이 적지 않게 동원돼 수색과 검문에 나서야 한다. 아무 소득 없는 헛수고에 국민들의 귀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반복되는 허위 신고와 인터넷 거짓 게시글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 ‘화풀이나 재미로 한 행동이 폐가망신을 부를 수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하는 것. 최근 여러 사람이 반길만한 판결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23년 신림역에서 여성들을 살해하겠다고 허위 살인 예고 글을 올린 최모(31)씨에게 ‘4300만원을 정부에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이번 소송은 법무부가 다중 살인사건 대비를 위해 투입된 인적·물적 손해에 대해 최씨의 책임을 물으며 시작됐다. 최씨가 사람을 죽이겠다는 글을 올린 후 체포될 때까지 703명의 경찰력이 동원됐다. 낭비된 시간과 인력을 감안하면 4300만원도 큰 배상액이라 보기 어렵다. 이번 사례는 정부가 살인 예고 글을 올린 범죄자를 상대로 민사 책임을 물은 소송에서 나온 첫 번째 판결이다. 이제 판례가 생겼으니 향후 열릴 유사 사건에 대한 재판도 이 판결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국민은 허위 신고와 악의적 거짓 게시글엔 더 무거운 처벌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법원은 이런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9-22

사법도시 대구

대구가 사법도시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역사적 사실들이 있다. 조선시대 경상감영이 대구에 설치된 이후 영남권의 사법, 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대구가 한 것이다. 1895년 대구재판소가 설치됐고, 일제 강점기에는 서울과 평양을 제외하면 지금의 고등법원 격인 복심법원이 대구에 유일하게 설치됐다. 광주시에 고법이 신설된 1952년까지 지방에는 고등법원이 있는 곳은 대구가 유일했다. 더불어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에 반발하는 대법원을 향해 대법원을 대구로 옮기자는 제안을 해 제안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법개혁 추진 과정에서 대법원과 충돌하면서 나온 제안이라지만 김 의원은 작년 국가균형발전 명목으로 대법원을 대구로 이전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어 그의 대법원 이전이 그냥 한 말로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 민주당은 5년 전에도 대구시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법원은 대구로, 헌법재판소는 광주로 이전하자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또 지난해 홍준표 전대구시장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수도권 외에 사법 수도를 두는 것도 검토해 볼만하다는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 대법원의 대구 이전설 자체가 생소한 이야기는 아니다. 김 의원의 대법원 이전 제안이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압박용이라는 설과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민주당의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대구 이전설이 그간의 사정을 살펴보면 현실화 되지 못할 것도 없다. 대법원의 이전은 지역발전 측면에서 메가톤급 구상이다. 김 의원의 제안이 대법원 이전 논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지 지켜 볼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9-21

늘어나는 학교폭력

교육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2025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대답한 학생의 비율이 2.5%로 나타났다. 전년보다 0.4% 포인트가 높아졌고, 교육부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학교폭력에 대한 범사회적 관심과 예방 노력에도 학교폭력은 줄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폭력의 유형도 과거 신체적 폭력이나 금품 갈취 등의 유형에서 언어폭력, 집단 따돌림, 사이버 폭력 등 정서·관계적 폭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는 학생들 간의 관계가 단절되고 학생의 심리적 상처를 남긴다는 점에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의 원인에 대해 대체로 3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 개인적 요인이다. 분노 조절의 문제나 공격적 성향 등 개인의 기질에 의한 문제다. 둘째는 가정환경으로, 부모의 무관심, 학대. 애정 결핍 등이 학교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학교환경이다. 경쟁 중심의 교육, 집단 내 소외감, 교사의 방관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밖에도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교육은 학문과 지식의 습득 외도 인성을 바르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국가적으로는 국가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는 인재를 키우는 과정이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의 입장에서 학폭이 늘고 있다는데 걱정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학폭 예방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올해부터 대학입시에 학폭 전력을 의무 반영토록 했으나 되레 부작용으로 시끄러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단순한 다툼에도 변호사를 내세우고 다투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과 사회, 학교의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9-18

