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산불이 온 나라를 뒤덮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경북 북부 일대의 산림과 주택을 잿더미로 만든 화재는 국가적 재난이라 불러야 마땅했다. 그 외 경남, 경기, 호남 일부 지역에서도 각기 규모가 다른 산불이 발생했다.
불길이 숲과 나무를 태우고,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되면 당연지사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진화 수단과 최대치의 인력을 동원해 불을 끄는데 집중하게 돼있다. 그건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무인 동시에 재난 앞에 선 소방 인력의 의무니까.
하지만, 사람의 힘과 계획만으론 속수무책인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이번 ‘전국 동시다발 산불’도 수많은 소방관과 관계 기관 공무원 등이 화마의 위협 속에서도 피땀을 쏟았고, 현대화된 진화 장비가 적지 않게 동원됐지만 일주일 가까이 완전한 불끄기에 이르지 못했다. 산불이라는 거대 재난 앞에서 무력한 인간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주불 잡기와 잔불 정리, 재발화 가능성 차단에 결정적 역할을 한 건 짧은 시간이지만 굵게 쏟아져줬던 ‘비’였다. 이를 ‘하늘의 힘과 계획이 곤궁에 처한 인간을 도운 격’이라고 말해도 타박할 이들은 없을 것 같다.
그 옛날 선현들은 이렇게 말했다. “인지천계 불여 천지일계(人之千計 不如 天之一計)”. 인간은 천 가지 계획을 세우지만, 그건 하늘이 예비한 하나의 계획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일 터.
다행히 이번엔 천계(天計)가 인재(人災)를 막아줬다. 하지만, 언제까지 ‘하늘의 힘과 계획’에만 기댈 것인가? 재난에 맞설 철저한 준비는 결국 인간의 몫이 아닌가. 이젠 반성과 함께 재발 방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