이젠 안녕, 로버트 레드포드

지금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된 1970년대 영화팬들에겐 로버트 레드포드란 이름이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가슴에 새겨져 있다. 찰랑이는 금빛 머리칼에 훤칠한 키, 매력적인 눈웃음의 미남자로 또래 소녀들을 매혹한 그는 빼어난 연기력까지 갖춘 걸출한 배우였다. 한국에서도 개봉돼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내일을 향해 쏴라’와 ‘스팅’에선 또 다른 미남배우 폴 뉴먼(2008년 사망)과 호흡을 맞춰 영화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의 최대치를 관객들에게 선물한 로버트 레드포드. 그가 죽었다. 16일 미국 캘리포니아 자신의 집에서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뉴욕타임스’ 등의 외신을 통해 알려졌고, 연이어 한국 언론도 앞다퉈 이를 보도하고 있다. MZ세대에겐 낯선 이름이겠지만 전성기 때 로버트 레드포드의 인기는 현재 할리우드 최고의 인기배우로 불리는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를 훌쩍 넘어섰다. 배우만이 아니라 감독과 제작자로서도 높은 성취를 이뤄낸 로버트 레드포드는 자신의 진보적 정치 성향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반전·평화운동과 환경운동에도 나섰고, 거기서 이뤄낸 성과로 세계가 권위를 인정하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비교적 순탄하고 행복한 삶이었으나, 지울 수 없는 슬픈 그림자도 있었다. 5년 전 아들인 제임스 레드포드가 병을 앓다가 먼저 사망한 것. ‘죽은 자식은 땅이 아닌 부모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미국이라고 다를까? 만약 ‘저세상’이란 게 있다면 젊은 날처럼 백만 달러짜리 환한 웃음 지으며 그리워했던 아들을 다시 만나 안아보기를. 전 세계 영화팬들과 함께 그의 명복을 빈다. 이젠 안녕, 로버트 레드포드.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9-17

유튜브 권력

1998년 미국에서 상영된 왝더독은 정치인의 권모술수를 주제로 다룬 영화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현직 대통령이 백악관에 견학 온 걸스카우트 학생을 성추행한 사건이 벌어진다. 초비상 상태에 빠진 백악관 참모들이 모의, 궁리 끝에 국민에게는 생소한 알바니아를 적대국으로 몰아 전쟁 위기로 끌고가는 내용이다. 왝더독(Wag the Dog)은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이다. 정치에서는 권력자가 국민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연막을 치는 것을 두고 이렇게 부른다. 왝더독을 우리 말로 번역한다면 주객전도(主客顚倒)가 적당하다. “주인과 손님이 바뀐다”는 뜻인데, 본말이 전도됐을 때 쓰는 표현이다. 공부해야 할 학생이 놀이에만 정신을 팔았다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물건 값보다 배송비가 더 비싸면 이것도 주객이 전도된 경우다. 원래 왝더독은 주식시장에서 선물이 현물시장보다 커졌을 때 이르는 용어다. 선물은 현물시장을 보완하기 위해 개설한 것인데 주객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주객전도가 자주 일어난다면 잘못된 현상이다. 주인이 주인답고 고객은 고객다워야 한다. 세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해는 각자가 제자리에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옳다. 민주당의 한 의원이 “유튜브 권력이 정치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며 유튜브 방송을 비판해 정치권 안팎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유튜브의 눈치 보는 잘못된 정치풍토를 비판한 발언으로 일각에선 신선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정당의 정치가 당당하지 못하고 강성 층에 밀리고 유튜브 등의 눈치만 본다면 그거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것 아닐까. /우정구(논설위원)

2025-09-16

전한길 vs 구글코리아

한 과대망상자의 피해의식인가? 그게 아니면, 민감한 문제에 중립적 태도를 취하겠다는 업체의 정상적 조치인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전 역사강사 전한길 씨가 최근 “구글코리아가 내 유튜브 채널에 수익 창출 정지 통보를 했다”며 “이는 분명한 언론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트루스포럼에 초청연사로 참석한 전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전한길 뉴스’가 위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며, 이는 민감한 문제 탓에 수익 정지를 시켰다는 구글코리아의 설명과 달리,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덧붙여 한국의 구글코리아를 좌파가 장악했기에 보수 유튜버를 탄압하는 것이라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구글 본사에 호소하기도 했다. 한국이 아닌 미국 측에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살펴봐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구글코리아 측의 공식 답변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구글코리아의 결정은 미국 구글 본사에서 승인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 이는 전씨의 유튜브 채널에 대한 수익 창출 정지를 구글 본사도 이미 인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바뀐 정권과 불화를 지속해온 전한길 씨는 이날 신변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말했다. 자신은 출국금지와 구속의 위험성 탓에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이며, 갑작스런 피격을 막기 위해 150만 원을 주고 방탄복까지 구입했다는 것. 전씨가 쏟아내는 말에는 어느 정도의 신빙성이 있을까? 주관적 주장이 신뢰성을 얻으려면 객관적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 전한길 씨는 구글코리아에 증거를 내놓을 수 있을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9-15

그냥 쉬었음 인구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일도 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일할 의사도 없는 ‘그냥 쉬었음’이라고 하는 인구통계가 있다. ‘쉬었음’ 인구통계는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 등 특별한 이유 없이 쉬는 사람의 수를 말한다. 쉬었음 인구는 실업자와는 구분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실업자는 구직 활동을 하지만 취업이 되지 않은 상태의 사람이다. 그래서 구직의사 없이 쉬는 사람은 실업률에 포함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냥 쉬는 인구의 상당수가 노동력이 가능한 연령대지만 취업난이나 불경기 등으로 취업을 포기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 일할 의사도 없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사람의 수가 264만명(8월 기준)에 이른다. 연령층별로 보면 15~29세 청년층이 43만명, 30대는 32만명이다. 그중 가장 왕성하게 일할 연령대인 30대는 올 8월 중 그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20~30대 연령층에서 쉬었음 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난달 청년층의 고용률이 16개월째 하락 행진 중인 것이 이를 반증한다. 한 경제단체 조사에 의히면 청년 인구가 줄고, 그냥 쉰 청년이 늘면서 우리나라는 연간 9조원 가량의 경제적 손실을 입는다고 했다.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 증가는 우리 경제의 건전성이 그만큼 약화됐다는 반증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가 계속 침체되고 미국의 고관세 정책 등으로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쉬었음 청년을 구제할 일자리 창출만큼 다급한 과제는 없어 보인다. 정치가 정쟁(政爭)으로 소모할 때가 아닌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9-14

기절초풍의 똘똘한 한 채

KB부동산이 밝힌 9월 중 통계에 의하면 전용면적 84㎡ 아파트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ㄹ아파트다. 지난 6월 거래된 가격이 72억원이다. 반면에 비슷한 규모로서 전국에서 가장 낮게 거래된 아파트는 경북 김천시의 ㅅ아파트다. 지난 5월 거래 가격이 7000만원이다. 이 아파트 102채와 서울 ㄹ아파트 한 채가 맞먹는 가격이다. 서울 인기 아파트단지의 똘똘한 한 채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통계다. 똘똘한 한 채란 시세상승 가능성이 높고 환금성이 좋으며 실 거주와 투자 가치가 모두 뛰어난 부동산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서울 강남·서초 일대의 인기 아파트단지로서 교통, 학군, 생활 인프라 등이 뛰어난 알짜배기 부동산이다. 똘똘한 한 채가 투자 대상으로 등장한 것은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정부의 세금규제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여러 채를 구입하는 것보다 확실한 한 채를 보유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투자가 집중됐다. 세금 부담도 피하고 자산의 안정적 가치상승도 기대할 수 있으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거양득 효과를 본 것이다. 지방의 아파트 102채를 팔아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겨우 살 수 있다는 가정에 기절초풍하지 않을 사람 있을까. 아파트 값만으로 본다면 지방의 아파트는 처참할 지경이라 할 수 있다.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를 보는 젊은층이 지방에 살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이같은 양극화 현상이 결국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데, 과거의 정부 정책은 늘 헛발질만 한 것 아닌가. 지방에서는 똘똘한 한 채보다 똘똘한 정책을 바라고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9-11

자녀 특채, 노조의 해괴한 요구

취직이 어려운 시대다. 대학을 졸업하고, 검증된 영어 실력을 갖추고, 거기에 학점까지 높아도 일자리를 얻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청년들의 가장 큰 희망 가운데 하나가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 매일 아침 출근하는 것’이란 말은 과장이 아니다.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고군분투 중이다. 학교 다닐 땐 전공과 외국어 공부에 매달리고, 졸업 이전에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을 갖추기 위해 인턴활동과 사회봉사에도 열심이다. 그래도 취직은 쉽지 않다. 그런데,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일자리를 얻는 과정에서 특별한 혜택을 받는다면? 이건 ‘공정의 붕괴’라 불러 마땅한 심각한 문제다. 지난 9일 이와 관련된 사안이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언급됐다. 이날 이 대통령은 “최근 노동조합원 자녀에게 우선 채용권을 부여하자는 것과 관련된 논란을 보도를 통해 봤다”며 “취업시장은 어느 분야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이 필수”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KG모빌리티 노동조합이 퇴직 희망자 자녀를 특별채용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했고, 회사가 이를 추진하다가 논란 끝에 재검토한다는 뉴스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봉건시대엔 아버지가 높은 벼슬에 있으면 그의 자녀를 선발과정 생략하고 관리로 발탁해 쓰는 제도가 실재했다. 세칭 음서(蔭敍)다. 능력과 무관하게 부모가 가진 지위나 권력에 의해 자식의 미래가 결정되는 이 제도는 불합리성 탓에 오래전 폐지됐다. 혈통에 의해 결정되는 신분제가 사라진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음서와 유사한 방식으로 제 자식에게 일자리를 대물림하겠다는 노조는 대체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 건가?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9-10

정치인의 악수

악수란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화된 인사 방법이다. 나라마다 문화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반가움이나 친근, 화해 등을 드러내는 인사법이다. 이런 악수에는 예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윗사람이 먼저 청할 때 악수를 해야 한다. 악수를 할 때는 상대방의 눈을 바로 쳐다보아야 한다거나 왼손잡이도 오른쪽 손으로 인사를 해야 한다는 등등이다. 2013년 미국의 빌게이츠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의 일화다. 빌게이츠는 박 전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공개되자 미국의 한 언론은 그의 무례함을 비판한 적이 있다. 비록 사소한 악수일지라도 장소와 사람에 따라 격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정치인은 악수를 특별하게 해석할 때가 많다. 정치인이 사람을 만나 악수하는 것은 정치적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차 중국을 다녀왔던 우원식 국회의장은 귀국 후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를 했다”고 자랑하며 악수한 그 자체가 성과라고 말해 어리둥절케 했다. 그의 악수를 두고 남북 관계의 복원 가능성이나 한반도 정세에 작은 변화 가능성을 주었다는 정치적 해석을 따로 붙인 것이다. 김 위원장과 아주 잠깐 악수를 한 것에 불과한데 해석치고는 너무 거대해 보였다.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과는 죽어도 악수않을 것 같았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악수를 하자 언론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이 대통령의 제안으로 만나기조차 꺼렸던 양 대표의 첫 악수가 성사된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화해일 수도 있고 대화의 시작일 수 있는 두 정치인의 악수 이후가 어떨지 기대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9-09

성희롱 수렁에 빠진 조국혁신당

이걸 내홍(內訌)이라 불러야 할까, 자중지란(自中之亂)이라 해야 할까? 조국혁신당이 ‘성비위’라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는 형국이다. 지난 4일 그 당 강미정 대변인이 당내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의 처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다. 심각한 사안이 제기됐음에도 이규원 사무부총장은 “성희롱은, 언어폭력은 범죄는 아니다”라는 상황 파악 못한 발언으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사회적 파장과 논란이 커지자 7일 황현선 사무총장이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어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도 물러났다. 이로써 조국혁신당은 자의 반 타의 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조국혁신당에서 시작된 불길은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교육연수원장에게까지 옮겨 붙었다. 성희롱을 당하고 이에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를 비난하는 듯한 최 원장의 발언은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고, 결국 최 원장도 스스로 자리를 버렸다. 그럼에도 조국혁신당 성비위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왜냐? 그 당에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고, 실질적인 소유주라 할 수 있는 조국 전 법무장관이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지켜봐야 하는 게 남았기 때문. 이른바 진보 진영의 성희롱과 성폭력 스캔들은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고질적인 악재 가운데 하나다. 현재도 보수 진영은 ‘때는 지금’이라는 듯 목소리 높여 조국혁신당에 돌을 던지고 있다. 그 돌팔매를 피해가기가 쉽지 않다.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의 책을 홍보하고, 향후 다가올 선거를 위한 정치적 입지 다지기에 앞서 조국혁신당 내부 문제부터 명쾌하게 해결해야 마땅하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9-08

왜 지하댐인가

지하댐이라고 하면 다소 생소한 표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몇몇 군데서 운용되고 있는 저수 시설이다. 일본은 1964년 한 학자의 주장으로 제기돼 현재 전국에 18개의 지하댐이 건설돼 있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지하수자원평가센터 자료에 의하면 현재 세계 50여 개국에서 1200개가 지하댐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사막에 지하댐을 만들어 도시로 용수를 공급한다. 지하댐이란 땅속 깊이 물막이 벽을 설치해 지하수를 모아 생활용수 및 농업용수 등으로 사용하는 시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어촌공사가 극심한 가뭄에 대응하고자 1984년 경북 상주에 지하댐을 만든 것이 최초다. 그러나 댐의 활용 면에서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땅속 깊이에 지하수를 모아둠으로써 증발이 되지 않아 손실이 적고 기존의 댐보다 건설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강릉의 가뭄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대안으로 지하댐 건설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강원도 속초시는 강릉과 비슷한 기후조건에 놓인 도시이면서 물 부족난을 지하댐 건설로 해결해 극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속초시는 1998년 주요 취수원 하천인 쌍천 일대에 지하댐을 건설해 취수원 용량의 절반을 해결했다. 이후 2021년 두 번째 쌍천 지하댐을 건설해 수십만t의 지하수를 저장하는 물 부자도시로 변모했다. 지난 7월에는 물 축제까지 벌일 정도였다. 강릉시는 생활용수의 80% 정도를 오봉저수지에 의존하고 있다. 저수지 물이 마르면 대안이 없다. 무더운 여름에 제한급수로 주민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8분의 1 수준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대책의 하나로 지하댐도 검토해볼만 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9-07

교육 수장의 덕목

교육부 장관의 덕목은 아주 고결하고 특별한 것일까. 새 정부 들어 교육부 장관 후보에 처음 올랐던 이진숙 후보자가 중도에 낙마하고 난 뒤, 한 언론사는 교육계의 중지를 모아 바람직한 교육부 장관의 덕목을 정리해 보도한 적이 있다. 세 가지로 요약된다. 한가지는 교육가로서 전문성 그리고 도덕성, 다른 하나는 소통 능력이다. 잘 알다시피 전문성은 다양한 교육경험에서 나오는 탁월한 식견과 교육적 안목을 뜻한다. 도덕성은 교육자로서 부끄럽지 않는 청렴성과 정직성 등이다. 소통 능력이란 다양한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직접 소통하고 갈등을 다스리는 교육 리더로서의 능력을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교육열은 세계가 알아줄 정도로 유명하다. 청년층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OECD 국가 중 1위다. 더 놀라운 사실은 치맛바람을 일으킬 만큼 우리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지구상 최고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나고도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장관 후보자로서는 부적절한 과거 행적과 언사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장관직을 수행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팽배해지는 분위기다. 음주운전 이력이나 논문표절 의혹, 정치적 편향성, 부적절한 언사 등이 장관직 수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다수당인 여당이 수용않으면 장관은 여당 뜻대로 간다. 여당은 여당 뜻대로 하더라도 교육부 장관의 덕목은 한 번쯤 살펴보면 좋겠다. 자식의 교육을 국가에 맡기는 부모의 안목이 교육에 관한 한 정치보다 더 높다는 사실도 직관할 필요가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9-04

전한길의 과대망상

“나를 품는 사람이 내년에 지방자치단체장이 되고, 향후 국회의원 공천도 받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다음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가 한 말일까? 그는 이런 큰소리도 쳤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내 대학 선배다. (다음) 대구시장은 이진숙 위원장이 맡아야 한다. 만약 내가 공천을 받는다면 이 위원장에게 무조건 양보하겠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반대론자들에게 주목받으면서 전 역사강사 전한길 씨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때론 정치학자이자 미래를 예측하는 유사 점술가 같은 행태도 보인다. 얼마 전부턴 ‘전한길 뉴스’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스스로를 언론인이라 부르고 있기도 하다. 파토스 넘치는 전씨의 음성과 격정적이고 직설적인 어법에 지지자들은 열광하지만, 그와 다른 견해를 가진 이들은 비난의 손가락질을 보내는 게 지금의 상황.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부풀려지고 터무니없는 헛된 생각을 지속하는 걸 우리는 ‘과대망상(誇大妄想)’이라 부른다. 심리학자들은 자기 확신과 주관적 신념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이 과대망상증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한다. 한국처럼 매일매일 상황이 변하는 정치 환경에서 2026년에 열릴 지방선거의 구체적인 결과를 확언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그러니, 그보다 더 훗날의 일인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 관해선 더 말할 것도 없다. 개인의 과대망상이 개인의 불행으로 끝난다면 과하게 걱정할 필요 없다. 그러나, 이미 전씨는 ‘한 개인’의 범주를 벗어난 정치적 영향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위험해 보인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한길 씨의 과대망상에 부화뇌동하지 않기를 바란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9-03

강릉의 가뭄

“가뭄이 더 무서울까” “홍수가 더 무서울까” 결론이 잘 나지 않는 질문이다. 우리 속담에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말이 있다. 가뭄에는 아무리 심해도 얼마간의 거둘 것이 있지만 큰 장마 끝에는 아무것도 거둘 것이 없다는 말이다. 또 다른 속담에는 “칠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산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도 장마의 후유증이 더 무섭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홍수는 단기적으로 큰 피해를 내지만 가뭄은 시간적으로 오래 끌기 때문에 피해를 당하는 입장에서는 가뭄이 더 무섭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홍수, 폭우, 가뭄, 폭염 등이 지구촌 곳곳에서 잇따라 변괴를 일으킨다. 한쪽은 폭우로 수십 명이 목숨을 잃는가 하면 다른 한쪽은 폭염으로 생명을 잃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올 8월 서울에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교통두절 등 시민들이 난리를 겪었다. 그 시간 서울에서 150km 떨어진 강릉에는 50일 넘게 비가 내리지 않아 땅이 갈라지고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는 일이 벌어졌다. 좁은 한 나라 안에서도 극명하게 대비되는 기후 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2년 전 중남미 우루과이에서는 100년 만에 닥친 가뭄으로 수도권 인구 340만 명의 물을 공급할 저수지가 바닥나자 생수 가격이 폭등했다. 이 바람에 물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가 번지는 소동까지 일어났다. 물 부족 사태를 이유로 강릉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되는 사례를 남겼다. 기후 위기 시대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준 강릉의 가뭄 사태를 반면교사 삼는 기회로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9-02

김건희, 이번엔 금거북이?

10년 전쯤이다. 소장한 유물을 정리하던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가 흥미로운 걸 발견한다. 세칭 ‘임치표(任置票)’. 누군가에게 금품을 맡겼다는 걸 증명하는 문서였다. 임치표의 내용은 안태환이란 자가 현재 돈으로 8000만원에 ‘참봉’ 벼슬을 팔았다는 것. 안씨는 조선 말기 고종 때의 관료였다고 확인됐다. 참봉은 종9품의 보잘것없는 하위직. 그럼에도 그게 적지 않은 돈에 거래된 것이다. 이는 뇌물로 벼슬을 사고파는 ‘매관매직(賣官賣職)’이 조선시대에 분명히 존재했다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다. 종9품 벼슬이 그만한 가격에 팔렸으니, 큰 권력을 가진 자에게 큰 벼슬을 얻고자 하는 이들이 바친 뇌물은 얼마만한 거액이었을까? 우리가 근대 공화정 이전의 봉건시대를 비판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공공연한 매관매직 행태. 김건희 특별검사팀은 최근 압수수색 과정에서 금거북이 하나를 찾아냈다. 함께 발견된 건 금거북이를 건넨 사람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쓴 편지다. 김건희 씨는 이미 고가의 목걸이와 시계 등을 뇌물로 받았다는 의심 속에 있다. 그런데, 연이어 뇌물용으로 추정되는 금거북이까지 등장한 것. 이에 특검은 김씨가 다수에게 비싼 귀금속을 받고 인사 청탁에 응했다는 혐의를 집중 수사 중이라고 한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사는 서민들은 뇌물은 고사하고, 과일 한 박스 선물로 받는 것도 나중에 문제가 될까 싶어 조심스러워 한다.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인 나라에서, 그것도 엄연한 공화제국가에서 영부인이었다는 사람이 매관매직을 의심받고 있다. 한심하다. 남편이 통치하던 시절, 그녀는 자기 혼자 전근대를 살고 있었던 것일까?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9-01

포항시의 천원주택

전국에서 쏟아지는 저출생 극복전략 가운데 1000원주택이란 아이디어는 매우 강력하고 매력이 있는 정책으로 돋보인다. 1000원주택이란 결혼을 앞둔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임대주택을 하루 1000원 임대료, 즉 한달로 치면 3만원의 월세만 내고 거주하도록 하는 저렴한 비용의 주거복지 정책이다, 대도시에서 실제로 소요되는 주거비용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정책이라는 점에서 젊은이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인천시가 처음으로 1000원주택 공급을 계획하고 입주자를 모집했다. 올 상반기 중 입주자 선정을 끝내고 하반기부터는 입주를 한다. 공모과정부터 청년층, 신혼부부들의 응모 문의가 폭주했다고 한다. 인천시는 청년층의 호응이 좋으면 지속 가능한 주거복지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하루 1000원의 가격으로 비록 소형 아파트지만 내집처럼 살 수 있다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의 생활기반 정착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기초 지방자치단체로서 처음으로 포항시가 1000원주택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청년층의 주거난 해소와 지방소멸 대응, 취업과 연계한 주거복지지원 정책으로 추진되는 포항시의 1000원주택은 인천시와 조건은 비슷하다. 일차적으로 청년층, 신혼부부 등이 대상이다. 인천과 달리 포항은 인구소멸의 위험성이 큰 지역이다. 파격조건으로 젊은이들을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 1000원주택이 주거의 안정을 제공하고 일자리와 연계돼 지역에 남게되는 전국에서 가장 매력있는 정책으로 인식시켜 가야 한다. 청년층을 붙잡는 포항시의 특색있는 핀셋정책이 되길 바란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8-31

칭찬 외교

칭찬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은 칭찬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최고의 무기라는 뜻이다. 개인과의 관계에서는 물론 나라 간 외교에서도 칭찬의 효과는 크다. 특히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세계 지도자들의 칭찬 릴레이가 쏟아지면서 칭찬 외교가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6월 나토 사무총장은 미국의 이란 폭격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가끔 자식에게 따끔한 매를 들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미국 편을 든 것이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한술 더 떠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의 적임자”라고 치켜세우며 자신이 추천한 문서 사본까지 꺼내 든 모습이 언론에 공개됐다. 지난 7월에는 아프리카 5개국 수장들이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해 세계가 또 한 번 주목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대해서도 미국 언론들은 칭찬 공세가 외교 성과에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를 했다. 가끔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관세 정책 후 트럼프와 눈을 마주치면서 아첨하는 외국 지도자가 늘고 있다는 칭찬 외교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칭찬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 같다는 분석이다. 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국익을 챙기려는 세계 지도자들의 칭찬 릴레이를 비판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현대화의 상징인 등소평은 시장경제를 도입하면서 인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자며 ‘흑묘백묘론’을 펼친 바 있다. 칭찬이든 아부든 국익을 위한 것이라면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